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문학창고

날개 / 줄거리 및 해설 / 이상

by 송화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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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 19369, <조광> 11)

 

작가:이상(李箱, 1910 - 1937)

본명 김해경(金海卿) 서울에서 출생. 보성고보를 거쳐 경성고등공업학교 건축과 졸업. 구인회(九人會)에 가입. 1934<중앙일보>에 시 오감도를 발표하여 당시 문단에 놀라움을 줌. 일본에 건너가 28세의 나이로 작고. 그의 시는 한국의 대표적인 난해시로서 항상 상식적인 이해를 거부한다. 띄어쓰기의 무시나 문법의 파괴는 기존 질서에 대한 부정인데, 새로운 것의 창조를 위한 과거의 부정이라는 면에서 한국 문학의 연속성을 획득한다. 그의 소설은 심리주의 계열의 소설이다. 그는 인간의 내부 세계, 곧 의식 심층부의 체계를 추구한다. 대표작에는 시 이상한 가역 반응(1931), 꽃나무(1933), 거울(1933), 오감도(1934) 와 소설 지주회시(19360, 봉별기(19360, 종생기(1937)이 있다.

 

등장인물

:일상으로부터 단절되어 자아 속에 사는 폐쇄적 인물

아내: 매춘부. ‘와 부부 관계이나 파행적인 관계.

 

 

줄거리

 

박제가 되어 버린 천재를 아시오?”

나는 유쾌하오. 이런 때 연애까지가 유쾌하오.

육신이 흐느적흐느적 하도록 피로했을 때만 정신이 은화처럼 맑소.니코틴이 내 횟배 앓는 배 속으로 스미면 머리 속에 으레히 백지가 준비되어 있는 법이오. 그 위에다 나는 위트와 패러독스를 바둑 포석처럼 늘어놓소. 가증할 상식의 병이오.

 

구조가 흡사 유곽과 같은 집--그런 집들 속에 여러 가족이 살고 있는데, 내 방은 아내의 방을 거쳐 미닫이를 열어야 들어설 수 있다. 내 방은 항상 음침하다. 나는 밤낮 잠을 잔다. 아내에게는 매일같이 손이 온다. 아내가 외출을 하면 나는 그 틈을 타서 아내 방을 구경할 뿐 이다.

 

내가 잠을 자고 있으면 아내는 손이 두고 간 돈 중에서 은화 한 푼을 내 머리맡에 놓고 간다. 어느 날 나는 아내가 사다 준 벙어리에 모아 둔 돈을 몽땅 변소에 던져 버렸다. 벙어리에 돈을 넣는 것이 권태로왔기 때문이다.

 

하루는 나는 거리로 나갔다. 번화한 거리를 걸으니 곧 피곤했으므로 생각하는 일조차 힘겨워 곧 되돌아왔다. 아내의 방문을 열어 보니 손이 와 있었다. 죄의식이 휘몰아쳤다. 밤이 깊어서 그 손은 떠났다. 나는 아내 방 에 들어가서 낮에 얻은 은화와 바꾼 지폐를 도로 쥐어 주고 아내 방에서 처음으로 잠을 잤다. 며칠 뒤에도 그렇게 했다.

 

삼일 후엔 아내가 미닫이를 열고 먼저 나를 이끌었다. 초촐한 음식까지 차려 두었었다. 나는 어떤 선고가 내리지나 않을까 두려웠다. 나는 어떤 선고가 내리지나 않을까 두려웠다. 다음날부터 나는 아내의 방이 몹시 아쉬웠다. 그러나, 내게는 돈이 없었으므로 울고 있었더니 아내는 돈을 주며 자정이 넘거든 돌아오라 했다.

 

그 날 밤 나는 비를 함빡 맞아 기어코 감기로 앓아 눕고 말았다. 나는 그 후 얼마 동안 아내가 주는 약을 먹고는 잠들곤 했다. 며칠 후 나는 아내의 경대 위에서 최면약을 발견햇다. 감기약이라면서 주던 약에 틀림없었다. 나는 몹시 서운했다. 나는 그것을 가지고 산으로 갔다. 나는 그 약을 먹고는 잠들고 말았다. 이튿날 집에 돌아와 아내의 방을 지나 려다 기어코 못 볼 것을 보고 말았다. 아내는 내 멱살을 쥐고 나를 덮치고 물어뜯었다. 나는 거리로 나왔다. 나는 나도 모르게 미쓰꼬시(和信百貨店)로 갔다. 나는 거기서 스물 여섯 해를 회고했다. 피로와 공포 때문에 오탁의 거리를 들어가지 않을 수 없다고 생각했다. 이 때 정오 사이렌이 울었다. 굽어보니 현란한 현실 속에 사람들이 수선을떨고 있다. 현란을 극한 정도다. 나는 불현듯 겨드랑이가 가려움을 느꼈다. 그것은 내 인공의 날개가 돋았던 자국이다. 날개야 다시 돋아라. 한 번만 더 날자꾸나. 나는 이렇게 외쳤다.

 

나는 불현듯이 겨드랑이가 가렵다. 아하, 그것은 내 인공의 날개가 돋았던 자국이다. 오늘은 없는 이 날개. 머리 속에서는 희망과 야심이 말소된 페이지가 딕셔너리 넘어가듯 번뜩였다.

나는 걷던 걸음을 멈추고, 그리고 일어나 한 번 이렇게 외쳐 보고 싶었다.

날개야, 다시 돋아라.

날자. 날자. 날자. 한 번만 더 날자꾸나.

한 번만 더 날아 보자꾸나.

 

해설

심리주의 소설에 속하며 작가의 독특한 자의식의 세계가 어떠한가를 보여주는 이상 문학의 대표작. 매춘부인 아내에게 기생해 사는 어느 무기력한 지식인의 암울한 내면이 묘사된다. 라는 비일상적인 인물의 삶을 통해 삶의 무의미성을 보여준다. 주인공 는 일상적인 상식의 세계를 떠나 그날 그날 그저 까닭없이, 의욕없이, 무기력하게 살아가는 것이다. 시간이나 공간의 필연적인 전환이 무시되고, 사건의 인과적 줄거리가 설정되지 않은 채 주인공의 자의식을 좇는 소위 의식의 흐름수법으로 정당한 인간 관계를 상실한 현대인의 자폐스런 심리 상태를 그리면서 날개라는 상징어로써 욕망의 탄생과 억압된 세계 안에서의 비극적 초월을 구현한다.

 

참고:의식의 흐름(stream of consciousness)

인간의 잠재 의식의 흐름을 충실히 표현하려는 문학 상의 기법. 이런 기법은 사람의 진정한 모습이 외부에서 보다는 정신과 정서의 끝없는 과정에서 더 잘 발견된다고 하는 믿음에서 출발함. 자연주의나 사실주의에 반대한 심리주의의 기법으로 외면 세계의 묘사보다는 내면 세계를 추구하여 심층심리 탐구에 주력함. 시에서의 무의식의 세계를 쓰는 초현실주의의 한 기법인 자동기술법(自動記述法)’과 연관성이 많다.

 

(주제) 전도된 삶으로부터 초월적 자아를 확인해 가는 인간의 의지

식민지 지식인의 자의식

(갈래) 단편 소설,심리주의 소설, 신변 소설

(시점) 1인칭 서술자 시점

(표현) 기성 문법에 반역하는 충격적 문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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