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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하촌(寺下村) / 줄거리 및 해설 / 김정한

by 송화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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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하촌(寺下村, 1936, <조선일보>)

 

 

작가:김정한(1908 - )

호는 요산(樂山). 경남 동래 출생. 동래고보 졸업 후 동결 제일외국어학원에서 1년간 공부, 학교 교사로 재직 중 일제에 항거하다가 구금됨. 그 후 일본에 건너가 와세다 대학 문과 중퇴. 1936<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단편 사하촌이 당선되어 문단에 등단. 1945년 해방 이후 <민주신보> 논설위원. 부산대 교수 등 역임. 1940년 일제의 발악이 극에 달할 무렵 한 동안 붓을 꺽고 있다가 1966모래톱 이야기로 문단에 복귀. 1969년 중편 수라도로 제 6회 한국문학상 수상.

대표작으로는 옥심이(1936), 항진기(1937), 3병동(1969), 뒷기미 나루(1969) 등이 있고, 󰡔김정한 소설집󰡕(1974) 등의 작품집이 있다.

 

등장인물

들깨, 철한이, 봉구, 또줄이, 치삼 노인: 성동리 주민들

쇠다리 주사, 이시봉, 진수 : 성동리 지주 계층

 

 

줄거리

 

타작마당 돌가루 바닥같이 딱딱하게 말라붙은 한가운데, 어디서 기어들었는지 난데없는 지렁이가 한 마리 만신에 흙고물 칠을 해 가지고 바동 바동 굴고 있다. 색까만 개미떼가 물어 뗄 때마다 지렁이는 한층더 모질게 발버둥질을 한다. 또 어디선가 죽다 남은 듯한 쥐 한 마리가 튀어 나오더니 종종걸음으로 마당 복판을 질러서 돌담 구멍으로 쏙 들어가 버린다.

 

보광사의 논을 부치고 사는 성동리에 혹심한 가뭄이 들었다. 3년 전 수도 저수지가 생긴 탓으로 냇물조차 한 방울 없다. 들깨의 부친 치삼 노인은 복받는다는 중의 꾀임에 물길 좋은 논 두마지기를 보광사에 시주하고, 찢어지게 가난한 살림에 심한 신경통으로 고생하며 아들에게 미안해하고 있다. 성동리 농민들이 밤낮으로 몰려가서 애원도하고, 수원지 안에까지 들어가서 물을 빼내려고 소동을 벌인 탓으로 마침내 저수지 물을 터 놓게 되었다. 그러나 중들의 행패로 가난한 소작인들의 논에는 물도 제대로 댈 수 없게 된다. 분노가 머리끝까지 치민 들깨는 뒷일이야 어찌 되든 노승이 가로막는 물길을 힘으로 터 놓는다. 봇목에 논을 가지고도 절사람들 때문에 물을 대지 못하던 어진 농군 고 서방도 큰맘 먹고 물꼬를 터 놓았다가 경찰관 앞잡이 이 시봉에게 얻어맞는다.

 

그 날 밤 들깨와 철한이는 남몰래 보광리 중마을의 논둑을 동강을 내 버린다.그리하여, 무고한 고 서방이 협의를 받고 갇히게 된다. 주린 배를 졸라매며 성동리 농민들은 찌는듯한 폭양 아래 쇠다리 이 주사네 논을 매는데, 보광리의 젊은 남녀들은 해수욕 갔다 오느라고 먼지를 일으키며 차를 몰고 지나간다. 이 젊은이들은 밤에는 멱감는 동리 아낙네들 곁에 유성기를 들고 다니며 흥청거린다.

 

농민들의 간절한 기우제도 소용 없이 하늘은 가물기만 하는데, 보광사에서는 기우 불공을 드린답시고 부녀자들의 돈푼만 거둬들인다. 괘불을 하면 가장 영험이 있다더니, 그것도 소용없이 가뭄은 계속된다.

