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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대검협전(五臺劒俠傳)

by 송화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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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대검협전(五臺劒俠傳)

오대검협(五臺劒俠)이 누군지는 알 수 없다.

영종 때 서울에 서생(徐生)이란 사람이 있었다. 그는 일찍부터 풍수의 방술을 몹시 좋아하여 기회만 있으면 명당을 찾으러 다녔다.

 

어느 날 오대산 올라가서 놀다가 가장 높은 봉우리 정상까지 올라가게 되었다. 멀리 바라보니 좌청룡(좌청룡)의 지맥(지맥)이 거듭 중첩되며 멀리 뻗어 나가고 있지 않는가? 그 산줄기가 뻗어 내려가다가 우백호(우백호)와 만나는 장소야말로 천하의 명당 자리가 틀림없었다.

 

그는 그 장소를 찾아서 한 달음에 고개를 넘고 물을 건너, 몇 십리를 달렸는지 이윽고 한숲에 이르렀다.

그러나 날은 이미 저물고 사방은 어두워 아무 것도 찾을 수가 없었다. 사방을 둘러 보아야 사람은 사는 집이라곤 하나 없는 첩첩 산중, 차츰 마음이 다급해졌다. 자칫 하다가는 짐승의 밥이 될 것에 틀림이 없다. 가시덤불을 헤치며 길을 찾았으나 날은 깜깜하게 어두워 동서를 분간할 수로 없어, 그는 당황하여 어쩔 줄 몰랐다/

 

그러다가 문득 나뭇잎 사이로 반짝이는 불빛을 발견했다. 나뭇잎에 가리웠다가 다시 보이곤 하는 불빛이 마치 하늘에 반짝이는 별빛 같았다. 서생은 기는 걸음으로 불빛을 따라 앞으로 나아갔다.

 

숲이 다하는 곳에 한 채의 집이 있었다. 서생은 다가가서 문을 두드렸다.

한 젊은이가 나오더니 서생을 보고 깜짝 놀랐다.

[여기는 호랑이와 표범이 득실거리는 곳인데, 손님은 누구시오?]

 

서생은 자기가 이곳으로 온 경로를 말했다. 젊은이는 반가운 낯빛이다.

[이 산중에는 사나운 짐승이 많고, 집이라곤 저희 집뿐이지요. 다행히 이곳을 찾아오셨군요.]

 

곧 서생을 맞아 방 안으로 안내했다. 그리고는 집안 사람에게 말하여 급히 밥을 지어 손님의 허기진 배를 채우게 해 주었다.

 

서생은 젊은이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나이는 서른 남짓한데, 용모가 수려하고 기개는 온화하였다. 그러나 시골 수재(수재)다운 태도는 없었다. 방 안의 서가에는 책이 가득하고 네 벽은 먼지 하나 없이 깨끗했다.

 

서생은 그 성씨를 묻자 그는,

{천천히 말씀드리지요.] 하고 대답을 피했다.

 

식사가 끝나다. 젊은이는 손님과 더불어 이야기를 하면서, 손님이 본 산천의 형세나 나라 안의 산천, 풍수에 대해서도 상세히 물었다.

 

3경이 가까와 졌다.

[손님께서는 피곤하실 테니 일찍 주무시지요. 나는 따로 일이 있어서 일을 마치고 취침할까 합니다.]

 

젊은이는 손님을 자기 잠자리에 눕게 한 다음, 등불을 마주하고 돌아앉아 글을 읽기 시작했다. 낭랑한 목소리가 들을 만했다.

 

서생은 피곤한 김에 깊이 잠들었다가 문득 잠이 깨었다. 그때까지도 젊은이는 여전히 꼿꼿이 앉은 채였다.

 

그러자 문득 밖에서 무슨 기척이 나는 것 같았다. 마치 바람에 낙엽이 날려 떨어지는 듯. 안에서 주인은 낮은 소리로 물었다.

[왔나?]

문밖에서 대답하는 소리

[내가 왔네.]

 

그러자 사나이 하나가 들어서다가 주춤 멈춘다.

[누운 사람은 누군가?]

[괜찮네. 산을 헤매다가 길을 잃은 사람일세.]

 

젊은이는 이렇게 대답하고는 서생을 약간 흔들었다.

[주무십니까? 주무십니까?]

