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運動(운동) / 해설 / 이상

by 송화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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運動(운동)

 

一層(일층)우에있는二層(이층)우에있는三層(삼층)우에있는屋上庭園(옥상정원)에올라서南(남)쪽을보아도아무것도없고北(북)쪽을보아도아무것도없고해서屋上庭園(옥상정원)밑에있는三層(삼층)밑에있는二層(이층)밑에있는一層(일층)으로내려간즉東(동)쪽으로솟아오른太陽(태양)이西(서)쪽에떨어지고東(동)쪽으로솟아올라西(서)쪽에떨어지고東(동)쪽으로솟아올라西(서)쪽에떨어지고東(동)쪽으로솟아올라하늘한복판에와있기때문에時計(시계)를꺼내본즉서기는했으나時間(시간)은맞는것이지만時計(시계)는나보담도젊지 않으냐하는것보담은나는時計(시계)보다는늙지아니하였다고아무리해도믿어지는것은필시그럴것임에틀림없는고로나는時計(시계)를내동댕이쳐버리고말았다.


 요점 정리

 지은이 : 이상

 갈래 : 현대시

 성격 : 초현실주의적, 주지적, 관념적, 상징적, 심리적, 문명 비판적, 반복적, 저항적

 어조 : 독백적 어조

 제재 : 백화점 건물, 시계

 사상적 배경 : 다다이즘[규범 파괴적 태도], 초현실주의[무의식의 흐름에 따라 시상을 전개]

 구성 : 시 전반부의 백화점이 근대의 규격화된 공간의 상징이라면, 시 후반부의 시계는 근대의 규격화된 시간의 상징이다. 근대의 시간과 공간이 모두 기하학적으로 규격화되어 있다는 것은 근대적 삶의 양식이 모두 규격화되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서정적 자아는 이것에 대해 늙은 것, 즉 생명이 없는 것으로써 부정해버리고, 자신의 살아 있는 젊음을 긍정하고자 한다. 이러한 데서, 무의미하고 반복적인 운동을 강요하는 근대에 대한 시인의 저항을 읽어낼 수 있다.

공간의 이동

일층우에 있는 - 옥상 정원에 올라서

남쪽을 보아도 - 아무것도 없고해서

옥상정원 밑에 - 일층으로 내려간 즉

백화점(근대문명)의 꼭대기에 올라가봄

문명의 무의미함

다시 내려옴

시간의 흐름

동에서 솟아오른 - 있기 때문에

시계를 꺼내 - 틀림없는 고로

시계를 내동댕이치고 말았다

무의미하게 반복되는 일상

시계(근대문명)는인간의 삶의 흐름을 재지 못함

'시계'의 지루하고 반복적인 리듬에 맞춰 살아가기 싫음

일층우에 - 서쪽에 떨어지고 : 근대적 공간의 인식(백화점 위로 올라갔다가 내려옴)

동쪽에서솟아올라 - 말았다 : 시계를 꺼내 보다 내동이침(근대적 시간의 인식)

 주제 : 무의미한 근대 문명에 대한 저항, 근대 문명에 대한 거부감, 규격화되고 단조로운 근대 문명의 거부, 단조롭고 획일화된 근대 문명에 대한 거부감과 비판 의식

 표현 : 상징법, 반복법, 점층적 표현을 사용하고, 띄어쓰기를 무시하고, 공간에 대한 기하학적 인식을 바탕으로 하였으며, 시선의 점층적, 점강적 이동에 따라 시상을 전개하였고, 상징적 소재를 사용하여 비판적 관점을 드러냈고, 이 시는 종속적으로 이어진 한 개의 문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일층 ~ 틀림없는고로'까지는 뒤이어지는 행동의 이유를 나타낸 종속절이고, '나는 ~ 말았다'는 앞의 이유 때문에 취한 행동을 서술하는 주절이다.

 작품개관 : 이 작품은 전통적인 서정시 개념으로 볼 때 매우 낯선 작품이다. 근대적인 건물인 백화점을 추상적인 기하학(도형 및 공간의 성질에 대하여 연구하는 학문)적 관점 속에서 파악하여 시간과 공간의 현대적인 느낌을 제시하고자 하였다. 시인의 독특한 어법이 현대적인 건축의 의미를 어떻게 효과적으로 표현하는지 잘 드러내 주는 작품으로, 이 작품을 통해서 건축에 대한 시인의 관심이 어떠한 방식으로 시의 독특한 현대적 미학을 만들어 내고 있는가 하는 것을 살펴볼 수 있을 것이다. [운동에 나타난 공간 형상화 방식 : 기하학적 상상력 - 이 시에서 기하학적 상상력은 공간을 형상화하는 방식으로 작용하는데, 즉 '1층 위에 있는 2층'식으로 점층적으로 올라가거나 반대로 내려가는 식의 서술을 하였다. 이것은 공간의 단조로움과 무미건조함을 보여 주려고 한 것이다. 동서남북이란 용어로 건물을 둘러싼 공간을 서술하는 것 역시 단조로운 공간의 형상화에 해당한다.]

 시적상상력 : 이 시는 기존의 시에서 볼 수 없었던 기하학적 상상력이 지배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기하학은 건축의 기본이 되는 학문으로, 이상이 건축가였다는 전기적 사실이 이러한 상상력의 근거를 입증해 준다. 이 시는 근대적 도시 공간의 상징으로 제시되는 백화점이라는 건축물의 기하학적 구조에 대한 서정적 자아의 거부와 부정이 담겨 있다.

