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의 이해
by 송화은율수필의 이해
[1] 다음 작품을 감상하고 물음에 대해 생각해 보자.
<수필 문학 소고(小考)>
수필이란 글자 그대로 붓 가는 대로 쓴 글이다. 그러므로 다른 문학보다 더 개성적이고,심경적이며, 경험적이다. 우리는 위대한 수필 문학이, 그 어느 것이나 비록 객관적 사실을 다룬 것이라 하더라도, 심경에 부딪치지 않은 것을 보지 못했다. 강렬하게 짜내는 것이라기보다,자연히 유로되는 심경적인 점에 그 특징이 있다. 이 점에서 수필은 시에 가깝다.. 그러나 시 그것은 아니다.
시나 소설이나 희곡은 동일한 작자에 의해 씌어졌다 하더라도, 그 태도가 각각 서로 다르다. 시는 심령이나 감각의 전율된 상태에서 비롯되며, 소설과 희곡은 재료의 정돈과 구성에 있어서, 과학에 가까우리만큼 엄밀한 준비로 부터 시작되는 것이다.
수필은 달관과 통찰과 깊은 이해가 인격화된 평정한 심경을 바탕으로 한다. 무심히 생활 주위의 대상에, 혹은 회고와 추억에 부딪쳐 스스로 붓을 잡을 때, 수필은 제작되는 것이다. 제작이라고 하나, 의식적 동기에서가 아니요, 결과적 현상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수필은 논리적 의도에서 제작된 일은 없다. 수필은 써 보려는 데서 시작되어 자연스럽게 씌어진 글이다.
시나, 소설이나, 희곡은 글을 써 보고자 하는 한가로운 마음으로 씌어지는 것이 아니라, 작가에 의해 의식적으로 제작되는 것이다. 그러나 수필은 한가로운 심경에서의 시필(試筆)쯤에 그치는 본성을 가지고 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수필은 수필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시가 운율적, 정서적이요, 희곡이 조직적, 활동적이라면, 수필은 진실한 태도에서 인생을 관조하는 격이라고 비유할 수 있을 것이다.
문학의 형식에서 보면, 수필에는 시나 소설이나 희곡에서 보는 바와 같은 어떤 완성된 형식이 없다. 단편 소설을 제작하려면 우리는 적어도 에드거 앨런 포나 안톤 체흡이나 혹은 모파상에게 잠시라도 사숙하여야 하겠고, 시나 희곡을 지으려면 괴테나 셰익스피어나 혹은 입센등을 통해 그 완성된 형식을 한번 살펴볼 아량쯤은 있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수필에 있어서 그 형식을 구하거나 참고하려고 찰스 램이나 해즐리트를 찾을 필요성까지는 없을 것같다.
가장 아름다운 수필을 찾아 우리의 문학적 욕구를 만족시키고자 하는 점은 찬(讚)하여 마지아니할 바이나, 그 형식의 섭취에 구속될 바는 없는 것이다. 아무것에도 사로잡히지 않는 평정한 마음으로 마치 먼 곳의 그리운 동무에게 심정을 말하듯이 붓을 잡아야 한다.
한가로운 기분을 지니면서도 진실된 마음으로 한 편의 문장을 쓸 때,그것은 곧 수필이 될 것이다. 그러므로 수필은 무형식이 그 형식적 특징이다. 이것은 수필의 운명이요, 또한 성격이다.
한 시대나 한 세기의 시, 소설, 희곡은 내용이나 형식으로 보아, 개괄적으로 몇 가지의 주류로 나누어 논할 수 있다. 그것은 이들 문학 형태가 모두 시대 사조나 사회 의식에 연결되어 발전, 쇠퇴하는 특징을 가진 까닭이다. 하지만 수필은 생활 단면에 부딪쳐 이루어지는 것이므로, 그렇게 커다란 조류를 따르지 않는다. 가을 밤 무심히 잡은 펜으로 가지가지의 아름다운 서정을 느끼는 대로 쓸 수도 있을 것이다. 사소하나마 매력 있는 제목을 붙잡고 시종이 없을 드한 기분으로 표현, 향락할 수도 있겠고, 야시의 풍경에서도 흥미진진한 글 한 구절은 쓸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수필은 참고서를 구하거나 지식의 정돈을 요할 바는 아니지만, 어딘가 탁마된 세련과 각고의 노력이 있어야 함은 물론이다. 그런데 수필은 잡다한 모든 것이 그냥 그대로 내용이 될 수 있다다러하도, 단순한 기록에 그쳐서는 우리의 흥미를 긴장시키지 못할 것이다. 거기에는 유머가 있어야 하겠고, 위트가 있어야 한다. 전자는 무의식적 소성에서 피는 꽃 같은 미소요, 후자는 지혜와 총명의 샘과 같다. 이천성스런 유머와 보석 같은 위트는 수필의 본성과도 같은 것이다. 만일 이러한 속성을 갖추지 못한다면, 수필은 그저 무미 건조한 생활적, 심경적 기록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하여 유머와 위트가 수필의 속성에만 한정되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소설이나 희곡에서도 솜씨 좋게 짜여서 섬광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늘날 위대한 문학으로서의 수필에는 유머와 위트가 수필의 속성에만 한정되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소설이나 희곡에서도 솜씨 좋게 짜여서 섬광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늘날 위대한 문학으로서의 수필에는 유머와 위트가 혼연히 숨어 있어서, 더욱 우리를 매혹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모든 문학과 예술은 결국 사람에게서 생겨서 사람에게로 돌아간다. 소설이나 희곡이라는 이름에 사로잡혀서, 그것이 수필보다 우월하며 향상성이 많다거나, 혹은 수필이라는 산만하여 보이는 어의에서 오는 선입견때문에, 그것이 발전성이 적다고 하는 결론을 내릴 수는 없다. 어떤 사회이건 그것이 인간의 사회요 인간으로 구성되는 이상, 수필은 전인격적 표현의 문학으로 어느 사회에나 존재할 것이다. 수필은 개성적 심경과 기분에 싸여서, 어떠한 대상이나 또는 문제를 간단하게 단편적으로 그리면서도, 진지하게 붓 가는 대로 쓰는 글이다. 그 내용이 정치·경제로 향하든지 사회 문제나 생활 개선으로 향하든지, 그것은 평론의 논리성에 미치지 못하지만, 그러면서도 평론이 가질 수 없는 깊은 영역을 포괄한다. 그리고 수필은 내용과 형식에 있어서 완성을 기다리지 않으면서도, 저절로 그 자체로서의 완결된 형태를 지닐 수 있다는 점에 특징이 있다. 모든 문학의 출발점이 인간에 있다면, 자연스럽게 인간성을 드러낼 수 있는 문학 형식은 수필을 두고 달리 생각할 수 없을 것이다.
수필의 맛은, 어떠한 시간에 어떠한 문제나 어떠한 대상에 작자의 기분이 부딪쳐서 표현되는 인간미에 있다. 인간의 생활이란, 요컨대 수필의 심경에서 성숙된다. 다시 말하면, 생활은 시와 산문의 조화를 통해 더욱 풍요로워지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문학으로 볼 때 곧 수필이 된다. 그러므로 수필의 성격은 인간의 성격이라 하면 가장 타당할 것이다.
- 김광섭(金珖燮) -
나. 물음
1. <수필 문학 소고(小考)>는 수필의 문학적 성격과 그 특징을 다른 문학의 형식과 비교하여 설명하는 글이다. 작자는 이 글에서 수필을 수필답게 하는 요소로 무엇무엇을 들고 있는가?
2. ‘수필은 수필(隨筆)되었다고 할 수 있다.’는 표현이 나타내는 수필의 속성은 무엇인가?
3. 이 글에서 작자가 말하는 수필의 진정한 맛은 무엇인가?
[2] 다음 작훔은 윤오영의 『달밤』의 전문이다. 읽고 감상한 후 물음에 답하라.
내가 잠시 낙향해서 있었을 때 일.
어느 날 밤이었다. 달이 몹시 밝았다. 서울서 이사온 위마을 김 군을 찾아갔다. 대문은 깊이 잠겨 있고 주위는 고요했다. 나는 밖에서 혼자 머뭇거리다가 대문을 흔들지 않고 그대로 돌아섰다.
맞은편 집 사랑 툇마루엔 웬 노인이 한 분 책상다리를 하고 앉아서 달을 보고 있었다. 나는 걸음을 그리로 옮겼다. 그는 내가 가까이 가도 별 관심을 보이지 아니했다.
“좀 쉬어 가겠습니다.”하며 걸터앉았다. 그는 이웃사람이 아닌 것을 알자,
“아랫마을서 오셨소?” 하고 물었다.
“네. 달이 하도 밝기에…….”
