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백꽃 / 줄거리 및 해설/ 김유정
by 송화은율동백꽃( 1936년 5월, <조광> 7호)
작가:김유정
등장인물
나: 소작인의 아들. 바보스러울 만큼 순박한 소년
점순: 마름의 딸. 깜찍하고 활발한 성격
줄거리
오늘도 우리 수탉이 막 쫓기었다. 내가 점심을 먹고 나무를 하러 갈 양으로 나올 때였다. 산으로 올라서려니까, 등뒤에서 푸드덕푸드덕하고 닭의 횃소리가 야단이다. 깜짝 놀라서 고개를 돌려 보니 아니나 다르랴, 두놈이 또 얼리었다.
열일곱 살난 ’나‘는 점순네 소작인의 아들이다. 우리 집 수탉은 점순네 수탉에게 물어뜯기고 피를 흘리기가 일쑤다. 점순이는 그것을 좋아해서인지 곧잘 싸움을 붙이곤 한다. 언젠가 점순이가 구운 감자 하나를 주기에 먹지 않겠다고 돌려주었더니 그 후부터 나보란 듯이 곧잘 닭싸움을 붙여서 약을 올리곤 하는 것이다.
나는 우리 수탉에게 고추장을 먹여서 점순네 수탉과 싸우게도 해 보았으나 소용이 없었다. 오늘도 내가 산에서 나무를 해 가지고 산중 턱까지 내려오자니까, 또 점순이가 거기까지 와 닭싸움을 붙이고 있었다. 그녀는 천연스럽게 호드기를 불고 있었고 우리 집 수탉은 거의 빈사상태였다. 나는 골이 천둥같이 나서 그만 달려가서 막대기로 점순네 수탉을 때려 눕혔다. 닭은 끽 소리 못하고 푹 엎어진 채 죽고 말았다. 나는 겁에 질렸다. 왜냐 하면 점순네 집은 우리 집 마름이기 때문이다. 나는 기가 질려 울면서 점순이가 하자는 대로 하겠다고 했다. 그랬더니 점순이는 닭 걱정은 하지 말라면서 내 어깨를 짚고는 옆에 있는 동백나무 떨기들 사이에 넘어졌다. 그 판에 나도 겹쳐 넘어져 꽃 속에 파묻히고 말았다. 때마침 점순이 어머니의 점순이 부르는 소리가 들려 왔다.
조금 있더니 요 아래서,
“점순아! 점순아! 이년이 바느질하다 말구 어딜 갔어!” 하고 어딜 갔다 온 듯싶은 그 어머니가 역정이 대단히 났다. 점순이가 겁을 잔뜩 집어먹고 꽃 밑을 살금살금 기어서 산 아래로 내려간 다음, 나는 바위를 끼고 엉금엉금 기어서 산 위로 치빼지 않을 수 없었다.
해설
동백꽃 핀 봄날 어느 산골 마을을 무대로, 사춘기에 이른 소작인의 아들과 마름의 딸 사이의 미묘한 사랑의 감정을 담아낸다. ‘나’를 좋아하면서도 오히려 짖궂은 행동으로 괴롭히는 점순이의 행동이 우직한 ‘나’에게는 이해될 수 없는 것으로 진술되지만, 그 진술의 이면에서 ‘나’의 마음 역시 점순이에게 끌리고 있음을 독자들에게 느끼게 해준다는 점에서, 아이러니의 효과가 한껏 발휘되고 있는 셈이다. 다양한 토속어 구사와 대사와 지문을 넘나드는 구어(口語), 그리고 의성어, 의태어의 잦은 사용 등이 소설의 극적 전개에 탄력을 불어넣는다.
한편, 이 작품을 이해하는 관점에 있어서 사춘기의 사랑으로 보는 관점과 사회 계층 간의 의미 관계에 강조점을 두는 관점이 있다. 주인공 나는 소작인의 아들이고, 점순이는 마름의 딸이다. 내가 점순이의 괴롭힘을 참는 것은 점순네 비위를 건드렸다가는 쫒겨 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작품에서 의도하는 것은 그러한 신분간의 대립이나 위화감이 아니다. 닭 싸움을 배경으로 사춘기 남녀의 미묘한 감정을 해학적으로 그려냈을 뿐 아니라 구수한 토착어를 사용하여 흙냄새 물씬 나는 향토적 서정을 느끼게 하는 것이다. 이러한 사건 뒤에 있는 동백꽃 역시 훌륭한 자연적이고 토속적인 분위를 조성하는 소재인 것이다.
(주제) 산골 젊은이들의 목가적이고 순박한 사랑
(갈래) 단편 소설, 순수 소설, 농민 소설
(시점) 1인칭 주인공 시점
(경향) 인간 회학적인 해학미
(표현) 향토적 서정성, 해학성, 토속성을 살림.
(구성) 역전적 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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