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문학창고

산정무한(山情無限) / 본문 일부 및 해설 / 정비석

by 송화은율
반응형

산정무한(山情無限) - 정비석

 

 

밤 깊어 뜰에 나가니, 날씨는 흐려 달은 구름 속에 잠겼고, 음풍(陰風)이 몸에 선선하다. 어디서 솰솰 소란히 들려 오는 소리가 있기에 바람 소린가 했으나, 가만히 들어 보면 바람 소리만도 아니요, 물 소린가 했더니 물 소리만도 아니요, 나뭇잎 갈리는 소린가 했더니 나뭇잎 갈리는 소리가 함께 어울린 교향악인 듯 싶거니와, 어쩌면 곤히 잠든 산의 호흡인지도 모를 일이다.

 

뜰을 어정어정 거닐다 보니, 여관집 아가씨는 등잔 아래에 외로이 앉아서 책을 읽고 있다. 무슨 책일까? 밤 ?은 줄조차 모르고 골똘히 읽는 품이, 춘향(春香)이 태형(苔刑) 맞으며 백(百)으로 아뢰는 대목일 것도 같고, 누명(陋名) 쓴 장화(薔花)가 자결을 각오하고 원한을 하늘에 고축(告祝)하는 대목일 것도 같고, 시베리아로 정배(定配)가는 카추샤의 뒤를 네프 백작(伯爵)이 쫓아가는 대목일 것도 같고 . 궁금한 판에 제멋대로 상상해 보는 동안에 산 속의 밤은 처량히 깊어갔다.

 

자꾸 깊은 산속으로만 들어가기에, 어느 세월에 이 골을 다시 헤어나 볼까 두렵다. 이대로 친지와 처자를 버리고 중이 되는 수밖에 없나 보다고 생각하며 고개를 돌이키니, 몸은 어느새 구름을 타고 두리둥실 솟았는지, 군소봉(群小峯)이 발 밑에 절하여 아뢰는 비로봉 중허리에 나는 서 있었다. 여기서부터 날씨는 급격히 변화되어 이 골짝 저 골짝에 안개가 자옥하고 음산(陰散)한 구름장이 산허리에 감기더니, 은제(銀梯), 금제(金梯)에 다다랐을 때, 기어이 비가 내렸다. 젖빛 같은 연무(煙霧)가 짙어서 지척을 분별할 수 없다. 우장(雨裝)없이 떠난 몸이기에 그냥 비를 맞으며 올라가노라니가, 돌연 일진 광풍(一陣狂風)이 어디서 불어 왔는지, 휙 소리를 내며 운무(雲霧)를 몰아가자, 은하수같이 정다운 은제와, 주홍 주단 폭 같이 늘어놓은 붉은 진달래 단풍이, 몰려가는 연무 사이로 나타나 보인다. 은제와 단풍은 마치 이랑이랑으로 섞바꾸어가며 짜 놓은 비단결 같이 봉에서 골짜기로 퍼덕이며 흘러내리는 듯하다. 진달래 꽃보다 단풍이 배승(倍勝)함을 이제야 깨달았다.

 

<하략>


작가 : 정비석(鄭飛石, 1911 1991)

 

소설가. 평북 의주 출생. 1932년 일본 니혼[日本]대학 문과를 중퇴하였다. 35동아일보에 시 여인의 상》 《저 언덕길등을 발표했으나, 36년 소설로 전향하여 단편 졸곡제(卒哭祭)동아일보신춘문예에 입선하고, 1927년 단편 성황당(城隍堂)조선일보신춘문예에 당선되어 데뷔했다. 이후 애증도(愛憎道)》 《자매(姉妹)》 《제신제(諸神祭)등을 발표했다. 그는 국민문학(43.4)<국경>이라는 수필에서 󰡒내가 살고 싶은 곳은……이 내 나라 일본밖에 ……이 지구상의 단 한 곳의 낙원……조국 일본이 아니면 안 된다󰡓고 했을 정도로 일본인화 했었다. 그의 작품 본령은 815광복 후의 연재소설 파계승(破戒僧)》 《호색가(好色家)의 고백등 일련의 애욕세계를 거쳐 54자유부인(自由夫人)에 이르러 대중소설 작가의 위치를 굳혔다. 84년에는 소설 손자병법을 발간하여 베스트셀러가 되기도 하였다. 저서로는 위의 작품 외에 청춘산맥(49) 여성전선(女性戰線)(51) 홍길동전(53) 산유화(山有花)(54) 야래향(夜來香)(57) 여성의 적()(60), 수필집 비석(飛石)과 금강산의 대화(63) 여인백경(女人百景)등 수십 권에 달한다.