 

서생은 의아스럽게 여기다가 이내 마음을 고치고 잠에 취한 듯 코를 골았다.

[잠이 깊이 들었군.]

 

그제서야 나중에 온 젊은이는 안으로 들어섰다.

서생은 눈을 가늘게 뜨고 엿보았다. 들어선 젊은이는 키가 크고 몸이 우람했다. 그는 등불 밑에 길게 그림자를 드리우며 주인 젊은이에게 말했다.

[이제 가야지!]

 

주인 젊은이는 곧 몸을 일으켜 내실로 들어가더니, 작은 장롱을 열고, 그 안에서 비수 두 자루와 보자기 하나를 꺼냈다. 두 사람은 옷을 벗어 던지고 보자기를 끌려 그 속에 든 다른 옷으로 갈아 있었다. 하나는 청색이요, 하나는 황색이었다.

 

서생은 이 거동을 보고 더욱 몸이 오싹 했다. 마치 죽은 사람처럼 꼼짝도 하지 못했다.

 

두 사람은 행장을 갖춘 뒤 문을 나서더니 바람과 같이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다.

 

서생은 그제서야 슬그머니 자리 속에서 일어났다. 이 젊은이들의 정체는 무엇일까. 손에 잡히는 대로 서가에 꽂힌 책 한 권을 펴보았다. 검술에 대한 책이었다. 그리고 보니 다른 것도 대개 검술에 관한 서적이 아니냐. 아아! 이 젊은이들은 검객이로구나. 다시 자리에 몸을 누이고 잠을 청했지만 좀체로 잠이 오지 않았다. 그는 오랫동안 뒤척거렸다.

 

이윽고 닭이 울 무렵,밖에서 다시 나뭇잎 떨어지는 소리가 나더니 두 사람은 벌써 방안으로 들어와 좌정했다.

서생은 가만히 엿보았다. 두 사람은 비수를 비수에 던지고 다시 옷을 갈아 입었다. 그러더니 서로 손을 맞잡고 웃었다. 대단히 기쁜 기색이다. 그런데 이게 오 일이냐? 두 사람의 눈에 흐르는 두 줄기 눈물은. 그들은 서로 처량하게 마주 보며 오랫동안 말이 없었다.

 

드디어 손님으로 온 젊은이가 몸을 일으켰다.

[난 가겠네.]

 

손님이 바람처럼 가 버리자 주인은 그제서야 행장을 꾸려서 본디 있던 자리에 간직했다.

[일어나오, 일어나! 괴이쩍게 여길 것도, 두려워할 것도 없소이다. 잠든 체하지 마시오!]

 

서생은 마지 못해 일어나 앉았다. 겨우 입을 열어 자초지종을 물으니젊은 사람은 서슴 없이 털어 놓는다.

[그 사름은 관북의 삼수 갑산 경계에 사는 나의 벗이오. 당초에 나는 그와 또 한 사람의 벗과 더불어 한 스승에게서 배웠지요. 그러나 그 다른 한 친구가 죄도 없이 남에게 피살되었소. 우리 두 사람은 늘 그 원수를 갚으려 했으나 10여 년이 넘도록 기회를 얻지 못하였지요. 그러다가 오늘에야 비로소 가서 원수를 죽인 것입니다.]

[그렇다면 그대 같은 재주로써 어찌 10여 년씩이나 기다렸단 말이오?]

[아니외다.도술이나 방술(方術)은 하늘의 뜻을 이기지 못하오. 따라서 신인(神人)이라고 할지라도 반드시 천명(天命)을 빌어야 하는 법이지요. 천명이 아직 다하기 전이니, 난들 어찌 그에게 손을 땔 수 있겠소이까? 오늘 밤 그 시각이 바로 그가 큰 액운을 당하는 때이기에 그를 죽일 수 있었던 것이오. 그러나 이제까지 기다리노라 큰 고생이었소이다.]

[그러면 죽이는 방법은 허리나 목을 자르는 것인가요?]

[아니오. 그런 것은 검술로서는 서투른 방법이지요. 능한 자가 사람을 죽일 때에는 반드시 바람처럼 화하기 마련이오. 그 사람의 몸에 있는 아홉 구멍으로 침입하여 척추로부터 발 끝까지 내려가면서 가늘게 그 뼈를 쪼개고, 그 창자를 썰되 실처럼 난도질을 하는 것입니다. 그리하여 외표는 터럭하나 건드리지 않고 그대로 두면서 내부는 어육처럼 저미는 것입니다. 그런 뒤라야 직성이 풀리는 법이오.]

