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넘이 마을의 개, 학 / 줄거리 / 황순원
by 송화은율목넘이 마을의 개, 학 줄거리
1948년 《개벽》복간호에 실린 단편소설로 일제강점기하에서의 민족의 현실과 생명에 대한 경외감 그리고 조국의 해방이 갖는 의미가 무엇인가를 암시적으로 보여준 작품이다. 당시 우리 민족이 처한 궁핍한 삶의 모습이 먹이를 찾아 헤매는 ‘목넘이 마을의 개’로 상징되어 있다.
어디를 가려 해도 목을 넘어야 하는 평안도의 산골 마을에 서북간도(西北間島)로 가는 유랑 민들 틈에 신둥이(흰둥이의 평안도 사투리)라는 주인 잃은 개가 흘러 들어온다. 신둥이는 마을 개들과 함께 방앗간의 겨를 훔쳐먹고 마을 사람들에게 쫓겨서는 산에 숨었다가 밤에 내려온 다. 마을 사람들은 신둥이를 미친개라 하며 잡으려 하지만, 간난이 할아버지 덕분에 신둥이는 살아나게 된다. 그 후 산에서 간난이 할아버지는 신둥이의 새끼인 강아지 다섯 마리를 발견하 여 마을 사람들 몰래 하나씩 가져와 결국 이 마을 개의 족보를 잇게 한다.
줄거리에서 보듯, 신둥이는 또한 사람들의 핍박으로부터 자신의 몸을 보호하고 종족을 남겨 대를 잇는 강인한 삶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는 고난과 역경 속에서도 민족의 전통을 이어 온 백의 민족을 암시하는 것으로 보인다. 신둥이는 목넘이 마을의 거의 모든 사람으로부터 핍박을 받는다. 이러한 크고 작은 동장으로 대표되는 마을 사람들은 신둥이를 죽이려 하지만 간난이 할아버지만은 신둥이를 이해하고 그 핏줄을 이어준 인물이며 이 작품의 1차 서술자 역할을 하고 있다.
동네 사람들은 몽둥이 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 한 걸음 더 죄어들었다. 눈 앞의 새파란 불 이 빠져 나갈 틈을 엿보듯이 휙 한 바퀴 돌았다. 별나게 새파란 불이었다. 문득 간난이 할아 버지는 이런 새파란 불이란 눈 앞에 있는 신둥이 개 한 마리의 몸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고 여 럿의 몸에서 나오는 불이 합쳐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말하자면 지금 이 신둥이 개의 뱃 속에 든 새끼의 불까지 합쳐진 것이라는. 그러자 간난이 할아버지의 가슴 속을 흘러 지나가는 게 있었다. 짐승도 새끼 밴 것을 차마?
이 때에 누구의 입에선가, 때려라! 하는 고함 소리가 나왔다. 다음 순간 간난이 할아버지의 양 옆 사람들이 욱 개를 향해 달려들며 몽둥이를 내리쳤다. 그와 동시에 간난이 할아버지는 푸른 불꽃이 자기 종아리 곁을 새어 나가는 것을 느꼈다.
또한 간난이 할아버지는 사건을 전달하며, 사건에 신빙성을 부여하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그는 온갖 어려움 속에서도 우리 민족이 줄기차고 강인한 삶을 이어 왔음을 보여주는 긍정적 인물이며, 생명에 대한 외경심을 지닌 인물로 설정됨으로써 이 작품의 주제를 노출시키는 기능도 하고 있다.
일제강점기하에서 조국 광복을 애타게 그리던 작가가 우리 민족의 형상으로 신둥이 개를 형상화시킨 것은 작가의 민족정신과도 깊은 관계가 있다. 그러나 광복 이후의 조국의 모습은 기대했던 것과는 달리 혼란한 상황으로 변질되어 나타났다. 신둥이개가 “그해 첫겨울 어느 사냥꾼의 총에 맞아 죽었다는 소문이 있었는데 사실 그 후로는 통 보지를 못했다는 것이었다.”로 끝나는 결말부분은 광복 이후의 조국의 미래가 정치적·경제적 혼란을 거듭하는 불확실한 상황 속에서 신둥이를 증발시킴으로써 암시적 결말 처리에 해당한다고 하겠다.