 

작가 2 : 정비석

본명은 서죽(瑞竹). 1911521일 평북 의주에서 출생하였다. 1927년 신의주중학 재학 때 학생 독서회 사건으로 검거돼 신의주 형무소에서 만 1년간 복역한 뒤 출감했다. 29년 일본 히로시마의 구산중하교를 마치고 니혼대학 문과에 입학했다. 재학중 일문으로 쓴 소설 <고향의 편지><문학신문>에 당선되었다.

 

1935<동아일보>에 시 '어린 것을 잃고', '저 언덕' 등을, <매일신보>에 소설 <여자> 등을 발표하며 문단에 나왔다. 1936<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졸곡제>가 입선되고, 이듬해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성황당>이 당선되면서 본격적인 소설가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한때 매일신문 기자(1940), 중앙신문 문화부장(1946), <<대조>> 편집주간(1947) 등의 일을 하며 창작 활동을 했으며 1950년대 초 이후 전업작가로 일관했다. 1954<자유부인><서울신문>에 발표했다. 특히 이 작품은 동란 이후 아메리카니즘에 의한 당시의 사회적인 퇴풍을 폭로한 작품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다. 이후 많은 소설을 발표하고 펜클럽 회원으로 국제적 행사에 다수 참가하였다.

 

1983년엔 신문에 연재되었던 <소설 손자병법>을 고려원에서 간행했는데 그의 생애 마지막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19911018일에 사망했다.

 

농촌에서 홍수로 아내를 잃고 난 뒤 신의주로 옮겨간 언삼 부자가 지게꾼일과 밀수 도둑질까지 해서 아내의 제사를 지내는 이야기를 담은 <졸곡제>, 후미진 산골에서 숯을 구어먹고 사는 현보의 삶과 그의 아내 순이를 둘러싼 사내들의 관계를 그린 <성황당>을 이 시기의 대표작으로 꼽을 수 있다.

 

1940년대에는 설악산을 배경으로 종교와 사랑의 문제를 다룬 <제신제>, 전통적인 가치관을 지닌 청파 선뼈뷕통해 세태의 변화를 그린 <고고>, 섣달 그믐의 세모 풍경을 특이한 구성으로 묘파한 <한월> 등을 발표했다.

 

창작 활동은 해방 이후에 본격화되는데, 많은 독자층을 확보함으로써 대중적 인기작가로서 군림하였다. 특히 베스트셀러였던 <자유부인>은 한국전쟁 이후의 사회적 퇴폐 풍조를 배경으로 현대여성의 애정모랄을 탐구해 본 것이지만 통속소설에 가까운 작품이었다.

 

이후 <월야의 창>, <애정무한>, <연산군>, <낭만열차>, <사랑의 십자가> 등 대중적인 장편소설을 꾸준히 연재했다. 말년에는 역사에서 소재를 취하여 현대인들에게 흥미있는 읽을거리를 제공해 주는 <<명기열전>>, <<민비>>, <<삼국지>>, <<손자병법>> 등에 매달려 본격적인 문학 창작에서 비껴선 듯한 인상을 주었다.

 


산정무한(山情無限) : 산에서 느끼는 감정과 흥이 끝이 없음

 고단한 마련 해선 : 피곤함에도 불구하고

 영봉(靈峰) : 신령스러운 산봉우리

 새댁같이 수줍은 생각으로 : 아름다운 금강산의 절경을 처음 보는 데서 오는 설렘을 새댁의 수줍음에 비유하여 표현한 구절이다. 금강산에 대한 작자의 기대와 애정이 담겨 있다.

