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소가 된 이오, 백안의 거인 아르고스, 갈대가 된 요정 쉬링크스
by 송화은율암소가 된 이오, 백안의 거인 아르고스, 갈대가 된 요정 쉬링크스
이시스 신전외관
이시스 신전 입구
이시스의 젖을 먹는 호루스
하이모니아 땅에는 사면에 둘러싸인 숲이 있다. 말하자면 숲을 이룬 계곡인 셈이다. 사람들은 이 숲을 템페라고 불렀다. 이 숲 한가운데로 핀도스 산록에서 발원한 페네이오스 강이 포말을 날리며 흐른다. 하류로 내려갈수록 이 흐름은 분류가 되는데, 아시다시피 강은 분류가 될 수록 더 많은 포말을 뿌린다. 이 강이 흘러가면서 내는 소리는 이 산록에서 들리는 뭇 소리를 압도한다. 이곳이 바로 이 큰 강의 고향이자 집이자 은신처다. 강의 신 페네이오스는, 깎아지른 절벽 한가운데 있는 석굴에 앉아 물결과 그 흐름 안에 기거하는 요정들을 다스린다.
바로 이곳에서, 페네이오스 나라의 큰 강 다섯 줄기, 즉 버드나무 숲 사이로 흐르는 스페르케오스 강, 쉬지 않는 에니페오스 강, 연로한 아피다노스 강, 고요히 흐르는 암프뤼소스 강과 이에아스 강이 발원하다. 이 강들은 다프네의 아버지 페네이오스에게 축하 인사를 해야 할지, 위로의 말을 해야 할지 알지 못한다. 알지 못하는 채로 강이라는 강, 흐름이라는 흐름은 오랜 방황으로 고단해진 몸을 이끌고 마침내 바다에 이른다.
그런데 이나코스 강만은 바다로 흘러가지 않고 동굴 깊숙이 들어앉아 하염없이 흐르는 눈물로 강물을 불리고 있었다. 딸 이오를 잃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딸이 살아 있는지, 아니면 저승 땅으로 내려갔는지 알지 못하고 있었다. 이나코스 강은, 아무리 수소문해 보아도 딸의 행방을 아는 자가 나타나지 않자, 그저 다시는 볼 수 없겠거니 여기고 있을 뿐이었다. 그는, 최악의 경우까지 생각하고, 이를 감수 할 마음의 준비까지 갖추고 있었다.
그런데 이 이나코스의 딸 이오가 실종된 진상은 이러하다. 어느 날 아버지 강의 흐름을 헤어나오는 이오를 보고 유피테르는 이렇게 말했다.
「처녀여, 유피테르에게나 어울릴 아름다운 처녀여. 그대가 잠자리를 함께 하면 유피테르가 얼마나 기뻐할까? 해가 황도를 지나는구나. 그러니 깊은 숲 속으로 들어가 저 따가운 볕을 피하기로 하자」
유피테르는 숲 속 그늘진 곳을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
「산짐승 우글거리는 곳으로 혼자 들어간다고 두려워하지는 말아라. 혼자 깊고 깊은 숲 속으로 들어가도 그대는 안전할 것이다. 신이 그대를 지켜줄 것이기 때문이다. 그대를 지키실 신이 예사 신인 줄 아느냐? 천궁의 홀장(笏丈)을 들고 벼락을 던지는 신이니라. 그러니 달아날 생각은 아예마라」
유피테르가 이렇게 말한 것은, 처녀가 벌써 달아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처녀는 발길을 돌려 레르나 풀밭을 지나고 나무가 빼곡히 어찬 뤼르케아 들판으로 달아났다. 그러나 유피테르는 대지에다 어둠을 깔아 처녀의 눈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게 했다. 처녀가 더 달아나지 못하자 유피테르는 강의 딸 이오와의 사랑을 이루었다.
