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우키스와 필레몬
by 송화은율반응형
바우키스와 필레몬 옛날에 제우스는 그의 아들 헤르메스와 함께 프리기아의 방을 방문한 적이 있다. 두 신은 날개를 달지 않은 채 온종일 걸었기 때문에 무척 지쳐 있었고 행색은 초라했었다. 그들에게는 쉴 곳과 음식을 먹을 곳이 필요했다. 그러나 그들이 두드리는 문은 모조리 굳게 잠겨 있었으며 더 단단히 문단속을 할 뿐 따뜻함 을 베풀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다행히 그들은 외딴 곳에 있는 오막살이집에서 하룻밤 신세를 지게 되었다. 이 집에는 바우키스와 필레몬이라는 남편과 아내가 살고 있었다. 그들은 오래 전에 부부가 되어 지금까지 줄곧 그 집에서 함께 나이를 먹으며 살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들은 서로의 사랑을 다독이며 다른 사람들에겐 친절을 베풀며 사는 부부였다. 그러다보니 주인과 하인의 구별이 없이 서로가 주인이고 서로가 하인처럼 살아온 터였다. 이 두 길손이 초라한 문지방을 넘어 방안으로 들어서자 노인은 자리를 깔았고 노파는 잠시 부산 을 떨다가 깔개를 찾아 자리 위에 깔았다. 그리고 숯을 긁어모아 새 모닥불을 지폈다. 어느새 한쪽 구석에서는 냄비가 끓고 있었다. 곧 이어 노인이 싱싱한 채소를 뜯어왔고 노파는 잎만 따서 냄비에 넣었다. 냄비가 구수한 냄새을 풍기기 시작했다. 그러자 노인은 아궁이에다 돼지고기를 구운 후 냄비에 잘게 썰어 넣었다. 마당에는 이미 너도밤나무 세수 대야에 더운물 이 놓여 있었다. 접대용 의자에는 소박한 방석이 놓여 있었고 그 위에는 낡고 초라하지만 큰일을 치를 때 쓰이는 듯 한 깔대가 덮여 있었다. 식탁의 다리는 하나가 짧아 보였으나 석판 조각을 아래에다 괴어 놓아 조금도 뒤뚱거리지 않았다. 모두들 하나같이 소박하나마 정성이 깃들여 있었다. 어느 정도 준비가 끝나자 노인은 향기로운 풀로 식탁을 닦았다. 노파는 이 식탁 위에 올리브 열매 와 산딸기를 올렸고 무와 치즈, 잿불에 익힌 계란을 올렸다. 이 음식들은 모두 토기로 된 그릇 위에 정갈하게 놓여 있었는데 포도주를 담은 주전자도 토기였다. 곧이어 김이 무럭무럭 나는 스튜가 나왔다. 입가심할 꿀과 사과도 준비되어 있었다. 정말이지 두 신은 이 노부부의 지극한 환대를 받고 있는 것이었다. 그러나 노부부는 이 손님들이 식사를 하여 술잔을 비우는데도 술병에 있는 포도주가 아무리 따라도 줄어들지 않자 깜짝 놀랐다. 노부부는 그때서야 자기들의 손님이 보통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자신들의 소홀한 대접을 용서해 달라며 뜰로 나갔다. 뜰에는 거위가 한 마리 있었다. 그 거위는 이 노부부의 극진한 사랑을 받고 자란 것이었다. 그렇지 만 노부부는 이것이라도 잡아 대접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느닷없는 주인의 태도에 놀란 거위는 여기저기 도망을 했다. 나중에는 두 신의 다리 사이로 빠져 달아났다. 이를 본 신들은 이렇게 말했다. "듣거라. 우리는 하늘의 신들이다. 우리는 지금 이 몰인정한 마을에 벌을 내리려 하느니 너희는 이 징벌에서 피하도록 해주겠다. 자, 우리를 따라오너라." 노부부는 신들의 뒤를 따라 언덕을 올라갔다. 산꼭대기 가까이 올랐을 때 뒤를 돌아보자, 마을 은 전체가 물 속에 잠겨 있었다. 외딴곳에 위치한 그들의 오두막만 남아 있을 뿐이었다. 더구아 오두막은 점차 신전으로 바뀌어갔다. 네모진 기둥은 원주로, 짚으로 이은 지붕은 번쩍이는 황금으로, 마루는 대리석으로 바뀌었다. 곧이어 제우스가 인자한 말투로 두 노인에게 일렀다. "훌륭한 노인이여, 또 그런 지아비에 어울리는 부인이여, 너희들의 소원을 말하라. 그것이 이루어지게 하리라." 그러자 팔레몬은 잠깐 바우키스와 상의를 한 후 두 사람의 소박한 소원을 아뢰었다. "신이여, 우리는 사제가 되어 두 분을 모시겠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이 세상을 함께 떠나고 싶습니다. 원하옵건데 홀로 남아 떠난 이의 무덤을 지키는 일은 없게 하여 주시옵소서." 그들의 소원은 이루어졌다. 그들은 신전을 지키며 의좋게 살았다. 그리고 두 사람 모두 너무 늙어 쇠약해진 어느 날 신전 계단에 서서 옛 이야기를 하다가 이 부부는 서로의 몸에서 돋아 오르는 나뭇잎을 보았다. 때를 안 그들이 작별 의 인사를 나누고 나자 머리에서 나뭇잎이 돋아나 관을 이루었다. 그래서 오늘날 티니아에 가면 언덕 위에 보리수나무와 참나무가 서로 마주보며 서 있다. 또 그곳 아래에는 커다란 늪이 있어 텃새들의 보금자리를 이루고 있다. |
반응형
블로그의 정보
국어문학창고
송화은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