 준봉(峻峰) : 높고 험한 산봉우리

 청운의 뜻을 - 나무들이었다. : 마치 대망(大望)이라도 이루려는 듯이 하늘을 향해 쭉쭉 뻗은 나무를 비유적으로 표현한 말이다. ‘근심 없이 자란 나무’란 표현과 어울려 인위적인 힘이 가해지지 않은 자연의 원시성을 부각시키고 있다

 외틀어지고 : 비뚤게 틀어지고

 단장(短杖) : 지팡이

 전정(前程) : 앞길

 웃음경삼아 : 웃음을 주는 경치로 삼아

 탐승(探勝) : 경치 좋은 곳을 찾음

 만학천봉(萬壑千峰) : 수많은 골짜기와 산봉우리들

 등(橙) : 오렌지 색

 다기(多岐) : 여러 갈래

 준초(峻 )하고 : 가파르고 험하고

 차례탑(茶禮塔) : 차례 때 높이 괴어 올린 제물

 예불상(禮佛床) : 예불시 음식물을 차려 놓은 상(床)

 부앙(俯仰) : 굽어보고 우러러봄

 참괴(慙愧) : 부끄러움

 부앙(俯仰)하여 천지에 참괴함이 없는 공명한 심경 : 하늘을 우러러보아도, 땅을 굽어보아도 부끄러움이 없고 사사로움이 없이 정당하고 맑은 마음. <맹자> 인용

 군자삼락(君子三樂) 군자의 세 가지 낙. 첫째, 부모가 살아 계시고, 형제가 무고한 것. 둘째, 하늘과 사람에게 부끄러워할 것이 없는 것. 셋째, 천하의 영재를 얻어서 교육하는 것.[출전]《孟子》〈盡心篇〉 군자에게는 세 가지 즐거움이 있다는 말. 전국 시대, 철인(哲人)으로서 공자의 사상을 계승 발전시킨 맹자(孟子:B.C. 372?∼289?)는 《맹자(孟子)》〈진심편(盡心篇)〉에서 이렇게 말했다. 군자에게는 세 가지 즐거움이 있다. [君子有三樂(군자 유삼락)] 첫째 즐거움은 양친이 다 살아 계시고 형제가 무고한 것이요. [父母具存 兄弟無故(부모구존 형제무고)] 둘째 즐거움은 우러러 하늘에 부끄러움이 없고 구부려 사람에게 부끄럽지 않은 것이요. [仰不傀於天 俯不澤於人(앙불괴어천 부부작어인)]


  셋째 즐거움은 천하의 영재를 얻어서 교육하는 것이다. [得天下英才 而敎育之(득천하영재 이교육지)] 한편 공자는 《논어(論語)》〈계시편(季시篇)〉에서 '손해 되는 세가지 좋아함[損者三樂(손자삼요)]'을 다음과 같이 꼽았다. 교락(驕樂:방자함을 즐김), 일락(逸樂:놀기를 즐김), 연락(宴樂:주색을 즐김). [유사어] 익자삼요(益者三樂) [반의어] 손자삼요(損者三樂)

 명경지수(明鏡止水) : ‘맑은 거울과 잔잔한 물’이라는 뜻으로 아주 맑고 깨끗한 심경(心境)을 일컫는 말

 반공(半空) : 중천(中天)

 외연(巍然)히 : 높고 크게 우뚝이

 층암절벽(層巖絶壁) : 험한 바위들이 층층이 쌓인 낭떠러지

 영자(影子) : 그림자

 반영(反映) : 반사되어 비침

 인간 비극은 - 거울에서 출발했다. : 인간은 거울을 봄으로써 자기의 부족함에 대한 열등 의식이 싹터 고뇌와 비극이 시작되었고, 또한 자기의 참모습을 깨달아 자신을 개선하고 환경과 생활을 고쳐 나감으로써 문화의 발전을 이룩하게 되었다.

