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소동(騷動) / 해설 / 전영경
by 송화은율
봄 소동(騷動) / 전영경
이해와 감상
이 시의 어조는 자조적이다. 이 시의 배경은 전쟁 이후 사회적 변화가 매우 많았던 시기이다. 세상은 변하는데 오직 시의 화자만이 아무것도 변화한 것이 없다. 모두들 활발히 움직이는데 그만 가만히 있다면 저절로 퇴보한 셈이 된다. 이 시의 화자는 봄이 돌아와도 아무런 변화가 없고 오히려 상대적인 퇴보를 느낀다.
남들은 `대학교수가 되어 꼬까옷에 과자'를 사들고 신이 나서 다니는데 시의 화자는 아무런 지위도 옷도 가진 것이 없다. 금의환향하는 그들의 빛나는 얼굴과 달리 `나'는 걸레조각 같은 얼굴로 돌아가야 한다. 그들이 `자랑 많은 나라'에 태어났다면 나는 자랑 많은 나라에 태어나 자랑이 없는 가련한 신세이다. 따라서 이 어조는 다분히 반어적이다. 시의 화자는 내가 그들처럼 지위와 명예를 얻지 못하는 이유를 `뒤받쳐주는 힘 없고' `주변머리가 없기 때문'이라고 본다.
그들의 출세는 정당한 것이 아니라 사회적 기득권이나 발빠른 처신 때문이라는 것이 시적 화자의 판단이다. 영악한 처세술을 가지지 못했기 때문에 나는 `쓸개빠진 사나이들 틈에 끼어' 고달프게 살아야한다. 이러한 화자의 언술은 사회 비판으로서의 의미를 가진다. 지식인으로서 남들처럼 명예를 얻지 못한 자책감과 그 원인이 현실의 비리와 모순에 기인한다는 사회비판이 맞물려있는 것이다.
이 시에서 드러나는 비판의식은 반드시 바람직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비판의 대상을 직시하기보다는 우회적인 방법을 취하여 철저한 자기반성에도, 치열한 사회비판에도 이르지 못하였기 때문이다. 마지막 연에서 스스로를 돌멩이라고 말하는 자조적 어조는 이 시에 담긴 비판의식이 적당한 출구를 찾지 못하고 한갓 자기비하에 머물고 말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해설: 유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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