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별아저씨 / 해설 / 정현종
by 송화은율
나는 별아저씨 / 정현종
이해와 감상
정현종의 첫 시집 『사물의 꿈』에 실린 이 시는 독특한 제목과 시적 발상이 흥미를 끈다. 시의 화자는 별과 바람 등의 천체와 하나의 가계(家系)를 이루기를 소망하고 있다. 나의 직분은 `별아저씨'이다. 별은 나에게 삼촌이라 불러야 한다. 그리고 나는 바람남편이다. 바람은 나에게 서방이라 불러야 한다. 마치 동화나 만화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 듯한 공상적이면서도 순진한 상상력이 익살스럽기까지 하다.
그러나 시인의 의도는 깊이있는 철학적 사유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그가 원하는 것은 사물과의 친화이며, 더 나아가 사물 그 자체로서 존재하는 것이다. 별의 삼촌이며 바람의 남편이 되기 위해서는 별과 바람 그 자체가 되어야 한다. 그들의 본질과 일치하지 않고서는 이러한 관계를 맺는 것이 불가능하다. `삼촌'과 `남편'이라는 친지, 가족 관계의 명칭은 별, 바람 등의 사물과 화자가 같은 본성을 지닌 동류(同類)라는 것을 강조하기 위한 비유이다.
그리고 나는 또 침묵의 아들이다. 침묵은 나의 어머니이고, 언어의 하느님이다. 나는 침묵의 돔 아래서 예배한다. 사물이 가진 공통적인 속성은 그들이 말이 없는 존재라는 것이다. 단지 유정(有情)한 존재인 인간만이 말을 한다. 말이 없는 사물들은 그들의 존재를 표나게 드러내지 않고 다만 그 자체로, 본성 그대로 존재한다.
사르트르는 이같은 사물의 닫혀 있음과 부동성(不動性) 앞에서 실존하는 인간으로서 구토를 느끼기도 했지만, 정현종은 오히려 그런 사물의 상태를 동경한다. 말로 표현하거나, 의도하거나, 억지로 드러내지 않는 상태. 그것은 아마도 `무(無)'의 상태일 것이다. 그러므로 정현종에게는 역설적이게도 우리의 생은 침묵이고 죽음은 말의 시작이 된다. 사물은 소멸할 때 비로소 그 존재의 흔적과 무게를 남기므로.
인간의 영역을 넘어 무정(無情)한 사물과의 완벽한 합일을 꿈꾸는 나는 스스로를 `천하 못된 사람'이라고 지칭한다. 이루어질 수 없는 꿈을 꾸고 있지만, 그는 별아저씨, 바람남편이 되고 싶은 소망을 버리지 않는다. [해설: 최동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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