 

논에는 메밀이 뿌려졋고, 학교 다니던 아이들은 하나 둘 퇴학을 한다.추석이 왔으니 먹을 것도 없고 웃음도 없다. 아낙네들은 산에서 버섯을 따다 팔고 남자들은 나무를 했다. 그러나, 그나마 마음대로 할 수 없다. 보광사 뒤 대사봉 중턱에서 나무하던 아이들이 절 산지기에 쫓겨 달아나다 상한이가 벼랑에서 떨어져 죽고 그의 할머니는 미쳐 버린다. 군청에서 주사가 나와서 실지 조사를 해 가더니 소식이 없고, 동네 안에는 주린과 불안만이 떠도는데, 마침내 보광사에서 김평을 나온다. 그들은 농사 조합의 평의원인 진주집에서 술만 마시고, 소작인들의 진정은 듣는 둥 마는 둥 논들을 흝어 보고 가더니, 예년과 별다름 없는 소작료를 매겨 놓는다.

 

이런 흉년 속에서도 들깨의 누이 덕아는 탐스럽게 피어 철한이와 혼인을 맺게 된다. 들깨, 고 서방, 또줄이, 구장 등이 보광사 농사 조합에 가서 세를 깎아 주고 연기해 달라고 애걸했으나 그들은 도리어 논을 떼려고 한다. 고 서방은 드디어 입도 차압을 당하고 야간 도주를 해 버린다. 농민들은 밤마다 야학당이 터지게 모여 든다.

 

그리하여, 어떤 날 아침 징 소리와 함께 성동리 농민들은 손에 손에 빈 짚단과 콩대 메밀대를 들고 모인다. 보광사 농사 조합에 차압 취소와 소작료 면세를 탄원하러 줄을 이어 떠난다. 그줄 꽁무니를 따르는 아이놈들은 절 태우러 간다고 떠들어 댄다.

 

그러나 또줄이, 들깨, 철한이, 봉구 이들 장정을 선두로 빈 짚단을 든 무리들은 어느새 벌써 동네 뒤 산길을 더위잡았다. 철없는 아이들도 행렬의 꼬무니에 붙어서 절 태우러 간다고 부산히 떠들어댔다.

 

해설

이 작품은 일제하 대표적인 농민 소설이다. 이 작품에는 일제의 식민지 정책과 거기에 놀아난 우리 불교의 한 단면이 나타나 있다. ‘보광사의 논을 소작하는 성동리 주민들의 수난사를 통해 일제하에서의 모순된 농촌 살이를 폭로하고 그것을 극복하려는 삶의 의의를 알려준다. 특히 이 작품이 일제가 우리 나라의 토착 종교인 불교와 영합하여 식민지 정책을 원활히 하려 했던 음모와 그에 편승한 일부 종교의 반민족적 행위까지 암시하고 있음은, 작가가 이 작품을 발표한 후 승려들에게 폭행을 당했고, 1940년 일제의 언어탄압이 가중되었을 때 절필을 해 버렸던 전기적 사실에 힘입어서도 엿볼 수 있다.

 

이 작품에서 농민들은 앉아서 당하기만 하지는 않는다. 소설의 마지막 부분은 농민들의 소작쟁의 행렬을 그리고 있다. 흔히 보는 계몽주의 농촌소설과 달리, 농민 스스로의 현실적 자각에 초점을 맞춘 농민문학이라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이런 작품의 모습은 당시 카프(kAPF)가 해체 되고 지주 - 소작인의 대립을 그린 작품이 사라지던 때에 나온 소설이라는 점에서도 의의가 있다.

 

(주제) 일제하의 피폐된 농촌 현실의 고발.

(시점) 전지적 작가 시점.

(성격) 사실적, 고발적.

(갈래) 단편 소설, 농민 소설

 

참고

허웅외(1975), 󰡔국어국문학사전󰡕, 일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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