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걱정 / 해설 / 기형도
by 송화은율
열무 삼십 단을 이고
시장에 간 우리 엄마
안 오시네, 해는 시든 지 오래
나는 찬밥처럼 방에 담겨
아무리 천천히 숙제를 해도
엄마 안 오시네, 배추잎 같은 발소리 타박타박
안 들리네. 어둡고 무서워
금간 창 틈으로 고요한 빗소리
빈 방에 혼자 엎드려 훌쩍거리던
아주 먼 옛날
<후략>
요점 정리
지은이 : 기형도(奇亨度)
갈래 : 자유시. 서정시
성격 : 회상적, 감각적, 서사적
율격 : 내재율
어조 : 엄마를 걱정하고 기다리는 애틋한 어조, 추억을 떠올리는 그리운 어조
심상 : 시각, 촉각, 청각적 심상
구성 :
제재 : 가난했던 어린 시절
주제 : 장에 간 엄마를 걱정하고 기다리던 어린 시절의 외로움. 시장에 간 엄마를 애틋하게 기다리는 마음.
표현 : 감각적 심상을 통해 외롭고 두려웠던 어린 시절의 가난 체험을 드러냄.
① 감각적 심상을 통해 외롭고 두려웠던 어린 시절의 가난 체험을 드러냄.
② 상황의 제시를 통해 심리를 섬세하게 묘사하였다.
③ 유사한 문장의 반복과 변조를 통해 리듬감을 형성하고 의미를 심화하였다. 예) '안 오시네', '엄마 안 오시네', '안 들리네'
④ 각 시행은 비종결 어미로 끝을 맺음으로써 내용상 마지막 행의 '내 유년기의 윗목'을 수식하고 있다. 이러한 문장 구조는 시상을 '내 유년기의 윗목'으로 집중시키며, 유년기의 고통을 현재까지 연장시키는 효과를 낳았다.
⑤ 감각적 이미지를 사용하여 '엄마'의 고된 삶과 '나'의 정서를 생생하게 표현하였다. 예) '해는 시든지 오래', '찬밥처럼 방에 담겨', '배추 잎 같은 발소리 타박타박'
출전 : <입 속의 검은 잎>(1989)
내용 연구
열무 삼십 단을 이고[가난했던 어린 시절]
시장에 간 우리 엄마[열무를 팔러 장에 간 엄마의 모습을 통해 가난으로 인해 가난했던 어린 시절을 형상화함]
안 오시네, 해는 시든 지 오래[해가 저물어 어둑해진 상태, 시간적 배경으로 어둡고 무거운 분위기를 나타내고 있다. '해는 시든 지 오래'는 독특한 비유로 엄마가 이고 간 열무와 연관지어 파악할 수 있는데, 이는 해가 졌다는 것과 실제로 엄마가 이고 간 열무가 시들 정도로 시간이 흘렀다는 말과 함께 엄마도 이제 지쳤을 것이라고 생각함]
나는 찬밥처럼 방에 담겨['찬밥'의 이미지는 가난 때문에 누구도 돌보지 않는(방치된) 어린 시절 시적 화자의 서글픈 모습을 상징한다. '찬밥처럼'이란 표현 역시 기형도 특유의 독특한 비유다.]
아무리 천천히 숙제를 해도[무서움과 무료함을 잊기 위한 행위, 지루한 시간을 보내는 어린 아이의 한 방식으로 시간이 빨리 흘러가지 않는다는 심리를 내포]
엄마 안 오시네, 배추잎 같은 발소리 타박타박[삶에 지친 어머니의 모습을 시든 배추 잎에 비유한 개성적 표현으로 어머니 발소리조차 힘이 들어 보임]
안 들리네. 어둡고 무서워[점점 어두워지는 배경에서 무섭고 외로운 심리를 나타내고, 여기서 '안 들리네'는 엄마 발소리가 들리지 않음을 말함]
금간 창 틈으로 고요한 빗소리['빗소리'는 화자의 외로움을 고조시키는 소리다. 청각적 심상 자극. 윤동주의 '쉽게 씌어진 시'에서 '육첩방 밖에서 속살거리던 밤비'와 연관지어 생각해 보는 것도 좋을 성 싶음]
빈 방에 혼자 엎드려 훌쩍거리던[어린 시절 화자의 상태 / 어머니를 기다리는 어린아이의 불안한 마음]
아주 먼 옛날
지금도 내 눈시울을 뜨겁게 하는[그리워 눈물을 흘리게 하는]
그 시절, 내 유년의 윗목[가난하고 외로웠던 어린 시절 / 온돌방의 위쪽, 곧 굴뚝에 가까운 방바닥. '찬밥 신세'와 호응하는 시어로 서럽고 외롭고 소외된 경우 우리는 이 말을 사용하는 것으로 애틋함을 느끼게 하는 어린 시절]
이해와 감상
이 시는 어린 시절의 어머니에 대한 회상을 바탕으로 씌어진 작품이다. 화자가 어렸을 때는 매우 가난했던 것 같다. 이 작품은 그런 가난했던 시인의 어린 시절 체험을 바탕으로 한 독특한 비유와 개성적인 표현 에 의해 형상화된다. 1연에는 두 개의 과거의 이야기가 현재형으로 그려진다. '열무 삼십 단을 이고' 시장에 가서 해가 '시든 지 오래' 되어서야 '배추 잎 같은' 지친 발소리를 내며 돌아오시던 엄마의 고된 삶에 대한 이야기이다. 다른 하나는, 엄마가 시장에 가고 나면 '빈 방'에 '찬밥처럼' 홀로 남겨져 '어둡고 무서워' '훌쩍거리던' 어린 시절 화자의 외로움과 공포에 대한 이야기이다. 2연에서, 화자는 1연에서의 정황을 '지금까지도 내 눈시울을 뜨겁게' 한다고 포괄적으로 평가함으로써, 그 유년기의 고통이 성인이 된 지금까지도 기억 속에 뚜렷한 흔적을 남겼음을 표현하였다. 이렇듯, 이 시는 어린 시절 화자의 '그 어느 하루'를 제시함으로써 화자의 정서와 심리를 섬세하게 묘사하고 있다. 특히 마지막 연에서는 시적 정황을 현재의 관점에서 포괄적으로 드러냄으로써 단순히 유년의 기억일 뿐만 아니라 성인이 된 지금까지 고통스럽게 자신의 삶을 아로새기고 있음을 암시한다.
