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문학창고

왜 책을 읽지 않는가

by 송화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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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책을 읽지 않는가  


"좋은 책을 읽는 건 과거의 뛰어난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는 것과 같다."
고 데카르트는 말한 바 있다.

과거의 뛰어난 사람이 쓴 책은 하나의 고전이고, 언제 읽어도 좋은, 말하자면 시대를 초월한 감동을 준다. 그런데 반드시 과거의 책, 그러니까 고전만이 읽을 만하다는건 편견이 아닌가 한다. 요즘 내가 살고 있는 동시대 인물이 쓴 책도 역시 읽을 가치가 있다는 것이다.

독서, 그러니까 책을 읽는다는 건, 책을 읽음으로써 더욱 지혜로와지고, 자기 세계의 확대와 인간 완성을 도모하는 데 도움이 되는 유익한 행위인 것이다. 뿐만 아니라 보다 정신적인 세계의 귀함을 알게 되면서 현실적인 탐욕과 아집(我執)에서 벗어날 수도 있게 된다. 물론 이러한 이점은 좋은 책을 찾아서 읽었을 때의 얘기라 하겠다. 일찍이 소크라테스는 '남의 책을 많이 읽어라. 남이 고생한 것을 가지고 쉽게 자기 개선을 할 수 있다'고 말했지만, 과연 읽고 싶은 책을 구해서 읽었을 때의 충족감과 그 유익함을 생각한다면 책 한 권 값은 별문제가 아닌 것이다.

독서는 필요해서 하기도 하고 즐기느라고 읽기도 한다. 그 어느 쪽이어도 상관없을 것이다. 요컨대 활자 들여다보기를 부담스럽게 여기는 습성, 잠재 의식에서 활자 들여다보는 데 거부 반응을 일으키던 그 습성부터 고치면 되는 것이다. 무슨 책이든지 필요에 의해서 읽게 되면 책의 고마움을 절로 깨우치게 될 것이다.

소설책을 재미있게 읽기 시작하는 것도 좋다. 다소간의 호기심이나 흥미를 가지고 시집을 찾아 읽어보고 마음에 드는 시가 있으면 공책에 옮겨 써서 모으는 것도 괜찮은 취미가 될 것이다. 좀더 사회적인 관심을 갖게 해주는 책이라든가, 고전에 속하는 양서, 수필집 등을 구해 읽어나가기 시작하면 사색(思索)하는 생활의 귀함도 알게 된다.

지식을 넓힌다는 이외에 무언가 생각하게 하고, 생각을 정리하는 데 도움이 되는 그런 방법으로 책을 읽는 기쁨을 가져 보기 바란다. 아무리 좋은 책도 뜻있게 읽어 주는 사람이 있다면 존재 이유가 없겠다. 또 아무리 좋은 책이 있어도 그걸 찾아서 읽지 않는다면, 읽지 않은 사람과는 인연이 닿지 않는 책이라고 하겠다. 근래 출판계가 몹시 불황이라고 한다. 책을 사 주는 사람이 적다는 것이다.

책이 잘 안 팔리니까 출판사가 허덕이고, 출판사가 활기가 없으면 아무리 힘들인 저서도 출판의 기회를 잃게 된다. 이런 악순환은 결국 출판계의 불황과 함께 독서가에게 좋은 신간(新刊)을 만나지 못하게 하는 복합적인 부작용을 낳게 되는 것이다.

'달걀이 먼저냐, 닭이 먼저냐'하는 식의 어리석은 물음이 되겠지만, '왜 책을 읽지 않는가?'

하는 물음을 우릴 다 같이 생각해 볼 때가 되지 않았나 한다. 읽을 만한 책이 나오지 않아서라는 단정적인 핑계는 하지 말기를 바란다. 우리가 아무리 많은 체험을 통해서 인생을 배우고 인생을 개척해 간다고 하더라도, 독서를 통한 경험 분량의 확대를 따라갈 수는 없는 것이다.

사람이 살아가는 길에 있어서 그 본질적인 과정은 대체로 같은 것이며, 삶에 대한 준열함 또한 같다고 할 것이다. 나 아닌 남의 인생의 숱한 과제를 어떻게 보고 있고 어떻게 풀어 가고 있는지, 혹은 남들은 어떤 생각을 하며 어떤 인생을 살고 있는지, 생각하면 알고 싶은 것도 많고, 알아야 할 것도 무한히 많다.

소크라테스가 남의 책을 많이 읽으라고 독려한 것은 그런 뜻에서 인생에 꼭 필요한 지혜를 일러준 것이다. 그리고 책을 읽는 일이야말로 가장 적은 비용으로 큰 것을 얻는 길이기도 한 것이다. 책과 친하려는 마음의 자세를 갖는다는 건 중요한 일이다.
지성인이면 아무리 바쁘더라도, 아니 바쁘고 생활에 쫓길수록 정신의 윤택한 도피처로서, 시간 틈틈이 책을 펼쳐들 것이다. 그런 의식 무의식간에 행해지는 지성인의 하나의 생활 표현이다.

독서는 자기에게 유익한 것을 남의 생각에서 채택하고 그것을 한층 발전시키는 것이라 할 때, 가정에서나 사회에서나 한 인간의 폭을 넓혀 주고 한층 깊이 있는 생각을 이루어 주는 독서의 습관이 몸에 배도록 힘써 가야 하겠다.

책은 읽는 이가 임자이다. 전에는 책 빌려달라는 바보, 빌려주는 바보, 빌려준 책을 돌려달라는 바보라고 했지만 이제 그런 식의 무모한 책 독점 시대는 지나지 않았나 한다. 좋은 책이 있으면 서로 빌려주며 읽기를 권장하고 남의 책은 깨끗이 일고 돌려주는 게 예의(禮儀)이다. /김후란 <오늘 만나는 우리들의 영혼은>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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