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문학창고

미다스 왕

by 송화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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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다스 왕  

실레노스는 디오니소스의 스승이자 양아버지였다. 그런데 한때 그의 행방이 묘연해졌던 적이 있었다. 디오니소스는 그를 찾아 오랫동안 헤맸다. 그때 실레노스는 잔뜩 술에 취해 비틀거리다 농부들에 의해 미다스왕의 궁전에 끌려가 있었다.

미디스왕은 그의 궁전에 이끌려온 노인이 그 이름난 시레노스라는 것을 알았다. 그는 극진한 잔치를 열흘 밤낮으로 벌여 이 노인을 즐겁게 해 준 뒤 열하루째가 되자 노인을 안전하게 돌려보냈다. 행방불명이 되어 노심초사하던 디오니소스는 너무 기뻤다. 그는 미다스에게 환대를 해준 보답으로 미다스의 소원 한 가지를 들어준다고 했다. 한참 곰곰이 생각한 미다스는 자신이 손이 닿는 것마다 <금>으로 바뀌게 해달라고 했다. 디오니소스는 미다스가 좀더 좋은 선택하기를 바랐지만 약속재로 그의 요구를 들어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그런 디오니소스의 생각과는 달리 미다스는 뛸듯이 기뻤다. 그는 곧 이 큰 힘을 실험해 보았다. 먼저 참나무 가지를 꺾었다. 그러자 놀랍게도 그것은 곧 황금의 가지로 변하는 것이 아닌가. 도무지 믿어지지가 않았다. 그는 다 시 길가의 조약돌을 하나 들어보았다. 들자마자 그것은 돌이 아니라 황금덩어리였다. 다음에는 사과를 한 알을 땄는데 역시 사과도 황금으로 바뀌었다. 그 황금 사과는 마치 헤리페리스들의 화원에서 훔쳐온 것처럼 아름다웠다. 미다스의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그는 궁전으로 돌아오자마자 신하들에게 진수성찬을 마련케 했다. 그런데 어처구니없게도 그가 빵을 먹으려 하자 빵은 딱딱하게 굳어 황금이 되었고 다른 부드러운 요리들도 곧바로 굳어버렸다. 어쩔 수 없이 그는 포도주를 마셨다.


그러나 그것 역시 녹은 황금처럼 목구멍을 타고 내려갔다.

생각지도 못한 사테에 간담이 서늘해진 미다스는 이제 이 마력에서 벗어나려고 온갖 힘을 다했다. 방금 전까지 흐뭇하게 했던 선물이 오히려 증오스럽기까지 했다. 그러나 모든 노력은 허사로 끝나버렸고 이제 굶어 죽을 날만이 그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다급해진 그는 그 황금의 팔을 높이 쳐들고 디오니소소에게 애원을 하였다. 그러자 자비로운 디오니소스는 기꺼이 그의 부탁을 들어주었다.

"미다스여, 팍톨로스 강으로 가되 그 강의 원천까지 거슬러 올라가 그곳에서 그대의 온몸을 담그어라. 그렇게 하면 그대가 저지른 과오와 벌이 씻기리라."

미다스는 디오니소스의 말을 따랐다. 그러자 황금을 만드는 힘이 곧 물속으로 옮아가 모래가 황금으로 바뀌었고 그의 손은 정상으로 돌아왔다. 그때의 금모래는 현재까지도 그대로 남아있다. 그 후로 미다스는 부귀영화를 별로 달갑지 않게 생각하였다. 그는 가족과 함께 시골로 돌아가 살며 판을 경배하며 살았다. 그런데 어느날 미다스가 경배하는 신인 판은 터무니없게도 비파의 신인 아폴론에게 음악경기를 도전하였다. 아폴론은 물론 이 도전을 받아들였다. 심판자는 산신 트몰로스가 맡았다. 트몰로스는 심판석에 앉아 공정한 심판을 하기 위해 자신의 귓부리의 수목을 자르기까지 했다.