“음! 참 밝소.” 허연 수염을 쓰다듬었다. 두 사람은 각각 말이 없었다. 푸른 하늘은 먼 마을에 덮여 있고, 뜰은 달빛에 젖어 있었다.
노인이 방으로 들어가더니, 안으로 통한 문 소리가 나고 얼마 후에 다시 문 소리가 들리더니, 노인은 방에서 상을 들고 나왔다. 소반에는 무청김치 한 그릇, 막걸리 두 사발이 놓여 있었다.
“마침 잘 됐소, 농주 두 사발이 남았더니…….”하고 권하며, 스스로 한 사발은 쭉 들이켰다. 나는 그런 큰 사발의 술을 먹어 본 적은 일찍이 없었지만 그 노인이 마시는 바람에 따라 마셔 버렸다.
이윽고
“살펴 가우.” 하는 노인의 인사를 들으며 내려왔다. 얼마쯤 내려오다 돌아보니. 노인은 그대로 앉아 있었다.
나. 물음
① 이 글이 제재로 삼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보자.
② 이 글을 내용상 단락으로 나누고, 그 구성방식에 대하여 알아보자.
③ 이 글이 ‘극적 구성’을 이루고 있다고 볼때, 다음에 대하여 생각해 보자.
ⅰ)‘극적 구성’이란 허구적 구성과 관계가 깊은데, 이 수필이 단순한 사실이 아니라 ‘허구적 구성’을 염두에 두고 쓴 글임이 나타나는 부분을 지적해 보자.
ⅱ)‘극적 구성’을 통해 수필로서의 이 글이 보여 주고자 하는 가치가 무엇인지 알아보자.
④ 이 글에서 문학적 효과를 위해 의도적으로 표현상의 기교를 부린 것들을 찾아보자.
⑤ 300자 내외의 감상문을 쓰라.
□. 예습 과제
다음작품들을 감상하고 물음에 대해 각자의 의견을 말해보자.
가. 작품
우덕송(이광수),
작품애(作品愛)(이태준),
백설부.창(김진섭),
나무(이양하),
청추수제 딸각발이(이희승)
그믐달(김상용)
풍란(風蘭)(이병기)
한눈없는 어머니(이은상),
구두(계용묵)
면학(勉學)의 서(書)(양주동),
그믐달(나도향)
길(김기림)
권태(이상)
보리(한흑구)
동해(백석)
설야산책(노천명)
달밤(윤오영)
수필,오월(피천득)
수목송(김동리)
미운간호부(주요성)
지조론(志操論)(조지훈)
아름다운 세상(김태길)
산정무한(정비석)
청춘예찬(민태원).
나. 물음
1. <백설부>에서 작자는 눈의 이미지를 부드러움, 밝음, 순결 등으로 해석하고 있다. 그러면 다음[보기]의 글은 각각 눈의 어떠한 이미지를 표상하고 있는지 알아보자.
[보기]
㉠ 눈은 살아 있다./떨어진 눈은 살아있다./마당위에 떨어진 눈은 살아있다./·눈은 살아있다. 죽음을 잊어 버린 영혼과 육체를 위하여/눈은 새벽이 지나도록 살아있다.
<김수영, 눈>
㉡ 북극에는 날마다 밤마다 눈이 내리느니,/회색 하늘 속으로 흰눈이 퍼부을 때마다/눈 속에 파묻 히는 하아얀 조선이 보이느니.
<김동환, 눈이 내리느니>
㉢ 순수한 백설, 때묻지 않은 눈송이가 날리는 것을 볼 때, 문득 우리는 착한 이웃들과 아이들의 운명을 느끼게 된다.
<이어령, 차 한 잔의 사상>
㉣ 송림에 눈이 오니, 가지마다 꽃이로다./한 가지 꺽어 내어 임 계신데 보내고자./임께서 보시온 후에 녹아진들 어떠리.
<정철>
2. <창>에서 작자는 ‘해방’과 ‘열림’의 이미지로 창을 해석하고 있다. 그러면 다음 [보기]의 글은 창의 어떠한 기능을 이야기 하고 있는가?
[보기]
내일은 성 발렌타인 데이. 날이 새기 바쁘게 처녀인 나는 그대의 창가에서 기다리는 사람이 될 것입니다.
<셰익스피어, 햄릿 4막 5장>
3. 글을 쓰기 위해서는 소재에 대한 다각적인 안목과 사고가 필요하다. ‘나무’라는 소재를 사용하여 [보기]와 같이 구상하고, 그에 따라 소재의 여러 측면을 생각하여 정리하였다. ( )에 들어갈 소재의 측면으로서 알맞은 것들을 생각하여 보자.
[구상] 나무가 인간의 삶에 주는 교훈을 살펴본다.
[소재의 여러 측면]
분수에 만족하는 나무
고독을 견딜 줄 아는 나무
나무꺾이어도 말이 없는 나무
항상 하늘을 우러러 감사하는 나무
그늘을 제공하는 나무
( )
4. <풍란>은 난초에 대한 작자의 애정이 간결하고 수식없는 문장으로 표현된 글이다. 이 글을 통해 보자면 작자가 지향하는 인간의 성정(性情)은 무엇이라고 생각되는가?
5.예부터 시인 묵객의 사랑을 받은 나초는 은자, 군자, 지조, 청초함, 고고함 등을 상징하였다. 다음 [보기]의 글들은 난초의 어떠한 이미지를 나타내는지 생각해 보자.
[보기]
㉠ 그윽한 난초는 이미 시들었으니,/저무는 해에 누구와 벗을 하랴.
<김극기, 유감>
㉡ 언덕의 고운 꽃은 산 속에 있어/맑은 향기 속된 세상에 보낼 길 없네./이 다음 숨어 사는 이의 패물이 되리니,/나무꾼 아이들은 캐어 가지 말라.
<박지번, 영란(詠蘭)>
㉢ 빼어난 가는 잎새 굳은 듯 보드랍고,/자주빛 굵은 대공 하얀 꽃이 벌고,/이슬은 구슬이 되어 마디마디 달렸다.//본래 그 마음은 깨끗함을 즐겨 하여/정한 모래 틈에 뿌리를 서려 두고,/미진(微塵)도 가까이 않고 우로(雨露) 받아 사느리라.
<이병기, 난초 4>
6. 푸른빛이 그리움과이상을 상징함은 고전 문학에 두루나타나는데, 그것은 현대 문학에도 계승되도 있다. [보기]의 [㉠],[㉡],[㉢]에 각각 알맞은 말을 생각해 보자.
흙에서 자란 내 마음/파아란 하늘 빛이 그리워/함부로 쏜 화살을 찾으려/풀섶 이슬에 함추름히 휘적시던곳.
<정지용, 향수>
거룩한 분노는/종교보다도 깊고,/불붙는 정열은 /사랑보다도 강하다./아, 강낭콩꽃보다도 더 푸른/그 물결 위에/양귀비꽃보다도 더 붉은/그 마음 흘러라.
<번영로, 논개>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은/그리운 사람을 그리워 하자./저기 저기 저 가을꽃 자리/초록이 지쳐 단풍드는데,/눈이 내리면 어이하리야,/봄이 또 오면 어이하리야.
<서정주, 푸르른 날>
나는 처음 여기 표착하였을 때 이 신선한 초록빛에 놀랐고 사랑하였다. 그러나 닷새가 못 되어서 이 일망 무제의 초록색은 조물주의 몰취미와 신경의 조잡성으로 말미암은 무미 건조한 지구의 여백인 것을 발견하고 다시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어쩔 작정으로 저렇게 퍼러냐. 하루 온종일 저 푸른빛은 아무짓도 하지 않는다. 오직 그 푸른 것에 백치와 같이 만족하면서 푸른 채로 있다.
<이상, 권태>
정지용에 있어서 푸른빛은 [㉠]를(을) 상징하고, 변영로에 있어서는 [㉡]를(을) 상징하며, 서정주에 있어서 그것은 [㉢]를(을) 상징한다. 그러나 이상의 경우, 초록빛은 죽음과 삶이 동일시 되는, 그러니까 퇴각과 진행이 하나로 어우러지는 권태로움을 상징한다. 초록빛은 초목과 관련되지만, 이상의 경우에서처럼 붉은빛과 푸른빛의 중간이 환기하는 삶을 표상하기도 한다.
7. 신하 향가 <제 망매가(祭亡妹歌)>에서는 ‘생사로(生死路)/예 이샤매 저히고/……아으 미타찰애 맛보올 내/도(道) 닷가 기드리고다.’라는 표현을 통해 이승살이의 길과 피안의 길이 밀접한 상관성을 띠고 있음을 상징하는데, <길>에서 그러한 생사일여(生死一如)의 세계관이 나타난 구절을 찾아 보자.
