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 년 동안의 고독 / 마르케스(Gabriel Garcia Marquez)
by 송화은율백 년 동안의 고독 / 마르케스(Gabriel Garcia Marquez)/ 번역 안정효
(전략)
2월이 되고 그 집시들이 돌아왔다. 이번에 그들은 망원경과 북만큼이나 큼지막한 확대경을 가져와 암스테르담의 유태인들이 최근에 발명한 것이라고 선전하면서 보여 주었다. 그들은 집시 여인 한 사람을 마을 끝에 세워놓고 천막 앞에 망원경을 버티어 놓았다. 5레이아를 내면 누구나 그 망원경을 들여다보고, 손끝에 닿을 듯한 집시 여인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과학은 거리감을 제거했습니다." 멜퀴아데스가 말했다. "이제 머지않아 사람들은 자기 집에 앉아서 세계의 구석구석을 볼 수가 있습니다." 불타오르는 한낮의 태양으로 그 커다란 확대경은 놀랄 만한 요술을 부렸다. 집시들은 길 가운데에다 마른 풀잎을 쌓아놓고 확대경으로 햇빛을 모아 불을 붙였다. 자석으로 커다란 낭패를 보았던 호세 아르카디오 부엔디아는 아직도 낙담을 하지 않고, 확대경을 훌륭한 전쟁 무기로 쓰겠다는 새로운 계획을 세우게 되었다. 멜퀴아데스가 다시 그를 타이르려고 했지만, 그는 하는 수 없이 자석 두 개와 금화 세 닢을 받고 확대경을 내주고 말았다. 낙심을 한 우르슬라는 목놓아 울었다. 그 금화는 우르슬라의 아버지가 평생 저축해서 모은 돈이었고, 우르슬라가 큰일이 있으면 쓰려고 침대 밑에다 감춰 두었던 것이었다. 호세 아르카디오 부엔디아는 목숨까지도 서슴지 않고 내놓을 만한 과학자의 사명감을 가지고 있어서 아내를 타이르기만 할 뿐 위로할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다. 적군에게 미칠 영향을 연구하기 위해서 그는 확대경으로 모은 햇빛의 초점을 몸에 받아보았는데, 그 실험에서 입은 화상으로 오랫동안 치료를 받아야만 했다. 그토록 위험한 물건은 치워버리라는 아내의 만류도 무릅쓰고, 그는 하마터면 집에 불을 낸 뻔했다. 그는 방안에 틀어박혀서 이 신기한 물건을 전략적으로 어떻게 이용할 것인지를 연구해서, 결국은 쉽게 납득이 갈 만큼 자세한 안내서를 완성하기에 이르렀다. 그는 그 안내서에 그가 시행했던 실험의 결과 보고서와 몇 페이지의 도표를 첨부해서 정부로 보냈다. 안내서의 전달을 맡은 사신은 산을 여럿 넘고, 어딘지도 모를 늪을 건너고 폭풍이 몰아치는 강을 건너서 우편물을 나르는 당나귀들의 통행로에 다다랐을 때쯤에는 절망과 질병과 들짐승에 시달려서 거의 반죽음을 당한 상태였다. 정부 당국에서 태양 전쟁의 새로운 전술을 개발하기 위해 군사 전문가들이 확대경의 복잡한 조작 방법 시범을 보고 싶다는 소식을 전해 오기만 한다면, 호세 아르카디오 부엔디아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믿어지던 그 위험천만한 여행길에 올라 수도로 찾아갈 결심을 했다. 그는 몇 년 동안 회답이 오기를 기다렸다. 기다리다 지쳐서 멜퀴아데스에게 자기의 계획이 수포로 돌아간 얘기를 털어놓자, 정직한 그 집시는 확대경을 도로 물려받고 대신 스페인 금화와 포르투갈 지도와 항해에 필요한 도구를 내주었다. 그는 헬만 승려의 연구 자료를 요약해서 적어 주고, 아스트롤라베(관측의, astrolabe)와 나침반과 육분의(六分儀)의 조작 방법을 알려 주었다. 그는 자기의 실험을 방해받기 싫어서, 집 뒤에 새로 지은 조그만 방 속에 쳐박혀서 우기(雨期)의 몇 달을 보냈다. 집안일을 몽땅 망각해 버리고 그는 마당에서 별의 움직임을 지켜보느라고 밤을 꼬박 새우기가 일쑤였고, 정확히 정오를 가려내는 방법을 찾다가 일사병에 걸리기도 했다. 그 도구들을 만지는 데 전문가가 된 그는 서재를 떠나지 않고도 이름 없는 바다를 건너고, 미지의 땅을 찾아내고, 다른 세계의 신기한 인간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신념을 갖게 되었다. 이 때 그에게는 새로운 버릇이 생겨서, 그는 혼자말을 하고, 다른 사람이 있는지 없는지도 느끼지 못하면서 집 안을 오가며, 우르슬라와 아이들이 마당에서 허리가 부러지든, 바나나와 칼라디움이 자라든 말든, 카사아바(cassava)나 마, 아후야마와 가지가 자라든 말든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갑자기 정열적인 그의 연구는 끝났고, 그는 무엇엔지 매혹된 듯싶었다. 그는 자기도 알아듣지 못할 감격에 찬 감탄사를 마구 뱉어내면서 무엇에 홀린 듯이 며칠을 보냈다. 그러다가 드디어 12월의 어느 화요일에 그는 그의 마음을 괴롭히던 사실을 토해 내고 말았다. 그의 아이들은 아버지가 오랫동안의 끈질긴 연구 끝에 분노에 가득 찬 듯이 자기가 발견한 놀라운 사실을 얘기했을 때의 그 엄숙한 표정을 죽을 때까지 잊지 못하리라.
'지구는 둥글다, 마치 오렌지처럼.' 우르슬라는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 '미치려거든 혼자만 미치구려!' 우르슬라가 소리쳤다. '집시들의 말 따위를 순진한 아이들에게 쓸데없이 주입시키지 말아요!' 그러나 호세 아르카디오 부엔디아는 격분을 참지 못하고 아스트롤라베를 마룻바닥에 내던져 부숴 버린 아내의 기분쯤은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는 아스트롤라베를 새로 만든 다음에 동네 사람들을 모아 놓고 그들이 알아듣지도 못할 이론을 전개하면서, 동쪽으로 계속해서 항해를 한다면 떠난 장소로 다시 돌아오게 되리라는 얘기를 해 주었다. 마을 사람들은 호세 아르카디오 부엔디아가 완전히 미쳐 버렸다고 생각했고, 멜퀴아데스가 다시 돌아오자 그 말을 전했다. 그러나 멜퀴아데스는, 마콘도에서는 아직 모르고 있어도 바깥 세계에서는 실제로 증명이 된 지구가 둥글다는 사실을 추리로 알아낸 호세 아르카디오 부엔디아의 뛰어난 머리를 여러 사람들 앞에서 찬양했고, 자기의 존경을 나타내는 뜻에서 그 마을의 미래에 큰 공헌을 할 연금술사(鍊金術師)의 실험실을 기증했다.