천궁에서 아르고스 땅을 내려다보고 있던 유피테르의 정처(正妻) 유노는, 별건 대낮에 이상한 구름이 밤을 지어내는 것을 괴이하게 여겼다. 더구나 그 근방에는 안개를 뿜어낼 만한 강이나. 구름을 빚어내는 늪지가 없었다. 유노는 지아비 유피테르 찾아보았다. 하지말아야 할 짓을 곧잘 하는 지아비의 버릇을 익히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지아비 유피테르가 지상으로 내려갔다는 사실을 안 유노는, 「내 진작이 그르지 않다면, 이 양반이 필시 또 못된 짓을 하는 게다」이렇게 중얼거리면서 지상으로 내려와 구름을 날려 버렸다.
유노가 이 구름을 날려버린 것은, 아내가 내려올 것을 미리 안 유피테르가 이나코스 강의 딸 이오를 새하얀 암소로 둔갑하게 한 뒤였다. 암소로 둔갑했는데도 불구하고 암소 이오는 본래의 이오만큼이나 아름다웠다. 이 암소는 유노에게도 아름답게 보였다. 그래서 유노는 아무것도 모르는 척 지아비에게, 암소가 대체 누구의 것이고, 내력이 어떻게 된 것이며, 대체 누구 소떼에 섞여 있던 것이냐고 물었다. 유피테르는 아내에게 거짓말을 했다. 소의 내력을 아는 듯이 캐묻는 아내의 입막음하려고, 대지에서 태어난 소라고 대답한 것이었다. 그러나 사투르누스의 딸은, 그 암소를 자기에게 선물로 줄 수 없게느냐고 말했다. 유피테르의 입장이 몹시 난처해졌다. 정부가 된 이오를 본처 손에 넘기자니 애처롭고, 달라는 청을 거절하자니 밑도 끝도 없는 의심을 살 판이기 때문이었다. 마음은 넘겨주라고 꼬드기고 사랑은 그래서는 될 일이 아니라고 하는 판이었다. 물론 사랑쪽이 강했다. 그러나 한 마리 암소같이 보잘것없는 선물을, 암소 한 마리보다 훨씬 소중한 누이이자 아내인 유노에게 거절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유피테르는 결국 이 애인을 넘겨주었다. 여신 유노는, 유피테르가 암소를 넘겨주었는데도 불구하고 이 암소에 대한 의심을 풀지 않았다. 유피테르에게 속은 것이 한두 번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유노는 이 암소를 몰고 가 아레스토르의 아들 아르고스에게 맡기면서 단단히 지키라고 명했다. 이 아르고스는 머리에 눈이 백개나 달린 괴물이었다. 이 아르고스는 잠을 잘 때도 눈은 두 개만 감는다. 즉 나머지 아흔여덟 개의 눈은 뜬 채로 자는 것이다. 이 백 개의 눈은 아르고스의 머리 사방에 붙어있다. 그래서 아르고스가 머리를 어느 쪽으로 두든 언제나 이오를 감시할 수 있다. 이 아르고스는 낮 동안은 이오에게 강변으로 나가 풀 뜯는 것을 허용했다. 그러나 해가 대지 저쪽으로 가라앉으면 아르고스는 이오를 끌고가 그 흰 목을 사슬로 묶고는 백 개의 눈으로 감시했다. 이오의 먹이는 나뭇잎과 쓴맛이 도는 풀이었다. 이오는 침상 대신에, 건초도 깔리지 않은 땅바닥에서 잠을 잤다. 가엾은 이오의 마실 것으로는 강의 흙탕물뿐이었다. 이오는 두팔을 벌리고 아르고스에게 애원하고 싶었다. 그러나 이오에게는 벌릴 팔이 없었다. 불만을 말하고자 한 적도 있었다. 그러나 이오의 입에서 나온 것은 말이 아니라 나지막한 소 울음소리였다. 이오는 제 목소리에 몹시 놀라 다신는 입을 열지 않았다. 한때 아버지의 귀한 딸로 뛰놀던 이오는, 아버지 이나코스 강가로 나와 물에 비치는 제 모습을 내려다보고, 쭉 찢어진 입과 괴상한 제 뿔을 발견하고는 그만 기가 막혀 강가에서 도망치고 만적도 있었다.