8. 우리 나라에는 눈(眼)과 관련된 이야기가 많이 전해진다. 다음 [보기]의 글도 그 중의 하나인데, 이 글이 주는 교훈에 대하여 생각해 보자.
우리나라에 서화담(徐花潭) 선생이란 분이 있는데, 그분이 길에서 우는 자를 만나 “그대는 왜 우는가?”라고 물으니, “내가 세 살에 소경이 되어 이제 40년이 되었는데, 전날에는 걸음을 걸을 때는 발을 의지해서 보고, 물건을 잡을 때는 손을 의지해서 보고, 목소리를 들어 누구인지 분별하니 귀를 의지해서 보았고, 냄새를 맡아 무슨 물건인지 살피니 코를 의지해서 보았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두 눈을 가졌지만, 나는 손과 발과 코와 귀가 모두 두 눈 아닌 것이 없었습니다. 또한 하필이면 손발과 귀와 코뿐이겠습니까? 해가 이르고 늦은 것은 낮에 피로한 것으로 보고, 물건의 형용과 빛깔은 밤에 꿈으로 봅니다. 아무런 장애도 없어 일찍이 의심과 혼란이 없었는데, 이제 길을 걸어오다가 홀연히 두눈이 맑아지고 동자가 스스로 열려, 천지가 넓고 크며, 산천은 요란하게 엉켜, 만물이 눈을 가리고 모든 의심이 가슴을 막아서 손발과 귀와 코는 착각을 일으키고 뒤바뀌어 모든 떳떳한 것을 잃고 보니, 묘연히 우리 집조차 잊어버려서 돌아갈 수가 없으므로 웁니다.”라고 하더랍니다. 화담 선생은 말하기를, “그대가 길잡이에게 물어 보면 길잡이가 응당 스스로 알것이 아니냐?” 하였더니, “내 눈이 이미 밝았으니 길잡이에게 물으면 무얼하겠습니까?”라고 하니 “다시 네 눈을 감으면 네가 서 있는 곳이 곧 네 집일 것이다.”라고 했습니다.
이로써 논한다면 눈이란 그 밝은 것을 자랑할 것이 못 됩니다. 오늘 요술을 구경하는데도 요술쟁이가 눈속임을 해서 속는 것이 아니라 사실은 보는 자가 제 자신을 속이는 것입니다.
<박지원, 열하일기>
9.. 다음 [보기]는 <권태>에 대하여 언급한 이태준의 글(<문장 강화>에서)이다.
[ ]안에 알맞은 말은 각자 추리해 보자.
우습다. 그러나 우습지만 않고 슬프다. 그리고 또 즐겁게 읽히었다. 다시 읽어도 즐거울 것이다. 내용은 알되, 다시 읽어도 즐거운 것은 [ ]에 있다. 우스우나 얼른 잊혀지지 않는 것, 무슨 글이나 그런 글은 좋은 글이다.
[1]. 수필의 본질
1. 수필의 정의
수필은 인생이나 자연에 대하여 느낀 바를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부담 없이 산문으로 쓰는 글이다.
2. 수필의 어원
(1) 중국에서의 어원 : 남송시대의 홍 매(洪邁; 1123~1202년)가 ‘수필(隨筆)’이라는 말을 처음으로 썼다고 한다. 그의 저술‘용재수필(容齋隨筆)’의 서문에서, 저술 제목에 ‘수필’이란 말은 붙인 이유를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나는 습성이 게을러서 책을 많이 읽지는 못하였 으나, 뜻하는 바를 따라 앞뒤를 가리지 않고 썼 기 때문에 수필이라고 한다.”
(2) 서양에서의 어원
① 현재 우리가 쓰고 있는 수필이라는 용어는 영어 ‘에세이(essay)'를 번역해서 쓴 말이라고 할 수 있다. 'essay'는 ‘assay'에서 비롯된 말인데, ’assay'는 ‘시금(試金)하다’, ‘시험하다’등의 뜻을 가진 말이다.
또 이 ‘assay'는 프랑스 어’essai'에서 왔으며, ‘essai'는 ’계량하다‘,’음미하다‘의 뜻을 가진 라틴어 ’exigere'에서 그 어원을 찾을 수 있다.
② 이러한 뜻의 ‘에세이’라는 용어를 실제 작품에 처음 쓴 사람은 몽테뉴다. 몽테뉴는 1580년 ‘Les Essais(수상록)’라는 수필집을 출판하였다. 현재 사용하는 에세이라는 용어는 몽테뉴로부터 비롯된다.
3. 수필의 역사
(1) 서구
① 근대 이전 : 고대에는 플라톤의 ‘대화’, 아우렐리우스 황제의 ‘명상록’등에서 수필 형식을 찾을 수 있으며, 본격적인 수필은 16세기에 들어와 몽테뉴의 ‘수상록(隨想錄 Les Essais)'에서 시작되어서 베이컨으로 이어진다.
② 근대 : 18세기에 영국의 수필가 차알스 램의 ‘엘리아 수필’과 해즐리트의 ‘탁상담화(卓上談話 : Tavle Talk)'등이 대표적이라 할 수 있다.
(2) 우리 나라
① 고려 시대 : 이제현(李霽賢;1287~1367)의‘역옹패설(轢翁稗設)’,이규보(李奎報;1168~1241)의 ‘백운소설(白雲小說)’ 중의 일부에서 수필 형식의 글을 찾을 수 있다.
② 조선 시대 : 조선 시대에는 수필 형식의 글이 문집속에 잡설(雜說), 만필(漫筆)등의 용어로 많이 쓰여졌는데, 문헌상 ‘수필’이란 용어가 보이는 것은 박지원(朴趾源;1737~1805)의 <열하일기(熱河日記)>속에 ‘일신수필(일신수필)’이란 말이 들어 있는 것이 최초이다.
4. 수필의 특성
(1) 자유로운 형식 : 형식이 다양하다는 뜻이며, 아무렇게나 써도 된다는 뜻은 아니다.
수필은 무형식의 자유로운 산문이다. 이것은 수필의 특성을 말할 때에 누구나 가장 먼저 말하는 것으로, 수필은 구성상의 제약이 없이 자유롭게 쓰여지는 산문임을 뜻한다. 수필은 일기체, 서간체나 담화체로도 쓰이며, 그 밖에 갖가지 산문으로 쓰여진다. 내용면에서도 인간이나 자연에 관한 어느 것 한 가지만을 다루는 수도 있고, 여러가지를 생각나는 대로 토막토막 다루는 수도 있다. 수필 작품에 ‘단상(斷想)’,‘편편상(片片想)’,‘수상(隨想)’이란 이름을 붙이기도 하는 것은 수필 문학의 이런 특성과 관련이 있을 것이다.
(2) 다양한 소재 : 인생이나 자연 등 소재를 어디에서나 구할 수 있다.
수필 문학은 그 소재가 대단히 광범위하다. 수필은 그 작자가 인생이나 사회, 역사, 자연 등 이 세계의 모든 것에 대해 느낀 것, 생각한 것을 무엇이나 다 그때 그때 부분적으로든 전체적으로든 자유자재로 서술하는 것이므로, 그 소재는 대단히 다양하다.
(3) 개성적·고백적인 글 : 글쓴이의 개성과 적나라한 심성이 생생하게 드러나는 문학이다.
수필의 내용은 다분히 주관적, 주정적이고, 독백에 가까운 것이 많다. 수필의 대부분은 작자 자신의 생활이나 체험, 생각한 것이나 느낀 것을 붓 가는 대로 솔직하게 서술한 글이다. 따라서,주관적, 주정적이고 독백에 가까운 것이 많으며, 이로 인해서 수필 작품에는 작자 자신의 인생관이라든가 사상이나 감정이 잘 드러나 있다.
수필을 가리켜 ‘개성의 문학’이라고도 말하는 것은, 이러한 특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또 수필은 이러한 특성 때문에, 아무리 그 길이가 짧더라도 내용에 있어서는 매우 심오한 것, 광범위한 것이 많다.
(4) 심미적·철학적인 글 : 흔히 글쓴이의 심미적 안목과 철학적 사색의 깊이가 드러나는 글이다.
현대에 와서는 어떤 문학 양식이든지, 그 제재에 구속을 받는 일이란 거의 없다. 삼라 만상이 다 문학의 제재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이러한 제재가 다른 문학 양식에서는 기법과 융합되어 함축적어어야 하지만, 수필의 제재는 생생하고 단편적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더욱 광범위하다고 할 수 있다. 더구나 수필이라는 이름 아래 과학론, 철학론, 종교론 등을 피력할 수도 있고, 지극히 개인적이고 사소한 일을 고백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므로 수필의 제재는 무한하고 다양하다.