[원수가 사는 곳은 어디입니까? 그 이름은 무엇이라 하오?]

[영남의 마루 곳에 사는 갑부로서 아무개지요.]

 

서생은 그 갑부의 이름을 마음속에 새겨 두었다. 그리고 두 사람이 다녀온 길을 헤아려 보니 왕복으로 천리도 넘었다.

[그런데 무슨 까닭으로 먼저는 웃고, 나중에는 눈물을 흘렸는지?]

[속 시원히 원수를 갚으니 기쁘지 않을 수 있겠소이까. 그러나 죽은 벗을 생각하니 눈물의 감회가 일어나지 않을 수가 없었지요.]

 

서생은 비로소 긴장이 풀렸다. 움츠렸던 몸을 바로 하며 경의를 표했다.

[내 일찍이, 세상에 격검(擊劒)의 방술이 있다고 들었으나 인연이 없어 구경을 하지 못하였소. 다행히 오늘 그대를 만났으니 진정 그것을 보여 주시어 내 필생의 갈망을 풀어주시오.]

 

젊은이는 웃고,

[창졸간이고, 더구나 시원치 않은 기예라 손님을 기쁘게 하지 못할까 걱정이외다.]

하고는 잠시 무엇을 생각하는 듯하더니, 몸을 일으켜 다시 내실로 들어갔다. 장롱 하나를 털어 내는데, 그 속에 가득한 것은 모두 닭털이었다.

 

이윽고 젊은이는 검을 들고 휘두르기 시작했다. 수복이 쌓인 닭털 주의를 돌아가며 마치 춤을 추는 듯. 그러자 얼마 되지 않아서 젊은이의 몸은 간 곳이 없고 한줄기 흰 기운이 온 방안을 에워쌌다. 닭털이 펄펄 날면서 춤을 추는 듯 벽 위를 어지럽게 날았다. 구른 등불은 펄럭거리며 바람을 따라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면서, 차가운 빛과 서늘하고 늠연한 기운이 몸 속을 파고 들었다. 서생은 모골이 송연해졌다. 정신을 잃은 채 몸을 떨면서 바로 않지도 못했다.

 

이윽고 쨍그랑! 하는 소리와 함께 검이 땅바닥에 떨어졌다. 젊은이는 칼을 던지고, 어느 새 웃는 모습으로 서생의 앞에 서 있었다.

[변변치 못한 기예는 끝났소. 손님께서는 잘 보셨는지?]

 

서생은 눈을 휘둥그렇게 뜬 채 앉아 있었다. 아직도 제 정신으로 돌아오지 못한 모양이었다. 입은 얼어 붙어 벙어리가 되었다.

 

이윽고 정신이 들었다. 땅바닥을 내려보니 수북한 닭털이 몇 천 개인지 헤아릴 수가 없었다. 그것들은 모두 반 토막짜리였다.

 

서생은 앞으로 기어 나와 젊은이를 안았다.

무얼, 장난에 지나지 않은 것을 가지고.]

 

젊은이는 이렇게 말하면서 모든 것을 거두어 제자리에 간직하였다.

 

두 사람은 다시 자리에 누웠다.

 

서생은 잠이 올 리가 없었다. 자기의 풍수지라학은 젊은이의 검술에 비교하면 어린애 장난 같은 것이 아닌가? 그는 자기의 전공을 모두 버리고 젊은이에게서 새로운 것을 배우고자 했다.

 

그러나 젊은이는 들어 주지 않았다.

[사람이라고 해서 누구나 다 배울 수 있는 것이 아니외다. 또 손님의 골상을 보니 이런 것을 배우기도 어렵거니와, 배운다고 해도 역시 성취하지는 못할 것입니다.]

 

이튿날.

젊은이는 일찍 조반을 해 울리고 나서 서생에게 나가는 길을 자세히 가르쳐 주었다.

 

작별하기에 앞서 그는 말했다.

[근신하여 어젯밤에 있었던 일을 세상에 누설하는 일이 없도록 하시오. 정말 누설하는 날이면 비록 천 리 밖에서라도 나는 곧 알게 될 테니까요.]

 

서생은 그러자고 약속을 하고 산을 내려왔다.

