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구도(構圖) / 해설 / 신석정
by 송화은율요점 정리
지은이 : 신석정(辛夕汀)
갈래 : 자유시. 서정시
율격 : 내재율
성격 : 절망적, 비극적
어조 : 참담한 현실에 가슴 아파하는 절망적 어조
표현 : 반복을 통한 점층
구성 :
1연 국권을 상실한 조국 - 절망적 현실
2연 제국주의의 천지가 된 세계 - 처참한 현실
3연 국권을 상실한 암담한 조국 - 나와 절망이 흐르는 밤
4연 참담한 식민지 조국의 현실 - 절망에 대한 절규
제재 : 식민지 조국의 참담한 현실
주제 : 참담한 조국의 현실과 독립에의 소망 / 어두운 시대의 외로움과 절망감
표현상의 특징 : 적절한 비유와 상징법이 구사되었고, 현실 참여적 성격이 일부 있음
출전 : <조광>(1939), <슬픈 목가(牧歌)>(1947)
내용 연구
'슬픈 구도'라는 회화적인 제목은, 납작한 평면적 '구도' 속에 갇힌 '그림' 속의 '나'를 객관화시켜 볼 수밖에 없는 식민지 지식인의 비극적 상황을 의미한다. 슬픈 '그림' 속의 자연은 역시 죽은 자연이다. 그러기에 꽃 한 송이 필 리 없고, 새 한 마리 울어 줄 리 없다. 흘러도 검은 밤뿐이다. '별' 상징되는 이상 세계 조차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는 절망적 상황인 것이다. 다시 말해서 모든 가능성이 차단된 절망적인 공간으로, 시적 화자가 갖고 있는 견디기 힘든 외로움은 다정한 이웃이 없어서라기보다 이웃이나 사랑스러운 것들을 받아들일 땅이 없고, 그 대신 끝없는 밤의 암흑만이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볼 때 이 시가 말하는 '슬픈 구도'란 시인 개인의 문제에 그치지 않는, 한 시대 상황 전체인 것으로 생각된다. 그는 사람이 마땅히 누려야 할 사랑이 허용되지 않는 시대, 오직 어둠과 절망만이 있는 시대의 삶에 대하여 노래하고 있다. 이 작품의 창작 연대는 식민지 시대이다.
나와
하늘과
하늘 아래 푸른 산뿐이로다.[나와 / 하늘과 / 하늘 아래 푸른 산뿐이로다. : 여기서 푸른산은 외로움을 표현하는 부정적 이미지로 이 시 전체의 주제로 외로움을 생각해 볼 수도 있다. 이 외로움은 연을 거듭해 가면서 그 의미를 구체적으로 드러낸다. 절망적 현실 / 국권 상실의 절망적 현실의 자각과 외로움]
꽃 한 송이 피어낼 지구[여기서는 '세계'의 뜻]도 없고[전 세계가 제국주의 마수에 빠져든 참담한 현실]
새 한 마리 울어줄 지구도 없고[망국민의 슬픔]
노루새끼 한 마리 뛰어다닐 지구도 없다.[꽃 한 송이 피어 낼 지구도 없고 - 한 마리 뛰어다닐 지구도 없다. : 꽃은 아름다움을, 새는 평화를, 노루 새끼는 자유를 각각 비유하고 있으며, 이들이 발붙일 땅이 없다는 것을 통해 당대의 암울한 현실을 드러내고 있다. '지구'라는 표현은 전 세계가 파시즘과 제국주의 열강의 지배를 받았던 현실을 노래하기 위한 표현이다. 특히 1930년대에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아시아, 아프리카, 남아메리카 등의 많은 나라들이 제국주의 열강의 식민지였다.]
