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 김지하
by 송화은율생명 - 김지하
작가 : 김지하(1941- ) 전남 목포 출생. 1966년 서울대 문리대 미학과 졸업. 1969년 「비」, 「황톳길」, 「가벼움」, 「녹두꽃」, 「들녘」 등을 『시인』에 발표하며 등단. 1975년 아시아․아프리카 작가회의 로터스(LOTUS)상, 1981년 국제시인회의(POETRY INTERNATIONAL)의 <위대한 시인상>을 수상.
그의 시는 원초적 삶을 영위하는데 저해되는 현실을 강렬한 언어로 비판한다. 고통을 감내하면서도 체념에 떨어지지 않고 깨어 있으려는 의식을 고양시키기 위한 노력을 보여준다. 올바른 삶의 회복을 희구하는 그의 시는 비극적인 삶의 체험을 처절하고도 절제된 언어로 표출한다. 사회 현실을 날카롭게 비판한 풍자시 「오적」을 『사상계』에 발표하게 되는데, 구비문학의 풍자 정신을 바탕으로 한국사회의 부패와 거짓을 신랄하게 질타한 이 「오적」과 더불어 「비어」는 장시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 것으로 평가된다. 반공법 위반혐의로 구속․기소되었으나 보석으로 풀려나기도 했다.
시집으로는 『황토(黃土)』(한얼문고, 1970), 『타는 목마름으로』(창작과비평사, 1982), 『대설(大說)』(창작과비평사, 1984), 『애린1』(실천문학사, 1987), 『애린2』(실천문학사, 1987), 『검은산 하얀방』(분도출판사, 1987), 『별밭을 우러르며』(동광출판사, 1989), 『중심의 괴로움』(솔, 1994) 등이 있고, 산문집으로는 『밥』(1984) 등이 있다.
< 감상의 길잡이 >
시집 『별밭을 우러르며』(1989)에 실린 이 시는 김지하가 오랜 민주화 투쟁을 통해 체득(體得)하게 된 생명 사상을 형상화한 대표적인 시이다. 7년이 넘게 감옥 생활을 했던 김지하는 정신이상이 될 정도의 심각한 고통을 겪던 중, 쇠창살 틈의 콘크리트 벽에 뿌리를 내린 풀 한 포기를 보고 생명의 강한 힘을 깨닫게 된다. 이후로 그의 투쟁은 모든 `죽임의 문화'에 대해 `살림의 문화'를 건설하는 데 바쳐진다. 그가 보기에 정치적 억압, 사회적 불평등, 물질만능주의, 극심한 환경 오염 등 오늘날 인류가 안고 있는 모든 문제는 죽임의 문화를 세운 결과 나타난 부작용이다. 이러한 죽임의 문화를 치유하고 인간다운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는 `살림의 문화', 즉 생명에 대한 존중과 생명 원리에 기초한 문화를 창조해야 한다. 김지하는 이를 우리의 전통 가운데 동학(東學)에서 찾기도 한다.
이 시에서 김지하는 `생명'이야말로 남은 `한 줄기 희망'이라고 말한다. 생명은 우주의 원리 그 자체를 의미한다. 어떤 일이든 생명이 자랄 수 있고 건강하게 지속될 수 있는 바탕 위에 이루어진다면, 비인간적이고 반생명적인 모든 일들은 사라지게 될 것이다.
이 시는 현재 우리가 처한 상황을 `캄캄 벼랑', `돌이킬 수도 / 밀어붙일 수도 없는 이 자리'로 묘사한다. 다시 원래의 상태로 돌아갈 수도 없고, 그렇다고 파국을 향해 무작정 달음박질할 수도 없다. 모든 것을 포기하고 `노랗게 쓰러져버릴 수도', 완전히 벗어나 `뿌리쳐 솟구칠 수도 없는 / 이 마지막 자리'에 우리는 서 있는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도 생명의 힘은 약해지지 않는다. 어미가 자신이 낳은 새끼를 껴안고 울고 있는 모습은 슬프도록 아름다운 숭고한 광경이다. 생명만이 생명을 낳을 수 있으며, 모든 생명 있는 것들은 다른 생명에 기대어서만 살아갈 수 있다. 생명을 통해 인간과 이 우주의 모든 것들은 하나가 된다. 그 하나됨에 대한 깨달음, 생명에 대한 무한한 경외심(敬畏心), 생명을 유지하기 위한 절박한 노력, 이것이 바로 이 어두운 현실에 남아 있는 `한 줄기 희망'인 것이다. [해설: 최동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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