그 때 멜퀴아데스는 무척 늙어 있었다. 처음 그가 이 마을에 나타났을 때 그의 나이는 호세 아르카디오 부엔디아와 비슷해 보였다. 그러나 호세 아르카디오 부엔디아는 아직도 말의 귀를 잡고 꿇어앉힐 만한 기운이 남아 있었지만 그 집시는 무슨 병을 앓았는지 기력이 쇠진(衰盡)해 버렸다. 그것은 멜퀴아데스가 여행을 계속하면서 얻은 희귀한 온갖 병 때문이었다. 연구실을 짓는 일을 도우면서 그가 호세 아르카디오 부엔디아에게 털어놓은 얘기로는, 죽음이 냄새를 맡고 그의 바지 자락을 끊임없이 뒤따랐지만 최후의 순간만은 아직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그는 인류를 채찍질한 모든 질병과 재난에 쫓기는 도망자였다. 그는 페르시아에서 이탈리아 문둥병을, 말레이시아 군도(群島)에서 괴혈병을, 알렉산드리아에서 나병(癩病)을, 일본에서 각기(脚氣)를, 마다가스카르에서 선(腺) 페스트(pest)를, 시실리아에서 지진을, 그리고 마젤란 해협(Magellan 海峽)에서 엄청난 파선 사고를 겪었다. 예언자의 비밀을 터득했다고 알려진 그 천재적인 사나이는 모든 사물의 숨은 비밀을 꿰뚫어보는 아시아 사람들의 신비한 표정을 지닌 우울한 사람이었다. 그는 날개를 펼친 까마귀처럼 보이는 검은 모자를 쓰고, 고색(古色)이 창연한 녹청(綠靑)을 곁들인 벨벳의 조끼를 입었다. 그러나 비록 그가 한없이 지혜롭고 신비할 만큼 경험이 많아도, 그 역시 일상생활의 자질구레한 문제에 얽힌 인간적인 짐을 지고 있었다. 그는 나이가 먹어 병들게 되는 것이 싫었고, 하잘것없는 경제적인 궁핍에 시달렸고, 오래 전에 괴혈병으로 이빨이 빠진 다음부터는 웃지도 않았다. 숨이 턱턱 막히게 무더운 대낮에 그 집시가 신기한 물건들을 설명할 때, 호세 아르카디오 부엔디아는 그들 사이에 두터운 우정이 싹틀 것이라는 확신을 얻었다. 아이들은 그의 신비한 얘기를 듣고 귀가 솔깃했다. 그 당시에 다섯 살밖에 안 되었던 아우렐리아노는, 그 날 오후에 창가에 앉아서 더위에 땀을 흘리며 지켜 본 그 사람의 모습을 죽을 때까지 잊지 못할 것이다. 그의 형 호세 아르카디오는 그의 자손들에게 그가 본 집시의 모습을 말로 전해 줄 것이다. 그러나 우르슬라만큼은, 멜퀴아데스가 실수로 제2산화은이 담긴 병을 깨뜨린 순간에 방에 들어섰기 때문에 그의 방문에 대해서는 별로 좋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 냄새, 정말 악마의 냄새처럼 고약했어요." 우르슬라가 말했다. "아닙니다." 멜퀴아데스가 대꾸를 했다. '지옥의 악마한테서는 유황 냄새가 나는데, 그 날 부인이 맡은 냄새는 거기에 비하면 퍽 고상한 것이었죠.' 언제나 아는 것이 많아서 말이 막히지 않는 그는 서슴지 않고 진사(辰砂)의 고약한 냄새 얘기를 둘러댔지만, 우르슬라는 그 얘기에는 귀도 기울이지 않고 아이들을 재우러 가 버렸다. 우르슬라의 기억 속에서는 멜퀴아데스와 그 악취가 언제까지나 함께 남아 있을 것이다.
(후략)
요점 정리
작가 : 마르케스(Gabriel Garcia Marquez, 1927∼ )/ 번역 안정효
갈래 : 장편 소설(대하 소설), 가족사 소설
시점 : 전지적 작가 시점
성격 : 설화적, 신비적, 상징적, 몽상적, 현실투영적, 사실적, 연대기적
배경 : 현대 남미 처녀림 속의 마콘도
제재 : 고독의 운명을 타고난 부엔디아 가문의 백년 가계사(家系史)
주제 : 인간들의 사랑과 고독한 삶, 인간의 숙명적 고독
출전 : <백 년 동안의 고독>(1967)
특징 : 가족사 소설의 긴 주기적 시간성과 마술적 상상력이 결합된 설화적 표현
구성 : 복합 구성, 연대기적 구성, 순행적 구성
호세 아르카디오 부엔디아는 집시로부터 확대경을 구입함 |
첫 번째 사건 : 확대경 전술 → 실패함. |
그는 확대경을 이용한 새로운 전술을 개발하여 정부에 건의하였으나 수포로 돌아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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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다시 연구실에 처박혀 지구가 둥글다는 사실을 밝혀냄. |
두 번째 사건 : '지구는 둥글다'밝혀냄 → 인정받지 못함. |
이 사실에 대해 오직 멜퀴아데스만이 그 가치를 인정하여 둘 사이가 친해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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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퀴아데스는 매우 천재적인 인물이나 병들고 늙었음. |
멜퀴아데스 묘사와 그에 대한 평가 |
우르슬라만큼은 멜퀴아데스에 대해 부정적임. |
줄거리 : '가장 질서 있고 열심히 일하는 곳'인 마콘도는 여러 면에서 에덴 동산을 연상하기에 충분한 마을이다. 어느 누구도 사망한 적이 없는 영생의 낙원인 이곳에 집시들이 얼음, 자석, 확대경, 사진기와 같은 문명 세계의 발명품을 가지고 오면서 이 마을은 점차 다른 모습으로 변해 간다. 원시적인 마콘도 마을은 점차 현대 문명의 침투를 받으면서 몰락의 길을 걷기 시작한다. 정당이 도입되면서 내란이 일어나는가 하면, 정부에서 임명한 군수가 무장한 군인들을 데리고 이 마을을 통치하기 위해 부임하기도 한다. 미국인들은 바나나 농장을 건설하여 노동자들을 혹독하게 착취한다. 외국인들과 현대 문명이 무려 4년 11개월에 걸친 대홍수에 모두 흔적도 없이 휩쓸려 간 다음에서야 마을은 비로소 어느 정도 원래의 모습을 복원한다. 그러나 이 소설의 마지막 부분에서 마콘도는 지상 낙원이 아니라 허구라는 점이 밝혀진다.
전체 줄거리 : 호세 아르카디오 부엔디아와 우르슬라는 집안 대대로 살던 고향을 버리고 많은 고생 끝에 '마콘도'라는 땅에 정착하여 마을을 이루고 살아간다.
호세 아르카디오 부엔디아와 우르슬라 사이에는 큰아들 호세 아르카디오가 있었는데, 그는 몸집이 크고 여색을 좋아했다. 그들이 마콘도에 도착하여 편안한 생활을 할 무렵 차남인 아우렐리아노 부엔디아가 태어났다. 그는 자라면서 앞날을 예측하는 알 수 없는 힘을 지니고 있었다. 그의 예리한 눈은 형과 반대로 날카로웠고 성격 또한 내성적이었다.
이들이 살던 곳에는 이곳 저곳을 떠돌아다니던 집시들이 가끔씩 찾아오곤 했는데, 이 중에서 늙은 멜키아데스는 세상 사람들이 모르는 비법을 많이 알고 있었고, 지혜 또한 뛰어났다. 나중에 아우렐리아노에 의해 알게 되지만 이 집안의 백년에 걸친 역사를 예견한 사람이었다.
한편 호세 아르카디오와 아우렐리아노가 청년이 되었을 때, 이 집안에서는 여동생 아마란타가 태어났다. 그리고 고아인 처녀 레베카를 데려다 키운다. 호세 아르카디오는 필라르 테르네와 아들 아르카디오를 낳고 집시를 따라 마을을 떠났다가 다시 돌아와 레베카와 결혼하였으나 불행하게도 총에 맞아 죽게 된다. 아우렐리아노 부엔디아는 연금술에 대하여 실험과 연구에 몰두하며 성실하게 금세공 기술을 익히고 있었다. 그는 성인이 될 때까지 사랑을 해보지 못하다가 어느 날 딸과 같은 레메디오스의 청순하고 순진한 모습에 반하여 그녀가 9세가 되었을 때 결혼을 한다. 그러나 그녀는 쌍둥이를 임신한 상태에서 죽고 만다. 아우렐리아노 부엔디아는 이 고통을 잊기 위해 다시 작업장에 틀어박혀 물고기를 금세공하는 일에 열중한다. 선원이 되어 오랫동안 떠돌아다니던 호세 아르카디오가 온몸이 문신 투성이가 된 채 쓸쓸하게 돌아온다. 그는 호적상의 누이동생인 레베카와 결혼했기 때문에 우르슬라는 그들은 집에 들여놓지 않는다.
이 무렵 우르슬라의 남편 부엔디아는 완전히 미쳐 있었다. 그가 죽자 온 마을에는 노란 꽃들이 밤새도록 눈처럼 내려서 쌓였다. 아루렐리아노 부엔디아는 정부의 반란을 주도하는 자유파를 지지하여 여러 차례 반란을 일으켰다. 그는 자유파의 대령으로서 20년 동안에 32번의 반란을 일으키고, 14번의 암살과 73번의 매복 공격, 한번의 총살형을 모면한다. 그리고 그는 각지를 돌아다니며 모두 17명의 여자에게서 17명의 아이를 낳게 되나 원인을 알 수 없이 모두 죽고 만다.
아르카디오와 산타 소피아 사이에는 미녀 레메디오스가 태어났다. 그녀는 형식과 격식을 싫어하는 매우 아름다운 처녀로 그녀를 한 번보고 결혼을 청하여 거절당하자 자살하는 사람이 생길 정도로 매혹적인 여인이었다. 그녀는 나중에 죽게 되었을 때, 하늘로 승천한다. 그들에게 아우렐리아노 세군도와 호세 아르카디오 세군도라는 쌍둥이가 있었는데, 어렸을 때는 둘이 똑같았지만 크면서 아우렐리아노 세군도는 몸집이 비대해지고 대식가이면서 돈 낭비가 심한 인물로 변한다. 그는 페르난다라는 축제의 여왕과 결혼하여 호세 아르카디오를 낳고 레메디오스와 아마란타 우르슬라를 낳았다. 형인 아르카디오 세군도는 바나나 농장의 노동조건 개선을 외치며 파업을 주도하다 농장에서 3천 명을 학살하여 바다에 버려지는 사람들 속에서 구사일생으로 살아난 뒤 멜키아데스의 방에서 나오지 않는다.