심화 자료
박재삼의 시 <추억에서>와의 비교
박재삼의 <추억에서>와 기형도의 <엄마 걱정>은 어머니의 고단한 삶을 소재로 가난했던 유년 시절을 회상하고 있는 작품이라는 점에서 매우 유사하다. 각각 '생선 장수(<추억에서>)'와 '채소 장수(<엄마 걱정>)'로 구체화된 어머니의 고된 삶과 '오누이의 머리 맞댄 골방 안(<추억에서>)'과 '나는 찬밥처럼 방에 담겨(<엄마 걱정>)'로 표현된 두렵고 외로웠던 유년 시절에 대한 추억이 그러하다. 하지만 <추억에서>가 주로 어머니의 아픈 마음에 초점을 맞추어 애틋하지만 밝은 이미지를 형상화하고 있다면, 시적 화자의 아픈 마음을 주로 드러내고 있는 <엄마 걱정>의 이미지는 좀더 어둡고 불행하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기형도 <입 속의 검은 잎> - 죽음의 시학
기형도의 시는 기형도라는 실존의 삶과 죽음의 기록으로 읽혀졌다. 아무도 기형도의 죽음과 기형도의 시를 떼어 놓고 읽지 못한다. 그의 죽음은 그에 대한 읽기를 간섭하고, 그에 대한 읽기는 그의 죽음조차 하나의 책으로 만든다. 그의 시집은 그의 육체적 죽음이라는 현실적인 사건으로 그 의미 맥락을 완성한다. 한 젊은 시인의 갑작스런 죽음은, 죽임이 얼마나 우리 가까이에 도사리고 있었는가를 환기시켜 주는 계기가 된다. 또한 그 죽음은 삶을 설명할 수 없는 우연과 부조리로 추락시킨다. 더욱이 심야의 삼류 극장 객석에서의 그의 죽음은, 그것을 더욱 강렬한 상징으로 만들고 만다. 결국 그의 죽음이 그의 상징을 낳은 것이다.- 윤성택
함께 감상해 볼 노래 : 섬집아기, 타박네
<타박네> 구전가요 - 노래 서유석
타박 타박 타박네야
너어드메 울고가니
우리엄마 무덤가에
젖먹으러 찾아간다
물이 깊어서 못간단다
물이 깊으면 헤엄치지
산이 높아서 못간단다
산이 높으면 기어가지
명태줄라 명태싫다
가지줄라 가지싫다
우리엄마 젖을 다오
우리엄마 젖을 다오
우리엄마 무덤가에
기어기어 와서보니
빛갈곱고 탐스러운
개똥참외 열렸길래
두손으로 따서들고
정신없이 먹어보니
우리엄마 살아생전
내게주던 젖맛일세
명태줄라 명태싫다
가지줄라 가지싫다
우리엄마 젖을 다오
우리엄마 젖을 다오
명태줄라 명태싫다
가지줄라 가지싫다
우리엄마 젖을 다오
우리엄마 젖을 다오
기형도(奇亨度, 1960~1989)
시인. 1960년 2월 16일 인천광역시 옹진군 연평도에서 3남 4녀 중 막내로 태어났다. 1979년 연세대학교 정법대학 정법계열에 입학하여 1985년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였다. 1984년 중앙일보에 입사하여 정치부·문화부·편집부에서 일하며 지속적으로 작품을 발표하였다. 1989년 시집 출간을 위해 준비하던 중, 종로의 한 극장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되었고 사인은 뇌졸중이었다.
대학 재학 시절 윤동주문학상 등 교내 주최 문학상을 받았고, 1985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시부문에 《안개》가 당선되면서 문예지에 시를 발표하기 시작하였다. 중앙일보에 근무하는 동안 여러 작품을 꾸준히 발표하면서 주목받기 시작하였다. 주로 유년의 우울한 기억이나 도시인들의 삶을 담은 독창적이면서 개성이 강한 시들을 발표하였다.
대표적인 작품으로는 유고 시집인 《입 속의 검은 잎》(1989), 산문집 《짧은 여행의 기록》(1990), 《기형도 전집》(1999) 등이 있다.(출처 : 동아대백과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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