 

그러나 그는 곧바로 집으로 오지 않았다. 간밤에 있었던 일이 사실이었는지 탐문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젊은이가 말한 영남 지방의 한 고을에 이르니, 과연 이름난 갑부가 살았다 한다. 그는 수소문 끝에 그 마을로 찾아 들어갔다. 은밀히 탐지한 끝에 동네 사람들의 말을 들었다.

[그 사람은 아무 달 어느 밤에 병도 없이 갑자기 죽었지요. 그런데, 시신을 빈소에 옮기고 염(殮)을 해봤지만 그 시체가 어찌나 부드러운지, 흡사 겨를 넣은 주머니 같았다오.

평소에 뼈나 근육이 전혀 없었던 것 같아서 모두 괴이쩍게 여겼으나, 종내 그가 무슨 병으로 그렇게 죽었는지 아무도 모른답니다.]

 

서생은 속으로 그가 죽었다는 날을 헤아려 보았다. 바로 자기가 오대산 산중의 초막에서 자던 날 밤이었다.

그는 더욱 경탄하며 돌아왔다.

 

그러나 그는 감히 이 사실을 입밖에 내지 못하다가 나이가 늙어 죽을 때가 되자 비로소 친척들에게 이야기하였다 한다.

윤인(閏人)은 말한다.

 

[내 어린 아이 시절에 태사공(太史公)의 <자객전(刺客傳)>을 즐겨 읽었다. 때때로 먹는 것까지 잊고, [천하에 기이한 일도 많지만 이보다 더한 일도 있을까] 하고 감탄했다.

 

그러다가 당나라 때의 전기소설 중에 있는 <위십일랑전(韋十一 傳)>과 <홍선저전(紅線著傳)>을 읽고는 또다시 망연 자실했다. 비유하여 말한다면, 형가나 섭정 두 사람은 마치 사나운 범이 산을 내려온 것같이 뭇 사람의 눈에 크게 드러나서, 사나운 기운을 복돋을 뿐이지만, 위랑(韋 )이나 홍선과 같은 사람은 마치 신룡(神龍)이 구름 속에 숨어 있으면서 가끔 그 몸의 비늘과 사나운 발톱을 드러내는 것 같아서, 그 신기망측한 변화는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이루 헤아릴 수 없게 한다. 전자에 비하면 후자가 나은 것 같기도 하나 이는 읽는 사람의 사정에 따라 다를 것이다.

 

오대산의 검협이 누구인지는 모르겠으나 그 술수를 보면 역시 도(道)가 있었던 사람임에 틀림없다. 그가 한 말에 [방술이 하늘의 뜻을 이길 수가 없고 반드시 하늘의 뜻을 빎으로써 해결된다]고 하였는데, 대체로 사람을 죽이는 일은 흉사이지만 반드시 하늘의 뜻.(하략)

 

심화 자료

 

김조순 ( 金祖淳 )이 쓴 한문소설. 김려(金 錤 )가 자신과 주위 문인들의 글을 교열하여 만든 ≪ 담정총서 捻 庭叢書 ≫ 중에 수록한 김조순의 ≪ 고향옥소사 古香屋小史 ≫ 에 전한다.

조선시대 영조 때에 서울에 서생(徐生)이라는 사람이 풍수의 방술을 몹시 좋아하여 일찍이 오대산에 가서 놀면서 용맥(龍脈)이 거듭된 곳을 찾다가 날이 저물자 길을 잃게 되었다. 동서를 분간하지 못하여 어쩔 줄을 몰랐다. 그러다가 나뭇잎 사이로 비치는 등불을 보고 한 초암(草菴)을 찾았다.

 

그 초암에 사는 청년은 나이가 서른 남짓하고 모양이 빼어나며 용렬한 태도가 없었다. 방안에는 서가에 책이 가득히 꽂혀 있었다. 성명을 묻자 그는 대답은 하지 않고 다만 그 산중에서 본 것과 국내 산천 풍수에 대하여 상세히 묻기만 하였다. 밤이 삼경쯤 되자 그는 서생에게 먼저 자도록 권하고는 낭랑하게 글을 읽었다.