호세 아르카디오 부엔디아는 나이가 들어 어느 날 나무 아래서 임종을 맞이한다. 호세 아르카디오는 우르슬라와 페르난다에 의해서 성직자로 길러지나 그는 로마의 빈민가에서 살다가 돌아와 아이들에게 죽음을 당하고 만다. 둘째 딸 레메디오스는 메메라는 이름을 함께 가지고 있었는데, 그녀는 신학교를 마치고 집에 있다가 바나나 농장의 인부인 마우리시오스와 사랑을 하게 되는데 이를 알게 된 부모가 집에 감금하고 만다. 마우리시오스는 지붕을 통해서 메메의 방으로 가다가 죽음을 당한다. 메메는 페르난다에 의해서 수도원으로 들어가고 그녀는 여기에서 아우렐리아노를 낳는다. 아우렐리아노는 자기의 출생을 전혀 모른 채 길러진다.
우르슬라는 이제 쇠약해져 있었다. 그녀의 나이가 무려 백열다섯에 백스물네 살까지 추정되었다. 그녀는 그 동안 부엔디아 집안의 흥망성쇠를 몸소 겪은 여자였다. 그녀는 자신의 죽음을 예상하고 준비를 마친 후 조용히 숨을 거둔다. 아마란타 우르슬라는 벨기에로 유학을 갔다가 가스통이란 사람과 함께 돌아온다. 그녀는 명랑하고 쾌활한 성격의 소유자였다. 아우렐리아노는 그녀를 사랑했다. 그는 그녀가 자신의 이모가 된다는 사실을 모르는 채, 결혼하게 되어 아우렐리아노라는 부엔디아의 마지막 자손을 낳게 된다. 아우렐리아노는 모든 곳이 정상이었으나 돼지 꼬리를 달고 태어났다. 이 아이는 아버지가 없는 사이에 개미들에 의하여 죽게 된다. 사생아인 아우렐아노는 양피지로 된 멜키아데스가 예언한 책을 읽고 해독하려고 하는데, 불륜의 상대방이 죽고 돼지 꼬리를 가진 애기의 시체를 개미들이 운반하는 것을 보고 집안의 수수께끼를 풀게 된다. 그리고 그는 부엔디아 집안의 역사를 알게 되고 자기가 누구라는 것도 알게 된다. 그리고 이 신기루 마을이 바람에 날려 인간의 기억 속에서는 영원히 사라질 것이라는 것도 알게 된다.
내용 연구
백 년 동안의 고독 : '백 년 동안의 고독'은 처음부터 끝까지 보통의 상식으로는 생각할 수 없는 놀랍고 신비로운 것들로 가득 차 있다. 꽃비가 내린다든지, 4년이 넘게 비가 내리는 것, 백 살이 넘은 할머니가 번데기처럼 줄어드는 것 등의 기법과 사유는 중남미의 자연이나 문학적 풍토에서만 나올 수 있는 중남미의 마술적 리얼리즘이다. 간략히 말해서 마술적 리얼리즘은 어떤 대상을 객관적으로 서술하고 현실 그대로 재현하는 리얼리즘의 속성을 가지되, 거기에 마술적(마법적)이라는 특수한 수식어가 붙은 리얼리즘이다. 마르케스의 작품이 정치적, 역사적 사건에 기반을 두고 있기는 하지만, 현실과 환상의 경계가 모호하고, 초자연적이고 경이롭고 믿을 수 없는 사실들이 혼재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전략)
2월이 되고 그 집시들이 돌아왔다. 이번에 그들은 망원경과 북만큼이나 큼지막한 확대경을 가져와 암스테르담의 유태인들이 최근에 발명한 것이라고 선전하면서 보여 주었다. 그들은 집시 여인 한 사람을 마을 끝에 세워놓고 천막 앞에 망원경을 버티어 놓았다. 5레이아(스페인의 작은 은화. 1레이아는 50원 정도)를 내면 누구나 그 망원경을 들여다보고, 손끝에 닿을 듯한 집시 여인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과학은 거리감을 제거했습니다." 멜퀴아데스가 말했다. "이제 머지않아 사람들은 자기 집에 앉아서 세계의 구석구석을 볼 수가 있습니다." 불타오르는 한낮의 태양으로 그 커다란 확대경은 놀랄 만한 요술을 부렸다. 집시들은 길 가운데에다 마른 풀잎을 쌓아놓고 확대경으로 햇빛을 모아 불을 붙였다. 자석으로 커다란 낭패(주인공 부엔디아는 바로 전 해에 자석을 사서 온 세상의 금속을 수집하려는 야망을 보였으나 실패한 적이 있다.)를 보았던 호세 아르카디오 부엔디아는 아직도 낙담을 하지 않고, 확대경을 훌륭한 전쟁 무기로 쓰겠다는 새로운 계획을 세우게 되었다. 멜퀴아데스가 다시 그를 타이르려고 했지만, 그는 하는 수 없이 자석 두 개와 금화 세 닢을 받고 확대경을 내주고 말았다. 낙심을 한 우르슬라는 목놓아 울었다. 그 금화는 우르슬라의 아버지가 평생 저축해서 모은 돈이었고, 우르슬라가 큰일이 있으면 쓰려고 침대 밑에다 감춰 두었던 것이었다. 호세 아르카디오 부엔디아는 목숨까지도 서슴지 않고 내놓을 만한 과학자의 사명감을 가지고 있어서 아내를 타이르기만 할 뿐 위로할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다. 적군에게 미칠 영향을 연구하기 위해서 그는 확대경으로 모은 햇빛의 초점을 몸에 받아보았는데, 그 실험에서 입은 화상으로 오랫동안 치료를 받아야만 했다. 그토록 위험한 물건은 치워버리라는 아내의 만류도 무릅쓰고, 그는 하마터면 집에 불을 낸 뻔했다. 그는 방안에 틀어박혀서 이 신기한 물건을 전략적으로 어떻게 이용할 것인지를 연구해서, 결국은 쉽게 납득이 갈 만큼 자세한 안내서를 완성하기에 이르렀다. 그는 그 안내서에 그가 시행했던 실험의 결과 보고서와 몇 페이지의 도표를 첨부해서 정부로 보냈다. 안내서의 전달을 맡은 사신은 산을 여럿 넘고, 어딘지도 모를 늪을 건너고 폭풍이 몰아치는 강을 건너서 우편물을 나르는 당나귀들의 통행로에 다다랐을 때쯤에는 절망과 질병과 들짐승에 시달려서 거의 반죽음을 당한 상태였다. 정부 당국에서 태양 전쟁의 새로운 전술을 개발하기 위해 군사 전문가들이 확대경의 복잡한 조작 방법 시범을 보고 싶다는 소식을 전해 오기만 한다면, 호세 아르카디오 부엔디아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믿어지던 그 위험천만한 여행길에 올라 수도로 찾아갈 결심을 했다. 그는 몇 년 동안 회답이 오기를 기다렸다. 기다리다 지쳐서 멜퀴아데스에게 자기의 계획이 수포로 돌아간 얘기를 털어놓자, 정직한 그 집시는 확대경을 도로 물려받고 대신 스페인 금화와 포르투갈 지도와 항해에 필요한 도구를 내주었다. 그(집시)는 헬만 승려의 연구 자료를 요약해서 적어 주고, 아스트롤라베(관측의, astrolabe)와 나침반과 육분의(六分儀)의 조작 방법을 알려 주었다. 그(호세 아르카디오)는 자기의 실험을 방해받기 싫어서, 집 뒤에 새로 지은 조그만 방 속에 쳐박혀서 우기(雨期)의 몇 달을 보냈다. 집안일을 몽땅 망각해 버리고 그는 마당에서 별의 움직임을 지켜보느라고 밤을 꼬박 새우기가 일쑤였고, 정확히 정오를 가려내는 방법을 찾다가 일사병에 걸리기도 했다. 그 도구들을 만지는 데 전문가가 된 그는 서재를 떠나지 않고도 이름 없는 바다를 건너고, 미지의 땅을 찾아내고, 다른 세계의 신기한 인간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신념을 갖게 되었다. 이 때 그에게는 새로운 버릇이 생겨서, 그는 혼자말을 하고, 다른 사람이 있는지 없는지도 느끼지 못하면서 집 안을 오가며, 우르슬라(부엔디아의 아내)와 아이들이 마당에서 허리가 부러지든, 바나나와 칼라디움(열대지방 식물)이 자라든 말든, 카사아바(cassava : 열대 지방 식물)나 마(고구마의 일종), 아후야마와 가지가 자라든 말든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갑자기 정열적인 그의 연구는 끝났고(이 때 그에게는 - 아랑곳하지 않았다 : 근대적 이성에 눈뜨기 시작하면서 현실과 노동과 처지를 망각하는 호세 아르카디오) , 그는 무엇엔지 매혹된 듯싶었다(매혹의 궁극적 대상은 근대적 이성을 말함). 그는 자기도 알아듣지 못할 감격에 찬 감탄사를 마구 뱉어내면서 무엇에 홀린 듯이 며칠을 보냈다. 그러다가 드디어 12월의 어느 화요일에 그는 그의 마음을 괴롭히던 사실을 토해 내고 말았다(그는 -토해 내고 말았다 : 관측의와 나침반 등의 도움을 받아 세계에 대한 연구를 하던 그는 마침내 지구가 둥글다는 인식에 도달하여 그 놀라운 사실에 혼란스러워하고 있었음을 나타낸다.). 그의 아이들은 아버지가 오랫동안의 끈질긴 연구 끝에 분노에 가득 찬 듯이(스스로 아직은 지구가 둥굴다는 것에 만족을 느끼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줌) 자기가 발견한 놀라운 사실을 얘기했을 때의 그 엄숙한 표정을 죽을 때까지 잊지 못하리라.
