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로도(墨鷺圖) / 해설 / 정완영
by 송화은율
묵로도(墨鷺圖) / 정완영
이해와 감상
이 시는 한편의 그림을 두고 시인의 감상을 읊고 있다. 묵로도는 채색을 쓰지 않고 먹으로 백로를 화제(畵題)로 삼은 그림이다. 먹을 사용하여 그린 묵죽(墨竹), 묵란(墨蘭), 묵매(墨梅) 등은 고아한 멋과 운치를 살린 것으로 먹의 농담을 빌어 색채나 면 구성에 바쳐지는 기교보다는 정신적인 측면을 강하게 드러낸다. 부제에서 드러나는 것처럼 시의 화자에게 묵로도가 한편의 그림 이상의 의미를 가지는 것은 그림에 담긴 뜻과 화자의 심리가 상통하고 있기 때문이다.
1, 2연은 묵로도의 배경에 해당한다. 갈대잎과 산그늘이 묵로도의 근경과 원경을 각각 구성하고 있다. 수묵화는 구체적인 사실 묘사보다는 그리는 이의 심성(心性)이 반영된 자연 묘사가 주로 행해진다. 이 묵로도는 동물을 소재로 택하였음에도 동적인 느낌보다는 정적인 특징을 강하게 드러낸다. 고요한 정온감을 화자는 마치 묵로가 마치 졸리운 것처럼 표현하였다. 묵로의 눈에 담긴 호수의 고요함과 구름조차 멈춘 정태적 아름다움은 묵화에서 읽어낸 정적미라고 할 수 있다.
시의 화자는 이 고요 속에 잠긴 묵로를 연민 어린 시선으로 바라본다. 차가운 가을 바람이 불어오는데 창공을 날아오르는 대신 억새풀밭에 홀로 서 있기 때문이다. 무리와 떨어진 그 모습에서 화자는 자신의 외로움과 묵로의 쓸쓸함을 일치시킨다. 외로운 심경을 땅에서조차 기댈 곳 없다는 절망적인 토로에까지 이른다. 마지막 연은 그러한 묵로에 대한 위안이다. 거둘 길 없는 상심을 별 아래에서 적막함을 주워 올린다고 표현하여 스스로를 위안한다. 이러한 태도는 정신적이며 고아한 전통적 정취에 닿아있다고 말할 수 있다. [해설: 유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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