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시(莊子詩) 그 하나 / 해설 / 박제천
by 송화은율장자시(莊子詩) 그 하나 / 박제천
고전적 어법을 지닌 박제천의 시세계를 요약하면 깨달음에의 시적 자기 집중이라 말할 수 있다.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그는 초시대적인 삶에 헌신하고 있는 것이다. 삶의 근원을 탐구하고 있는 터에 하루살이 같은 나날의 삶은 관심할 바가 아니라는 것이 그의 시적 태도이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보면, 박제천의 시적 주제는 지나치게 세속주의에 사로잡힌 병적 상황을 진정시키는 하나의 처방이 될 수 있다.
박제천은 사물과 인간의 친화력을 형성하는 데 중점을 둔다. 「장자시 그 하나」라는 제목을 가진 이 시는 구속을 떨쳐 버린 상상력의 팽팽한 작용을 느낄 수 있게 하는 작품이다. 시적 대상은 항해 중인 돛단배로써 시인은 배를 `한몫의 악기'에 비유하고 있다. 바다 위를 미끄러지듯 달리는 배는 긴장감 있는 움직임으로 풍성하게 부풀어 있을 것이다. 여기에서 시인은 마치 하나의 악기가 음악을 연주하는 듯한 상상에 빠져들게 된다. 단단한 나무를 둥근 활처럼 구부려 만든 배는 곡선의 묘(妙)와 율동감을 자아내기에 충분하며, 배의 양옆에서 휘저어 가는 노(櫓)는 활시위에 메겨진 화살이거나 현악기의 현을 켜는 활로 비유하기에 모자람이 없다. 노를 저어 앞으로 나아갈 때마다 부서지는 파도 소리는 한몫의 악기인 배가 연주하는 환상적인 음악 소리이다. 이 음악 소리에 `못보던 새들의 울음이 천지에 가득차고 새들의 깃은 물살 속에서 퍼덕이'는 생명체의 화음이 더해진다. 자연의 소리 그 자체가 하나의 장엄한 음악이 되는 장관이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돛단배가 바다 위를 항해하는 광경을 보며 시인 박제천은 장자가 말한 만물일여(萬物一如)의 경지를 체득(體得)하고 있는 셈이다.
모든 사물이 하나로 어우러져 이루어내는 이 자연의 교향악엔 어떤 의도적인 움직임도 끼어 있지 않다. 노를 저어 물살을 헤쳐 나가던 배가 돛폭을 펼쳐 바람의 힘을 받는 것도 그저 바람의 빈 공간을 채우는 무심(無心)한 행위, 무위(無爲)일 따름이다. [해설: 최동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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