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문학창고

아Q정전 / 해설 / 루쉰

by 송화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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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쉰 '아Q정전'

 

 

이찬규 중앙대학교 국문과 교수

 

역사적 집단적 존재로서의 인간

 

인간은 역사적 존재다역사의 수레바퀴에서 벗어나 먼저 나아가는 자들은 그 수레바퀴에 깔려 죽게 되며바퀴와 함께 구르지 않고 떨어져 뒤에 남는 자들은 바퀴의 먼지에 휩싸여 질식하게 된다이것이 인간이 지내온 고난의 역사며앞으로도 이 역사의 수레바퀴는 악착같이 매달려 있는 군상을 끌고 어디론가 굴러갈 것이다

 

`Q정전'은 역사의 흐름 속에서 평범하고 보잘 것 없는 한 인간더군다나 남들에게 우쭐대고 싶어하지만 아무 것도 가진 것 없는 인간이 자신의 왜소함과 무기력함에서 벗어나기 위해 걸어갈 수밖에 없는 삶의 한 단면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고통을 이겨내려거든 현실을 직시하라

 

루쉰은 `Q'의 성격을 통해 대부분의 인간이 어느정도는 가지고 있는 `자기 합리화'를 극단적으로 묘사하고 있는데사람들에게 뭇매를 맞고 자신을 `버러지'라하고서도 󰡒나는 스스로를 천하게 여길 수 있는 제일인자다󰡓라며앞의 말은 다 빼고 `제일인자'만 되뇌곤 상대방에 대한 앙심을 씻어내버리는 것이다대부분의 인간은 아Q와 마찬가지로 자신을 합리화하고 정당화하는 정신적 승리법을 통해 일정부분 이상 자신의 삶을 깊이 들여다보려 하지 않는다사실 불행이란 인간의 삶에서 필연적인 요소인데 대부분의 사람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그럴 듯한 이유를 외부적 원인으로 돌리거나다른 사람의 더 큰 불행을 상기해내어 자신의 고통을 축소시켜 나가는 방법을 쓴다그러나 루쉰이 그린 아Q는 단 한번도 자신에게 가해지는 피압박적인 현실을 직시하지 않고 자신의 과거를 과장하거나 현실을 냉소적으로 비판하며 자신을 위안해버리는 가련한 존재다루쉰은 이러한 존재들의 말로가 어떤 것인가를 보여주고 싶어했으며 이런 인간들이 만들어가는 역사의 진로를 근심스러운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가진 것도 없이 자존심만 강하고미래보다는 옛날을 삶의 기준으로 삼고 살아가며불행한 일은 늘 남의 탓으로만 돌리는 대부분의 중국인은 자신들이 혁명의 주체가 돼야 함에도 불구하고 봉건적 패배주의에 휩싸여도리어 혁명을 모반이라 하여 금기시하는 미몽에서 깨지 못하고 있음을 안타까워한 것이다

 

 

기득권을 포기할 수 있는 자만이 개혁을 말하라

 

중국의 봉건사회는 몇천년을 이어와 피압박민인 노예와 평민이 오히려 지배자들을 존경하는 지경까지 이르게 되었고그 지배자들의 왕국인 청나라 조정은 부패와 무능으로 무너져가고 있었다이에 루쉰은 노예면서 자신이 노예임을 깨닫지 못하는 비극적인 인물을 내세워 민중에게 혁명의 불을 지피고자 했다지배계급에 의해 이뤄진 혁명은 또다른 지배와 피지배를 낳을 뿐이며민중의 의식적 역량 없이 폭력에 의해 이뤄진 혁명은 결국 부패 관료주의만을 생산하고 말 것이란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다

 

다시 우리 자신에게로 돌아와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 있는 우리 사회를 들여다보자자신의 신분과 지위에 문제가 생길까봐 불안에 떨고 있는 사람들세상이 변하면 자신에게도 일말의 권력이 주어질 것을 기대하고 자신이 개혁의 주체인양 떠벌리는 사람들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는 알지도 못하고 오로지 자신의 우물 속에서만 세상을 바라보는 사람들Q와 같은 존재는 도처에 많다그러나 정작 문제는 아Q와 같은 존재가 많다는 것보다 그들을 바른 쪽으로 계도하고 이끌어 나갈건전한 이성을 지닌 사회 지도층이 존재하느냐 하는 것과 그런 선도자들이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사회적 문화가 성숙해 있느냐 하는 점이다오늘날 우리에겐 자신의 기득권을 포기할 줄 아는 개혁주의자가 필요하며자신과 자신이 속한 집단의 이익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진정으로 세상의 공존을 위해 노력하는 지도자들이 있어야 한다Q가 총살당하자 󰡒총살은 목을 자르는 것만큼 볼 만하지 못하다󰡓고 불만을 터뜨리는 대중의 잔인함에서 벗어나 그가 허풍쟁이 날품팔이건비렁뱅이건간에 인간 개개인의 가치를 존중해 주는 인본주의 문화가 현재의 우리에게 절실하다

 

미래를 향하여

 

`Q정전'은 아Q라는 한 인물의 가련한 삶을 그리고자 한 것만은 아니다Q는 우리 자신일 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며우리 사회며우리 국가일 수도 있다우리 사회를 들여다보면 아Q가 우리에게 겉과 속을 통해 보여준 `공허한 영웅주의' `가련한 패배주의'는 전형적인 봉건시대의 유산으로 아직도 곳곳에 뿌리 깊게 남아 있다

 

부와 권력을 가진 자만이 인간다운 삶을 누릴 수 있고그렇지 못한 삶들은 오로지 희생만을 미덕으로 알고 살아야 하는 세상은 이제 더이상 존재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한국인 가운데는 미래 세상에 대한 청사진을 그리려 노력하기보다는 다시 오지 않을 과거시대의 방식을 추구하며 살아가는 사람이 아직 많다옛것을 통해 오늘을 새롭게 하려는 움직임이 아니라과거에 의식의 뿌리를 박은 채 미래로 향하는 발목을 잡고 있는 형상을 취하고 있다Q와 같이 죽을 운명에 처해 있음도 모르고 자신이 그린 동그라미가 잘못 되었다는 생각만으로 언짢아 하고 있는 그런 민족은 되지 말아야 한다

 

 

루쉰(魯迅 1881~1936)

 

중국 신문학의 선구자이자 문예운동가

유교적 봉건제도를 부정하고 새로운 민족문화 창출을 위해 일생을 바쳤다전 작품을 통해 중국인의 생활방식을 풍자하고 비판함과 아울러 중국인에 대한 한없는 애정을 보여주고 있다주요 작품으로는 `정신적 승리기법'이란 용어를 낳게 한 `Q정전'을 비롯해 `광인일기'`공을기'`' 등의 소설이 있으며 다수의 수필논평과 `눌함()'`방황(彷徨)'`야초(野草)'`조화석습(朝花夕拾)'`고사신편(故事新編)' 등 다섯 개의 작품집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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