그러나, 한 가지 주의할 점은, 모든 제재가 그 자체로 수필이 될 수는 없고, 거기에는 지은이의 투철한 통찰력, 달관에 의한 독특한 기법 그리고 문장이 뒤따라야 한다는 점이다.
(5) 유우머·위트·비판 의식이 요구되는 글 : 때론 글쓴이의 유우머와 위트와 비판 의식이 나타난다.
유우머, 위트, 비판 정신, 이런 것들은 다른 문학 양식에서도 나타나지만, 어떤 사건의 구성이 없는 수필에서는 특히 중요한 요소가 된다. 유우머나 위트는 수필의 평면성, 건조성을 구제해 주는 요소이며, 비평 정신은 수필의 아름다운 정서에 지적 작용을 더해 주는 요소이다.
(6) 간결한 산문의 문학 : 수필은 간결한 것이 특색이며 산문으로 씌어진다.
수필은 비교적 길이가 짧은 산문이다. 근래 신문이나 잡지에서 흔히 볼 수 있듯이, 수필 작품의 길이는 2백 자 원고지로 5매 정도에서 10여매 정도인 것이 많다. 산문 문학의 다른 쟝르에 속하는 작품들, 예컨데 소설 작품이 2백 자 원고지로 짧게는 몇십 매에서 길게는 몇천 매에 이르는 것을 보면, 수필은 대단히 짧게 씌여지는 것임을 알 수 있다.
(7) 비전문성의 문학 : 생활인이면 누구나 쓸 수 있다. 그러나, 사물에 대한 깊은 통찰력과 개성이 드러나야 한다.
오늘날 문학의 여러 쟝르 가운데서 수필 문학은 가장 대중적이다. 근래 신문이나 잡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수필 자굼의 예를 다시 들어 보면, 전문적인 문학인의 것보다 비전문적인 필자들의 것이 훨씬 더 많으며, 독자들 또한 어떤 특수한 분야나 계층의 사람들이 아닌 대중이다. ‘수필’하면 대개는 누구나 쓸 수 있고, 누구나 읽을 수 있는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예시】① 자연의 한 순간을 그린 수필
그 날은 바다 위에 한 점의 바람도 없었다. 성자(聖者)의 임종(臨終)과 같이 수평선 너머로 고요히 넘어가는 태양을 바라보며, 나는 석조에 타는 붉은 물결을 멀리 보며 느꼈다.
<심 훈, ‘칠월의 바다’에서>
【예시】② 인생의 한 단면을 그린 수필
할머니의 시집은 불씨를 떨어뜨렸다가는 쪼쳐 가게 된다는 시집살이였다. 불씨래야 산에서 긁어 온 갈퀴나무로 땐 불이니, 불돌을 꼭 눌러 두어야 하지, 화젓가락으로 헤쳤다가는 당장에도 재가 되어 버리는잿불이었다.
<마 해송, ‘불씨’에서>
5.수필의 요건
(1) 수필은 자연 발생적이고 지속적인 관찰력을 필요로 한다.
(2) 사색과 명상의 깊이가 있어야 한다. 사색의 체계이다.
(3) 가치 감각과 느낌, 공감력을 가져야 한다.
(4) 개성의 발로이되, 겸허하고 품위 있는 개성의 반영이다.
(5) 수필은 문학성을 지녀야 한다.
〔참고〕
※ 몽테뉴의 ‘수상록’의 서문
여기 이 책은 성실한 마음으로 쓰여진 것이다. 이 작품은 초두부터 내 집안 일이나 사삿일을 말해 보는 것밖에 다른 어느 목적도 있지 않음을 말해 둔다. ……이것이 세상 사람들의 호평을 사기 위한 기도였다면, 나는 나 자신을 좀더 잘 장식하고 조심스레 연구해서 내보였을 것이다. 모두들 여기 내 생긴 그대로, 자연스럽고 평범하고 꾸밈없는, 별것 아닌 나를 보아 주기 바란다. 왜냐 하면, 내가 묘사하는 것은 내 자신이기 때문이다. 내 결점들이 여기 있는 그대로 나온다. 터 놓고 보여 줄 수 있는 한도에서 천품(天稟) 그대로의 내 형태를 내놓는다. 만일 내가 아직도 대자연의 태초의 법칙 아래 감미로운 자유를 누리며 살고 있다는 국민 속에서 태어났다면, 나는 내 자신을 적나라하게 그렸으리라는 것을 장담한다.
그러니 독자여, 여기서는 내 자신이 바로 내 책자의 재료이다.
[2] 수필의 내용
1. 수필의 내용
(1) 일상 생활, 자연 및 사회 현상에 관한 관찰과 생각, 느낌 등.
(2) 독자는 위의 것들에 관한 정보(지식)와 교훈, 정서를 얻는다.
(3) 수필의 내용에는 감동과 해학이 따른다.
【예시】
관찰에 의한 정보에 의거하여 하나로 잘 어울려 있는 교훈과 감동을 우리에게 주는 수필.
시내 버스가 8원 하던 어느 겨울, V 씨는 서울역 쪽에서 종로로 오는 버스를 탔다. 버스간은 그렇게 사람이 많지 않았으나 앉을 자리는 없었다. 가까운 자리에 앉았던 청년 하나가 일어서면서“여기 앉으세요.”한다. 다음에 내리려나 보다 해서 V 씨는 그 청년이 물려 준 자리에 앉았다.
<중략>
청년은 거기서 내렸다. V 씨도 내렸다. 우연히 같은 방향으로 걷게 되자, V 씨는 우스개처럼 말을 건넸다.
“내가 그렇게 노인으로 보였나요? 일부러 자리를 비켜 주게…….”
“아니에요.”
청년 입에서 예기ㅎ지 않았던 대답이 나왔다.
“장갑 안 낀 손으로 철봉을 쥐고 선 것이 무척 차갑게 보여서요.”
겨울 들어 두 번이나 산 장갑을 두 번 다 잃어버리고, V 씨는 세 번째 장갑을 사랴 마랴 망설이고 있던 참이다.
----장갑 안 낀 손이 차갑게 보여서……
청년의 그 마음씨가 눈물겹고 고마왔다. <중략>
V 씨의 주머니에 5 백원 지폐가 너더댓장 있었다. 그 한 장을 꺼내면서
“오늘 버스 자리 값 이걸로 내가 사지…….”
그러면서, 사양하는 청년 손에 그 5백원을 쥐어 주고, V 씨는 만날 사람과 약속한 다방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시내 버스를 508원으로 탄 V 씨의 행장을 빈축하고 나무랄 사람도 응당 있을 것이다. 달콤한 인도주의,세정(世情)모르는 낭비가----그렇다고 해서 짭짤하게 살면 얼마나 짭짤할 것이며 세상을 알면 얼마나 알더란 말인가?
장갑 없는 V 씨의 심경이 그 날 저녁만은 장안 갑부부럽지 않게 뿌듯하고 풍족했던 것만은 사실이다. 마치 모르기는 하나, 그 날밤의 V 씨를 당할 만한 ‘마음 부자’도 서울 거리에 그다지 흔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인생에 대한 신의의 씨앗이 언제나 선과(善果)만을 맺지 않는 다는 사실을 V 씨는 알고 있다.
<김소운, ‘마음 부자’에서>
2. 수필의 소재
(1)체험(體驗) : 생활해 가면서 특별히 겪은 일. 예) 여행, 사랑, 직업, 학업 등.
(2)관찰(觀察) : 무엇에 대하여 유심히 살핀 일이나 대상. 예)사회, 자연, 환경 등.
(3)독서(讀書) : 책을 읽고 느낀 내용이나 방법. 예) 독서론, 독후감(독서 감상문) 등.
(4)사고(思考) : 인생이나 가치관에 대하여 생각해 낸 일. 예)죽음, 인생, 종교 등.
[3] 수필의 갈래
1. 수필 문학의 분류
한 마디로 수필 문학이라고는 해도, 관점에 따라 여러가지로 세분해서 말하게 된다. 중국이나 우리 나라의 옛 한문 수필 작품에 있어 기(記), 록(錄),문(聞), 화(話)등, 앞서 말한 여러 가지 의 말이 쓰인 것도, 이를테면 수필 작품을 세분하는 하나의 방법이었을 것이다.
서구에서는 흔히 경수필(輕隨筆:informal essay 또는 miscellany)과 중수필(重隨筆:formal essay)로 구분하였다.
2. 수필의 종류
(1) 태도상의 종류
① 경수필
인포멀 에세이(informal essay),미셀러니(miscellany). 감성적, 주관적 성격을 지니되, 일정한‘주제보다 사색이 주가 되는 서정적 수필이다. 비정격 또는 비격식 수필이라고도 한다.
예) 정비석의 ‘들국화’ 등.
