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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인(民間人) /요점정리 / 내용연구 및 감상과 이해 / 김종삼

by 송화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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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인(民間人)

- 김종삼

 

 

1947년 봄

심야(深夜)

<중략>

 

사공은 조심조심 노를 저어가고 있었다.

울음을 터뜨린 한 영아(嬰兒)를 삼킨 곳.

스무 몇 해나 지나서도 누구나 그 수심(水深)을 모른다.

 

(현대시학, 1971.10)


요점 정리

 지은이 : 김종삼

 갈래 : 자유시, 주지시

 성격 : 상징적

 운율 : 내재율

 어조 : 냉정하고 객관적인 어조

 제재 : 월남의 체험

 주제 : 민족 분단의 비극성, 분단으로 인한 비극

 특징 : 간결한 표현을 통해 민족 분단의 비극성을 극명하게 나타냄.

 

 

 내용 연구

민간인[민간이라고 표현한 것은 전쟁의 당사자들인 군인이 아닌 민간인들에게 전쟁은 가장 처참한 비극을 가져다 준다는 의미로 사용된 것 / '보통 사람'이란 뜻으로, 남북 분단의 비극이 평범한 일반인에게도 끼치고 있음을 보여 주기 위해 의도적으로 채택한 것으로 볼 수 있음]

 

1947년 봄

심야(深夜 : 깊은 밤)

황해도 해주(海州)의 바다

이남(以南)과 이북(以北)의 경계선(境界線) 용당포(浦)[38선이 그어진 곳 / 북한 체제의 염증 때문에 월남의 길을 택한 사람들에 대한 감시와 경계가 집중된 곳임을 암시] - 배경 제시, 이남과 이북의 경계선

 

사공은 조심조심 노를 저어가고 있었다.[월남 때의 체험(긴장감)]

울음을 터뜨린 한 영아(영兒 : 젖먹이)를 삼킨 곳.[월남할 때 사람들의 위험을 막기 위해 젖먹이를 본의 아니게 죽이게 된 일 다시 말해서 삼엄한 감시와 경계를 피해 몰래 배를 타고 남하하던 사람들이 갑자기 터진 아기의 울음 소리 때문에 당황한 나머지 아이의 입을 틀어막았다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아기의 목숨을 빼앗은 비극적인 상황을 암시]['삼킨'의 주체는 직접적인 살해자인 '아기의 부모'이지만 궁극적으로 이러한 비극을 초래한 것은 분단의 현실이다]

 

스무 몇 해나 지나서도[역사적 비극이 세월의 흐름에도 잊혀지지 않음] 누구나 그 수심(水深)을 모른다['수심(水深)'은 남북 분단으로 인해 평범한 사람들이 겪어야 했던 엄청난 비극의 깊이를 암시 /'수심'은 바로 분단이 가져다 준 비극의 깊이요, 그의 가슴에 각인된 고통과 슬픔의 깊이]. - 분단의 비극성

 

 이해와 감상

 이 시는 6·25 이전의 남북 분단 경계선을 넘으려던 사람들의 비극적 사건을 객관적으로 기술하고 있다. 시인은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배경을 제시하고, 그 곳에서 일어난 끔찍한 사건을 이렇다 할 생각과 느낌을 덧붙이지 않은 채 다만 보여만 줄 뿐이다. 현실적 배경을 제시하고, 그 곳에서 일어난 끔찍한 사건을 감정을 절제하여 보여 주고 있다. 시인은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배경을 제시하고, 그곳에서 일어난 끔찍한 사건을 이렇다 할 생각과 느낌을 덧붙이지 않은 채 다만 보여 줄 뿐이다. 이 시의 제목으로 쓰인 '민간인'이란 낱말은 관리나 군인이 아닌 보통 사람을 가리키는 말로, 남북 분단의 현실이 평범한 사람들의 삶을 어떻게 파괴하는가를 보여 주기 위해 의도적으로 선택한 제목이다.

 

 이 작품에서 전쟁은 시인에게 기억하기조차 끔찍했던 공포의 사건으로, '용당포'라는 지명과 '1947년 봄'이라는 시간을 통해 더욱 구체화됨으로써 장장 '스무 몇 해나 지나서도' 여전히 그를 괴롭히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 무서운 사건은 다름아닌, 전쟁이 발발하기 전, 북한 주민들이 죽음을 무릅쓰고 남북 왕래가 금지된 38선을 넘어 월남을 감행하는 극한 상황에서, 우는 젖먹이 아이까지 바다 속에 던져 넣은 영아 살해'라는 끔찍한 비극을 형상화하면서도 일체 자신의 판단이나 가치 평가를 유보한 채 냉정하고 객관적인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시인은 단지 소재를 선택해서 그것을 되도록 객관적으로 기술하는 역할만을 담당하고 있을 뿐이고, 나머지는 모두 독자에게 맡겨 그것을 어떻게 생각하고 느낄 것인가를 독자의 상상력에 맡겨 더 깊은 생각과 느낌을 갖도록 유도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즉 시인은 자기 감정을 철저히 억제함으로써 그것을 민족분단의 상징적인 인식으로 승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심화 자료

 

 김종삼

 1921∼1984. 시인. 본관은 안산(安山)이며 황해도 은율 출신이다. 평양의 광성보통학교(光成普通學校)를 졸업한 뒤 1934년에 중학교에 입학했으나, 중단하고 일본으로 건너가 일본 도요시마상업학교(淵島商業學校)를 졸업, 당시 영화인과 접촉하면서 조감독 생활을 했다.