 출전 : 조선과 건축(1935)

 내용 연구

운동(이 시의 제목과 내용은 상반된다. 시의 내용은 역동적이지 못하다는 점에서 '운동'과 거리가 멀다. 시의 제목은 궁극적으로는 단조롭고 반복적인 현대 사회의 움직임을 반어적으로 강조하기 위한 표현이며, 현대 문명의 반복적, 기계적 특성에 대한 풍자를 하기 위한 것이다)

 

一層(일층)우에있는二層(이층)우에있는三層(삼층)우에있는屋上庭園(옥상정원)에올라서[공간을 기하학적으로 추상화하고 있는 부분으로 점층적으로 공간을 인식하고는 있으나 전체적으로는 매우 단조롭다. 이것은 시적 화자가 무미건조한 공간 감각을 지니고 있음을 느끼게 한다. 점층적 전개]南(남)쪽을보아도아무것도없고北(북)쪽을보아도아무것도없고해서[건물 주위를 동서남북의 방위로 이해하고 있다. 역시 공간을 단조롭게 인식하고 있음을 느끼게 한다. 다시 말해서 '아무것도 없다'는 말은 실제로 아무것도 없다는 말이 아니다. 이것은 거대한 아파트 단지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획일적이고 동일한 것들만 가득한 근대적 건축물들의 풍경을 말하는 것이다. 모두가 똑같기 때문에 아무것도 없다고 보는 것이다.]屋上庭園(옥상정원)밑에있는三層(삼층)밑에있는二層(이층)밑에있는一層(일층)으로내려간즉[점강적 전개]

 

일층 위에 ~ 일층으로 내려간즉 : 시적 화자의 공간 이동이 드러난 부분으로 시적 화자는 백화점 옥상 정원에서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하고 내려 온다. 백화점이 근대 문명을 상징하는 것이라고 할 때, 이 부분은 근대 문명의 무의미함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東(동)쪽으로솟아오른太陽(태양)이西(서)쪽에떨어지고東(동)쪽으로솟아올라西(서)쪽에떨어지고東(동)쪽으로솟아올라西(서)쪽에떨어지고[일상적으로 반복되는 태양이 뜨고 지는 것을 바라 보는 행위를 나타내고, 답답하고 무료한 시적 화자의 감정을 제시하여 시적 화자의 눈에 비친 반복되는 현상에서 그 자신이 일상의 무료한 반복 속에 갇혀 있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동쪽에서 솟아오른 ~ 서쪽에 떨어지고 : 태양의 일상적인 순환을 통해서 일상의 무미건조한 반복을 드러내고 있다.

東(동)쪽으로솟아올라하늘한복판에와있기때문에時計(시계 : 근대 문명의 기계적인 산물로서의 '시계'로 근대의 규격화된 시간을 상징)를꺼내본즉[시계를 꺼내본즉 : 태양을 보고 시계를 꺼내는 것은 현대인들이 취하는 바다. 즉, 태양의 반복적인 움직임을 시계라는 도구로 측정하는 현대인들의 시간 의식을 드러내고 있다.]서기는했으나[이 시의 위 부분은 옥상정원까지 올라갔다가 내려 오고, 해가 동쪽에서 서쪽으로 이동하는 등 동적인 분위기를 띠고 있다. 시계를 꺼내보는 행위는 그러한 움직임 속에서 '정지된(서 있는)' 상태로 된 것이다.]時間(시간)은맞는것이지만時計(시계)는나보담도젊지 않으냐하는것보담은나는時計(시계와 빌딩은 : 기계 문명의 획일성)보다는늙지아니하였다['나'는 인간을 '시계'는 문명을 표상한다. '나'가 젊다는 것은 단조로움을 거부하는 마음을 지니고 있다는 뜻이고, 시적 화자는 시계가 표상하는 특성에 대해 부정적 태도를 취하고 있다. '시계'가 늙었다는 것은 변함없는 반복적 순환성에 빠져 있다는 뜻이다. 시계의 기계적이고 반복적인 리듬은 이미 수없이 되풀이되어 온 것이기 때문에 '늙은 것'이 된다. 인생의 시간을 기계적이고 추상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시적 화자는 시계보다 늙지 않았다고 확신하며 행복감을 느끼기보다, 오히려 현대 문명의 극도의 획일성에 대해 절망하고 있다.]고아무리해도믿어지는것은필시그럴것임에틀림없는고로

 

동쪽에서 솟아올라 ~ 틀림없는 고로 : 시적 화자는 시계보다 늙지 않았다. 그러나 시적 화자는 시계보다 늙지 않았다고 확신하며 행복감을 느끼기 보다, 규격화된 시간인 '시계'와 규격화된 공간인 '백화점 건물'로 대표되는 현대 문명의 극도의 획일성에 절망하고 있다.

 

나는時計(시계)를내동댕이쳐버리고말았다.[시계를 내동이쳤다는 것은 시계의 기계적이고, 반복적인 운동은 삶의 다양한 여러 면을 보여주지 못하는 단순한 운동일 뿐이므로, 화자는 이러한 시계가 무의미하고 불필요하다는 인식과 반복적인 일상을 살아가기 싫다는 외침의 행동화를 의미하는 것은 근대 문명에 대한 시적 화자의 거부감과 비판 의식을 드러낸 행동이다.]

