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소리2 / 해설 / 정공채
by 송화은율
사람소리2 / 정공채
이해와 감상
사람들은 말을 많이 하고 살지만 정작 유용하고 아름다운 말은 많지 않다. 그래서인지 속담이나 격언, 그리고 종교적 가르침 가운데 부주의한 말에 관한 경고와 말을 다스리는 지혜에 대하여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말은 여전히 진실의 전달에 기여하기보다 오해와 불신을 불러일으키는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곤 한다.
정공채의 「사람소리 2」는 그러한 부주의하고 껍데기만 남은 언어에 대한 비판의식을 드러내고 있다. 깊은 속뜻을 지니지 못한 채 마구 사용되는 언어를 시인은 다소 비하적인 의미로 `사람소리'라고 칭한다. 무수한 사람소리 가운데 진실한 소리를 찾기란 쉽지 않다. 들으려 할수록 시끄럽고 어지러워 들으려는 노력은 수포로 돌아가기 일쑤이다. 애초에 들을 만한 말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시인은 세상을 향한 문을 닫고 사람소리를 듣는 귀를 닫은 채 홀로 독서의 고아한 경지에 몰두하고자 한다. 바깥에 비가 오거나 혹은 맑은 날이거나 크게 상관하지 않는 것은 궁극적인 관심이 내면의 단련과 정화에 있기 때문이다. 또한 자연의 소리를 들으며 멍멍해진 귀를 씻고자 하는 정화(淨化)의지를 표명한다. 산중에서 새소리 바람소리를 들으며 귀를 씻겠다는 표현은 단지 자연의 소리에만 귀 기울이겠다는 뜻은 아니다.
바깥소리의 어지러움으로부터 내면을 지키고 보호하겠다는 의지가 함축되어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가 그가 귀를 씻은 후 반갑게 듣는 소리가 아이들의 천진난만한 소리라는 점은 흥미를 끈다. 시인의 관심은 `사람소리'로부터의 도피가 아니라 때묻지 않 진정한 `사람소리'에 있다. 거짓과 불신이 없는 아이들의 맑은 소리를 반갑게 듣는 것은 이 때문이다.
신라 말의 문장가 최치원(崔致遠)의 `제가야산독서당(題伽倻山讀書堂)'의 귀절을 연상케하는 정공채의 「사람소리 2」는 선인들의 세상에 대한 경계와 내면 수련의 방법이 현대에도 여전히 유효하다는 점에서 시를 읽는 또다른 흥미를 불러일으킨다. [해설: 유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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