신호가 나자 판이 먼저 시작했는데 그는 부드럽고 신묘한 갈대피리를 불었다. 그의 피리에서 흘러나오는 가락은 꾸밈이 없는 소박한 것이었는데 이 가락은 그 자신은 물론 그의 신자 미다스를 만족시켰다. 판의 연주가 끝나자 심판자 트몰로스가 아폴론에게 머리를 돌렸다. 그러자 그의 모든 수목들도 그를 따라 일제히 고개를 돌렸고 아폴론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아폴론의 이마에는 파르낫소스산의 월계관이 얹혀 있었고 티로스지방의 자주빛 물감을 물들인 옷은 대지에 끌렸다. 그는 왼손에 리라를 들고 오른손으로 줄을 골랐다. 아름다운 음악이 울려퍼졌다. 리라 소리에 정신을 잃은 트몰로스 는 즉석에서 리라의 신, 음악의 신인 아폴론의 승리를 선언하였다. 모두가 이 판정에 만족했지만 미다스만은 이 판정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는 강력하게 이의를 제기했다.

이 모습을 본 아폴론은 화가 나서 이런 무식한 귀는 인간의 귀로 있을 필요가 없다고 하며 그의 귀를 쭈욱 늘려 당나귀 귀로 만들어 버렸다.

미다스왕은 이 일로 크게 상심했으나 곧 스스로를 달랬다. 그는 머리에 넓은 두건을 써서 이 흉칙한 모습을 숨겨 사람들 눈에 띄지 않게 하였기에 사람들은 모두 미다스왕의 이러한 모습을 알지 못했다. 그러나 단 한 사람, 그의 이발사만은 이 사실을 당연히 알게 되었다.

그는 언제나 왕에게 이를 발설할 경우 엄벌에 처한다고 협박을 받았다. 그렇지만 그도 사람인지라 그 비밀을 말하고 싶어 견딜수 없었다. 급기야 더 이상 참고 있다가는 속이 터질 것 같아 그는 들판으로 나갔다. 땅바닥에 구덩이를 파고 그 위에 몸을 구부려 왕의 이 비밀을 크게 외친 뒤 다시 구덩이를 메웠다. 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들판에는 갈대가 피어오르기 시작하더니 곧 무성해졌다. 그리고 이 갈대들은 저희들끼리 몸을 비비면서 이발사가 한 이야기를 속삭였다. 이 속삭임은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지금도 미풍이 지날 때면 갈대가 미풍더러 속삭이곤 한다.

이 미다스왕의 이야기는 사람에 따라 조금씩 다르다.
<바드의 여인 이야기>에서는 왕의 비 밀 발설을 한 사람 이 왕비로 되어 있다. 이것을 미다스는 알고 있었다. 귀가 그렇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해 준 것은 아내였기 때문이었다.

미다스의 아버지 고리디우스는 농부였다. 사람들이 그런 농부를 프리기아의 왕으로 추대한 것은 신탁의 결정에 의해서라고 한다. 신탁은 이 나라의 미래의 왕에 대해서 이야기하기를,
"미래의 왕은 짐마차를 타고 너희들에게 올 것인 즉, 그가 왕이 되면 대지가 기름지고, 음악이 끊이지 않으리라." 리고 했다. 그래서 프리기아의 사람들이 모여 이 말의 의미를 논하고 있었는데 그때 고르디우스가 짐마차 소리를 내며 광장에 들어왔었다고 한다.

왕이 된 고르디우스는 짐마차를 튼튼한 매듭으로 엮어 신탁을 내린 신에게 바쳤다. 이것이 그토록 말이 많은 "고르디우스의 매듭" 이다. 이야기인 즉 이 매듭을 푼 자가 아시아의 왕이 될 것이라는 신탁이 있었다는 소문이 있어 사람들은 앞다투어 매듭을 풀려했으나 아무도 풀지 못했다 한다.

그런데 프리기아에 들른 나폴레옹이 장난삼아 해보다가 짜증이 난 그가 칼로 매듭을 잘라 버렸다. 뒷날 알렉산더 가 전 아시아의 지배자가 되었을 때야 사람들은 깨달았다. 그의 지배는 그 옛날 신탁의 뜻이었던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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