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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복지대(往復地帶) - 김용태

by 송화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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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복지대(往復地帶) -  김용태


 이해와 감상

시의 화자는 시간을 여행한다. 그의 여행은 과학으로 뒷받침되는 현실 세계의 일이 아니라, 문학으로 뒷받침되는 환상 세계의 일이다. 그것은 시에서 `영하의 땅 속에서 어둠의 층층계를 타고 한 계단 한 계단 기어 오른다'고 표현된다. 그러므로 그의 여행은 차가움과 어두움의 세계에서 빠져나가고자 하는 노력인 셈이다. 다시 말해 그는 춥고 어둡고 낮은 곳에서 따스하고 밝고 높은 곳에 이르고 하는 것인데, 말하자면 그곳은 어린 시절의 세상이다.


시의 화자가 여행하는 어린 시절에는 반가운 `엄마'가 있고, `강변'이 있고, `사공'이 있고, `강아지'가 있다. 그러나 이 아름다운 유년도 어둡고 차가운 기운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롭지 못함을 우리는 알 수 있다. 뒤에서 들리는 `기관총 소리' 때문에 바로 그러하다. 그립고 아름다운 것이 있는 공간에서도 끊임없이 얼굴을 내미는 두렵고 끔찍한 기억. 과연 그것은 극도로 혹독한 시절을 겪은 사람들이 결코 떨치지 못하는 굴레와 같다. 그렇지만 이 시에서 화자가, 나아가 시인이 그 참담한 기억과 상처 때문에 괴로운 현재를 적극적으로 얘기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절제된 언어로 천천히 진전되는 이 시의 시상은, 오히려 그것을 상존하는 폭력의 암시로 가볍게 읽도록 권장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방황이 끝난 것은 아니다. 마지막 연에서 시의 화자는 `팔뚝시계의 방향을 아무렇게나 자꾸 돌린다'고 했다. 그는 끊임없이 시간의 계단을 기어오르지만 아직 밝고 따스한 세상에 이르지는 못하고 있는 것이다. [해설: 이희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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