 

백화점과 시계의 의미 : [백화점은 문명의 최첨단을 상징하는 곳이자 인간의 욕망의 집합체이다. 그러나 시적 화자에게 백화점은 그저 사각형과 문이 계속적으로 이어져 있는 폐쇄적 공간일 뿐이다. 또한 '시계'는 삶에 의미를 주지 못하고 끝없이 반복되고만 있는 답답한 물건인 것이다. 그래서 시적 화자는 근대 문명을 상징하는 '백화점'에서 내려오고, '시계'를 버림으로 해서 시적 화자는 근대 문명에 비판적인 자신의 태도를 드러내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해와 감상

  1930년대, 백화점과 그 꼭대기에 있는 옥상 정원은 모더니즘 문학의 흥미로운 제재로 사용되었다. 이상의 또 다른 시 '건축무한육면각체' 역시 같은 제재를 다루고 있는 시이다. 이 시에서 근대 문명의 상징인 백화점은 공간적으로 추상화되어 있다. 1층, 2층, 3층, 그리고 옥상 정원 등으로 표현된 공간적 구조는 근대적인 도시 구조를 상징하고 있다. 그러나 작자는 근대 문명이 도달한 그 지점에서 우리의 시선을 붙잡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말함으로써 문명의 무의미함을 부각시키고자 한다.

 

 태양이 뜨고 지는 것은 무의미하게 반복되는 일상일 뿐이며 , 따라서 시간의 흐름을 표시하는 나의 '시계'는 내 인생의 청춘과 노년을 측정할 수 없다. 즉 '시계'는 근대 문명의 기계적인 산물일 뿐, 인간적인 삶의 맥박을 재지 못한다. '시계'의 지루하고 반복적인 리듬에 맞춰 살아가기 싫다는 작자의 외침이 시의 마지막 부분에서 메아리치고 있는 듯하다. (출처 : 한계전 외 4인 공저 '문학 교과서')

 이해와 감상1

이 시는 모든 양식이 규격화되어 있고, 무의미(無意味)하고 반복적(反復的)인 운동을 강요하는 근대 문명에 대한 시인의 저항을 담아낸 작품이다. 그런데 이 작품은 전통적인 서정시 개념으로 볼 때는 매우 낯선 작품이다. 기존의 시에서 볼 수 없었던 기학적 상상력(想像力)이 지배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 시를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이 시에서 공간을 형성화하는 방식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이 시에서 작용하는 기하학적 상상력은 공간을 형상화(形象化)하는 방식으로 작용하는데, 즉 '1층 위에 있는 2층' 식으로 점층적으로 올라가거나 반대로 내려가는 식의 서술을 하였다. 이것은 공간의 단조로움과 무미건조함을 보여주려고 한 것이다. 동서남북이란 용어로 건물을 둘러싼 공간을 서술하는 것 역시 단조로운 인식(認識)을 넘어서지는 못한다.

다음으로 옥상 위에서 시적 화자가 하는 행위의 함축적 의미를 이해하는 것 역시 이 시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열쇠가 된다. 시적 화자는 태양이 뜨고 지는 것을 바라보는데, 이것은 일상의 무료함 속에 갇혀 있는 시적 화자의 감정을 드러내려는 것이다. 그리고 시계를 꺼내 보는데 그것은 태양의 반복적인 움직임 한 가운데에서 그 움직임을 측정하려는 현대인의 시간 의식을 드러내 보이려는 행위라고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시적 화자는 시계를 내동댕이친다. 시계는 시간을 측정하는 것이지만 그것이 자신의 삶을 측정하는 것은 아니라는 답답함 때문에 이러한 행위를 하게 되는 것이다.

 

이 시는 근대(近代) 문명(文明)을 비판하기 위해서 근대 문명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규격화된 공간인 백화점, 규격화된 시간의 상징인 시계를 소재로 삼고 있다. 그런데 시적 화자는 이것들을 늙은 것, 생명이 없는 것으로 부정하고, 자신의 살아있는 삶을 긍정하고자 한다. 그런데 왜 시인이 백화점 건물을 소재로 삼았는지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이것은 이상이라는 시인의 독특한 경력과도 연관이 있다. 이상은 경성고등학교 건축과에 유일한 한국인으로 입학한 사람이다. 그리고 졸업할 때도 다른 일본인들을 제치고 수석으로 졸업하였다. 졸업한 뒤에는 1929년부터 1933년까지 조선총독부 내무국 건축과에서 근무하였다. 이렇듯 실제 건축가로서 활동하였기 때문에 백화점 건물을 기하학적 구조에 관심을 두고 접근하였던 것이다. 백화점은 지금은 일상의 공간이지만 당시만 하더라도 근대의 첨단을 달리는 공간이었다. 이상은 이러한 공간을 기하학적(幾何學的) 상상력을 통해 보면서 시 속에 재현(再現)시키고 있는 것이다.

 심화 자료

 이상의 시(詩) '운동(運動)'의 지도 방법

 이 시의 여러 장면들을 지배하는 분위기가 시인의 어떠한 경력에서 나온 것인지 생각하며 읽는다. 이 시는 서울이 근대적 공간으로서의 도시로 확립되어가던 시기에 쓰여졌다. 지금은 일상적인 공간의 하나로 자리잡은 백화점은 그 당시 근대의 첨단을 달리는 공간이었다. 이상은 백화점이 상품이 유통되는 자본주의적 공간으로 접근한 것이 아니라, 백화점의 기하학적 구조에 관심을 두고 접근하였다. 이러한 기하학적 상상력은 이상의 건축가적 시선에 의해 가능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상이 건축가이자 시인이었다는 전기적 사실보다 중요한 것은, 근대적 건축의 등장이 시인의 인식에까지 침투하여 근대적 삶에 대한 비판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라는 것을 인식하도록 한다.

