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 사관과 민중 사관
by 송화은율영웅 중심 사관과 민중 중심 사관
영웅 중심 역사관
사회를 구성하는 제 요소의 변화에 따라 더 이상 과거의 기준이 현실의 삶을 규정할 수 없게 된 혼란기에 다음의 진보된 사회를 위한 신념을 가지고 미래를 올바로 전망함으로써 역사를 진보시킨다는 것은 불가능한 믿음에 가깝다. 오늘날도 그렇지만, 일반적으로 민중들은 자기와 관련된 정치적, 사회적 문제를 제외하고는 거의 관심을 두지 않기 때문이다. 설령 개별적으로 신념 체계를 갖고 있다손 치더라도 인간은 본질적으로 자기에게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행동하려는 본능적 특성을 갖고 있어서, 그러한 이기심을 넘어 전체 민중이 하나의 사회적 합의에 도달할 수 있다고는 믿어지지 않는다.
사회의 혼란기일수록 그러한 전체 민중의 성향을 잘 파악하고, 그것을 조절할 수 있는 인물의 중요성이 더 커진다고 할 수 있다. 바로 영웅적 개인의 활동 공간이 마련된 셈이다. 역사 발전에 대한 신념을 가진 지식인이나 사회의 지도층에 속하는 개인으로서 과도기의 본질을 꿰뚫어 보고 그 방향을 제시할 수 있을 때, 그 사회는 전체적 낭비의 요소를 최소한으로 줄이면서 비약에 이를 수 있게 된다. 설령 그 최종의 단계가 전체 민중의 참여에 의해 진행된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결과를 이끌어 낸 문제적 개인의 중요성은 덜해지지 않는다.
물론 실제 역사의 전개 과정에서 그는 영웅적 개인으로서의 자기 역할에 충실하지 못하고 타락의 길로 나아갈 경우도 많다. 그러나 그들의 경우에도 부분적으로 역사의 진보에 도움을 준 측면이 없지 않을 것이다. 가령 독재자의 경우 정치적 과오를 범했음에도 불구하고 경제적인 측면에서는 사회에 기여하는 바가 적다고 말할 수 없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이처럼 역사의 진보 문제는 전체 민중의 합의에 의해서라기보다는 문제적 개인의 역할 여하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세대를 거슬러 조선의 경우를 보더라도 중요한 역사적 결단이 백성들에 의해서가 아니라 왕들에 의해 이루어졌다는 것은 명백하다. 문제는 앞으로의 진보를 위해서, 우리 시대의 영웅적 개인들의 과거의 잘못을 거울 삼아 더욱 올바른 신념과 역사관을 가짐으로써 그 올바른 역할을 다하는 일일 것이다. 이상적 역사가 아닌 현실의 역사가 이들 소수 엘리트에 의해 움직인다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사실이다.
민중 중심 역사관
민중 주체론의 경우, 모든 권력은 궁극적으로 민중으로부터 나온다는 원론적 측면이 강조된다. 어느 시대나 역사 주체는 민중이었음에도 그 역량이 부각되지 못했던 이유가 지배층 중심의 역사 서술 자체에서 기인했음을 지적하는 것이다. 더디게 발전하더라도 민중들의 자발적 의지에 의해 선택된 방향이야말로 진정한 역사 발전임을 부연하는 것이다.
기존 질서를 파괴하고 새로운 사회의 건설을 위해서는 민중적 기반이 필요하다. 역사 발전의 근본 동력은 민중이며, 그들의 동의가 없는 진보는 진정한 의미의 진보라 할 수 없다. 사회는 일 개인의 독선과 아집으로 유지될 수 없다. 비록 뛰어난 사상이나 발견, 정치적 영향력이 한 개인에게서 나왔다 하더라도, 그 개인이 있기까지 그에게 영향을 주고, 그를 조건 지우는 사회가 있기에 그의 천재성은 가능하다. 그리고 위대한 영웅이 역사의 진보를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민중들은 그의 영웅적 행위에 토대가 되는 것이다.
자연 법칙에 의해 사람은 평범한 사람과 천재로 구별된다. 전자는 대개 보수적이고 질서적이며 복종 생활을 영위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복종적인 일을 달게 받아들이는 사람들이다. 후자는 거의 법을 초월하는 사람들로서 스스로 가진 능력에 따라 파괴자가 되거나 적어도 파괴적 경향을 갖게 마련이다. 그러나 사회는 다양한 능력을 가진 사람들에 의해 만들어지고 유지된다. 비록 위대한 발견이나 영웅적 행위가 정체를 사회를 일깨우더라도 그 과정에는 많은 사람들의 능력이 개입해 들어가는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만인은 평등하고, 미천한 능력의 소유자라도 개인의 평등이 보장되고 다양성이 인정되는 사회에서는 그 자신이 충분한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는 것이다. 뛰어난 개인만을 숭상하고 여타의 사람들을 열등한 존재로 바라보는 시각에는 사회의 다양성과 작지만 숨어 있는 성실과 진실을 보지 못하는 우매함이 깃들어 있는 것이다.
개인의 자발적 참여에 기초한 건강한 시민 사회를 이끄는 역사의 주체는 민중이어야 한다. 영웅 출현이 역사 발전의 추진력이 되기도 하지만 민중의 참여가 배제된 사회는 독재에 다름 아니다. 이러한 자발적 참여는 민중 한 사람의 올바른 사관 정립과 위대한 개인의 자각에 의해서 이루어진다. 이것이 바로 진정으로 국민이 주인인 민주주의 사회의 실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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