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문학창고

아버지의 마음- 김현승

by 송화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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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지의 마음 - 김현승

 

바쁜 사람들도

굳센 사람들도

바람과 같던 사람들도

집에 돌아오면 아버지가 된다. 

 

어린 것들을 위하여

난로에 불을 피우고

그네에 작은 못을 박는 아버지가 된다. 

 

저녁 바람에 문을 닫고

낙엽을 줍는 아버지가 된다. 

 

세상이 시끄러우면

줄에 앉은 참새의 마음으로

아버지는 어린 것들의 앞날을 생각한다.

어린 것들은 아버지의 나라다. - 아버지의 동포다. 

 

아버지의 눈에는 눈물이 보이지 않으나

아버지가 마시는 술에는 항상

보이지 않는 눈물이 절반이다.

아버지는 가장 외로운 사람이다.

아버지는 비록 영웅이 될 수도 있지만 ······ 

 

<후략>

 

 


<감상의 길잡이>

아버지의 사랑과 외로움을 담담한 어조로 노래하고 있는 이 시는 가족 간의 사랑과 희생이라는 평범한 삶의 진실을 평이한 시어를 통해 표현함으로써 친근감을 느끼게 하고 있다. 어버이의 사랑과 희생을 노래하고 있는 우리 시가들이 대부분 어머니를 그 대상으로 하고 있는 데 비해 이 시는 아버지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세상의 모든 아버지들은 집과 같이 거룩한 존재이다. 집이 있기에 사람들은 그 곳에 주소를 두고, 이름을 적을 뿐 아니라, 가정이라는 보금자리를 이루어 행복한 삶을 살아간다. 집은 언제나 한 곳에 우뚝 서서 자리를 지킨 채 말이 없다. 집이 비바람으로부터 우리를 보호해 주는 것처럼 아버지도 항상 말없이 사랑과 근심으로 자식들을 돌보고 앞날에 대해 걱정한다. 그러기에 아버지는 고독한 존재이다. 식구들을 위한 매일의 수고와 삶이라는 무거운 숙제를 풀어야 하는 외로움으로 인해 아버지는 보이지 않는 눈물을 흘린다. 아버지는 가족들 앞에서 겉으로는 태연해 하거나 자신만만한 척하지만, 속으로는 자신의 존재에 대한 허무감과 자식들에 대한 걱정으로 인해 괴로움을 겪는 존재이다. 단순히 아버지로서의 권위 때문에 그러는 게 아니라, 가장으로서 모든 가족들의 버팀목이 되어야 하는 아버지는 잠시도 약한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된다. 이렇게 힘겨운 삶의 무게에도 불구하고 아버지는 아버지라는 사실 때문에 속으로만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다. 이러한 아버지의 깊은 외로움을 치유할 수 있는 것은 오직 어린 것들이 간직한 그 깨끗한 피’, 곧 자식들의 올곧은 성장과 순수뿐이다. 비록 세파에 시달리며 힘든 삶을 사는 아버지이지만, 자신의 소망대로 자식들이 순수하고 올바르게 자라나는 것을 확인하는 순간, 그 모든 고독과 노고를 깨끗이 보상받게 되는 것이다.

 

독실한 기독교 신앙에 뿌리를 두고 작품 활동을 한 시인의 인생관을 내포하고 있는 이 시는 아버지의 사랑과 희생, 그리고 고독을 노래하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모든 인간들이 끊임없는 자기 성찰을 통해서 인간 본연의 순수함으로 거듭 태어나야 한다는 함축적 의미가 담겨 있다고 하겠다. 김현승은 남달리 고독의 문제에 특별한 관심을 갖고 이를 끈질기게 추구한 시인으로, 이 작품 역시 아버지의 고독이라는 제목을 붙여도 좋을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 감상 : 비바람을 피할 수 있는 ‘집’과 같은 존재인 아버지를 노래한 시이다. 말없이 사랑과 근심으로 가족을 위해 희생하는 아버지는 매일 매일의 힘든 수고와 삶의 무게를 짊어 지고 사시면서 외로움으로 ‘보이지 않는 눈물’을 흘리기도 한다. 이 외로움을 치유할 수 있는 것 은 ‘어린 것들의 순수한 피’ 즉 자식들의 올바른 성장과 순수밖에 없다.

기독교 시인으로서의 인생관이 잘 드러나 있다.

 

* 심상 : 비유와 상징

* 어조 : 차분하면서 담담함

 

* 구성

 

· 제1연 : 아버지의 존재

- 바람 : 세파(世波)의 어려운 삶

· 제2연 : 아버지의 희생

· 제3연 : 아버지의 사랑

- 2~3연 : 희생, 사랑, 정성, 자상함, 인자함

· 제4연 : 자식 걱정하는 아버지

- 줄에 앉은 참새의 마음 : 불안, 걱정스러움

- 아버지의 나라 : 중요한 삶의 의미(즉, 자식은 소중한 존재)

· 제5연 : 아버지의 고독

· 제6연 : 아버지의 존재

· 제7연 : 고독을 치유하는 아버지

- ‘때’ : 부정(不正), 불결(不潔)의 의미가 아닌, 어렵고 고된 삶

- ‘피’(血) : 순수한 마음, 올바른 성장을 의미. 청교도적인 윤리 사상 반영

 

* 주제 : 아버지의 사랑과 희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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