 

 이 시에 나타난 백화점과 시계를 통해 시인의 근대적 시공간에 대한 인식을 생각해 본다. 근대의 표상으로서의 도시는 공간과 시간을 규격화함으로써 운용된다. 규격화된 건축물과 규격화된 시계는 모든 사람들이 하나의 표준에 의해 살아가도록 그 삶의 방식까지 규격화 된다. 이렇게 규격화된 삶은 인간의 반성적 인식 능력을 저하시키고, 단순 동작을 반복하는 기계적 인간들을 대량으로 양산함을 인식하게 하고, 따라서 무의미하게 반복되는 운동에 대해 깨닫는 순간 시계를 내던지는 행위가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생각해 볼 수 있도록 한다.

 

1 이 시를 읽고 아래 제시된 활동을 해보자.

 

(1) 이 시에서 공간을 형상화하는 방식은 어떠한지 말해 보자.

 

이끌어주기 :

시적 화자가 건물과 건물 주위 공간에 대해 어떻게 서술하고 있는지 생각해보도록 하자.

 

예시답안 :

이 시에서 공간의 형상화는 기하학적 추상화와 관련된다. 즉 '1층 위에 있는 2층' 식으로 점층적으로 올라가거나 반대로 내려가는 식의 서술이다. 이 단조로운 공간 인식은 무미건조한 공간 감각을 말해 준다. 동서남북이란 용어로 건물을 둘러싼 공간을 서술하는 것 역시 그렇게 단조로운 인식을 넘어서지 않는다.

 

(2) 옥상 위에서 화자가 행한 행위의 함축적인 의미는 무엇인지 말해 보자.

 

이끌어주기 :

시적 화자가 어떠한 마음 상태로 무료한 반복 현상을 바라보고 있는지 생각해 보도록 한다.

 

예시 답안 :

태양이 뜨고 지는 것을 바라본 행위 : 동쪽에서 해가 떠서 서쪽으로 떨어진다는 현상의 무료한 반복 속에 갇혀있는 화자의 감정을 드러내려는 것이다.

 

시계를 꺼내본 행위 : 시계를 꺼내 본 행위는 태양의 반복적인 움직임 한가운데서 그 움직임을 측정하는 현대인의 시간 의식을 드러내 보이려는 행위이다.

 

(3) 시계를 내동댕이친 화자의 내면 의식은 무엇인지 말해 보자.

 

이끌어주기 :

시계의 기계적인 움직임이 삶의 여러 다양한 측면을 측정하지 못하는 답답함을 생각해 보도록 한다.

 

예시 답안 :

시계는 시간을 측정하는 것이지만 그것이 자신의 삶을 측정하지는 못한다는 답답함을 말하려고 한 것이다. '젊지않으냐', '늙지아니하였다' 등의 표현은 인생의 시간을 표시하는 용어이지만 시게의 추상적인 시간은 그러한 것들과는 상관없는 기계적이고 추상적인 표현일 뿐이다.

 

2. 조사탐구 이 시의 작자의 실제 경력을 염두에 두고, 다음 활동을 해 보자.

 

(1) 이 시의 작자가 건축과 관련하여 어떤 일을 했는지 알아보고, 건축에 대해 그가 보여 준

예술적 관점은 어떤 것인지 조사해 보도록 한다.

 

이끌어주기 :

작자는 건축학을 전공하고 건축 기사로 활동하였다. 이상의 이런 경험은 작품에도 반영되었는데, 건축 설계와 관련된 지식이나 건축가로서의 감각이 드러난 작품을 찾아보고, 건축에 대해 작자가 가진 예술적 관점을 찾아보도록 한다.

 

예시답안 :

경성 고등공업학교 건축과에 유일한 한국인으로 입학한 이상은 일본 학생들을 제치고 수석으로 졸업했다. 그리고 그는 1929년부터 33년까지 조선총독부 내무국 건축과에서 근무했다. 이러한 가운에 건축가로서 그의 재능과 감각을 간접적으로나마 짐작할 수 있게 하는 자료는 조선건축회에서 펴낸 대표적인 건축잡지<조선과 건축> 표지 디자인이다. 이상은 1930년 공모에서 1등과 3등을 동시에 차지했다. 이상의 당선 작품은 독특한 글자꼴의 한문 제목과 아라비아숫자 '1' 과 '5'를 이용한 기하학적 도안으로 이루어졌다.

 

당시 심사평에는 '우아하고 아름다우며 의장면에서 흰색을 바탕으로 한 기교가 뛰어난 작품'이라는 설명이 들어있다. 건축가로서의 이상을 연구한 목원대 건축도시공학부 김정도 교수는 '이상은 뛰어난 감각을 지녔지만 식민지 상황과 요절로 인해 채 피어나지 못한 안타까운 건축인'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실제 건축가로서 활동하였던 이상의 전기적 사실을 염두에 둘 때, 그의 작품과 건축학적 상상력의 관련성은 쉽게 찾을 수 잇다. 즉, 현상을 일체의 기호적 속성으로 파악하는 것이 건축에 대한, 문학에 대한 이상의 관점이라고 할 수 있다.

 

(2) 건축학적 관심이 드러난 작자의 다른 시들을 찾아보고, 이 시에서 대상을 파악하고 묘사하는 작자의 관점과 비교해 보자.

