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문학창고

분향(焚香) / 해설 / 이찬

by 송화은율
반응형

분향(焚香)  / 이찬


상가(喪家)의 풍경을 정갈하게 시로 옮겨 놓았다. 마당에는 깨끗한 제단이 차려져 있고, 사람들은 줄을 이어 향을 피운다. 시인은 그 향이 `떠나는 님'의 입김같이 목이 메이게 서린다고 했다. 연기는 타오르고 죽은 사람은 말이 없다. 이 정경을 찬찬히 바라보면서 시인은 고인이 `영원의 안식' 밖에 또 하나의 행복을 얻었으니, 그것이 바로 살아 남은 사람들의 수다한 마음을 다만 향의 연기로 감수하는 것이라 했다.


이 시에서 죽음의 직접적인 슬픔은 거세되어 있다. 물론 죽음은 삶과 함께 벗어날 수 없는 인간의 일이니 애타게 슬퍼하는 것만이 마땅한 것은 아니겠지만, 이 시에서 보이는 안정과 관조는 왠지 어색하고 위태롭다. 그것이 내 섣부른 걱정처럼 미학 취향의 소산은 아닐 테지만.


 문화는 죽은 사람보다는 살아 남은 사람을 위해 더 많은 기제들을 생산하였다. 죽음의 의식이 인간에게 죽음의 숙명을 더 뼈저리게 느끼게 한다면 세상은 음울해질 것이다. 죽음 또는 그와 같은 끔찍한, 가능하다면 피하고 싶은 장면과 사람들이 대면하지 않도록, 문명은 방패와 장막을 마련해 온 것이다. 이 시에서 보듯이 정결하게 차려진 제단과, 침묵과 관조로 어우러진 상가의 정경은 시인에게 아름다움을, 나아가 죽음과의 방법적인 화해를 제시할 수도 있을 법하다. [해설: 이희중]

 

 

 


 

반응형

블로그의 정보

국어문학창고

송화은율

활동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