강의 요정들은 물론이고, 심지어는 아버지 이나코시까지도 딸을 알아보지 못했다. 이오는 강가로 나올 때마다 아버지와 언니들 뒤를 따라다니며, 손으로 등을 쓸어줄 때마다 그들의 주위를 끌어보려고 애썼다. 그러나 그들은 이오를 알아보지 못했다. 아버지 이나코스는, 풀을 뜯어 암소로 둔갑한 이오에게 먹여주기도 했다. 이오는 아버지의 손을 핥다가, 아버지의 뺨에 입을 갖다대다가는 그만 더 참지 못하고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말이라도 할 수 있었다면 도움을 구할 수 있었을 것을……정체를 밝히고 하소연할 수 있었을 것을……이오는 하는 수 없어서 발굽으로 땅바닥에다 제 이름을 써서 암소로 둔갑하게 되었다는 슬픈 소식을 전했다. 이나코스는, 애통해하는 암소 이오의 뿔을 부여잡고 백설 같은 그 등을 쓸면서 울부짖고 또 울부짖었다.
「세상에, 세상에……제가 바로, 이 아비가 온 세상을 찾아 헤매던 내 딸이라는 말이냐? 너를 잃었을 때의 슬픔보다 이렇게 너를 찾고 보니 그 찾은 슬픔이 더하구나. 너는 말을 못하니 내 말에 대답할 수 없을 테지, 그러니 대답 대신에 그저 나직하게 울기만 하여라. 하기야 네가 울 수밖에 더 있겠느냐? 나는 일이 이렇게 될 줄 까맣게 모르고 네 집을 장만하고 네 혼수를 준비했구나. 사위를 보고 외손주를 보고 싶은 욕심에서 너 시집 보낸 생각이나 했구나. 그러나 이제는 황소 가운데서 네 신랑감을 찾을 수밖에 없게 생겼으니 이 아니 기가 막히는 일이냐. 네가 낳아봐야 송아지일 수밖에 없으니 이 아니 기가 막히는 일이냐? 내가 죽어버리면 이 기구한 팔자를 더 이상 슬퍼하지 않아도 좋을 터이나, 내가 신이라는 것이 한스럽구나. 신이라서 죽음의 문이 내 앞에서 닫혔으니, 영원히 슬퍼해야 하는 이 팔자를 어쩔꼬……」
강의 신 이나코스와 이오와 이오의 언니들은 함께 목놓아 울었다. 이들의 울음은, 아르고스가 이 이오를 아버지와 언니들에게서 떼어 내어 먼 풀밭으로 끌고 갈 때까지 계속되었다. 아르고스는 이오를 거기에서 먼 풀밭에다 끌어다놓고 산꼭대기에 앉아 지켰다. 몸은 비록 산꼭대기에 앉았어도 그는 거기에서 백 개의 눈으로 사방을 한눈에 볼 수 있었다.
신들의 지배자 유피테르는 이오가 받는 고통을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었다. 그래서 유피테르는 플레이아세의 몸에서 얻은 아들 메르쿠리우스를 불러, 가서 아르고스를 죽이고 이오를 구하라고 명했다. 메르쿠리우스는 일각도 지체하지 않고, 발에는 날개 달린 가죽신을 신고, 손에는 최면장을 들고, 머리에는 모자를 눌러쓰고는 아버지의 천궁에서 지상으로 내려갔다. 메르쿠리우스는 땅에 내리는 즉시 모자와 가죽신은 벗어서 감추어버린 뒤 최면장만 손에 들고, 솜씨좋게 끌어모은 양떼를 몰고는 양치기인 양 갈대 피리를 불면서 아르고스가 있는 곳으로 갔다. 이오를 감시하던 유노의 망꾼 아르고스는 이 갈대 피리 소리가 마음에 쏙 들어, 이 변장한 메르쿠리우스를 불렀다.
「여보, 거기 가시는 양치기! 여기 내가 앉은 이 바위에 앉아 좀 쉬었다 가지 않으려오? 당신 양떼에게 뜯길 풀은 이 근동에 이만한 데가 다시 없고, 보다시피 양치기가 쉴 그늘 또한 이만한 데가 없소」
아르고스 옆에 앉은 이 아틀라스의 외손은, 이야기를 하다 지치면 피리를 불고, 피리를 불다 싫증이 나면 이야기를 하면서 이 아르고스를 재워보려고 애썼다. 그러나 아르고스는, 처음보는 메르쿠리우스의 피리가 신기했던지 졸음과 싸우면서도 어떻게 그렇 것을 손에 넣었느냐고 물었다.