 

이끌어주기 :

건축학적인 상상력은 시의 공간을 구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건축학적 관심이 드러난 이상의 다른 시를 검토해 보고, 시 속의 상상적 공간이 어떻게 축조되었는지 비교해 보자.

 

예시 답안 :

'운동'은 근대적인 도시 공간의 대표적 상징으로 제시되는 백화점의 공간적 의미를 드러내고 있다. 단순하게 반복되어 올라간 건물은 근대 문명이 도달한 꼭대기의 무의미함을 보여준다. 작자는 1층, 2층, 3층, 옥상 정원으로 백화점 건물을 추상화시키며 그 의미를 근대적인 도시 구조로 확대한다. 이 시와 같은 제재를 다루고 있는 시는 '건축무한육면각체'이다. 먼저 작품을 살펴보자.

 다다이즘

 다다(dada)라고도 한다. 조형예술()뿐만 아니라 넓게 문학·음악의 영역까지 포함한다. 다다란 본래 프랑스어()로 어린이들이 타고 노는 목마()를 가리키는 말이나, 이것은 다다이즘의 본질에 뿌리를 둔 ‘무의미함의 의미’를 암시하는 것이라고 하겠다.

 다다이즘은 처음 스위스 취리히에서 시작되었다. 1916년 2월 작가 겸 연출가인 H.발이 카바레 볼테르를 개점하고, 시인인 T.차라, R.휠젠베크 등과 함께 과거의 모든 예술형식과 가치를 부정하고 비합리성·반도덕·비심미적()인 것을 찬미하였다. 차라는 “새로운 예술가는 항의한다. 새로운 예술가는 이미 설명적·상징적인 복제()를 그리는 것이 아니다. 그는 돌이나 나무나 쇠로[]로 직접 창조한다. 특급기관차()와 같은 새로운 예술가의 유기체()는 순간적인 감동을 싣고 모든 방향으로 향할 수 있는 것이다”라고 선언하였다. 여기에 오늘날 말하는 자유분방한 오브제(objet)가 등장하는데 그것들은 문자 그대로 중립()을 선언하면서 스위스에 모인 망명자들의, 밖에서의 참혹한 살육을 의식한 발언이며, 그들은 종래의 예술작품이 외적() 폭력에 대해 얼마나 무력했는가를 전쟁 체험을 통하여 느끼고 있었다고 할 것이다. 잡지 '다다'가 발간되고 우연을 이용한 추상시 ·음향시가 발표되는 등 이 취리히 다다는 1920년까지 계속되었다.

 건축무한육면각체(建築無限六面角體)

 

사각형(四角形)의내부(內部)의사각형(四角形)의내부(內部)의사각형(四角形)의내부(內部)의사각형(四角形)의내부(內部)의사각형(四角形)

사각(四角)이난원운동(圓運動)의사각(四角)이난원운동(圓運動)의사각(四角)이난원(圓)

비누가통과(通過)하는혈관(血管)의비눗내를투시(透視)하는사람

지구(地球)를모형(模型)으로만들어진지구의(地球儀)를모형(模型)으로만들어진지구(地球)

거세(去勢)된양말(洋襪).(그여인(女人)의이름은워어즈였다)

빈혈(貧血)면포,당신의얼굴빛깔도참새다리같습네다.

평행사변형(平行四邊形) 대각선방향(對角線方向)을 추진(推進)하는막대(莫大)한중량(重量)

마르세이유의봄을해람(解纜)한코티의향수(香水)의마지한동양(東洋)의가을

쾌청(快晴)의 공중(空中)에 붕유(鵬遊)하는Z백호(伯號).회충(蛔蟲)양약(良藥)이라고씌어져있다.

옥상정원(屋上庭園).원후(猿?)를흉내내이고있는마드모아젤.

만곡(彎曲)된직선(直線)을직선(直線)으로질주(疾走)하는낙체공식(落體公式)

시계(時計)문자반(文字盤)에?에내리워진일개(一個)의침수(浸水)된황혼(黃昏)

도어-의내부(內部)의도어-의내부(內部)의조롱(鳥籠)의내부(內部)의카나리아의내부(內部)의감살문호(嵌殺門戶)의내부(內部)의인사

식당의문깐에방금도달한자웅과같은붕우가헤어진다.

파랑잉크가엎질러진 각설탕(各雪糖)이삼륜차(三輪車)에적하(積荷)된다.

명함(名啣)을짓밟는군용장화(軍用長靴).가구(街衢)를질구(疾驅)하는 조화금련(造花金蓮)

위에서내려오고밑에서올라가고위에서내려오고밑에서올라간사람은밑에서올라가지아니한위에서내려오지아니한밑에서올라가지아니한위에서내려오지아니한사람.

저여자의하반(下半)은저남자의상반(上半)에흡사(恰似)하다.(나는애련(哀憐)한해후(邂逅)애련(憐)하는나)

사각(四角)이난케-스가걷기시작(始作)이다.(소름이끼치는일이다)

라지에터의근방(近傍)에서승천(昇天)하는굳빠이.

바깥은우중(雨中).발광어류(發光魚類)의 군집이동(群集移動).

 이 시에서 화자는 건축물을 사각형, 평행사변형, 대각선, 직선 등으로 그리고 있는데, 이는 실제 건물을 보면서 그 구조를 파악하는 이상의 건축학적인 관심에서 비롯된 것이다. 도형과 선으로 형해화(形骸化)된 건물은 메마른 근대 문명을 보여 준다. 이는 '운동' 에서 작자가 '층' 으로 건물을 나누며 건물을 추상화 시키는 것과 맥을 같이하는 것이다.

