국어문학창고

월식(月蝕)-김명수

by 송화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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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식(月蝕) -김명수


작가 : 김명수(1945- )

경북 안동 출생. 대구사범학교한국방송통신대 졸업. 독일 프랑크푸르트대에서 수학. 1977서울신문신춘문예에 시가 당선되어 등단. 오늘의 작가상 수상(1980). 반시동인.

 

하찮은 존재와 사소한 일상 속에 세계를 움직이는 큰 비밀이 있음을 예리한 감수성으로 드러내 준다.

시집으로는 월식(月蝕)(민음사, 1980), 하급반 교과서(창작과비평사, 1983), 피뢰침과 심장(창작사, 1986) 등이 있고, 이 외에도 인도 민화집Ⅱ』, 톨스토이 전기, 하이네 시 해설집등의 저서가 있다.

 

 

< 감상의 길잡이 >

이 시는 시인의 의도를 직설적으로 말하지는 않는다. 대신 독자에게 하나의 그림을 그려 볼 것을 권한다. 그러나 그 그림은 단순한 회화에 그치는 것은 아니다. 그 그림에 그려진 인물들이나 풍경은 움직이고 있으며, 평면적이지 않고 입체적이다.

 

그 그림을 같이 그려본다면 다음과 같을 것이다. 어스름 달빛이 그윽하게 내리비치는 고요한 시골 마을이 있다. 가끔씩 잠 못 든 개가 컹컹 짖기는 하지만 마을 전체는 하얀 달빛 속에 고요히 잠기어 있는 것이다. 그런 마을에 한 사나이가 왔다가 간다. 개는 더 이상 짖지 않는데 그가 마을 사람을 찾아온 손님임을 깨달았기 때문이리라. 그런데 그가 간 뒤로 누님은 말이 없다. 아마도 누님은 그와 몰래 금지된 사랑을 나누는 사이였을 것이다. 그렇기에 개도 외롭고 누님도 외롭다. 누님에게 그는 이제 영원히 이별이라고 말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커다랗게 뜬 달도 그들의 애타는 이별만은 세상에 드러내 놓지 않으려 숨어 버린 듯하다.

 

이렇게 마음 속에 그려 본 그림은 하나의 예에 불과하다. 독자는 다른 그림을 얼마든지 상상할 수 있는데, 그렇게 독자로 하여금 사고의 자유를 주는 것이 시의 한 특권이기도 하다. 마지막으로 덧붙일 말은 이 시가 어법과 어휘 선택 면에서도 두고두고 음미할 만큼 성공을 거두고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마을의 고적함을 드러내는 `비인' `슬슬'이라는 부사어와, 사내다움과 이별의 급작스러움을 나타내는 `성큼' `불끈'이라는 부사어는 대조적인 여운을 남기는 절묘한 어법이다. 그 외 생략과 개에 대한 감정이입 등을 통해 누님의 한스러운 이별에 대한 심정을 암시적으로 드러내 준다. [해설: 조남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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