메르쿠리우스는, 피리를 손에 넣은 내력을 이렇게 말했다.
「아르카디아에 있는 어느 서늘한 산자락에 요정이 하나 살았었소. 노나크리스의 하마드뤼아데스 가운데서는 가장 이름 높은 요정이었지요. 다른 요정들은 이 요정을 일러 쉬링크스라고 했더랍니다. 이 쉬링크스는 여러 차례, 그늘진 숲이나 비옥한 들판에 사는 사튀스나 정령들의 구애를 뿌리친 아주 콧대 높은 요정이었지요. 이 쉬링크스가, 저 오르튀기아의 여신을 본보기로 삼고 그 행적을 따르며 그 덕목을 흉내내고자 한 요정이니 콧대 높은 것이야 당연하지 않겠어요? 쉬링크스는 사냥 나갈 때면, 디아나 여신의 사냥복과 똑같은 옷을 입고 나갔어요. 그러니 보는 자들이 이 쉬링크스를 라토나의 따님으로 알았을 수밖에요. 쉬링크스의 활은 각궁, 디아나의 활은 금궁이라는 것만 달랐지요. 그러나 각궁을 들고 다녔는데도 불구하고 이 쉬링크스를 디아나로 잘못 보는 자들이 적지 않았더랍니다. 어느 날 이 쉬링크스가 뤼카에우스 산에서 집으로 돌아오는데, 소나무 잎 관을 만들어 쓴 목신 하나가 이 쉬링크스에게 말을 걸었지요」
메르쿠리우스는 아르고스에게, 이 목신이 쉬링크스에게 말을 걸었다는 이야기, 쉬링크스가 이 추파를 싫게 여기고 길도 없는 숲을 지나 모래가 많은 라돈 강가까지 달아난 사연을 들려주었다. 메르쿠리우스의 이야기에 따르면 쉬링크스는 강물에 막혀 더 이상 달아날 수 없게 되자 강에 사는 자매 요정들에게 자기 모습을 바꾸어 줄 것을 간청했다. 뒤따라온 목신은 쉬링크스가 더 이상 도망치지 못하겠거니 여기고 쉬링크스의 옷자락을 덥석 잡았다. 그러나 잡고 보니 손에 잡힌 것은 한줌의 갈대 뿐이었다. 목신은 한숨을 쉬며 일어서다가, 이 한숨이 갈대 속을 지나면서 빚어내는 가냘프고도 애끊는 소리를 들었다. 목신은 이 새로운 악기와 이 악기가 내는 아름다운 소리에 그만 마음을 빼앗기고 말았다.
「그대와 나는 영원히 이렇게 아름다운 소리로 이야기 나눌 것이오」
목신은 이렇게 속삭이며, 길이가 각기 다른 이 갈대를 밀랍으로 나란히 붙였다. 그러고는 이 아기를 <쉬링크스>라고 이름했다.
메르쿠리우스는 이 이야기를 하다가 아르고스의 눈꺼풀이 모두 닫히는 것을 보았다. 백개의 눈이 모두 감긴 것이었다. 메르쿠리우슨는 이를 본 순간 최면장으로 아르고스를 건드려 그 잠이 더욱 깊어지게 하고는 잠시도 지체하지 않고 초승달 모양의 칼을 뽑아 목을 베어 버렸다. 메르쿠리우스는, 목이 떨어진 아르고스의 시체를 절벽 아래로 차던졌다. 아르고스의 시체는 절벽 아래로 떨어지면서 바위를 피로 물들였다. 이로써 아르고스는 죽었다. 그 많던 눈도 모두 빛을 잃었다. 백개의 눈이 어둠에 묻힌 것이다. 사투르누스의 딸은 이 눈을 수습하여 자기 신조인 공작의 깃과 꼬리에다 달아주었다. 그래서 이 공작의 깃과 꼬리는 지금도 별같이 빛나는 보석이 잔뜩 박힌 듯하다. 분이 하늘에 사무치는 판인데 유노가 복수를 미루었을 턱이 없다. 유노는 곧 푸리아에 중 하나를 불러 자기 서방이 정부이자 자기의 연적인 그리스 요정의 눈과 마음을 어지럽게 하고 그 가슴에다 광기를 채워 세상을 방황하게 하라고 명했다.