나와
밤[일제의 강점기의 암담한 현실]과
무수한 별[조국 광복을 상징. 암흑 속에 멀리 빛을 던지는 이상의 세계]뿐이로다.[나와 / 밤과 / 무수한 별뿐이로다. : 1연에서 드러난 외로움이 심화된 표현이다. 여기서는 1연에서의 외로움이 단순한 개인적 고독이 아님을 보여 준다. '밤'이라는 시어를 통해 우리는 그 외로움의 근원에 어떤 암담한 상황에 대한 인식이 자리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꿈과 이상, 화자가 도달할 수 없는 거리에 존재함. 국권 상실의 암담한 절망적 현실]
밀리고 흐르는 게 밤뿐이요[아무런 희망도 가질 수 없는 절망적 상황]
흘러도 흘러도 검은 밤[무자비한 일제의 강압 통치를 상징함]뿐이로다.[밀리고 흐르는 게 밤뿐이요 / 흘러도 흘러도 검은 밤뿐이로다. : '밤'에 상대되는 상태인 조국 광복에 대한 희망을 찾을 수 없는 절망적 심정을 노래한 것이다. 무자비한 일제의 강압 통치 아래에 신음하고 있는 당대 식민지인의 설움과 고뇌가 짙게 배어 나타나고 있다. '검은 밤'은 화자의 이러한 현실 인식이 가장 단적으로 드러난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은유법]
내 마음 둘 곳은 어느 밤하늘 별이드뇨.['별'로 상징되는 조국 광복(이상향)은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다는 현실 인식을 표현한 부분이다. 암울한 일제 말의 강압 통치 아래 신음하고 있는 우리 민족의 비애와, 밤하늘에 무수하게 많은 별들 중에서도 내가 지향할 별을 찾을 수 없다는 비극을 노래하고 있다.] / 이 부분에서' 내 마음 둘 곳'을 광복과 환희가 넘치는 곳으로 해석했을 때는 '어느 밤하늘 별이 드뇨'에서 '별'은 조국 광복을 의미함.
이해와 감상
이 작품이 발표된 1939년은 일제의 수탈이 극도에 달한 시기였다. 나라를 잃은 백성인 '나'는 이미 온전한 생명을 가진 존재일 수 없다. 따라서, '슬픈 구도(構圖)'라는 회화적 제목은, 납작한 평면적 '구도' 속에 갇힌 '그림' 속의 '나'를 객관화시켜 볼 수밖에 없는 식민지 지식인의 비극적 상황을 의미한다.
슬픈 '그림' 속의 자연 역시 죽은 자연이다. 그러기에 꽃 한 송이 필 리 없고, 새 한 마리 울어 줄 리 없다. 흘러도 흘러도 검은 밤뿐이다. '별'로 상징되는 이상 세계조차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는 절망적 상황인 것이다. 전원 시인이라고 알려진 이 시인마저도 질식한 듯한 괴로움을 견디지 못해 절규에 가까운 시를 읊어야 했던 고통의 시대를 반영한 작품이다.
이 작품은 분량이 적을 뿐만 아니라 비슷한 구절이 반복되고 있기 때문에 형태상으로는 단순하다. 반면에 그러한 단순함으로 해서 표현은 더욱 뚜렷하며 강렬한 이미지를 형성한다. 이미 이전의 시들('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아직 촛불을 켤 때가 아닙니다' 등)에서 사용했던 상징어가 여기서도 사용되고 있다. 이런 상징어들은 이전의 시에서는 이상향을 드러내거나 전원적이고 목가적인 분위기를 형성하는 데 기여했지만 이 시에서는 일제의 억압이 가중되는 시기의 절망을 나타내는 데 효과적으로 사용되었다. 예를 들면 '새'나 '노루 새끼' 같은 시어들에서 이런 경향을 볼 수 있다.
2연과 4연에서 보이는 현실 인식의 어두움은 결국 이 시가 개인의 문제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시대 상황 전체에 관한 것이라는 점을 보여 준다. 씌어진 시기를 고려할 때 이 시는 마땅히 누려야 할 민족과 생존과 자유가 억압되었던 식민지 시대의 어둠과 절망을 노래하고 있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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