'지구는 둥글다, 마치 오렌지처럼.' 우르슬라는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 '미치려거든 혼자만 미치구려 (좁고 낮은 인식 속에 갇혀 있는 사람들이 부엔디아의 과학적, 근대적 인식을 믿지 못하고 오히려 그를 광인으로 몰아붙이고 있는 구절로 인신 공격의 오류가 담김)!' 우르슬라가 소리쳤다. '집시들의 말 따위를 순진한 아이들에게 쓸데없이 주입시키지 말아요!' 그러나 호세 아르카디오 부엔디아는 격분을 참지 못하고 아스트롤라베(별의 위치나 시각 등을 관측하는 천문 기계)를 마룻바닥에 내던져 부숴 버린 아내의 기분쯤은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는 아스트롤라베를 새로 만든 다음에 동네 사람들을 모아 놓고 그들이 알아듣지도 못할 이론을 전개하면서, 동쪽으로 계속해서 항해를 한다면 떠난 장소로 다시 돌아오게 되리라는 얘기를 해 주었다. 마을 사람들은 호세 아르카디오 부엔디아가 완전히 미쳐 버렸다고 생각했고[마콘도라는 좁은 세계를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들의 인식으로 좌정관천(坐井觀天), 혹은 정저지와(井底之蛙)의 인식 - 비이성적인 세계에서는 이성이 곧 광기가 된다는 사실을 보여줌] , 멜퀴아데스가 다시 돌아오자 그 말을 전했다. 그러나 멜퀴아데스는, 마콘도(마콘도는 마르케스의 출생지인 콜롬비아 대서양 연안 마을 아라카타카에 대한 구체적 문학화임과 동시에 라틴 아메리카 전체에 대한 상징으로서, 마르케스에 의해 창조된 허구의 지명이다. 이 작품에서 '마콘도'라는 공간적 배경은 현실 세계의 물질문명과 동떨어진 공간, 서구의 이성적 질서로 구축된 세계와는 다른 공간, 신화적 질서가 살아 있는 공간을 상징한다. 그리고 이러한 공간은 실제로 전개되는 마술적, 신비적 이야기 구조와 적극 조응하는 곳으로 나타나고 있다.)에서는 아직 모르고 있어도 바깥 세계에서는 실제로 증명이 된 지구가 둥글다는 사실을 추리로 알아낸 호세 아르카디오 부엔디아의 뛰어난 머리를 여러 사람들 앞에서 찬양했고, 자기의 존경을 나타내는 뜻에서 그 마을의 미래에 큰 공헌을 할 연금술사(鍊金術師)의 실험실을 기증했다.
그 때 멜퀴아데스는 무척 늙어 있었다. 처음 그가 이 마을에 나타났을 때 그의 나이는 호세 아르카디오 부엔디아와 비슷해 보였다. 그러나 호세 아르카디오 부엔디아는 아직도 말의 귀를 잡고 꿇어앉힐 만한 기운이 남아 있었지만 그 집시는 무슨 병을 앓았는지 기력이 쇠진(衰盡)해 버렸다. 그것은 멜퀴아데스가 여행을 계속하면서 얻은 희귀한 온갖 병 때문이었다. 연구실을 짓는 일을 도우면서 그가 호세 아르카디오 부엔디아에게 털어놓은 얘기로는, 죽음이 냄새를 맡고 그의 바지 자락을 끊임없이 뒤따랐지만 최후의 순간만은 아직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죽음이 냄새를 - 아직 기다리고 있다. : 여러 차례 죽을 고비를 넘겼지만, 아직 죽음의 시간은 자신을 기다리고 있다는 뜻. 항상 죽음의 위협에 있으면서 언제 죽을 지 모른다는 것을 의미). 그는 인류를 채찍질한 모든 질병과 재난에 쫓기는 도망자였다. 그는 페르시아에서 이탈리아 문둥병을, 말레이시아 군도(群島)에서 괴혈병(비타민 시(C)의 결핍으로 생기는 병. 기운이 없고 잇몸, 점막과 피부에서 피가 나며 빈혈을 일으키고, 심하면 심장 쇠약을 일으키기도 한다.)을, 알렉산드리아에서 나병(癩病)을, 일본에서 각기(脚氣)를, 마다가스카르에서 선(腺) 페스트(pest : 페스트 가운데 약 90%가 이 병형이며, 피부로부터 침입한 페스트균은 소속 림프절에 이르러 출혈성 화농성 염증을 일으키고 패혈증을 일으켜 사망함.)를, 시실리아에서 지진을, 그리고 마젤란 해협(Magellan 海峽)에서 엄청난 파선 사고를 겪었다. 예언자의 비밀을 터득했다고 알려진 그 천재적인 사나이는 모든 사물의 숨은 비밀을 꿰뚫어보는 아시아 사람들의 신비한 표정을 지닌 우울한 사람이었다. 그는 날개를 펼친 까마귀처럼 보이는 검은 모자를 쓰고, 고색(古色)이 창연한 녹청(綠靑)을 곁들인 벨벳의 조끼를 입었다. 그러나 비록 그가 한없이 지혜롭고 신비할 만큼 경험이 많아도, 그 역시 일상생활의 자질구레한 문제에 얽힌 인간적인 짐을 지고 있었다. 그는 나이가 먹어 병들게 되는 것이 싫었고, 하잘것없는 경제적인 궁핍에 시달렸고, 오래 전에 괴혈병으로 이빨이 빠진 다음부터는 웃지도 않았다. 숨이 턱턱 막히게 무더운 대낮에 그 집시가 신기한 물건들을 설명할 때, 호세 아르카디오 부엔디아는 그들 사이에 두터운 우정이 싹틀 것이라는 확신을 얻었다. 아이들은 그의 신비한 얘기를 듣고 귀가 솔깃했다[그 집시가 신기한 - 귀가 솔깃했다 : 집시들이 가져온 신기한 물건이란 문명의 이기들로 이 작품에서 이중적 의미를 부여받는다. 우선 '자석'의 경우, 이는 서구의 지리상의 발견을 상징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이것이 곧 제국주의 식민지 쟁탈로 연결된다는 점을 고려해 본다면, 식민주의의 확대시켰다는 점에서 과학적 혁신을 가져온 문명의 이기임은 분명하지만, 자석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제국주의의 식민지 확대라는 점에서 이해해 볼 수 있다. '아스트롤라베'란 천문 기계는 방향을 알려 주는 도구이지만, 이 또한 식민지 정복과 무관한 것이 아니다.]. 그 당시에 다섯 살밖에 안 되었던 아우렐리아노는, 그 날 오후에 창가에 앉아서 더위에 땀을 흘리며 지켜 본 그 사람의 모습을 죽을 때까지 잊지 못할 것이다. 그의 형 호세 아르카디오는 그의 자손들에게 그가 본 집시의 모습을 말로 전해 줄 것이다. 그러나 우르슬라만큼은, 멜퀴아데스가 실수로 제2산화은이 담긴 병을 깨뜨린 순간에 방에 들어섰기 때문에 그의 방문에 대해서는 별로 좋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 냄새, 정말 악마의 냄새처럼 고약했어요." 우르슬라가 말했다. "아닙니다." 멜퀴아데스가 대꾸를 했다. '지옥의 악마한테서는 유황 냄새가 나는데(지옥의 - 냄새가 나는데, : 성경에서 "저희를 미혹하는 마귀가 불과 유황 못에 던지우니 거기는 그 짐승과 거짓 선지자도 있어 세세토록 밤낮 괴로움을 받으리라"라고 지옥을 묘사함.), 그 날 부인이 맡은 냄새는 거기에 비하면 퍽 고상한 것이었죠.' 언제나 아는 것이 많아서 말이 막히지 않는 그는 서슴지 않고 진사(辰砂 : 수은의 황화 광물, 수은의 원료 또는 적색 안료로 쓰인다.)의 고약한 냄새 얘기를 둘러댔지만, 우르슬라는 그 얘기에는 귀도 기울이지 않고 아이들을 재우러 가 버렸다. 우르슬라의 기억 속에서는 멜퀴아데스와 그 악취가 언제까지나 함께 남아 있을 것이다.