 억설(臆說) : 근거나 이유가 없는 억측의 말

 유부족(猶不足)할 : 오히려 부족할

 가경(可驚) : 놀랄 만함

 염송(念誦) : 마음 속으로 부처를 생각하여 염불을 욈

 업죄(業罪) : 전생에 지은 죄

 영조(映照) : 밝게 되비춤

 운상기품(雲上氣稟) : 속됨을 벗어난 고상한 기품. 곧 왕족의 기품으로 백성의 세계에 대하여 왕족의 세계를 이룸

 염마(閻魔) : 염라 대왕. 저승의 임금

 웅자(雄姿) : 늠름하고 씩씩한 모습. 웅장한 모습

 신용 : 신과 같이 거룩한 용모

 협착(狹窄)한 : 매우 좁은

 진퇴유곡(進退維谷) : 앞으로 나아갈 수도 없고 뒤로 물러설 수도 없어, 어찌할 길이 없음

 절박감(切迫感) : 매우 급한 느낌. 다급한 느낌

 유래담(由來談) : 사물의 내력에 대한 이야기

 유수(幽邃)한 : 그윽하고 깊숙한

 지천(至賤) : 너무 많아 조금도 귀할 것이 없음

 단풍의 산이요 단풍의 바다다. : 온 산과 계곡이 단풍으로 뒤덮여 있어서 마치 단풍으로 이루어진 산과 바다와 같다. 황홀하고 찬란한 단풍을 표현한 것이다.

 요원 : 불타고 있는 벌판

 산 전체가 요원(燎原) 같은 화원이요, - 한 떨기의 꽃송이다. : 산의 아름다운 단풍을 표현. 산과 봉봉은 그대로 단풍에 덮여 있으므로 산과 봉우리는 곧 단풍이라 할 수 있다.

 벽공 : 푸른 하늘

 외연히 : 산 따위가 매우 높고 우뚝하게

 백화난만(百花爛漫) : 온갖 꽃이 피어 한창 무르익어 곱게 흐드러진

 신화(神火) : 도깨비불. 까닭 없이 저절로 일어난 불

 진주홍(眞朱紅) : 진한 주홍빛. 새빨간 빛

 해면(海綿) : 갯솜. 동물의 뼈로서 솜같이 된 것

 화폭(畵幅) : 그림을 그려 놓은 종이 헝겊 등의 조각

 감흥(感興) : 마음에 느끼어 일어나는 흥취

 다리는 줄기요 - 물들어 버린 것 같다. : 탐승하는 일행을 나무에 비유하여 마치 몸의 다리는 줄기이고 팔은 나뭇가지이며, 피부는 온통 단풍의 빛깔로 물들어 버린 것 같다. 주객일체(主客一體), 물심일여(物心一如)의 경지를 나타내었다

 완상(玩賞)하며 : 즐기며 구경하며

 석계(石階) : 돌계단

 목잔(木棧) : 나무로 사다리처럼 놓은 길

 철삭(鐵索) : 철사로 꼬아 만든 줄

 답파(踏破)하고 : 끝까지 다 걸어가고

 일망무제(一望無際) : 멀고 넓어서 바라보는 데 막힘이 없음

 광활(廣闊) : 환하고 넓음

 지호지간(指呼之間) 손짓하여 부르면 대답할 수 있을 정도의 가까운 거리.

 유상무상(有象無象) : 세상 물건을 이것저것 구별하지 않고 통틀어 일컫는 말

 유상무상의 - 저기에서도 불끈, : 갖가지 모양의 봉우리들이 솟아 있는 모습을 싸움터의 영웅에 비유한 것이다.

 전시(戰時) : 전쟁 중에

 할거(割據) : 제각기 땅을 차지하여 자리를 잡음

 군웅(群雄) : 많은 영웅들을 이르는 말이나 여기서는 많은 산봉우리를 이름

 천인단애(千 斷崖) : 천 길이나 되는 낭떠러지

 칠보 단장(七寶丹粧) : 여러 패물로 단장함

 환대(歡待) : 반가이 대접함

 선원(禪院) : 참선(參禪)하는 절

 이런 심산에 - 많을까? : 은근히 당나라의 시인이 쓴 시구인 ‘白雲深處老僧多’(흰 구름 깊은 곳에 노승도 많아라.)를 인용하고 있다. 사람이 귀한 여관 풍경과 대비시키고 있다.

 온고지정 : 옛것을 살피고 생각하는 마음

 음풍 : 음산한 바람. 겨울 바람

 고축(告祝) : 신명(神明)에게 고하여 빎.

 시베리아로 정배가는 ~ 쫓아가는 대목 : 러시아 문호 톨스토이의 장편 <부활>의 한 장면을 말함.

 홀연홀몰 : 갑자기 나타났다가 갑자기 사라짐.