 

 광복 후에는 유치진(柳致眞)을 사사하였고, 극예술협회 연출부에서 음악 효과를 맡아보았다. 6·25전쟁 때는 피난지인 대구에서 시를 발표하기 시작했고, 서울 환도 후에는 군사다이제스트사 기자, 국방부 정훈국 방송실의 상임연출자로 10여 년간 근무하다가 1963년부터 동아방송국 제작부에서 근무했다.

 

 처음으로 시 〈돌각담〉(1951)을 발표한 뒤 시작에 전념하였고, 1957년에는 전봉건(全鳳健)·김광림(金光林) 등 3인 공동시집 ≪전쟁(戰爭)과 음악(音樂)과 희망(希望)과≫를 발간하였다.

 

 이 시집에 〈돌각담〉·〈개똥이〉·〈G.마이나〉·〈음악〉 등 초기 시들이 실려 있고, 이 시들은 늘상 그의 세계를 음악과 연결 짓는 시적 환상의 세계였다. “늬 관(棺) 속에 넣었던 악기로다/넣어 주었던 늬 피리로다/잔잔한 온 누리/늬 어린 모습이로다/아비가 애통하는 늬 신비로다 아비로다.”(〈음악에서〉)와 같이 환상 창조의 작용이 있다.

 

 그러나 이 시인의 삶에 대한 인식태도는, 어린이는 무죄한 순결의 존재인 반면 삶의 때가 묻은 어른은 죄 많은 존재인 것이다. 이러한 죄의식은 후기 시에서 더욱 두드러지며, 시인이 겪는 삶의 참담함과 자신의 깊은 죄의식이 숨김없이 드러나고 있다.

 

 1967년에는 문덕수(文德守)·김광림과 함께 3인 공동 시집 ≪본적지 本籍地≫를 출간하였고, 1969년에는 한국시인협회 후원으로 첫 개인 시집 ≪십이음계 十二音階≫를 발간하였다.

 

 그 외의 시집으로 ≪시인학교 詩人學校≫(1977)·≪북치는 소년≫(1979)·≪누군가 나에게 물었다≫(1982) 등이 있으며, 사후에 ≪김종삼전집≫(1989)이 간행되었다. 1971년에는 시 〈민간인 民間人〉으로 현대시학상을 수상하였다. ≪참고문헌≫ 金宗三의 詩世界(李崇源, 한국국어교육연구회, 1985), 音樂의 背景-金宗三論-(金榮泰, 시문학 13, 1972.8.). 無意味의 意味-金宗三論-(申奎浩, 시문학, 1989.3.) (출처 :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작가 : 김종삼(1921-1984) 황해도 은율 출생. 일본 도요시마 상업학교 졸업. 1951돌각담을 발표하며 문단에 등단. 초기에 현대시동인으로 활약. 1971민간인으로 현대시학작품상 수상.

 

그는 초현실주의의 영향이 보이는 특이한 시 소재의 사용과 표현기법의 단절비약으로 주목을 끌었다. 그의 시세계는 동안(童眼)으로 바라보는 순수세계와 현대인의 절망의식을 상징하는 절박한 세계로 나눌 수 있다. 현실세계와 거리를 둔 채 고독한 내면의식을 바탕으로 순수지향의 시의식을 펼쳐보이고 있는데 이러한 현실적인 것과 거리를 가지는 이상세계를 그려내는 그의 언어는 아름답고 간결한 동시에 체념적이거나 암울한 색채를 지니고 있다. 또한 고도의 비약에 의해 어구들 연결시키고 울리는 음향효과를 살린 시어를 많이 사용하고 있다.

 

시집으로는 전봉건, 김광림과의 연대 시집인 전쟁과 음악과 희망(자유세계사, 1957), 본적지(성문각, 1968)를 비롯, 개인시집인 십이음계(삼애사, 1969) 시인학교(신현실사, 1977), 북치는 소년(민음사, 1979), 누군가 나에게 물었다(민음사, 1982), 큰소리로 살아 있다 외쳐라(청하, 1984), 평화롭게(고려원, 1984) 등이 있다.

