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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창 앞에서- 김상훈

by 송화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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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의 창 앞에서 - 김상훈


<감상의 길잡이>

 

김상훈은 경남 거창에서 태어나 18세까지 봉건적 서당 교육을 받다가 서울로 올라와서 근대적 교육을 받았다. 연희전문을 수료할 무렵 징용에 끌려가 원산 철공장에서 1년 반 동안 선반공으로 일하다가 돌아온 후 항일 투쟁에 가담하기도 한다. 해방 직후에는 잡지 󰡔민중조선󰡕의 편집을 담당하면서, 해방공간의 짧은 시기에 개인 시집 󰡔대열󰡕과 공동시집 󰡔전위시인집󰡕, 그리고 서사시 󰡔가족󰡕을 발간하는 등 왕성한 시작(詩作) 활동을 전개한다. 그는 해방공간의 시인들 중에서 시에서의 리얼리즘 창조에 가장 많은 관심을 기울여, 서사시 󰡔가족󰡕에서는, 시인 주위의 가장 가까운 사람들의 삶의 모습을 가식없이 시적 제재로 취급한다. <아버지의 창 앞에서>는 이러한 김상훈의 면모가 본격적으로 드러나는 초기적 경향을 대표하는 작품이다.

 

그의 시는 공통적으로 대상에 가까이 가거나 몰입하여 그것을 주관화시키기보다는 일정한 거리를 두면서 시적 자아 자신마저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특징을 지니는데, 이 시도 이러한 공통적 특징을 여실히 보여 준다. 이 시의 화자는 공산주의자로서 등짐지기 삼십리길 기어 넘어 / 가쁜 숨결로아버지를 찾는다. 그러나 아버지의 창 앞에공산주의자는 들지 말라무서운 글자가 있어 그는 차마 문고리를 잡아당기지를 못한다. 그리하여 시적 화자는 물끄러미 상념에 잠긴다. 기나긴 식민지의 질곡을 딛고 이제 새로운 하늘 아래 일어서고파새로운 출발을 하려는데, ‘말 배울 적부터 정전법을 조술하던 그의 아버지는 그의 공산주의적 활동을 용납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는 굴하지 않고 자신의 길을 선택한다. 그는 지주의 맏아들로 죄스럽게사는 삶을 거부하고, ‘가야할 길 미더운 깃발 아래 발을 맞추기 위하여 붉은 기폭 나부끼는 곳을 선택하는 것이다. 이 선택은 곧 아버지와 절연(絶緣)하는 길임을 자각한 시적 화자는, ‘아아 해방된 다음날 사람마다 잊은 것을 찾어 가슴에 품거니 / 무엇이 가로막어 내겐 나라를 찾든 날 어버이를 잃게 하느냐라고 마음의 고통에 울부짖는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쓸데없는 악몽으로, 한가하게 상념에 젖고 있을 수만은 없다. 그리하여 그는 다시금 벗아! 물끓듯 이는 민중의 함성을 전하라 / 내 잠깐 악몽을 물리치고 한걸음에 달려가마라고 하여 아버지가 아닌 민중을 선택하는 것이다.

 

이처럼 이 시는 평이한 서술과 독백체의 화법으로 아버지의 창 앞에서 느끼는 회한을 차분하게 풀어가고 있다. 그러한 점이 오히려 시적 화자의 삶의 선택의 길에 대한 설득력을 높여주고 있는 바, 이것이 바로 시인이 의도하는 시적 리얼리즘의 세계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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