② 중수필
포멀 에세이, 에세이, 지성적, 객관적성격을 지니되, 직감적, 통찰력이 주가 되는 비평적인 글로서, 논리적, 지적인 문장이다. 정격 또는 격식수필이라고도 한다.
예) 조연현의 ‘천재와 건강’ 등.
※ 경수필과 중수필의 대비
(경수필)
① 문장의 흐름이 가벼운 느낌을 준다. ② 연문장적(軟文章的)이다. ③ 몽테뉴적인 수필이다. ④ 개인적, 주관적인 표현이다.
⑤ ‘나’가 겉으로 드러나 있다. ⑥ 개인적인 감성, 정서로써 짜여져 있다. ⑦ 시적(詩的)이다. ⑧ 정서적, 신변적이다.
(중수필)
① 문장의 흐름이 무거운 느낌을 준다.
② 경문장적(硬文章的)이다.
③ 베이컨적인 수필이다.
④ 사회적, 객관적인 표현이다.
⑤ ‘나’가 드러나 있지 않다.
⑥ 보편적인 논리, 이성으로써 짜여져 있다.
⑦ 소논문적(소논문적)이다.
⑧ 지적(知的), 사색적이다.
(2) 내용상의 종류
① 사색적 수필(思索的隨筆) : 인생의 철학적 문제를 다룬 글이나 감상문 따위.
② 비평적 수필(批評的隨筆) : 작가에 관한 글이나, 문학·음악·미술 등 예술작품에 대한 글쓴이의 소감을 밝힌 글.
③ 기술적 수필(記述的隨筆) : 주관을 배제하고 실제의 사실만을 기록한 글.
④ 담화 수필(譚話隨筆) : 시정(市井)의 잡다한 이야기나 글쓴이의 관념 따위를 다룬 글.
⑤ 개인적 수필(個人的隨筆) : 글쓴이 자신의 성격이나 개성, 신변 잡기 등을 다룬 글.
⑥ 연단적 수필(演壇的隨筆) : 실제의 연설 초고는 아니나, 연설적, 웅변적인 글.
⑦ 성격 소묘 수필(性格素描隨筆) : 주로 성격의 분석·묘사에 역점을 둔 글.
⑧ 사설 수필(社說隨筆) : 개인의 주관이나 의견이긴 하지만, 사회의 여론을 유도하는 내용의 글.
[4] 수필의 구성
1. 수필의 구성
(1) 3단 구성 : 서두(도입, 起)+본문(전개,敍)+결말(結)[중수필의 경우]
(2) 4단 구성 : 기(起)+승(承)+전(轉)+결(結)[중수필의 경우]
(3) 자유구성 : 자유로운 구성[경수필의 경우]
2 수필의 짜임
(1) 직렬적(直列的)인 짜임
'A→B→C···→주제‘와 같이 수필의 각 부분인 A,B,C··· 등이 인과(因果)나 시간적 순서, 공간적 순서 등의 유기적인 관계에 놓이는 짜임이다.
이 짜임의 전형은 ‘서두·본문·결말’로 짜이는 3단 구성인데, 가운데 부분인 ‘본문’은 또 몇 부분으로 분화되기도 한다.
A |
→ |
B,C |
→ |
D |
→ |
주제 [직렬 구성] |
(서두) |
|
(본문) |
|
(결말) |
|
|
(2) 병렬적(竝列的)인 짜임
‘A+B+C···→주제’와 같이 수필의 각 부분인 A,B,C··· 등이 서로 유기적 관계가 없이 독자적으로 존재하면서 주제에 봉사하는 짜임이다.
이 짜임은 연시조의 짜임과 같은 것으로, 경우에 따라서는 그 자리를 바꾸어 놓아도 주제에 봉사하는 기능은 마찬가지가 된다.
A |
+ |
B |
+ |
C |
+ |
D |
→ |
주제 [병렬구성] |
(때로는 위치를 바꾸어 놓아도 상관없다.) |
(예) 피 천득의 ‘나의 사랑하는 생활’, 안톤 시나크의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등.
(3) 혼합적(混合的)인 짜임
‘A→B+C→D···→주제’나 ‘A→B+C→D→E + F→G···주제’와 같이 직렬적인 짜임과 병렬적인 짜임이 한 편의 수필에 섞여 있는 짜임이다.
이 짜임은 전체적으로는 직렬 구성이나 일부는 병렬 구성으로 된 경우와 전체적으로는 병렬 구성이면서 그 부분 하나하나는 직렬 구성으로 된 경우 등이 있다.
(예) 이 양하의 ‘나무’ : 전체-직렬 구성, 부분-병렬 구성
이희승의 ‘청추 수제’ : 전체-병렬 구성, 각 부분-직렬 구성
※ 이 밖에도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으나, 기본 구조를 이해하고 나서 다른 짜임을 생각해 보는 것이 좋다.
[5] 수필의 진술 방식
진술 방식의 면에서 보면, 수필은 다음과 같이 네 가지로 구분된다. 즉, 교훈적(敎訓的) 수필, 희곡적(戱曲的) 수필, 서정적(抒情的) 수필, 서사적(敍事的) 수필로 나눌 수 있다.
1. 진술 방식에 의한 수필의 종류
(1) 교훈적 수필
필자의 오랜 체험이나 깊은 사색을 바탕으로 하는 교훈적인 내용을 담은 수필.
<특징>
수필로서는 그 내용이라든가 문체가 다 같이 중후하며, 필자 자신의 인생관이라고 할 수 있는 신념과 삶의 태도 등이 강하게 드러나 있다.
<유의점>
수필 문학에 있어서의 교훈적인 경향은 이른바 교훈주의를 생각하게 한다. 즉, 문학 예술은 독자에게 쾌락보다는 교훈을 주려는 의도로 창작된다고 보는 일종의 공리설(功利設)이 그것이다. 그러므로, 시나 소설에서처럼 수필에 있어서도 이런 교훈적인 경향에 있어서는 자칫 예술성을 소홀히 하게 되는 예가 많다.
<교훈적 수필의 예>
○ 소(牛)의 덕성을 찬양하면서, 그것을 우리 인간들이 본받을 것을 권장한 이 광수의 ‘우덕송(牛德頌)’.
○ 일제 치하라는 30년대의 암담한 시점에서 우리 나라 젊은이들이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를 일깨우고 있는 심 훈(沈熏)의 ‘대한의 영웅’
○ 나무의 덕성을 찬양하면서 인간이 그것을 배울 것을 강조한 이 양하(李敭河)의 ‘나무’
○ 혼란한 사회에서 우리가 바르게 살아가는 태도를 제시한 이 희승(李熙昇)의 ‘지조(志操)’ 등.
<예시 1>
적지아니 탈선이 되었지만, 백 가지 천 가지 골이 아픈 이론보다도 한 가지나마 실행하는 사람을 숭앙하고 싶다. 살살 입술발림만 하고, 턱 밑의 먼지만 톡톡 털고 앉은 백 명의 이론가, 천 명의 예술가보다도, 우리에게는 단 한 사람의 농촌 청년이 소중하다. 시래기죽을 먹고 겨우내 ‘가갸거겨’를 가르치는 것을 천직이나 의무로 여기는 순진한 계몽 운동자야말로 참다운 대한의 영웅이다.
나는 영웅을 숭배하기는 커녕, 그 얼굴에 침을 뱉고자 하는 자이다. 그러나, 이 농촌의 소영웅들 앞에서는 머리를 들지 못한다.
그네들을 쳐다볼 면목이 없기 때문이다.
<심훈, ‘대한의 영웅’에서>
<예시 2>
의욕(意慾)이 있어도 되기가 어려운 것이 세상사거든, 하물며 당초부터 의욕도 없음이랴! 가능, 불가능의 수판만 따져 가지고야 어디서 용기가 생길 것이냐. 그렇다. 의욕과 신념과 용기를 가지자. 희망으로 맞아야 할 신춘(新春)에 ‘수천석두(水穿石頭, 물이 돌을 뚫는다)’의 희망을 가지자. 얼마나 어려운 일인고! 그러나, 얼마나 보람 있는 일인고!
<설 의석, ‘수천석두’에서>
(2) 희곡적 수필
필자 자신이나 다른 사람이 체험한 어떤 사건을 생각나는 대로 서술하되, 그 사건의 내용 자체에 극적인 요소들이 있어서, 대화나 작품의 내용 전개가 다분히 희곡적으로 이루어지는 수필.
<특징>
사건의 전개가 소설에서처럼 유기적, 통일적인 진행을 이룬다. 그리고, 극적인 효과를 위해서 문장에 있어 극적 현제의 시제가 흔히 쓰인다. 즉, 현제 시제를 사용한다.