이온의 발광과 방황이 끝난 것은 네일로스 강가에서였다. 이오는 네일로스 강가에 이르자 무릎을 끓고 하늘을 우러러보며, 한편으로는 유피테르를 원망하고 한편으로는 유피테르에게 이제는 그만 환란을 거두어달라고 빌었다. 이 기도를 들은 유피테르는, 아내 유노의 목을 끌어안고, 이제는 그만 이오에게 내린 벌을 거두자면서 이렇게 말했다.
「앞일은 걱정 마오. 더 이상 이오가 그대에게 마음고생시키는 일은 없을 것이오」
유피테르는 스튁스 강의 이름에 걸고 맹세했다. 유노 여신의 분노가 가라앉자 이오의 옛모습을 되찾았다. 옛날의 이오로 되돌아간 것이다. 먼저 몸에서 털이 빠지고, 뿔이 없어지고, 눈이 작아지고, 그 크던 입이 줄어들었다. 어깨와 손이 제 모습으로 돌아오고 발굽이 사라지면서 발굽 있던 자리가 다섯 개의 손가락 발가락으로 나뉘었다. 이윽고, 희다는 점만 제외하면 이오에게 소로 둔갑했던 흔적은 하나도 남지 않았다. 이오는 일어섰다. 이오는 이로써 다시 두 발로 걷는 행복을 누릴 수 있었다. 처음에는 이오도 입을 여는 것을 두려워했다. 소 울음소리가 튀어나올까봐 염려스러웠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이오는 잔뜩 겁에 질린 채, 오래 쓰지 못하던 말을 한마디씩 시험삼아 해보았다.
이제 이오는 어엿한 여신이 되어, 흰 옷 입은 신관들을 거느린다. 후일 이오는 에파포스라는 아들을 낳는데, 사람들은 이 에파포스가 유피테르의 씨를 받아 이오가 지어낸 아들이라고 믿는다. 이 아이귑토스 땅의 신전에는 이오 신전과 에파포스 신전이 나란히 있다.
심화 자료
숲을 템페 : 템페 계곡이라고도 불리운다.
유노 : 헤라로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여신으로 크로노스와 레아의 딸로, 올림포스의 주신(主神) 제우스의 누이이자 세 번째의 정식 아내이기도 하여 올림포스의 여신 중 최고의 여신이다. 여성의 결혼생활을 지키는 여신으로서 많은 도시에서 제사지냈다. 그러나 신화나 전설에서는 남편 제우스의 연인이나 그 자식들을 질투하고 박해하는 여신으로, 천공(天空)의 신 제우스와 천공의 여신 헤라가 부부싸움을 하면 하늘에서 큰 폭풍이 일어난다고 고대 그리스인들은 생각하였다. 둘 사이에서는 대장장이의 신 헤파이스토스, 군신(軍神) 아레스, 해산(解産)의 여신 에일레이티아, 청춘의 여신 헤베가 태어났다. 그녀가 아테네와 아프로디테 두 여신과 아름다움을 겨루어 파리스의 심판으로 아프로디테에게 패하였으므로, 트로이전쟁이 일어났을 때 그녀는 트로이가 파리스의 나라이므로 이를 무척 미워했다. 미술작품에서는 관을 쓰고 홀(笏)을 들고, 여유 있고 긴 옷을 걸친 당당한 여성으로 표현되고 있다. 로마 신화에서는 유노(영어로는 주노)와 동일시된다.