 이상 문학에 관하여

객 : '13인의아해가도로로질주하고(길은막달은골목이적당하오)' 만큼 30년대 우리 문단에 큰 파문을 일으킨 것은 흔하지 않겠지요. 이상(김해경)(1910~1937)의 저 유명한 '오감도' (시제1호) 아닙니까. 상허 이태준의 알선으로 (조선중앙일보)(1937.7.24.~8.8)에 연재한 연작의 첫 번볁 작품. 미친 놈의 잠꼬대라는 독자의 항의로 중단되었다는데 맞습니까?

 

주: 제법 성난 목소리로 이상은 이렇게 말했지요. '왜 미쳤다고들 그러는지. 대체 우리는 남보다 수십 년씩 떨어져도 마음놓고 지낼 작정이냐. 독자도 공부를 해야 되지 않겠는가. 적어도 물건이 다른 작품이다. 1931~32년 간에 쓴 2,000점 중에서 30점을 골라 발표하려 했다. 이 용대가리를 그래도 알아 주는 이는 이태준과 박태원이다.' 라고.

객 : 짤막한 이 항의 속엔 이상 문학의 위상이 요약되어 있군요. 뭔가 새로워져야 한다는 강박 관념이랄까 모더니티에 대한 열정이랄까.

 

주 : 식민지 경영을 위해 일제가 세운 고등공업 건축과 출신, 서울토박이 이상의 첫작품은 한글 장편'12월 12일'입니다. 총독부 관리이기에 그들의 기관지 (조선)(1930)에 연재한 것이지요. 한편 그는 건축기사인지라 건축기관지 (조선과 건축)에 도안도 그리고 시도 발표했지요. '이상한 가역반응', '오감도' 등을 일어로 발표한 것이 1931년, 21세 때이지요.

객 : '12월 12일' 은 일종의 습작이니까 제쳐둔다면 이상의 시작은 일어로 된 것이겠군요.

 

주 : 일어라든가 조선어라는 구별이 당초 무의미한 자리입니다. 도안이나 설계도나, 혹은 그것들 뒤에 붙인 해설이랄까, 그런 범주이기에, 기호의 일종이었을 따름이지요. 아라비아숫자가 기호이듯, 일어도 조선어도 기호로 인식되었던 것입니다.

 

객 : 기호라면 문학 초월이거나 미달 아닌지요?

주 : 난문 중의 난문. 그의 '오감도가' 가 아직도 문학적 스캔들로 우뚝솟아 있음도 이 난문에 관련되어 있습니다. 조감도(새가 아래를 내려다 보는 그림)란, 그러니까 '총천연색의 일상적 인식 방법' 인데 획 하나를 빼 냄으로써 일순간 오감도, 즉 '흑백의 비일상적 그림'으로 변해 버립니다. 총천연색에서 흑백으로 바뀌는 그 순간에는, 모든 판단이 중단되는 것이고, 이승과 저승, 안과 바깥의 갈림길도 이와 같은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지요. 거울에서 보는 기하학적 대칭점의 발견에 비하면 본질적인 것이 아닐까요?

 

객 : 단순한 지적놀이가 아니다? 한 인식체계에서 다른 인식 체계로 바뀌는 그 순간적인 장면의 경이로움이 이상 문학의 본질이라면, 이쪽 세계와 저쪽 세계의의 우열은 아무 의미가 없겠지요. 조감도나 오감도, 어느것이나 그 자체로 존재하는 등가물로 보는 것인가요?

 

주 : '평행선은 교차하지 않는다'가 유클리드 기하학의 제5공리이고, '평행선은 무한점에서 교차한다'가 비(非)유클리드 기하학 아닙니까? 유클리드 기하학이 성립된다면 비유클리드 기하학도 성립되는 것이지요. 지각의 기하학과 추상(아인슈타인의 공간개념)의 기하학의 차이에 지나지 않는 것입니다.

 

객 : 잠깐, 유클리드 기하학이 천연색의 '조감도' 라면 비유클리드 기하학은 흑색의 '오감도'이다, 이 두 인식 체계는 우열 관계가 아니라 상호 공존 관계인 것인 듯 합니다. 이 사실의 발견이 이상 문학의 본질이라면 이상 문학은 모더니즘계이기보다는 포스트모더니즘계라 볼 수 있지 않나요?

 

주 : 다음 두 사람의 말을 인용해서 제 대답을 대신 할까 합니다. (A) '가장 우수한 최후의 모더니스트 이상의 모더니즘의 초극이라는 이 심각한 운명을 한몸에 구현한 비극의 담당자였다'(김기림), (B) '포스트모더니스트가 아니면 아무도 모더니스트일 수 없다.' (리오타르) [출처 : 김윤식, <한국일보> 1996 .7. 26]

 이상의 시 '건축무한육면각체' 속의 옥상정원

이상의 난해한 시 <건축무한육면각체>는 시는 일본어로 쓰여졌으며 7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여기서 '건축무한육면각체의 비밀'이라는 영화를 잠시 생각해본다. 역사적인 사실에 상투적인 영화적 기법을 덧씌운 내겐 아쉬운 영화였지만 개봉당시에는 많은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특히나 처음에 타이틀백의 이상 인듯한 사내가 비밀스럽게 오구(烏具)로 도면을 그려나가는 장면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아무튼 건축가, 이상

그의 시 오 마가쟁 드 누보떼(AU MAGASIN DE NOUVEAUTES)에

옥상정원이라는 단어가 나온다.