필자가 어떤 곤란을 겪게 될 때나 슬픈 일을 겪게 될 때, 어떻게 대처했는가를 보여 주는 점에서 각별한 흥미를 끈다.
<희곡적 수필의 예>
○ 자신의 구두 발자국 소리가 기이했던 탓으로, 어떤 낯 모르는 여인에게 자칫 불량배로 오해받을 뻔한 수모를 당한 체험담을 쓴 계 용묵(桂鎔黙)의 ‘구두’.
○ 낯선 산에서 길을 잃고 죽을 뻔한 조난의 체험을 쓴 이 숭녕(李崇寧)의 오봉산 등산기 ‘너절하게 죽는구나’.
○ 김 소운의 ‘가난한 날의 행복’ 등.
<예시 1>
한참 머뭇거리다가 그는 나를 쳐다보고 이야기를 하였다.
“이것은 훔친 것이 아닙니다. 길에서 얻은 것도 아닙니다. 누가 저 같은 놈에게 일원짜리를 줍니까? 각전(角錢) 한 닢을 받아 본 적이 없읍니다. 동전 한 닢 주시는 분도 백에 한 분이 쉽지 않습니다. 나는 한 푼 한 푼 얻은 돈에서 몇 닢씩 모았읍니다. 이렇게 모은 돈 마흔 여덟 닢을 각전 닢과 바꾸었읍니다. 이러기를 여섯 번을 하여 겨우 이 귀한 ‘다양(大洋)’ 한 푼을 갖게 되었읍니다. 이 돈을 얻느라고 여섯 달이 더 걸렸읍니다.”
<피 천득, ‘은전 한 닢’에서>
<예시 2>
내 구두 소리가 또그닥또그닥, 좀더 재어지자 이에 호응하여 또각또각, 굽 높은 뒤축이 어쩔 바를 모르고 걸음과 싸우며 유난히도 몸을 일어 내는 그 분주함이란, 있는 마력(馬力)은 다 내 보는 동작에 틀림없었다. 그리하여, 한참 석양 놀이 내려퍼지기 시작하는 인적 드문 포도 위에서 또그닥또그닥, 또각또각 하는 이 두 음향의 속 모르는 싸움은 자못 그 절정에 달하고 있었다. 나는 이 여자의 뒤를 거의 다 따랐던 것이다. 2,3보만 더 내어디디면 앞으로 나서게 될 그럴 계제였다. 그러나, 이 여자 역시 힘을 다하는 걸음이었다.
<계 용묵, ‘구두’에서>
(3) 서정적 수필
일상 생활이나 자연에서 느끼고 있는 감상을 솔직하게 주정적, 주관적으로 표현하는 수필.
<특징>
문장은 흔히 서정문이라고 불리는 것으로, 서정의 내용은 정서, 즉 희(喜)·노(怒)·애(哀)·낙(樂)·애(愛)·오(惡)·욕(欲) 이라고도 설명된다.
교훈적 수필에 공리성이 강하다면, 서정적 수필에는 예술성이 강하다. 그것은 작자의 의도가 자기의 정서적 경험을 독자에게 전달해서 감동을 불러일으키는 데 있으므로 표현에서 주로 기교에 유의하는 것과도 관련된다.
<서정적 수필의 예>
이 효석의 ‘청포도(靑葡萄)의 사상(思想)’, ‘화초(花草)’, 이 양하의 ‘신록 예찬(新綠禮讚)’, 김 진섭의 ‘백설부(白雪賦)’, 이병기의 ‘백련(白蓮), ’난초(蘭草)‘ 등.
<예시 1>
초라한 내 집이 오늘은 조금도 욕되지 아니하다. 산허리에 외롭게 서 있는 일간 두옥(一間斗屋). 아니, 내집도 이렇게 아담하고 아름다왔던가. 여기도 눈이 쌓이고 달빛이 찼다. 문은 으례 굳게 닫혀 있고, 나를 기다릴 개 한 마리 없다. 그러나, 이것도 오늘 밤에는 나를 조금도 괴롭히지 않는다.
<이 양하, ‘조그만 기쁨’에서>
<예시 2>
어려서 나는 꿈에 엄마를 찾으러 길을 가고 있었다. 달밤에 산길을 가다가 작은 외딴집을 발견하였다. 그 집에는 젊은 여인이 혼자 살고 있었다. 달빛에 우아하게 보였다. 나는 허락을 얻어 하룻밤을 잤다.
그 이튿날 아침, 주인 아주머니가 아무리 기다려도 일어나지 않았다. 불러 봐도 대답이 없다. 문을 열고 들여다보니, 거기에 엄마가 자고 있었다. 몸을 흔들어 보니 차디차다. 엄마는 죽은 것이다. 그 집 울타리에는 이름 모를 찬란한 꽃이 피어 있었다. 나는 언젠가 엄마한테서 들은 이야기를 생각하고 얼른 그 꽃을 꺾어 가지고 방으로 들어왔다.
하얀 꽃을 엄마 얼굴에 갖다 놓고 “뼈야 살아라!”하고, 빨간꽃을 가슴에 갖다 놓고 “피야 살아라!” 그랬더니 엄마는 자다가 깨듯이 눈을 떴다. 나는 엄마를 얼싸안았다. 엄마는 금시에 학이 되어 날아갔다.
<피 천득, ‘꿈’에서>
(4) 서사적 수필
인간 세계나 자연계의 어떤 사실에 대하여 대체로 필자의 주관을 개입시키지 않고, 객관적으로 서술하는 수필.
<특징>
그 내용이 얼마나 사실 또는 현실에 가까운 것인가, 서술이 얼마나 정확한가 하는 문제가 따르게 된다. 이런 작품을 쓰려면 평소의 날카로운 관찰, 세심한 조사, 올바른 지식이 필요하다.
<서사적 수필의 예>
유명한 작품으로 최 남선의 ‘백두산 근참기(白頭山覲參記)’·‘심춘순례(尋春巡禮)’ 이 광수의 ‘금강산 유기(金剛山遊記)’, 이 병기의 ‘낙화암을 찾는 길에’. 김 동인의 ‘대동강’, 노 천명의 ‘묘향산 기행기’ 등이 있다.
이 밖에 필자 자신의 학문에 대해 다양하게 술회하고 있는 양 주동의 ‘연북록(硏北錄)’, 옛날의 선비들에 대해서 뛰어나게 묘사한 이 희승의 ‘딸깍발이’등이 서사적 수필로 분류된다.
<예시 1>
나의 선친은 내게 호(號)는 지어 주지 않으셨다.
그도 그럴 것이, 호라는 것은 나이깨나 먹고 인간으로 틀거지가 잡혀서 사람다운 일을 좀 입내라도 낼 만한 시기가 되어야 하나 가져 보는 것이 그럴 듯하고, 또 이런 나이가 되면 친구끼리 서로 이름을 부르는 것 보다는 피차간에 호를 부르는 것이 점잖다 할까, 고상하다 할까, 정답다 할까, 풍류적이라 할까, 무어라고 꼭 때려서 말할 수는 없지마는 그저 그럴 듯하다고 하여 두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이 희성, ‘호변(號辨)’에서>
<예시 2>
두 볼은 야윌 대로 야위어서, 담배 모금이나 세차게 빨 때에는 양볼의 자국이 입 안에서 서로 맞닿은 지경이요, 콧날은 날카롭게 우뚝서서 꾀와 이지(理智)만이 내발릴 대로 발려 있고, 사철 없이 말간 콧물이 방울방울 맺혀 떨어진다. 그래도 두 눈은 개가 풀리지 않고 영채가 돌아서 무력이라든지 낙심의 빛을 나타내지 않고 있다. 아래위 입술이 쪼그라질 정도로 굳게 다문 입은 그 의지력을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내고 있다.
<예시 3>
궁궐을 쫓겨나온 공주는 온달네 집을 찾아갔다. 눈이 어둡고 늙은 온달 어머니에게 며느리가 되겠다고 하였다. 내 아들은 가난하고 추하므로 귀인이 가까이 할 바가 못 된다고 하면서, 온달은 지금 배고픔을 참지 못하여 나무 껍질을 벗기러 산에 가 있는 처지니, 온달과는 혼사가 될 수 없다고 하였다.
공주가 산 밑에 이르러 온달을 만나, 속 이야기를 했더니, 온달은 성난 모양으로, 이는 여우가 변하여 나를 홀리느라고 그러는 줄 알고 가까이 하지 말라고 소리 지르며 집으로 도망쳐 왔다. 공주는 할 수 없이 뒤 따라, 온달네 집 사립문 밑에서 자고, 다음 날 어머니에게 간청하여 뜻을 이루었다. 그 후, 남편을 출세하게 하여, 나중에는 노하였던 왕도 내 사위, 내 딸이라고 반겼던 것이다.