(후략)
1. 이 작품에서, 마을에서 벌어진 사건들을 정리해 복, 각각의 사건이 담고 있는 의미에 대해 정리해 보자.
교수·학습방법 :
작품의 내용을 요약하면 두 가지의 사건으로 정리된다. 각각의 사건이 담고 있는 상징적인 의미가 무엇인지 생각해 보도록 한다.
예시 학생 활동 :
첫 번째 사건은 주인공 호세 아르카디오 부엔디아가 확대경을 가지고 전쟁의 새로운 전술을 개발한 애용이다. 두 번째 사건은 지구가 둥글다는 사실을 밝혀낸 것이다. 둘 다 가족과 마을 사람들에게 환영받지 못한다. 여기에서 알 수 있는 이 사건들의 의미는 서구적이며 근대적인 과학과 시술의 결정물이 노동으로 자연스럽게 생을 영위하는 마콘도 마을에서는 직접적인 필요가 없으며, 때에 따라서는 커다란 위험 요소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2. 이 작품에서 집시들이 가져온 '자석', '확대경', '아스트롤라베'가 상징하는 바는 각각 무엇인지 말해보자.
교수·학습 방법 :
서구적이며 근대적인 과학과 기술의 결정물들이다. 각각이 상징하는 바를 작품의 내용에 비추어서 생각하도록 한다.
예시 학생 활동 :
자석은 남북을 재는 도구로 서구의 이른바 '지리상의 발견'을 상징하는 동시에 식민지의 확대를 의미한다. 확대경은 가시적인 영역의 확대를 의미할 뿐만 아니라 태양의 열을 이용하는 에너지 혁신을 의미한다. 아스트롤라베 역시 지동설을 증명할 수 있는 기구이자 방향 유지를 위한 도구로서 항해와 식민지 정복을 의미한다.
3. 이 작품의 의미를 제 3세계 문학의 지향이라는 관점에서 설명해 보자.
교수·학습 방법 :
제 3세계 문학의 특성을 이해하고, 이 작품이 의도하고자 하는 바를 먼저 파악하여 답안을 만들도록 지도한다.
예시 학생활동 :
제3세계의 문학은 과거 선진 강대국의 영향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민족 전통의 뿌리를 가지고 창조한 문학의 뜻한다. 이 작품에서 마콘도 마을은 근대 문명과 제도의 침투를 받으면서 변화의 길을 강요당한 식민지 국가와 같은 처지에 놓인다. 국가와 정당, 무장한 군대가 거리를 누비며, 미국인들의 바나나 농장의 수탈을, 중남미 문화 특유의 마술적 리얼리즘의 기법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이러한 점에서 제3세계 문학을 지향한다고 볼 수 있다.
4. 이 작품에서 '지구는 둥글다.'는 과학적 사실이 마을 주민에게 과연 필요한 것인가 생각해 보자.
교수·학습 방법 :
근대 과학의 장단점을 파악하도록 돕는다. 정답이 있는 것이 아니므로 자유로운 답변이 가능하나 논리적인 논증이 뒷받침되도록 해야 한다.
예시 학생 활동 :
마콘도는 가장 질서 있고 열심히 일하는 지상 낙원이었다. 이곳에 현대 문명이 들어오면서 몰락의 길을 걷게 된다. '지구는 둥글다'는 과학적 사실만으로는 우리에게 전혀 해가 되거나 도움이 되지 않지만, 그러한 사실에 힘입어 서구 열강들이 바다를 건너 식민지를 건설하였던 과거를 되돌아 볼 때, 마을 주민에게 꼭 필요한 사실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확장하기
1. 이 마을을 혼란에 빠뜨리고 있는 궁극적인 책임에 대해 다음 관점에서 토론해 보자.
교수·학습 방법 :
역사적으로 볼 때 제3세계가 선진 열강들로 인해 식민지 생활을 겪었다. 그러한 고통을 겪게 된 원인을 마르케스는 문학적 방식으로 세 가지를 제시하였다. 각각의 원인이 무엇인지 그 상징적 의미를 파악해 보도록 한다.
예시 학생 활동 :
성진 : 집시들의 속임수에 책임이 있어.→ 집시들은 근대 문명 이기들을 마을로 가져와서 소유욕과 정복욕을 부추겼다. 이들은 자신이 소유한 근대 문명을 강요함으로서 자신이 원하던 마콘도의 재물을 소유할 수 있게 되었고 이들로 인해서 혼란이 시작되었다.
혜련 : 부엔디아 대령의 순진함과 무지에 책임이 있어.→ 부엔디아 대령은 집시들이 가져온 물건에 대해 무조건적인 맹종으로 인해서 자신과 자신의 가정에 해를 끼친다. 부엔디아 대령이 강력하게 거부했더라면 외세의 문물이 들어오지 않았고 평화가 유지될 수 있었다.
경숙 : 바깥 세상에 대한 마을 사람들의 무지에 책임이 있어.→ 부엔디아가 사실을 발견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그것을 검증조차 하지 않았다는 것은 조선 시대의 쇄국 정책처럼 우매한 짓이다. 외래 문물과 사상을 받아들이되 우리 것으로 만들려는 노력이 필요했다.
2. 근대 문명에 대한 수용 태도를 중심으로, 이 작품과 우리나라 산업화 시대의 문학 작품을 비교해 보자.
교수·학습 방법 :
산업화 시대의 문학 가운데 우리의 전통적인 가치관이 파괴되는 현상을 보여 주는 작품들의 목록을 작성해 보고 그 작품 가운데 나타나는 공통점과 차이점을 살펴보도록 한다.
예시 학생 활동 :
이문구의 '관촌 수필'
이 작품에서는 곳곳에서 어린 시절의 아련한 추억과 예스러운 것이 지닌 가치를 옹호하는 자세를 보인다. 농촌은 근대화의 희생양이며, 도시 자본주의의 수탈 대상일 뿐이다. 각박해지는 심성, 소멸해 가는 풍속과 유대감, 날로 황폐해지는 농촌의 실상을 작가 특유의 풍자적 문체로 그렸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갖는다. 그러면서도 작가는 타락하고 부정적인 현실을 고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현실을 극복할 수 있는 섞인 기대를 보인다는 점에서 차이를 나타낸다.
3. 다음은 인디언 토착민의 토지를 사겠다는 백인 정부의 제안에 대해 인디언 추장이 행한 연설문의 일부이다. 추장의 주장을 참고하여 환경 문제, 자연과 인간의 관계, 문명의 한계에 대해 토론해 보자.
이해와 감상
노벨 문학상을 수상하면서 남미 소설을 세계 문학의 중심으로 끌어 올린 소설 '백 년 동안의 고독'은 제목 그대로 '백 년' 동안 이곳을 지배해 온 '고독'을 다루고 있다.