아르고스 :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괴물로 이나코스의 아들이라고도 하고 아게노르 또는 아레스토르의 아들이라고도 하여 분명하지 않다. 목 뒤에 제3의 눈이 붙어 있었다고 하며, 몸의 앞뒤에 두 개씩의 눈이 있었다고도 하고, 전신에 무수한 눈을 갖고 있었다고도 한다. 눈이 빠른 데다가 힘이 센 거인으로 아르카디아를 해치는 황소와 사티로스를 퇴치(退治)하였고, 타르타로스와 대지(大地)의 신 가이아의 딸로 통행인들을 약탈하던 에키드나를 물리쳤으며, 포로네우스의 아들 아피스를 살해한 자들을 죽여 없앴다. 암소로 변신한 이오를 감시하라는 여신 헤라의 명을 받았으나, 제우스의 명령을 받은 헤르메스가 잠을 부르는 피리소리로써 아르고스의 눈을 모조리 감기게 한 다음 그의 목을 베어 버렸다. 그는 죽어서 공작이 되었다고도 하고, 또는 헤라가 그의 눈을 공작의 날개에 붙여 장식하였다고도 전해진다.
플레이아데스 : 그리스 신화에서 하늘을 떠받치고 있는 신 아틀라스와 플레이오네의 딸들로 알큐오네, 켈라이노, 엘렉트라, 마이아, 메로페, 아스테로페, 타유게테의 일곱 딸을 말한다. 그녀들과 어머니인 플레이오네는, 미남 사냥꾼 오리온이 짝사랑하여 5년 동안이나 뒤쫓아 다녔으므로 그 몸을 지키기 위하여 신들의 도움으로 별이 되었다고 하는데, 자매 가운데서 메로페만은 인간인 시시포스의 처(妻)가 된 것을 수치로 여겨, 거의 보이지 않을 만큼 먼 별이 되었다. 일설에는 멀어서 거의 보이지 않는 별은 엘렉트라인데, 이것은 그녀의 아들이 세운 트로이의 도성이 함락되는 것이 보이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그녀들이 변신한 별이 아침 하늘에 떠오를 때는 봄의 씨앗 뿌리는 시기이며, 아침에 질 때는 가을의 수확시기였다.
헤르메스 :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올림포스 12신 중 하나의 신으로 사자(使者)로서의 역할이 크다. 주신(主神) 제우스와 거인 아틀라스의 딸 마이아 사이에 태어났는데, 태어난 지 얼마 안되어서부터 요람에서 빠져나와 아폴론 신의 소를 훔쳤는데, 이때 뒤를 밟히지 않도록 소의 꼬리를 끌고 뒷걸음질을 치게 할 정도의 지혜를 발휘했다고 한다. 또한 갓난아기이면서 거북을 잡자 그 귀갑(龜甲)에 양의 창자로 현(弦)을 매어서 하프를 발명했다. 그 음색의 아름다움에 감동한 아폴론은 하프를 얻는 대신 자기의 소를 훔친 것을 용서했다고 한다. 그 밖에 피리를 만들어 아폴론에게 주고 조약돌로 점치는 법을 익혔는데, 음악 ·문자 ·숫자 ·천문 ·체육, 올리브 재배법, 도량형을 만든 것도 헤르메스라고 생각되었다.
성인이 되면서부터는 제우스를 비롯한 신들의 의사를 전달하는 사자로서 활약하고, 또한 사자(死者)를 저승으로 안내하는 역할도 맡았다. 그 모습은 일반적으로 젊은 청년으로 표현되어 페타소스라는 날개가 달린 넓은 차양의 모자를 쓰고, 발에도 날개가 달린 샌들을 신었으며, 손에는 케리케이온이라는 전령(傳令)의 지팡이를 들고 있는 것이 특색이다. 원래는 아르카디아를 중심으로 한 선주민족(先住民族)의 신앙에서 길을 지키는 마술적인 신이었던 듯하나, 그 힘의 범위는 확대되어, 나그네의 수호신이면서, 변론(辯論)·행운 ·상업 ·도둑 ·운동경기의 신으로도 생각되었다.
또한 다산(多産)과 풍요(豊饒)의 신이기도 하고, 여신 아프로디테와도 관련지어 여신과의 사이에 헤르마프로디토스를 낳았다는 설도 있다. 고대에 가장 친근한 신으로서 신앙된 신 중의 하나였으며, 현재도 상업관계 학교의 기장(記章) 등에 날개와 뱀이 달린 지팡이가 그려져 있는 것은 상업신으로서의 헤르메스에서 연유한다. 프락시텔레스의 조상(彫像) 《헤르메스》 외에 틴토레토, 루벤스 등의 그림이 있다. 로마 신화의 머큐리(메르쿠리우스)와 동일시된다.