<서 정범, ‘평강 공주’에서>
[6] 수필의 감상과 해석
<예시 1>
사제애(師弟愛)는 부자애도 아니요, 우애도 아니요, 부부애와도 다르면서 지극히 아름다운 인간애의 세계이다. 누구나 이 사제애의 기쁨을 누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사제애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스승과 제자의 마음 속에 다 같이 진리에 대한 사랑과 정열의 불길이 타올라야 한다. 이것이 없이는 사제애가 성립하지 않는다. 저마다 준엄한 절차 탁마(切磋琢磨)의 정신을 지녀야 한다. 서로 부단히 향상하려는 노력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 스승은 준엄한 마음으로 책하고, 제자는 그것을 고맙게 받아들일 줄 알아야 한다.
요즈음은 옛 사람들이 누렸던 아름다운 사제애를 찾아보기 드문 세상이다. 고인(古人)들의 순수 무잡(純粹無雜)한 사제애의 정신이 못내 부럽다.
<안 병욱, ‘사제애’에서>
<예시 2>
조용한 산중에 그리 단순하지 않은 화강석을 재료로 썼을 뿐, 특별히 사람의 눈에 자극을 주는 기발한 규각 있는 선이나 면이 있는 것도 아니다. 화강석 위에 이루어진, 종이보다도 엷고 부드러운 천의에 가리어, 입상의 보살들이 영겁의 명상에 잠긴 석가여래를 둘러선다. 아무도 말하지 않는다.
이 때마다 뻐꾹새가 운다. 그저 그것뿐이다. 참배인들을 보고 어서 오라는 듯이 야단법석하는 나마의 불도 아니고, 해골 같은 형상을 하고 사람을 멀리하는 인도의 고행상의 불도 아니다. 그저 본존은 앉고, 보살은 서고, 뒤에는 제자가 있고, 문에는 인왕이 지키고, 앞에서는 감로수가 흐르는 조용한 산암의 석불이다.
<김 원룡, ‘한국의 미’에서>
<예시 3>
나무는 덕(德)을 지녔다. 나무는 주어진 분수(分數)에 만족할 줄을 안다. 나무는 태어난 것을 탓하지 아니하고, 왜 여기 놓이고 저기 놓이지 않은가를 말하지 아니한다. 등성이에 서면 햇살이 따사로울까, 골짜기에 내려서면 물이 좋을까 하여 새로운 자리를 엿보는 일도 없다. 물과 흙과 태양의 아들로 물과 흙과 태양이 주는 대로 받고 후박(厚薄)과 불만족(不滿足)을 말하지 아니한다. 이웃 친구의 처지(處地)에 눈떠 보는 일도 없다. 소나무는 진달래를 내려다보되 깔보는 일이 없고 진달래는 소나무를 우러러보되 부러워 하는 일이 없다. 소나무는 소나무대로 스스로 족(足)하다.
<이 양하, ‘나무’에서>
<예시 4>
그와 동시에 또, 이 세상에는 당장은 사소한 일, 대수롭지 않은것 같이 보이는 일도, 그것이 자라서 나의 일생의 의의를 좌우할 만한 어마어마하게 중대한 것이 될 수도 있다. 가장 보람 있는 생의 첫걸음을 트는 것일 수도 있으려니와, 때때로 다시 만회(挽回)할 수도 씻을 수도 없는 치욕이 될 만한 일도 있을 수 있다. 모처럼 한번 태어난 인생이라면 보람 있다고 생각되는 길을 걸어 보아야 할 것이 아닌가. 가다가 쓰러진들 거기에 무슨 유한(遺恨)이 있으랴. 그것이 인생이다. 인생은 인생으로서 사는 도리밖에 없다. 그럴수록 다시는 만회할 수 없는 치명적인 치욕, 그것에 대하여서는 목숨을 내걸고 싸우지 않을 수 없다.
<박 종홍, ‘신념을 기르자’에서>
□ 확인 학습
1-1. 수필이 무형식(無形式)의 문학임으로 해서 갖는 장점과 단점을 말해 보자.
(풀이)
수필은 자유로운 형식의 글로 구성상의 제약이 없으므로 누구나 수필을 쓸 수 있고 내용면에서도 여러 가지에 대해 다룰 수 있다. 그러나 미리 규정된 틀이 없는 자유로운 형식이라는 점 때문에 자칫하면 문학이 아닌 천박한 잡문(雜文)이 될 위험도 많다.
1-2. 수필에 작자의 개성이 나타나야 하는 이유를 설명해 보자.
(풀이)
수필은 글쓴이의 내면이 숨김없이 드러나는 고백의 문학인데, 문학은 가치 있는 체험을 내용으로 한다고 했으므로 수필에 등장한 ‘나’는 개성이 있어야 한다. 사소한 일상사가 개성의 힘으로 큰 가치를 갖게 되는 것이다.
1-3. 수필에서 형식의 대체물(代替物)로서 지성(知性)이 요구되는 이유는 무엇인지 생각해 보자.
(풀이)
수필은 ‘붓 가는 대로 쓴 글’이므로 자유로운 글이지만 그것이 문학이 되기 위해서는 지성이 요구된다. 훌륭한 수필은 형식의 자유로움과 주제의 심각성 사이에서 긴장감을 획득하게 된다.
1-4. 일기와 편지가 수필일 수 있는 근거를 제시하여 설명해 보자.
(풀이)
수필은 우리의 일상생활과 매우 밀접하고 모든 사람에게 열려져 있으며, 특별한 재능이 요구되지 않고 생활에 열심인 사람이면 누구나 수필을 쓸 수 있기 때문이다.
1-5. 수필의 기본 개념과 원리는 무엇인가?
1-6. 다른 문학 갈래와의 차이를 비교하여 수필의 특성을 말해 보자.
1-7. 수필의 종류를 정리, 설명하여 보자.
1-8. 수필의 진술 방식에는 어떠한 것이 있는가?
2-1. 수필은 말하는 사람의 인격이 드러나는 문학 양식이다. 지은이의 인생관이 많이 드러난 작품을 골라 읽고, 자신을 표현하는 구체적인 문장 구사법이 어떤 특징을 지니고 있는가를 설명해 보자.
(풀이)
수필은 글쓴이 자신의 내적, 외적인 생활 감정과 인생관이 그대로 드러난다는 점에서 쓰고자 하는 대상과 일정한 거리를 두고 대리인의 목소리를 내세워 창작, 기술되는 다른 글들(소설, 시 등)과 구분된다. 따라서, 우리는 수필을 읽으면 글쓴이와 마주 앉아 그의 내면을 들여다 보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이 경우 각자의 수필은 곧 그의 인생관을 담고 있다고 보아도 좋다. 그 까닭은 각자의 인생 체험, 학식, 덕망에 의해 어휘의 선택이나 문장 구사 능력과 취향이 다르고, 같은 사물이나 일에 대해서도 안목과 이해의 수준이 다르기 때문이다.
2-2 수필의 나와, 소설의 서술자나 시 속의 자아가 어떻게 다른가 확인함으로써 수필이 지닌 특색을 알아보자
(풀이)
소설의 서술자(narrator)란 특정한 인격을 갖춘 사람이 아니고,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작가(author)의 대리인일 뿐이다. 따라서, 그는 보통 사건의 전개를 중간자적인 입장에서 이끌어가므로, 때로는 독자가 그의 진술을 믿을 수 없는 경우도 있다. 종국에 작품의 구조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사건의 결말이나 인물의 성격, 행위 등이기 때문이다.
시적 화자 역시, 한 특정인(특정 사물)의 입장에서 그(그것)를 대신해 노래를 부른다. 특히 사물이 시에서 목소리를 지닐 때는 더욱 그렇다. 이 때, 시인과 시적 화자는 얼마든지 다를 수 있다.
이에 비해 직접 나서서 글의 흐름을 이끌어가는 수필에서의 자아는 그것을 쓴 실제 인물의 사상과 감정, 인생관 등을 그대로 표출하게 된다. 우리가 수필을 읽으면서 글쓴이와 대화를 나누는 것처럼 여기는 까닭도 이 때문이다.
그러므로 수필에서의 ‘나’는 ‘믿을 수 있는 화자’이면서 우리가 글에 주어진 사상과 교양, 지식, 정보, 교훈, 서정으로부터 직접적인 영향을 받게 되는 필자인 것이다. 이렇듯 수필은 필자의 내면과 외면을 다 풀어 놓고 독자와 대화를 하듯 글을 이끌어 가는 특색을 지닌다.
2-3 수필은 서정적인 것, 명상적인 것, 지적인 것으로 나눈다고 했을 때, 이러한 구분과 ‘붓 가는 대로 쓴다.’고 하는 자세와의 거리는 각기 어떻게 다른가를 생각해 보자.