이 작품은 1900년 초 콜롬비아에서 일어난 자유파와 보수파의 싸움, 미국인들의 도래, 바나나 농장의 등장과 같은 실제 사건들을 언급하고 있는데, 이런 점에서 보면 이 작품은 라틴 아메리카의 착취와 폭력에 대한 풍자로 읽힐 수 있다. 아우렐리아노 대령이 황금 물고기를 주조했다가 용해하고 다시 이를 반복하는 행위, 그의 여동생이 수의를 짰다가 풀고 다시 짜는 행위 등은 라틴 아메리카 400년 역사의 희망 없는 좌절을 상징하는 것으로, 이 작품 속의 주인공들은 이런 고독의 속박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운명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이 작품은 수많은 민속 모티브, 신화, 에피소드 등 인류가 시간을 통해 쌓아 올린 다양한 문학적 경험을 한데 녹여, 인류의 보편적인 숙명에 대한 통찰을 보여 준다. 이 작품은 현실을 사실적으로 반영하는 리얼리즘의 원리에서는 벗어나 있으면서도, 현실의 한 측면을 나름대로 반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마술적 리얼리즘'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백 년 동안의 고독'은 마르케스의 모든 것이 결집되어 그 절정을 이룬 작품이다. 이 작품은 신화적 요소를 도입하여 마콘도라는 상상 속의 도시를 건설하는 내용이다. 이 도시에서 최초의 외부 접촉은 멜퀴아데스를 비롯한 집시들의 방문으로, 이들은 신기한 문물인 자석, 망원경, 확대경 등을 소개한다. 이 신기한 물건들을 보고 호세 아르카디오 부엔디아는 외부 세계의 과학적 지식을 받아들인다.
이후에 마콘도는 시장의 등장, 내전의 발발, 철도 건설, 미국의 바나나 공장의 건설 등의 사건으로 외부와 끊임없이 접하게 된다. 그러나 내전으로 많은 사람들이 죽고 파업에 참가한 사람들은 진압을 당하며, 폭풍우가 농장을 파괴함에 따라 마콘도는 옛날의 초라한 모습으로 돌아온다. 이는 마콘도가 고독에 휩싸인다는 뜻이다. 진보와 신식민주의라는 중남미의 상황에 대한 반영으로 이 작품을 읽는다면, 더 깊은 차원에서의 비극은 읽어내지 못한다. 즉 이야기의 끝에 부엔디아의 마지막 자손인 멜퀴아데스가 남기고 간 원고를 해석하고 이것이 자기 가족사라는 사실과 원고를 읽는 동안 이 이야기가 지속되리라는 것을 발견하는 데 깊은 의미가 있다. 읽는 행위는 그 자체로 반복할 수밖에 없는 고독한 행위이며 죽음의 행위이다. 삶 자체는 반복 될 수 없으며 한번 지나간 시간을 다시 돌이킬 수 없다는 비극적인 결말로 끝난다.(출처 : 김병욱 외 4인 공저 한국교육미디어 문학)
이해와 감상
가공의 토지 마콘도를 무대로 한 이 작품은 부엔디아 일족의 영고성쇠(榮枯盛衰)의 역사를 현실과 환상의 벽을 허물고, 기상천외한 갖가지 에피소드를 섞고, 수다스러운 문체로 줄거리를 이어가면서, 라틴 아메리카의 현실을 벗어나지 못한 인간의 사랑과 고독한 삶의 모습을 묘사하였다. 콜럼버스가 발견한 이래, 라틴 아메리카가 걸어온 역사를 상기시키는 이 이야기는 라틴 아메리카의 새로운 신화로, [돈 키호테] 이후 에스파냐 어로 쓰인 가장 위대한 작품으로 평가되고 있다.
또한 이 작품은 전통적인 형식과 서사적인 구조를 지니고 있으면서도 인물들의 상이함과 비현실적인 요소를 많이 내포하고 있어 난해하기까지 하다. 그러나 작가는 이러한 상상력을 통하여 집안이 저지른 근친상간이라는 도덕상의 터부를 자연스럽게 접목시키고 있어 소설의 색다른 구성과 묘미를 독자들에게 전하고 있다. 또한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펼쳐지는 변화무쌍한 에피소드들의 전개로 끝까지 팽팽한 긴장감을 늦추지 않는 긴밀한 구성을 지니고 있다. (출처 : 디딤돌 문학)
심화 자료
중남미의 문학과 마르케스
현대 소설의 한계에 봉착한 유럽이나 북미쪽에서 거듭되는 실험에도 불구하고 뚜렷한 대안을 찾지 못해 소설의 위기 운운하고 있을 때, 빈곤의 땅이라고 업신여김 당하던 중남미는 이미 1940년대부터 마술적 리얼리즘이라는 독특한 방법을 찾아내 보르헤스, 카르펜티에르, 아스투리아스 등을 배출하고 그 전통 위에서 탄생한 작가인 마르케스의 대표작이 바로 '백 년 동안의 고독'이다.
이 소설은 마콘도라는 마을의 부엔디아 가에 얽힌 1백 년 동안의 이상한 연대기다. 근대적 의미의 시간 개념이 들어 있지 않는 대신에 상상 가능한 모든 것들이 현실의 일부로 용해되어있다. 죽은 마술사가 살아 나오는가 하면 전염병 불면증이 등장하고 수백 마리의 코끼리가 하늘을 날아가기도 한다. 어떤 단편에 등장하는 아이들은 어른들 몰래 전구를 빼낸 후 거기서 쏟아져 나오는 빛을 받아 실내에서 보트를 타고 논다.
그는 마술과 현실을 구분시키지 않는다. 현실의 복합적인 양상들을 모두 수용시켜 만들어내는 그의 소설은 인간의 꿈과 삶에서 영원히 움직이는 이미지를 보여 주고 그것이 동시에 중남미 사회와 역사에 대한 거대한 메타포라는 것을 알려준다.
'나는 작품을 쓸 때 친구들에게 자문한다. 친구들은 훌륭하다고 답한다. 그러나 책이 나왔을 때 친구들은 놀란다. 작품에서 버릴 인물만을 자문하기 때문이다.'
주위의 비평에 신경 쓰지 않는 그의 자신감이 들어 있는 말이다. (출처 : 국민일보, 1994. 10. 31.)
'마콘도'라는 공간적 배경의 상징성
마콘도는 마르케스의 출생지인 콜롬비아 대서양 연안 마을 아라카타카에 대한 구체적 문학화임과 동시에 라틴 아메리카 전체에 대한 상징으로서, 마르케스에 의해 창조된 허구의 지명이다. 이 작품에서 '마콘도'라는 공간적 배경은 현실 세계의 물질문명과 동떨어진 공간, 서구의 이성적 질서로 구축된 세계와는 다른 공간, 신화적 질서가 살아 있는 공간을 상징한다. 그리고 이러한 공간은 실제로 전개되는 마술적, 신비적 이야기 구조와 적극 조응하는 곳으로 나타나고 있다.
백년 동안의 고독에 나타난 갈등 구조
평화롭고 이상적인 마콘도 마을에 집시들이 근대 문명을 전수하기 시작하면서, 전통적인 세계에 갇혀 있던 마을 사람들의 인식과 근대 문명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과학적인 인식에 도달하기를 바라는 주인공의 인식 사이에 갈등이 일어나고 있다. 근대 서구 문명은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인식으로 지식인을 유혹하지만 이는 소외 속에서 평화로운 이상 세계로 자리하던 공간을 파괴하는 힘으로 작용하고 있다.
'백 년 동안의 고독'에서의 고독의 의미
아우렐리아노 대령이 황금 물고기를 주조했다가 용해하고, 또 그것을 반복하는 행위, 그의 여동생이 수의를 짰다가 풀고, 또 짜는 행위, 소설 속의 인물들의 똑같은 행위의 반복 등등을 라틴아메리카 4백여 년 역사의 희망 없는 좌절의 역사로 보는 것이나 또 중남미인들의 행위의 무위성, 무의미성으로 해석하는 것이 좋은 예가 될 것이다. 그러다 보면 부엔디아 가문의 멤버들을 지배하는 고독, 그러니까 라틴아메리카를 지배하는 고독은 숙명적으로 정해진 것이기 때문에 고독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은 존재하지 않는다. 또 그것을 탈출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으로서는 사랑이라는 길밖에 없지만, '백 년 동안의 고독'의 주인공들은 태어날 때부터 이런 고독의 속박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운명을 지녔기 때문에 이런 인물들의 사랑 역시 필연적으로 비정상적일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사랑의 극단적인 형태로 나타나는 근친 상간은 라틴 아메리카의 자폐된 세계를 상징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관점에 입각한 해석은 일견 타당성이 있기는 하지만 사회나 역사의 주체인 인간 본질에 대해서는 그렇게 많은 설명을 해 주지 않는다. 한 마디로 말해, 이 소설은 한 인간이 권력을 포함해 모든 것을 얻었다 하더라도 그의 영혼과 사랑을 잃으면 어떤 식으로 전락하고 파멸하느냐 하는 인간의 보편적 운명을 우리에게 보여 주고 있으며, 또 한편으로는 정해진 운명 안에서의 인간의 편력의 역사는 비록 비극으로 끝날지언정 그것이 얼마나 가치가 있고 의미가 있는지를 동시에 보여 주고 있다. (출처 : 서성철, '순환과 묵시의 서사')
마르케스, '아무도 대령에게 편지하지 않다.'