서생이 잠을 자다가 우연히 깨어 살펴보니, 주인은 꼿꼿이 앉아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별안간 밖에서 무슨 소리가 들려왔다. 누군가가 들어와서는 주인에게 어디론가 가자고 하였다. 두 사람은 비수 두 자루와 보자기에 쌌던 푸른 옷과 누런 옷을 각각 내어 입고는 어디론가 사라졌다. 서생이 일어나 서가의 책을 뽑아보니 검서(劒書)가 많아 그제야 그가 검협(劒俠)인 줄을 알았다.

닭이 울 무렵에 문밖에서 소리가 들리자마자 두 사람은 금방 방안에 들어와 앉았다. 두 사람은 비수를 땅에 던지고는 깔깔대고 나서 얼마 지나서는 눈물을 흘렸다. 이윽고 한 사람이 나가자 주인은 그제야 행장을 정리하고 서생이 짐짓 자는 척하는 것을 모두 아는 듯이 흔들어 깨웠다.

서생이 일어나 내력을 물었다. 주인은 아까 나간 사람과 다른 또 한 사람과 자기가 한 스승에게 배웠다. 하나가 죄없이 피살되었다. 그래서 둘이 원수를 갚으려 하였으나 10여 년이 되도록 기회를 얻지 못하다가 오늘 비로소 가서 죽이고 온 것이라고 하였다.

주인은 방술이 아무리 용해도 하늘의 뜻에 앞설 수 없어서 기다리다가 오늘 밤 모시(某時)는 그가 큰 액운을 만난 때이므로 죽였다는 것과 사람을 죽이는 방법은 바람으로 화하여 사람의 아홉 구멍으로 스며들어 바깥 껍질은 상하지 않게 하고 그 뼈와 창자를 잘게 부수고 끊는 것이라고 말하였다. 죽은 자는 영남 모처에 사는 부자 모인(某人)이라고 하였다.

서생이 그의 방술을 실제로 한번 보기를 원하였다 주인은 닭털이 가득한 농에 들어가 칼을 휘두르니 그는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한 줄기 흰 기운이 온 집을 에워쌌다. 서생이 그 모양에 정신을 잃었다가 다시 살펴보니 수많은 닭털이 모두 중간이 끊어져 있었다. 서생이 지금까지 자신이 배웠던 것을 버리고 그에게 배우겠다고 하였다. 그는 이러한 것은 사람마다 모두 배울 것이 아니다. 당신의 골상을 보니 비록 배우더라도 이루지 못할 것이라며 만류하였다. 이튿날 헤어질 때에 주인은 어젯밤에 본 일을 세상에 알리지 말라고 경계하였다.

서생은 집으로 곧장 돌아오지 않고 검협이 말한 그 고을을 찾아가 보았다. 부자 모인은 검협이 말한 것과 같이 죽어 있었다. 서생은 이 일을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나이가 늙자 비로소 이 일을 그의 친척에게 말하였다고 한다.

〈 오대검협전 〉 은 작자 김조순이 어린 시절에 태사공(太史公 : 사마천)의 자객열전을 읽었고, 당나라 전기소설(傳奇小說) 중의 · 위십일랑 韋十一娘 〉 · 〈 홍선전 紅線傳 〉 등을 읽었다고 언급하고 있다. 그러므로 앞 소설들과의 영향관계를 설정할 수 있다. 〈 오대검협전 〉 의 주인공인 오대검협은 당시 민간에서 유행하던 풍수사상을 지닌 채로 세상에 묻혀 사는 신선적인 성격을 지닌다. 그리고 협사(俠士)로서의 성격을 아울러 지녔음을 보여 준다.

〈 오대검협전 〉 은 기법면에서 일정하게 발전된 모습을 묘사한다. 작품의 도입부에서 전개부까지는 작자가 직접 본 것처럼 기술하다가 논찬부에 와서, 작자 김조순은 서생을 알지도 못하고 직접 그에게 들은 것도 아니며 서생 또한 남에게 이야기하지 않고 늙어서야 비로소 친척에게 이야기하였다고 하였다. 풍문으로 전하여 들은 소재에 작자의 상상력이 가미된 이야기의 허구적 구성을 살펴볼 수 있다. 따라서, 입전(立傳)대상과 그를 서술하는 방법면에서 이 작품은 조선 후기 전양식의 흐름을 살피는 데에 좋은 자료가 된다. ≪ 참고문헌 ≫ 李朝漢文小說選(李家源, 民衆書館, 1961). (출처 :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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