 경천동지 : 하늘이 놀라고 땅이 울린다는 뜻으로, 세상을 크게 놀라게 함.

 오연히 : 오만스럽게

 저립해서 : 우두커니 섬.

 풍림 : 바람과 비, 풍우

 섬섬옥수(纖纖玉手) : 가냘프고 고운 여자의 손

 창맹 : 세상의 모든 백성, 창생.

 남가일몽(南柯一夢) : 덧없는 부귀 영화

 수유 : 잠시동안

 고단한 마련 해선 : 피곤함에도 불구하고

 새댁같이 수줍은 생각으로 : 아름다운 금강산의 절경을 처음 보는 데서 오는 설렘을 새댁의 수줍음에 비유하여 표현한 구절이다. 금강산에 대한 작자의 기대와 애정이 담겨 있다.

 청운의 뜻을 - 나무들이었다. : 마치 대망(大望)이라도 이루려는 듯이 하늘을 향해 쭉쭉 뻗은 나무를 비유적으로 표현한 말이다. '근심 없이 자란 나무'란 표현과 어울려 인위적인 힘이 가해지지 않은 자의 원시성을 부각시키고 있다.

 부앙(俯仰)하여 천지에 참괴함이 없는 공명한 심경 : 하늘을 우러러보아도, 땅을 굽어보아도 부끄러
  움이 없고 사사로움이 없이 정당하고 맑은 마음. <맹자> 인용

 둘째 즐거움은 우러러 하늘에 부끄러움이 없고 구부려 사람에게 부끄럽지 않은 것이요. [仰不傀於天俯不澤於人(앙불괴어천 부부작어인)]

 세상에 - 있을 수 있을까? : 거울은 있는 그대로를 비추기에 그 앞에서는 아무것도 숨길 수가 없어 두렵다. 자연 앞에서 느끼는 경외감(敬畏感)의 표현이다.

 인간 비극은 - 거울에서 출발했다. : 인간은 거울을 봄으로써 자기의 부족함에 대한 열등 의식이 싹터 고뇌와 비극이 시작되었고, 또한 자기의 참모습을 깨달아 자신을 개선하고 환경과 생활을 고쳐 나감
  으로써 문화의 발전을 이룩하게 되었다.

 단풍의 산이요 단풍의 바다다. : 온 산과 계곡이 단풍으로 뒤덮여 있어서 마치 단풍으로 이루어진 산과 바다와 같다. 황홀하고 찬란한 단풍을 표현한 것이다.

 산 전체가 요원(燎原) 같은 화원이요, - 한 떨기의 꽃송이다. : 산의 아름다운 단풍을 표현. 산과 봉봉은 그대로 단풍에 덮여 있으므로 산과 봉우리는 곧 단풍이라 할 수 있다.

 다리는 줄기요 - 물들어 버린 것 같다. : 탐승하는 일행을 나무에 비유하여 마치 몸의 다리는 줄기이고 팔은 나뭇가지이며, 피부는 온통 단풍의 빛깔로 물들어 버린 것 같다. 주객일체(主客一體), 물심일여(心一如)의 경지를 나타내었다.

 등극하실 몸에 - 모른다. : 임금이 되실 귀한 몸에 범부나 입는 삼베옷을 입고 평범하게 살아가야 했던 마의 태자의 행적은 이미 불교에서 말하는 전생의 업보가 아니었던가 여겨진다.

 유상무상의 - 저기에서도 불끈, : 갖가지 모양의 봉우리들이 솟아 있는 모습을 싸움터의 영웅에 비유한 것이다.

 이런 심산에 - 많을까? : 은근히 당나라의 시인이 쓴 시구인 '白雲深處老僧多'(흰 구름 깊은 곳에 노승도 많아라.)를 인용하고 있다. 사람이 귀한 여관 풍경과 대비시키고 있다.



감상의 길잡이 1

산정 무한은 금강산 기행에서 느낀 감회를 낭만적, 감상적, 회고적으로 그린 작품이다. 노정에 따른 추보식 구성으로 쓰여진 이 글은, 화려한 문체로 서경과 서정을 적절하게 배합하고 있다. 여행객이 지닌 가벼운 해방감과 감수성으로 노정을 선명히 드러내고, 관찰과 연상에 의해 작자의 유려한 문체와 개성이 강하게 드러나 있기도 하다.