노나크리스 : 아르카디아의 산 및 마을을 통칭하는 말.
하마드뤼아데스 : 나무의 요정으로 그 나무와 운명을 같이한다.
사튀로스 : 목양신
오르튀기아의 여신 : 라토나가 아폴로와 디아나 남매를 잉태한 섬. 따라서 디아나를 말함
사투르누스 딸 : 유노 여신
푸리아에 : 에리뉘에스, 복수를 주관하는 세 여신.
그리스 요정 : 이오
스틱스 : 그리스 신화에서 저승을 일곱 바퀴 돌아 흐르는 강, 또는 강의 여신으로 대양(大洋)신 오케아노스와 테티스의 딸로, 티탄 신족(神族)의 팔라스와의 사이에 젤로스(경쟁), 니케(승리), 크라토스(위력), 비아(폭력)를 낳았다. 또 제우스와의 사이에 저승의 여왕 페르포에스를 낳았고, 페이라스와의 사이에서는 괴물 에키드나를 낳았다. 올림포스의 신들이 티탄신족과 싸움을 벌인 때, 그녀는 다른 신들에 앞서 자식들과 함께 제우스편에 붙어 티탄신족과 싸웠다. 그 대가로 그녀의 위세가 등등해져 죽은 자는 모두 스틱스를 건너야만 저승에 이를 수 있었고, 신들에 대한 권위도 대단하였다. 즉 신들의 모든 맹세는 스틱스를 두고 이루어졌으며, 이 맹세를 지키지 않는 신은 1년 동안 식음(食飮)은 물론, 숨도 못쉬게 하고 9년 동안 다른 신들과의 교제가 금지되었다. 실제로 아르카디아 지방에는 스틱스강(江)이 있는데, 그 강물은 독성이 강하여 모든 금속이나 돌을 부식(腐蝕)시키고, 또 사람이 이 물을 마시면 죽는다고 생각하였다. 알렉산드로스 대왕도 이 강물을 마시고 중독사하였다는 전설이 있다.
신관들을 거느린다.: 이오와 이집트의 풍요의 여신 이시스는 동일한 여신으로 믿어진다. 이시스 신전의 신관들은 흰옷을 입는다.
아이귑토스 : 이집트
이시스 : 고대 이집트 및 그리스 ·로마 등지에서 숭배된 최고의 여신으로 이세트(Iset)를 그리스어로 번역한 말이다. 대지의 신 게브와 천공(天空)의 여신 누트의 딸인데, 오빠 오시리스의 아내가 되어 호루스를 낳았다. 동생 세트의 손에 죽은 남편의 갈갈이 찢긴 유해를 고생 끝에 찾아내어 비탄 속에 매장한 일, 또한 자식 호루스를 온갖 위난으로부터 보호하며 양육한 일들로 아내와 어머니의 본보기가 되는 여신으로 알려졌다. 오시리스의 죽음을 애도하는 자리에 누이동생 네프티스도 함께 애도하고 있는 장면과, 오시리스를 나타내는 사자(死者)의 관 양쪽 끝에는 흔히 이 두 여신의 모습을 그린다.
아스완의 위쪽에 있는 필레섬에는 이시스의 신전(神殿)이 있어서 그 단정한 아름다움을 자랑하고 있다. 이 여신에 대한 신앙은 이집트 지역 밖으로까지 퍼져, 이시스교(敎)로서 소 교단을 형성하고 독특한 비의(秘儀)를 갖기에 이르렀다. 또한 그리스 사람들은 그녀를 데메테르, 헤라, 셀레네, 그 밖에 아프로디테와도 동일시하였다. 흔히 그 이름의 표의문자인 옥좌(玉座)를 머리에 이고 있는 모습으로 표현되는데, 소의 뿔 사이에 원판(圓板)을 놓은 관(冠)을 쓴 것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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