줄거리 :
시민 전쟁의 원로인 주인공 부엔디아 대령은 15년 동안이나 연금을 받기 위해 우체부가 도착할 때마다 부두에 나가보지만, 그의 희망은 끝내 이루어지지 않는다. 외아들인 아구스틴마저 불법 전단을 살포하다가 총살당하자 그에게는 자부심과 자존심 밖에는 남지 않고, 자부심이라는 유일한 탈출구는 닭싸움으로 상징화된다. 모든 희망이 사라지고 허기로 죽어가게 되지만 끝내 자부심을 잃지 않는다.
작품해제 :
이 작품은 콜롬비아 잡지 <미토(Mito)>에 처음 실렸는데, 국가를 위해 싸웠으나 잊혀져버린 늙은 퇴역 군인의 이야기를 그렸다. 아무리 기다려도 오지 않는 연금 소식을 기다리는 소설 속 주인공의 심정은 작가가 파리에 있었던 시절의 어렵고 비참한 때와 일맥상통(一脈相通)하는 점이 있다.
다음은 인디언 토착민의 토지를 사겠다는 백인 정부의 제안에 대해 인디언 추장이 행한 연설문의 일부이다. 추장의 주장을 참고하여 환경 문제, 자연과 인간의 관계, 문명의 한계에 대해 토론해 보자
시애틀 추장, '우리는 결국 한 형제들이다.'
미국 서부지역에 거주하던 두아미쉬-수쿠아미쉬族의 추장 시애틀의 연설문으로 1854년 미국대통령 피어스에 의해 파견된 백인 대표자들이 땅을 팔 것을 제안한 것에 대한 답글 형식의 연설문(출전 '녹색평론선집1' 참조)
우리는 결국 모두 형제들이다
워싱턴의 대추장이 우리 땅을 사고 싶다는 전갈을 보내왔다. 대추장은 우정(友情)과 선의(善意)의 말도 함께 보냈다. 그가 답례(答禮)로 우리의 우의를 필요(必要)로 하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으므로 이는 그로서는 친절(親切)한 일이다. 하지만 우리는 그대들의 제안(提案)을 진지하게 고려해볼 것이다. 우리가 땅을 팔지 않으면 백인이 총을 들고 와서 우리 땅을 빼앗을 것임을 우리는 알고 있다.
그대들은 어떻게 저 하늘이나 땅의 온기(溫氣)를 사고 팔 수 있는가? 우리로서는 이상한 생각이다. 공기의 신선함과 반짝이는 물을 우리가 소유하고 있지도 않은데 어떻게 그것들을 팔 수 있다는 말인가? 우리에게는 이 땅의 모든 부분이 거룩하다. 빛나는 솔잎, 모래 기슭, 어두운 숲속 안개, 맑게 노래하는 온갖 벌레들, 이 모두가 우리의 기억과 경험 속에서는 신성한 것들이다. 나무 속에 흐르는 수액은 우리 홍인(紅人)의 기억을 실어 나른다. 백인은 죽어서 별들 사이를 거닐 적에 그들이 태어난 곳을 망각해 버리지만, 우리가 죽어서도 이 아름다운 땅을 결코 잊지 못하는 것은 이것이 바로 우리 홍인의 어머니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땅의 한 부분이고 땅은 우리의 한 부분이다. 향기로운 꽃은 우리의 자매이다. 사슴, 말, 큰 독수리, 이들은 우리의 형제들이다. 바위산 꼭대기, 풀의 수액, 조랑말과 인간의 체온(體溫) 모두가 한가족이다.
워싱턴 대추장이 우리 땅을 사고 싶다는 전갈을 보내온 것은 곧 우리의 거의 모든 것을 달라는 것과 같다. 대추장은 우리만 따로 편히 살 수 있도록 한 장소를 마련해 주겠다고 한다. 그는 우리의 아버지가 되고 우리는 그의 자식이 되는 것이다. 그러니 우리 땅을 사겠다는 그대들의 제안을 잘 고려해보겠지만, 우리에게 있어 이 땅은 거룩한 것이기에 그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개울과 강을 흐르는 이 반짝이는 물은 그저 물이 아니라 우리 조상들의 피다. 만약 우리가 이 땅을 팔 경우에는 이 땅이 거룩한 것이라는 걸 기억해 달라. 거룩할 뿐만 아니라, 호수의 맑은 물속에 비추인 신령스러운 모습들 하나하나가 우리네 삶의 일들과 기억들을 이야기해 주고 있음을 아이들에게 가르쳐야 한다. 물결의 속삭임은 우리 아버지의 아버지가 내는 목소리이다. 강은 우리의 형제(兄弟)이고 우리의 갈증(渴症)을 풀어준다. 카누를 날라주고 자식들을 길러준다. 만약 우리가 땅을 팔게 되면 저 강들이 우리와 그대들의 형제임을 잊지 말고 아이들에게 가르쳐야 한다. 그리고 이제부터는 형제에게 하듯 강(江)에게도 친절을 베풀어야 할 것이다.
아침 햇살 앞에서 산안개가 달아나듯이 홍인은 백인 앞에서 언제나 뒤로 물러났지만 우리 조상들의 유골(遺骨)은 신성(神聖)한 것이고 그들의 무덤은 거룩한 땅이다. 그러니 이 언덕, 이 나무, 이 땅덩어리는 우리에게 신성한 것이다. 백인(白人)은 우리의 방식을 이해(理解)하지 못한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백인에게는 땅의 한 부분이 다른 부분과 똑같다. 그는 한밤중에 와서는 필요한 것을 빼앗아 가는 이방인(異邦人)이기 때문이다. 땅은 그에게 형제가 아니라 적이며, 그것을 다 정복했을 때 그는 또 다른 곳으로 나아간다. 백인은 거리낌없이 아버지의 무덤을 내팽개치는가 하면 아이들에게서 땅을 빼앗고도 개의치 않는다. 아버지의 무덤과 아 이들의 타고난 권리는 잊혀지고 만다. 백인은 어머니인 대지(大地)와 형제인 저 하늘을 마치 양이나 목걸이처럼 사고 약탈하고 팔 수 있는 것으로 대한다. 백인의 식욕(食慾)은 땅을 삼켜 버리고 오직 사막만을 남겨놓을 것이다.
모를 일이다. 우리의 방식(方式)은 그대들과는 다르다. 그대들의 도시의 모습은 홍인의 눈에 고통을 준다. 백인의 도시(都市)에는 조용한 곳이 없다. 봄 잎새 날리는 소리나 벌레들의 날개 부딪치는 소리를 들을 곳이 없다. 홍인은 미개(未開)하고 무지(無知)하기 때문인지 모르지만, 도시의 소음(騷音)은 귀를 모욕하는 것만 같다. 쏙독새의 외로운 울음소리나 한밤중 못가에서 들리는 개구리 소리를 들을 수가 없다면 삶에는 무엇이 남겠는가? 나는 홍인이라서 이해할 수가 없다. 인디언은 연못 위를 쏜살같이 달려가는 부드러운 바람소리와 한낮의 비에 씻긴 바람이 머금은 소나무 내음(냄새)을 사랑한다. 만물이 숨결을 나누고 있으므로 공기는 홍인에게 소중한 것이다. 짐승들, 나무들, 그리고 인간은 같은 숨결을 나누고 산다. 백인은 자기가 숨쉬는 공기를 느끼지 못하는 듯하다. 여러 날 동안 죽어가고 있는 사람처럼 그는 악취에 무감각하다.
그러나 만약 우리가 그대들에게 땅을 팔게 되더라도 우리에게 공기가 소중하고, 또한 공기는 그것이 지탱해 주는 온갖 생명과 영기(靈氣)를 나누어 갖는다는 사실을 그대들은 기억(記憶)해야만 한다. 우리의 할아버지에게 첫 숨결을 베풀어준 바람은 그의 마지막 한숨도 받아준다. 바람은 또한 우리의 아이들에게 생명의 기운을 준다. 우리가 우리 땅을 팔게 되더라도 그것을 잘 간수해서 백인들도 들꽃들로 향기로워진 바람을 맛볼 수 있는 신성한 곳으로 만들어야 한다.
