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문학창고

어떤 파리(巴里) / 요점정리 / 박순녀

by 송화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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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자소개

     박순녀(朴順女: 1928- )  

함남 함흥 출생. 원산 여자 사범학교, 서울대 사대 영어과 졸업. 1960년 단편 <케이스 워카>가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가작 입선되고, 1964년 단편 <외인촌 입구>가 <사상계>에 추천되어 등단함. 그는 섬세한 문장으로 여성 중심의 인간애를 다룬 작가이다.

주요 작품으로는 <임금님의 귀>, <난(蘭)>, <아이 러브 유>, <어떤 파리(巴里)>, <영가>, <숲 속에 가슴 속에>, <스몰 보이>, <우리의 연가> 등이 있다.

 


이해와 감상

  <어떤 파리>는 1970년 <현대문학>에 발표된 단편으로서 1970년 현대문학 신인상 수상작이다.

이 소설은 모든 사람들이 동경하는 도시 파리(巴里)에서 간첩 혐의로 잡혀온 진영이를 놓고, '홍재'와 '지연'의 토론과 회상으로부터 전개된다.

진영 홍재 지연, 이들 세 남녀는 어려서부터 함께 자란 친구들이다. 이제 홍재는 시인이 되었고, 지연은 현재 외과 의사의 아내로서 평범한 주부에 불과하다. 그런데, 진영이는 남편을 따라 간첩 행위를 했다. 과거 진영의 성장 과정으로 보면 도저히 그렇게 될 수 없는 신분이건만 남편을 따르다 보니 자신도 모르게 그렇게 된 것이다.

지연은 진영의 소식을 듣고 진영의 구명을 위해 애를 쓴다. 누구보다도 그의 성장 과정을 잘 알고 있는 홍재에게 유리한 증언을 해줄 것을 요구한다. 그러나 홍재는 증언을 거부한다. 그 이유는 의용군에 입대했다가 포로로 석방된 자신의 과거가 노출될까 두려웠기 때문이다.

그는 언젠가 어떤 증언을 하러 갔다가 '검은 차'의 빛깔에 완전히 압도당한 경험을 가지고 있었다. '빛의 마법'― 그것은 사유를 혼란으로 모는 것이었다. 진상으로부터 도피를 꾀하게 하는 것이었다. 자아와 진상의 충돌에서 도피하는 나를 발견한다.

이러한 현상은 다음의 장면에서도 볼 수 있다. 즉, '우리 선생을 돌려 달라'며 철없는 국민학교 학생들이 벌인 데모의 주동자를 찾기 위한 수사관들과 아홉 살짜리 아들과의 심야의 대좌에서도 엿볼 수 있다.

"B국민학교 3학년 2반에서 오늘 데모가 있었지?"
수첩의 사나이는 물었다. 아홉 살짜리 어린 아이를 놓고 직업적 타성에 굳은 압력 조의 목소리였다.
"왜 데모했지?"
"우리 선생님 도루 오시라구요."
"어떻게 시작됐지?" "어떻게라니요?"
"응, 말하자면 누가 하자고 해서 시작했냐 말이야."
"우리들이요."
"그런 생각을 누가 맨 먼저 했냐 말이다."
"내 옆의 아이가요."
"그 아이 이름이 뭐냐?"
"몰라요." "왜?"
"내 옆에 누가 있었는지 모르겠는걸요."
"잘 생각해 봐. 누가 하라고 했지? 맨 먼저."
수사관의 말은 주동자를 찾아내기 위한 유도 심문이고, 아이는 아이대로 대답이 흐리다.
지연이가 진영의 구속에서 직감한 것도 바로 이것이었다. 당국에서는 진영이를 간첩 활동의 협조자로 판단하지만 지연은 진영이가 남편의 사랑에 순(殉)한 것으로 짐작한다.

결국, 이 작품은 대타적 관계에 있어서의 자아의 성실성을 찾아내려고 한 것으로 보인다. 즉, 하나의 극한 상황에서의 자아 발견을 모색한 것으로 보인다. 하나의 극한 상황이란 문학과 사회와의 충돌 즉, 대자와 대타와의 충돌이라고도 볼 수 있다. 자아의 성실성을 찾는다는 것은 이 충돌 속에서의 자기 발견인 것이다. 한계 상황에 놓인 인간의 모습을 소설로 제시하면서 대결하지 않을 수 없는 나, 그 대결로부터 진정한 나를 일깨우고 있다. 이것이 <어떤 파리>가 드러내려는 철학적 의미일 것이다.

박순녀의 소설은 인간애를 그리워하여 찾고 있다. 이지적 태도로 인간애를 추구한다. 여성 중심의 세계, 여성에 대한 이해를 촉구하면서도 휴머니즘적 애정으로써 옹호하고 이성으로써 사리를 판단한다. 부드러운 필치로 전개해 가면서도 리얼리티하게 사건을 제시하는 섬세한 문장과 애정 속에서 이지(理智)로 판단하는 비평 정신은 독자에게 새로운 인생의 해석과 이해를 심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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