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이도(烏耳島) 1 - 섬에 가려면- 김종철
by 송화은율오이도(烏耳島) 1 - 섬에 가려면 / 김종철
작가 : 김종철(1947- ) 부산 출생. 1970년 서라벌예대 문예창작과 졸업. 1968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재봉(裁縫)」이, 1970년 『서울신문』에 「바다 변주곡」이 각각 당선되어 문단에 등단.
그는 시를 통해 삭막하고 무망(無望)한 현대의 지적․정신적 상황과 현대인의 비극적 꿈과 처참한 현실을 파헤치고 있다.
시집으로는 『서울의 유서(遺書)』(한림출판사, 1975), 『오이도(烏耳島)』(문학세계사, 1984), 『못에 관한 명상』(시와시학사, 1992) 등이 있다.
< 감상의 길잡이 >
시를 읽는 기쁨이 바래지지 않는 것은 우리에게 무한한 상상의 가능성을 제공한다는 사실 때문이다. 현실에서 있을 법하지 않은 일이 시에서는 상상의 힘을 빌어 가능하다.
「오이도」의 첫 행은 상상의 아름다움을 빌어 시작된다. 바람에 날아다니는 바다란 합리적인 경험의 세계에서는 가능하지 않다. 그럼에도 시인은 바람에 날아다니는 바다 위에 뜬 섬, 그 모습을 낡은 그물코로 가리고 있는 섬을 찾아가려 하고 있다. 통념에 사로잡힌 독자라면 포기하고 말 것이지만 한 걸음 더 읽어보면 흥미 있는 섬을 찾는 일에 동참하게 된다. 눈에 보일 듯한 섬에 쉽사리 가 닿을 수 없는 이유는 무엇인가. 시인이 이야기하는 섬은 우리가 통상 경험하는 일상세계 너머에 위치한다. 그 섬은 단순한 지리적 공간이 아니라 현실의 누추한 삶을 벗어 버린 상상(想像) 속에 존재한다. 그러므로 시인이 찾아가려는 섬은 지도 위에도 나와 있지 않을 뿐더러 일상의 배를 타고 바다를 건너서는 결코 닿을 수 없다. 그 섬은 상상의 배를 타고 꿈의 항로를 거쳐 가야 한다. 섬에 온전하게 닿기 위해서는 `삶이 자맥질하는 썩은 눈물과 토사'를 떨쳐버려야 한다. 섬은 진부한 상식으로부터 벗어날 때, 누추한 일상의 삶으로부터 자유로워질 때 다가갈 수 있다. 눈물 어린 삶에 속박될수록 섬은 멀어지고 진부한 상식에 얽매일수록 섬은 `서쪽으로 서쪽으로' 멀리 달아난다. 우리는 시인이 말하는 섬이 단순한 몽상에 근거한 것이 아니라 현실의 역상(逆像)이며 현실과 일정한 거리를 두고자 하는 비판적 의식에서 연유된 것이라는 점을 알아차릴 수 있다.
시인은 당신 몫의 섬을 찾으려면 되풀이해서 길을 떠나라고 충고한다. `낡은 그물코'를 걷어내고 섬의 모습을 온전하게 보기 위해서는 얼마나 먼 길을 가야 하는가. 섬을 찾아가는 `시오리 길'의 고달픈 여정은 섬을 발견하는 혼자만의 오롯한 기쁨과 비례한다. 쟝 그르니에는 <섬>에서 `난바다의 시원한 공기며 사방의 수평선으로 자유럽게 터진 바다를 섬 말고 어디서 만날 수 있으며 육체적 황홀을 경험하고 살 수 있는 곳이 섬 말고 또 어디에 있겠는가. 그러나 섬에 가면 우리는 격리된다. 섬, 혹은 `혼자뿐인' 한 인간. 섬들, 혹은 `혼자씩뿐인' 인간들'이라고 말한다. `오이도'는 시의 공간에서 상상력이라는 꿈의 항로를 통해 자신의 섬을 발견하려는 독자의 즐거움 속에 존재하는 오롯한 공간이다. [해설: 유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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