우리는 우리의 땅을 사겠다는 그대들의 제의를 고려해보겠다. 그러나 제의를 받아들일 경우 한 가지 조건이 있다. 즉 이 땅의 짐승들을 형제처럼 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나는 미개인(未開人)이니 달리 생각할 길이 없다. 나는 초원(草原)에서 썩어가고 있는 수많은 물소를 본 일이 있는데 모두 달리는 기차에서 백인들이 총으로 쏘고는 그대로 내버려둔 것들이었다. 연기를 뿜어대는 철마가 우리가 오직 생존(生存)을 위해서 죽이는 물소보다 어째서 더 중요(重要)한지를 모르는 것도 우리가 미개인이기 때문인지 모른다. 짐승들이 없는 세상(世上)에서 인간이란 무엇인가? 모든 짐승이 사라져버린다면 인간은 영혼(靈魂)의 외로움으로 죽게 될 것이다. 짐승들에게 일어난 일은 인간들에게도 일어나기 마련이다. 만물(萬物)은 서로 맺어져 있다.
그대들은 아이들에게 그들이 딛고 선 땅이 우리 조상의 뼈라는 것을 가르쳐야 한다. 그들이 땅을 존경할 수 있도록 그 땅이 우리 종족의 삶들로 충만해 있다고 말해 주라. 우리가 우리 아이들에게 가르친 것을 그대들의 아이들에게도 가르쳐라. 땅은 우리 어머니라고, 땅 위에 닥친 일은 그 땅의 아들들에게도 닥칠 것이니, 그들이 땅에다 침을 뱉으면 그것은 곧 자신에게 침을 뱉는 것과 같다. 땅이 인간에게 속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땅에 속하는 것임을 우리는 알고 있다. 만물은 마치 한가족을 맺어주는 피와도 같이 맺어져 있음을 우리는 알고 있다. 인간은 생명의 그늘을 짜는 것이 아니라 다만 그 그물의 한 가닥에 불과하다. 그가 그 그물에 무슨 짓을 하든 그것은 곧 자신에게 하는 짓이다.
그러나 우리는 우리 종족(種族)을 위해 그대들이 마련해준 곳으로 가라는 그대들의 제의를 고려해보겠다. 우리는 떨어져서 평화(平和)롭게 살 것이다. 우리가 여생(餘生)을 어디서 보낼 것인가는 중요하지 않다. 우리의 아이들은 그들의 아버지가 패배(敗北)의 굴욕을 당하는 모습을 보았다. 우리의 전사(戰士)들은 수치심에 사로잡혔으며 패배한 이후로 헛되이 나날을 보내면서 단 음식과 독한 술로 그들의 육신(肉身)을 더럽히고 있다. 우리가 어디서 우리의 나머지 나날을 보낼 것인가는 중요하지 않다. 그리 많은 날이 남아있지도 않다. 몇 시간, 혹은 몇 번의 겨울이 더 지나가면 언제가 이 땅에 살았거나 숲 속에서 조그맣게 무리를 지어 지금도 살고 있는 위대한 부족의 자식들 중에 그 누구도 살아남아서 한때 그대들만큼이나 힘세고 희망(希望)에 넘쳤던 사람들의 무덤을 슬퍼해 줄 수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내가 왜 우리 부족의 멸망(滅亡)을 슬퍼해야 하는가? 부족이란 인간들로 이루어져 있을 뿐 그 이상은 아니다. 인간들은 바다의 파도처럼 왔다가는 간다. 자기네 하나님과 친구처럼 함께 걷고 이야기하는 백인들조차도 이 공통된 운명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 결국 우리는 한 형제임을 알게 되리라.
백인들 또한 언젠가는 알게 되겠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한 가지는 우리 모두의 하나님은 하나라는 것이다. 그대들은 땅을 소유하고 싶어하듯 하느님을 소유(所有)하고 있다고 생각하는지 모르지만 그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하느님은 인간의 하느님이며 그의 자비로움은 홍인에게나 백인에게나 꼭 같은 것이다. 이 땅은 하느님에게 소중한 것이므로 땅을 헤치는 것은 그 창조주에 대한 모욕이다. 백인들도 마찬가지로 사라져 갈 것이다. 어쩌면 다른 종족보다 더 빨리 사라질지 모른다. 계속해서 그대들의 잠자리를 더럽힌다면 어느날 밤 그대들은 쓰레기더미 속에서 숨이 막혀 죽을 것이다. 그러나 그대들이 멸망할 때 그대들을 이 땅에 보내주고 어떤 특별한 목적으로 그대들에게 이 땅과 홍인을 지배할 권한을 허락해 준 하느님에 의해 불태워져 환하게 빛날 것이다. 이것은 우리에게는 불가사의한 신비이다. 언제 물소들이 모두 살육되고 야생마가 길들여지고 은밀한 숲 구석구석이 수많은 인간들의 냄새로 가득 차고 무르익은 언덕이 말하는 쇠줄(전화선 : 電話線)로 더럽혀질 것인지를 우리가 모르기 때문이다. 덤불은 어디에 있는가? 사라지고 말았다. 독수리는 어디에 있는가? 사라지고 말았다. 날랜 조랑말과 사냥에 작별을 고하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삶의 끝이자 죽음의 시작이다.
우리 땅을 사겠다는 그대들의 제의를 고려해보겠다. 우리가 거기에 동의한다면 그대들이 약속한 보호구역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아마도 거기에서 우리는 얼마 남지 않은 날들을 마치게 될 것이다. 마지막 홍인이 이 땅에서 사라지고 그가 다만 초원을 가로질러 흐르는 구름의 그림자처럼 희미하게 기억될 때라도, 기슭과 숲들은 여전히 내 백성의 영혼을 간직하고 있을 것이다. 새로 태어난 아이가 어머니의 심장의 고동을 사랑하듯이 그들이 이 땅을 사랑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우리가 땅을 팔더라도 우리가 사랑했듯이 이 땅을 사랑해 달라. 우리가 돌본 것처럼 이 땅을 돌보아 달라. 당신들이 이 땅을 차지하게 될 때 이 땅의 기억을 지금처럼 마음속에 간직해 달라. 온힘을 다해서, 온 마음을 다해서 그대들의 아이들을 위해 이 땅을 지키고 사랑해 달라. 하느님이 우리 모두를 사랑하듯이.
한가지 우리는 알고 있다. 우리 모두의 하나님은 하나라는 것을. 이 땅은 그에게 소중한 것이다. 백인들도 이 공통된 운명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 결국 우리는 한 형제임을 알게 되리라.
해제 :
김종철 편, '녹색평론 선집1' (녹색평론사, 1995)에 실려 있는 글로, 1854년 미합중국 대통령 피어스에 의해 파견된 백인 대표자들이 이 인디언 부족이 전통적으로 살아온 땅을 팔 것을 제안한 데 대한 답변이다. 생명에 대한 존중과 인간의 겸손함에 대한 강조가 담겨 있는 글이다.
교수·학습 방법 :
인디언과 백인 정부의 입장 차이가 어떤 측면에서 어떻게 다른지 파악하는 것이 핵심이다. 흔히 동양적 사고와 서양적 사고의 차이가, 인간과 자연을 바라보는 시각의 차이에서 기인하는 것이라고 설명하는 것처럼 이 글에서도 쌍방간의 시각의 차가 어디에 원인이 있는지 파악하도록 한다.
예시 학생 활동 :
자연을 바라보는 시각의 차이는 백인 정부와 추장이 서로 다르다. 백인 정부는 자연을 소유의 대상, 정복의 대상으로 보는 반면, 추장은 신성한 무엇 즉 한 몸처럼 생각한다. 백인 정부의 입장에서 발전이라고 하는 것은 추장의 시각에서 보았을 때는 퇴보이다. 왜냐하면 인위적인 손길이 닿은 그곳에는 자연적인 모든 생명과 현상들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인간의 생명이 소중하듯이 풀벌레라든지 짐승의 생명을 그와 같이 소중하게 여길 수 있다면 땅을 팔 수 있다는 생각이다. 자연은 정복하고 이용할 대상이 아니라 공존하여 아끼고 사랑해야 할 대상인 것이다. 그러하나 사고에 바탕을 둘 때, 환경문제, 문명으로 인한 여러 가지 문제들이 해결 가능하다는 것이 추장의 생각이다.
예시 문항 : 마르케스의 '백 년 동안의 고독'은 제 3세계 문학의 대표적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그 이유를 설명해 보자.
예시 답안 : 제 3세계 문학의 특징은 과거 선진 강대국의 식민지 체험, 문화에서 벗어나 그 근원에 숨겨져 있던 민족 문화의 전통의 뿌리를 찾아낸 데 있다. 마르케스의 작품에서 중심으로 다루고 있는 내용이 원시적이고 목가적인 마을 마콘도가 근대 문명과 제도의 침투를 통해 변질되었다가 다시 5년여에 걸친 비로 인해 원래 상태로 돌아가듯이 전통적인 질서를 찾고자 하는 희망이 담겨져 있다. 도한 그가 사용했던 마술적 리얼리즘은 그의 할머니로부터 영향을 받은, 그 민족 특유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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