(풀이)
서정적인 수필에서는, 일상 생활이나 자연에서 느낀 감정이나 감상을 주관적,주정적으로 표현하므로 실의 형태를 지향한다고도 할 수 있고, 그만큼 문학성이 높다.
명상적 수필에서는 고도의 지적 관심이나 해박한 상식, 정신적 성찰이 고급스러운 문투로 표현 되는데, 그러다보니 다분히 무거운 분위기를 지니게 되는 것을 피할 수 없다.
끝으로 지적인 수필은 말 그대로 독자에게 유익한 지식을 전하고자 정보와 사실을 정확히 기술하는 데 초점을 둔다. 따라서, 글쓴이의 주관적 감성이나 정신의 깊이보다는 객관적이고 논리적인, 분석 위주의 문투를 쓰게 된다.
이렇게 보면, 수필은 형식이 자유스럽다 해서 아무렇게나 써도 좋은 글은 아니며, 쓰고자 하는 내용에 의해 내적인 제재를 받는 글이라 할 수 있다.
2-4 언어는 정보 전달과 함께 심미적이고 정서적인 내적 욕구를 표현하는 기능을 가진다. 수필에서의 사실 기술이 실용문이나 기사문에서의 그것과 다른 면이 무엇인가를 알아보자.
(풀이)
수필은 생화에 밀접하게 연관돼 인생의 향기를 지니고있고, 때로 정보 전달을 위주로 하는 경우라 하더라도 그 안에 삶의 지헤가 담겨 있게 마련이다. 허구성이 없다는 점에서 실용문이나 기사와 공통점을 가지고 있을런지도 모른다. 그러나 격식을 갖춘 비문예적인 글도 정확한 언어를 엄밀히 골라 쓰는 노력이 담겨 있기 마련이다. 뿐만 아니라 모든 수필에는 수필적 자아가 독립된 인격체로서의 자기 목소리를 가지고 있으므로, 실용문에서 볼 수 없는 개성이 들어 있다.
이 때, 사용되는 언어가 심미적이고 정서적인 면을 직접 북돋워 주지는 않는다 하더라도, 인간의 정신에 대한 계발을 이룸은 물론이다. 따라서, 장차 그와 같은 다른 면과 이어질 수 있는 정신의 깊이를 마련하는 구실을 한다고 보아야 하겠다. 인간이 사용하는 언어의 어느 한 측면만이 강조되어서는 완전한 사고를 형성하기 어렵다. 그러므로 정보 전달을 위해 씌어진 수필이라 하더라도 일단 그것을 독자가 읽고 그 내용을 미리 정리해 두면 훗날 심미적이고 정서적인 언어를 대할 수 있는 바탕이 되는 것이다.
3-1 수필의 일반적 특성을 정리해 보자.
(풀이)
① 수필은 무형식의 문학이다.-수필은 형식이 다양한, 자유로운 문학이다.
② 수필은 제재가 다양한 문학이다.
③ 수필은 개성의 문학이다.-수필은 지은이의 개성이 가장 잘 드러나는 문학이다.
④ 수필은 유머와 위트의 문학이다.
3-2 수필의 유형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를 알아보고, 그 특성을 간단히 설명해 보자.
(풀이)
수필의 유형은 내용에 따라 중수필과 경수필, 진술 방식에 따라 교훈적 수필, 희곡적 수필, 서정적 수필, 서사적 수필로 나눌 수 있다.
☞ ‘수필의 개관’참조
3-3 수필의 진술방식(설명,서사,묘사,논증)을 설명해 보자.
(풀이)
○설명 : 어던 사물이나 사실을 알기 쉽게 풀이하여 이해시키는 진술 방식.
○논증 : 아직 명백하지 않은 사실이나 원리에 대하여 그 진실 여부를 밝히는 진술 방식
○묘사 : 어떤 사물의 모습이나 상황을 언어로써 눈에 보이듯이 그려 보이는 진술 방식.
○서사 : ‘무엇이 발생하였는가?’에 대한 대답으로 이야기의 형식을 지니는 진술 방식.
3-4 고대 수필의 문체상의 특징을 알아보자.
(풀이)
수필은 크게 한문 수필과 한글 수필로 나눌 수 있다.
한문 수필은 ‘문(文), 기(記), 서(序), 발(跋), 서(書)’등 여러 가지 양식으로 세분된다.
한글 수필은 ‘일기, 기행, 내간, 추도문, 전기문, 잡문’등을 들 수 있으며, 특히 궁정 수상은 뛰어난 작품이 많다. 그리고 조선 후기의 장편화한 기행 가사, 유배 가사도 수필에 가까운 것이었다.
궁정 수상[궁중 문학]은 여성 특유의 우아한 표현과 인간 내면에 흐르는 섬세한 정서를 나타내어, 내간체 문장의 전형을 이루었다.
내간이란 부녀자들 사이에 오고간 편지로서 한없이 따뜻한 정을 느끼게 하는 작품들이 많다. 이렇게 내간의 형식으로 쓴 수필을 내간체 수필이라고 일컫는다.
3-5 여러 수필가들의 작품을 찾아 읽고 주제를 파악해 보자.
(풀이)
☞각 작품의 ‘보충 교재 해설’ 참조
3-6 신변에서 일어나는 일을 소재로 하여 수필을 한 편 지어 보자.
(풀이) 각자 해 보자.
4-1 수필의 형식적 특징이 시나 소설과 다른 점을 설명하라.
(풀이)
수필은 자유로운 형식의 글이다. 그래서 수필의 형식을 ‘무형식의 형식’이라고 하는데, 이는 수필이 일정한 구속성을 가지지 않는다는 점에서는 ‘무형식’이고 개별 작품으로는 독특한 형식을 선택한다는 점에서는 ‘형식’이다.
자유시가 일정한 운율이나 시행은 없으나, 행과 연의 구분이 있고, 내재율을 가지는 등 약간의 제약을 받는다.
소설도 현실 세계에 있음직한 일을 작가의 상상에 의하여 꾸며 낸 이야기로 산문으로 쓰여진 허구의 문학이다. 따라서 수필의 형식적 특징은 시나 소설과는 엄연히 구별된다.
4-2 문학이 인생을 위한 가치라고 할 때, 수필이 보여주고자 하는 ‘인생을 위한 가치’의 종류는 어떠한 것인지 말해 보라.
(풀이)
문학이 주는‘인생을 위한 가치’는 언어 예술로서의 언어적 측면과 내용을 중심으로 한 정서나 의미의 두 측면에서 고려할 수 있다. 수필은 한 개인의 사색적, 체험적 진실성을 각자 스스로의 개성적 목소리에 의해 들려 주는 언어적, 예술적 측면의 가치와 그러한 언어 표현 속에 담긴 인생의 진리, 교훈, 정서, 감동 등에 의한 정신적 측면의 가치를 가진다.
4-3 고대 기록 문학적 수필이 ‘문학’으로 인정되는 이유가 무엇인지 말해 보라.
(풀이)
기록 문학이 단순히 어떤 역사적 사실만을 기록했다기보다는 그러한 사실의 서사적, 객관적 사실속에 작가의 주관적인 말투, 문체, 형식을 부여하였기 때문에 문학 작품으로 인정되는 것이다.
4-4 현대 수필 문학이 문학 장르로서의 확고한 창작의지에 의해 지어진다고 할 때, 그것이 갖추어야 할 가장 중요한 요건이 무엇인지 말해 보자.
(풀이)
수필의 자유로운 형식과 제재의 다양성만으로는 문학 장르로서의 성격을 규정짓지 못한다. 수필이 문학 장르로서의 확고한 위치를 차지하려면, 수필의 형식이 언어 에술로서의 문학성을 갖추었을 때 가능한 것이다.
4-5 수필에 있어서 제재의 선택과 구성과는 어떤 관계가 있는지 설명하라.
(풀이)
지은이가 대상을 바라보는 시각, 지은이만이 지니고 있는 독특한 체험, 그 체험에 대한 지은이 나름의 해석과 태도, 수필이 가치로 삼는 개성, 유머, 위트, 서정, 삶의 진실성 등에 알맞은 제재가 선택되고, 거기에 따라 구현되는 주제에 알맞은 형태로 수필은 구성되기 마련이다. 그러므로 제재의 선택과 글의 구성은 높은 상관 관계를 가지는 것이다.
4-6 수필을 이루는 중요한 구조적 요소를 말하고 각 요소의 문학성에 대하여 간략히 설명하라.
(풀이)
수필을 이루는 요소에는 제재, 구성, 문체, 주제 등이 있다. 이들은 글쓴이의 개성, 유머와 위트(wit), 삶의 진실성 등에 의해 그 문학성이 인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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