사각안의 사각 안의 사각 안의 사각안의 사각.

사각이 난 원운동의 사각이 난 원운동의 사각이 난 원

.

.

.

옥상정원. 원후를 흉내내고 있는 마드모아젤

만곡된 직선을 직선으로 달리는 낙체공식

문자판 XII에 내려진 2개의 젖은 황혼

.

.

사각 케이스가 걸어 나간다.(소름끼치는 일이다.)

라지에타의 가까이에서 승천하는 사요나라.

밖은 비.발광어류의 군집이동.

(김정동교수는 '원후는 원숭이의 높임말로 옥상정원에 서있는 숙녀가 원숭이를 흉내내고 있다.'로 설명한다. 이 시의 무대가 신세계백화점라고 생각하면 그토록 난해한 시가 조금은 이해가 된다. 아니 풀린다고 할까?)

 

(옥상정원의 장소가 지금의 신세계백화점옥상이라고 한다. '문학속 우리도시기행'이라는 책에 실린 사진에서 1930년대 중반의 미스코시백화점 옥상 노천카페를 구경하자.) [출처 : http://www.laforum.co.kr 이름: 꽃과 늑대/◎ 2001/11/30(금) ]

 이상(李箱)

1910∼1937. 시인·소설가. 본명은 김해경(金海卿). 본관은 강릉(江陵). 서울 출신. 아버지는 연창(演昌)이며, 어머니는 박세창(朴世昌)으로 2남 1녀 중 장남이다. 3세 때부터 부모 슬하를 떠나 통인동 본가 큰아버지 연필(演弼)의 집에서 성장하였다.

 

1921년 누상동에 있는 신명학교(新明學校)를 거쳐 1926년 동광학교(東光學校 : 뒤에 보성고등보통학교에 병합), 1929년 경성고등공업학교 건축과를 졸업하였다. 그 해 총독부 내무국 건축과 기사로 근무하면서 조선건축회지 ≪조선과 건축≫의 표지도안 현상모집에 당선되기도 하였다.

 

1933년에는 각혈로 기사의 직을 버리고 황해도 배천(白川) 온천에 요양 갔다가 돌아온 뒤 종로에서 다방 ‘제비’를 차려 경영하였다. 이 무렵 이곳에 이태준(李泰俊)·박태원(朴泰遠)·김기림(金起林)·윤태영(尹泰榮)·조용만(趙容萬) 등이 출입하여 이상의 문단 교우가 시작되었다.

 

1934년에 구인회(九人會)에 가입하여 특히 박태원과 친하게 지내면서 그의 소설 〈소설가 구보씨(小說家仇甫氏)의 1일(一日)〉에 삽화를 그려주기도 하였다. 그 뒤 1935년 다방을 폐업하고 카페 ‘쓰루(鶴)’, 다방 ‘무기(麥)’ 등을 개업하였으나 경영에 실패하고 1936년 구본웅(具本雄)의 아버지가 경영하던 창문사(彰文社)에 취직하였으나 얼마 안 가서 퇴사하였다.

그 해 6월을 전후하여 변동림(卞東琳)과 혼인한 뒤 곧 일본 동경으로 건너갔으나 1937년 사상불온혐의로 구속되었다. 이로 인하여 건강이 더욱 악화되어 그 해 4월 동경대학 부속병원에서 사망하였다. 그의 작품 활동은 1930년 ≪조선≫에 첫 장편소설 〈12월 12일〉을 연재하면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그 뒤 1931년 일문시(日文詩) 〈이상한 가역반응〉·〈파편의 경치〉·〈▽의 유희〉·〈공복〉·〈삼차각설계도 三次角設計圖〉 등을 ≪조선과 건축≫에 발표하였다. 이어 1933년 ≪가톨릭청년≫에 시 〈1933년 6월 1일〉·〈꽃나무〉·〈이런 시(詩)〉·〈거울〉 등을, 1934년 ≪월간매신 月刊每申≫에 〈보통기념〉·〈지팽이 역사(轢死)〉를, ≪조선중앙일보≫에 국문시 〈오감도 烏瞰圖〉 등 다수의 시작품을 발표하였다.

 

특히, 〈오감도〉는 난해시로서 당시 문학계에 큰 충격을 일으켜 독자들의 강력한 항의로 연재를 중단하였던 그의 대표시이다. 시뿐만 아니라 〈날개〉(1936)·〈지주회시 蜘蛛會豕〉(1936)·〈동해 童骸〉(1937) 등의 소설도 발표하였다.

 

이상은 1930년대를 전후하여 세계를 풍미하던 자의식 문학시대에 우리 나라를 대표하는 자의식 문학의 선구자인 동시에 초현실주의적 시인으로 일컬어지고 있다. 그의 문학에 스며 있는 감각의 착란(錯亂), 객관적 우연의 모색 등 비상식적인 세계는 그의 시를 난해한 것으로 성격 짓는 요인으로서 그의 개인적인 기질이나 환경, 그리고 자전적인 체험과 무관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근본적으로는 현실에 대한 그의 비극적이고 지적인 반응에 기인한다. 그리고 그러한 지적 반응은 당대의 시적 상황에 비추어볼 때 한국 시의 주지적 변화를 대변함과 동시에 현대시의 새로운 경지를 개척하는 계기가 되었다.