 

 

< 감상의 길잡이 1 >

이 시는 625의 비극적 체험을 바탕으로 창작되었으면서도 전쟁의 색채가 잘 드러나지 않는다. 제목으로 쓰인 민간인이라는 단어는 관리나 군인이 아닌 보통 사람이란 뜻으로, 남북 분단의 비극이 평범한 일반인에게도 끼치고 있음을 보여 주기 위해 의도적으로 채택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시인은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배경을 제시하고, 그 곳에서 일어난 끔찍한 사건을 이렇다 할 생각과 느낌을 덧붙이지 않은 채 다만 보여만 줄 뿐이다. 그것은 시인이 그 비극적 상황을 비정하리만큼 객관적으로 그려 내면서 그것을 어떻게 생각하고 느낄 것인가를 독자의 몫으로 남겨 놓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시작 방법은 독자의 상상력을 통하여 더 깊은 생각과 느낌을 갖도록 유도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전쟁은 시인에게 기억하기조차 끔찍했던 공포의 사건으로, ‘용당포라는 지명과 ‘1947년 봄이라는 시간을 통해 더욱 구체화됨으로써 장장 스무 몇 해나 지나서도여전히 그를 괴롭히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 무서운 사건은 다름아닌, 전쟁이 발발하기 전, 북한 주민들이 죽음을 무릅쓰고 남북 왕래가 금지된 38선을 넘어 월남을 감행하는 극한 상황에서, 우는 젖먹이 아이까지 바다 속에 던져 넣던 비극적 모습으로 나타나 있다. 그러므로 누구나 그 수심을 모른다라는 구절의 수심은 바로 분단이 가져다 준 비극의 깊이요, 그의 가슴에 각인된 고통과 슬픔의 깊이라 하겠다.

 

 

< 감상의 길잡이 2 >

시를 올바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시인이 시의 표면에서 말하고 있는 것보다 심층에 숨겨 놓고 말하지 않은 것이 더욱 많다는 것을 감지하여야 한다. 김종삼은 많은 언어로 말하는 시인이 아니다. 그의 시는 언제나 간명한 시어로 짜여져 있다. 여운을 살린 그의 시를 두고 어느 시인은 잔상(殘像)의 미학이라고 명명한 바 있다.

 

1연에서는 시의 배경이 되는 시간과 공간을 제시된다. 1행과 2행은 시간적 배경을, 3행과 4행은 공간적 배경을 제시한다. 배경으로 제시된 1947년이라는 시간과 `이북과 이남'이라는 공간에서 독자는 심상치 않은 기미를 느끼게 된다. 40년대에서 50년대에 걸친 한국인의 삶을 이해하는 독자라면 이 시간은 시인의 개별적 삶의 체험에서 연유한 것이라기 보다는 민족의 역사적 체험과 관련이 깊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역사적 시공간에서 암시되는 비극적 느낌은 `심야'라는 시간에 의해 은밀해지는 동시에 강렬해진다.

 

2연에서는 1연의 시공간에 의해 암시적으로 비추어진 비극의 의미를 보다 요연하게 드러낸다. 목숨을 건 심야의 행동을 발각시킬 수도 있는 어린아이의 울음과 그 어린아이에게 가해진 어른들의 잔인함이 간결한 언술을 통해 암시되어 있다. 당시의 한국은 거칠기 이를 데 없었던 삶의 공간이었고 이러한 상황 속에서 어른들은 자신의 생존을 위해 무자비하게 어린 목숨을 희생하지 않을 수 없었다. 순진무구한 어린 생명에게 가해진 어른들의 행위는, 이 땅에 살았던 죄 없는 개인이 감당해야 했던 역사의 횡포에 비견된다고 할 수 있다. 시간이 흘러 스무 몇 해나 지나서도 알 수 없는 수심이란 깊이를 알 수 없는 심야의 어른들의 치유되지 않는 상처이며 민족 전체의 내상이기도 하다. 역사의 상처가 아물지 않은 채 여전히 이 땅 위에 잔존한다는 사실을 시인은 간접화된 발언으로 상기시키는 것이다.

 

이 시는 겉으로 드러난 사실보다 더 많은 슬픔과 고통을 감추고 있다. 미국의 시인 아취볼드 맥클리쉬는 시학이라는 시를 통해 `한 편의 시는 무엇에 맞먹는 / 사실에 대한 것이 아니다.// 슬픔의 온갖 사실적 역사에도 불구하고 / 하나의 빈 문간, 하나의 단풍잎'이라고 말한다. 어두운 역사와 그에 따른 고통을 이야기하고자 한다면 몇 권의 소설 분량으로도 불가능하다. 텅 빈 문간을 통해 기나긴 슬픔의 내력을 적절하게 드러낼 수 있듯이 김종삼은 몇 마디의 시로써 역사적 사실과 비극의 구체적인 체험을 생생하게 환기시켜 주는 것이다. 시를 읽는 진정한 묘미는 이렇듯 수심(水深)을 알 수 없는 시의 심층으로 잠수해 보는 데 있지 않을까. [해설: 유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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