 

이 작품은 금강산 장안사로 가는 길부터 시작하여 마의 태자의 묘지에 이르기까지의 여정과 그때그때의 감상을 담은 것이다. 발길 닿는 곳마다 절경이요, 신비로운 일화가 얽혀 있어 사람의 발길을 멈추게 하는 금강산, 작자는 이 금강산의 풍치와 절경과 거기서 받은 낭만적 정감을 신선한 감각과 화려하고 섬세한 문체로 표현하고 있다.

 

이처럼, 기행문이라는 형식이 지닌 단순한 기록성을 뛰어넘어 서경과 서정이 잘 조화된 문학으로 승화시킴으로써, 기행 수필의 차원을 한 단계 높이고 있다. 선경후정(先景後情)이라는 표현이 있다. 금강산의 경()을 먼저 구경하고, 여기에서 촉발된 작자의 정()을 담담히 서술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 작품은 시적(詩的) 수필에 가깝다.

 

감상의 길잡이 2

이 작품은 작자의 조국 강산에 대한 깊은 애정이 절절하게 드러나 있는 기행 수필로, 아름다운 금강산에서 느낀 감회를 서술하고 있다. 이 작품에서는 장안봉에서 명경대, 황천 계곡, 망군대, 마하연사, 비로봉으로 이어지는 노정을 지나면서 자연의 무궁무진한 아름다움과 조화에 경탄하고, 또한 마의 태자의 무덤에서 인생의 무상함을 느끼고 그 감상을 서술하고 있다. 서경과 서정의 조화를 살리고 섬세하고 화려한 필치로 짜임새 있게 멋과 교양을 잘 드러내준 글로 신선한 감각, 낭만적인 정감, 회고적인 감회가 전편에 흐르고 있다. 특히 절경에서 느껴지는 낭만적 정감을 화려하고 섬세한 문체로 표현하여 기행문의 차원을 한 단계 끌어올린 작품으로 평가된다.

 

‘산정 무한’과 이효석의 ‘산’의 표현의 유사성

산정무한에 드러나는 묘사 부분은 이효석의 작품 에서 드러나는 묘사 부분과 유사성이 있는 것이 있다. , ‘산정 무한황천 계곡부분에 드러나는 천하에 수목이 이렇게도 피나무, 자작나무, 고로쇠 나무……의 표현은 이효석의 의 다음과 같다.

 

수북 들어선 나무는 마을의 인총보다도 많고 사람의 성보다도 종자가 흔하다. 고요하게 무럭무럭 걱정 없이 잘들 자란다. 산오리나무, 물오리나무, 가락나무, 참나무, 졸참나무, 박달나무, 사스레나무, 떡갈나무, 피나무, 물가리나무, 싸리나무, 고로쇠나무, 골짜기에는 산사나무, 아그배나무, 갈매나무, 개옷나무, 엄나무……

 

그리고 산정 무한에 나오는 산은 언제 어디다 지천으로 내뿜는 것일까?’의 표현도 이효석이 을 표현하고 있는 다음과 유사함이 보인다.

 

흙빛에서 초록으로--이 기막힌 신비에 다시 한 번 놀라볼 필요가 있을까. 땅은 어디서 어느 때 그렇게 많은 물감을 먹었기에 봄이 되면 한꺼번에 그것을 이렇게 지천으로 뱉어 놓을까.’

 

핵심 정리

작자 : 정비석

갈래 : 경수필, 시적(詩的) 수필, 기행 수필

성격 : 낭만적, 감상적, 회고적,

문체 : 화려체, 만연체, 우유체

 

표현

서경과 서정이 조하를 이룸. 선경후정(先景後情)

감각적인 언어, 다양한 표현 기교를 구사하여 미려하나 현란한 느낌을 줌.

신선하고 섬세한 표현으로 정경과 감회를 묘사.

구성 : 노정(路程)에 따른 추보식 구성

제재 : 금강산 기생

주제 : 금강산의 탐승과 그 여정. 금강산의 장관과 탐승의 정취.

출전 : <한국 명수필선>

 


 

반응형

블로그의 정보

국어문학창고

송화은율

활동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