즉, 그러한 지적 태도는 의식의 내면세계에 대한 새로운 해명을 가능하게 하였으며, 무의식의 메커니즘을 시세계에 도입하여 시상의 영토를 확장하게 하였다. 그의 시는 전반적으로 억압된 의식과 욕구 좌절의 현실에서 새로운 대상(代償) 세계로 탈출하려 시도하는 초현실주의적 색채를 강하게 풍기고 있다.

 

정신을 논리적 사고 과정에서 해방시키고자 함으로써 그의 문학에서는 무력한 자아가 주요한 주제로 나타나게 된다. 시 〈거울〉이나 소설 〈날개〉 등은 이러한 경향이 두드러지게 드러나는 대표적 작품이다.

 

또한, 시 〈오감도〉는 육체적 정력의 과잉, 말하자면 발산되어야 하면서도 발산되지 못한 채 억압된 리비도(libido)의 발작으로 인한 자의식 과잉을 보여주는 작품으로서, 대상을 정면으로 다루지 못하고 역설적으로 파악하는 시적 현실이 잘 드러나 있다. 바로 이와 같은 역설에서 비롯되는 언어적 유희는 그의 인식 태도를 반영하고 있는 동시에 독특한 방법이 되고 있다.

 

그리하여 억압받은 성년의 욕구가 나르시시즘(narcissism)의 원고향인 유년시대로 퇴행함으로써 욕구 충족을 위한 자기방어의 메커니즘을 마련하였고, 유희로서의 시작(詩作)은 그러한 욕구 충족의 한 표현이 되는 것이다. 그 만큼 그는 인간 모순을 언어적 유희와 역설로 표현함으로써 시적 구제(詩的救濟)를 꾀한 시인이었다.

 

기타 시작품으로 〈소영위제 素榮爲題〉(1934)·〈정식 正式〉(1935)·〈명경 明鏡〉(1936) 등과, 소설 〈봉별기 逢別記〉(1936)·〈종생기 終生記〉(1937), 수필 〈권태 倦怠〉(1937)·〈산촌여정 山村餘情〉(1935) 등이 있다. 유저로 이상의 시·산문·소설을 총정리한 ≪이상전집≫ 3권이 1966년에 간행되었다.

 

≪참고문헌≫ 李箱全集(林鍾國 編, 文成社, 1966), 韓國現代文學史探訪(金容誠, 國民書館, 1973), 韓國詩史硏究(朴喆熙, 一潮閣, 1980), 李箱의 人間과 文學(鄭泰榕, 藝術院報, 1959.10.), 現代의 言語的救濟와 李箱文學(金烈圭, 知性, 1972.2.), 李箱文學의 超意識心理學(鄭貴榮, 現代文學, 1973.7.∼9.), 李箱의 理想과 異常(金鍾殷, 文學思想, 1973.7.), 李箱論의 行方(金允植, 心象, 1975.3.)(출처 :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이상의 시를 바탕으로 만든 영화 '건축무한육면각체'

 

1933년에 발표된 이상의 시 '건축무한육면각체', 그리고 그의 시 속에 담긴 비밀을 풀기 위해 모인 5명의 젊은이. 작은 장난처럼 시작된 그들의 만남은 결국 70여년 동안 가려져 있던 역사적 음모를 밝혀내기에 이른다.

이상의 시를 주제로 졸업논문을 준비하고 있던 용민은 우연히 PC통신을 통해 'MAD이상 동호회'를 발견하고 가입한다. 당찬 새내기 여기자 태경, 핑크플러이드에게 도전하겠다는 뮤지션 카피캣, 이상과 닮았다는 이유로 가입한 캔퍼스, 그리고 이 모임의 리더이자 가장 비밀스러운 덕희까지 동호회 회원은 용민 자신을 포함하여 총 5명이다. 덕희는 첫 모임에서 이제껏 알고있던 것과는 전혀 다른 이상에 대해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한다.

이상 김해경. 경성고등학교를 수석으로 졸업한 천재 건축가 이상은 졸업 후 조선총독부 건축과에서 타의추종을 불허하는 건축설계사로 일하게 된다. 그러던 그는 1931년 갑자기 종적을 감추고 1933년 느닷없이 나타나 '건축무한육면각체'라는 암호같은 시를 발표하고 폐인처럼 생활하기 시작한다. 덕희는 1931년과 1933년 사이, 이상의 사라진 시간에 대해 의문을 던지고 이상의 시는 세상을 향한 일종의 경고일지 모른다고 주장을 편다. 덕희의 상상력에 매료당한 나머지 멤버들은 '건축무한육면각체의 비밀'이라는 제목의 소설을 PC통신에 릴레이 연재할 것을 결심하고 조사에 나선다. 그리고 카피캣으로부터 시작된 그들의 이야기는 통신에서 어마어마한 호응을 얻기 시작한다. 그러나, 감춰진 이상의 비밀이 하나씩 드러날 때마다, 그 프로젝트에 가담했던 멤버들은 잔인한 연쇄살인의 희생양이 되어 하나씩 죽어가고 살아남은 자들에게는 거대한 음모가 드리워지는데...

 

이 영화에서 '건축무한육면각체'는 아홉 번 째 행 "쾌청의공중에붕유하는Z백호"가 나중에 문제를 푸는 키워드 역할을 한다. 영화는 시인 이상이 조선총독부의 건축설계사로 일했다는 사실에서 출발한다. 이상이 '건축무한육면각체'라는 난해한 시 속에 총독부의 비밀스런 설계 과정을 담았다는 상상력을 보태 영화가 만들어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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