이 작품에서는 묘사나 대화의 사용을 절제하고, 액자식 구성 양식 속에서 작가가 지닌 특유의 군더더기 없는 서술적 진술이 주류를 이루면서 설화적 분위기를 띠고 있는 것은 이 소설이 우리의 서사 문학의 전통에 뿌리를 두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학
1953년 전쟁이 휴전으로 치닫던 즈음에 《신천지》에 발표된, 그의 대표작 중의 하나이다. 민족의 비극 속에서도 변하지 않는 우정을 바탕으로 탈 이데올로기를 통한 인간성의 회복을 주제로 한 작품이다. <학>에 대해 반공 이데올로기적 성향을 띠고 있다는 지적이 있으나, 작품의 내용이 좌우이데올로기 문제를 초월하는 데 초점이 맞추어져 있고, 덕재가 농민동맹부위원장을 지낸 것이 자기의지에 의한 것이 아니라는 점으로써 덕재가 좌익이념에 대한 개념이 없다고 볼 때, 탈 이데올로기적 경향을 띤 작품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겠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남쪽으로 피난 갔다 돌아온 치안대원 성삼이는 어릴 때 단짝동무였던 덕재가 공산집단의 괴 뢰 노릇을 한 죄로 포승에 묶여 끌려 온 것을 발견한다. 겉으로는 증오심을 느끼면서도 가슴 속 깊이 우정의 싹을 지녔던 성삼은 덕재의 호송을 자원한다. 호송 도중 덕재와 지냈던 과거 를 회상하면서 본래 착했던 덕재의 본성이 지금도 변하지 않았음을 확인하고 어린 시절의 학 사냥을 핑계삼아 덕재의 탈출을 암시해 준다.
이 작품에서 ‘학’은 두 인물간의 갈등을 해소시켜 주는 매개물로 작용한다. 덕재의 손을 묶은 포승줄은 자유롭게 하늘을 날아야 할 학을 잡는 올가미 역할을 하지만 결국은 구속이 아닌 자유를 표상하는 반어적 이미지를 나타내게 된다. 어린 시절 사냥꾼의 올가미에 걸린 자기네 학을 몰래 풀어 푸른 하늘로 날려보냈던 두 인물의 따뜻한 인간성은 이미 이데올로기가 빚어낸 동족간의 갈등을 극복할 수 있는 원동력으로서 잉태되어 있었던 것이다.
저만치서 성삼이가 홱 고개를 돌렸다.
“어이, 왜 멍추같이 게 섰는 거야? 어서 학이나 몰아오너라!”
그제서야 덕재도 무엇을 깨달은 듯 잡풀 새를 기기 시작했다.
때마침 단정학 두세 마리가 높푸른 가을하늘에 큰 날개를 펴고 유유히 날고 있었다.
이처럼 어릴 적 그들이 놓아주었던 ‘단정학’은 어른이 된 지금까지도 그대로 우정의 상징으로서, 두 인물의 갈등을 극복하게 하는 자유와 평화의 새로 작용하는 것이다. 또한 고향의 밤나무·담배·고갯길·아버지·꼬맹이·학 등의 여러 소재들은 정치적 이데올로기를 초월하는 향토·농사·혈육 등에 대한 깊은 정을 암시한다.
송하섭은 황순원 소설의 서정성에 관해 “<학>은 사회체제라는 이데올로기적 의식을 넘어서는 인간생명의 소중함을 서정적으로 그리고 있다.”라고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나아가 그의 소설 속에는 현실의식과 역사의식이 포용되어 있음을 지적하고 “이런 뜻에서 順元소설의 서정성은 孝石과 裕貞을 함께 수용한 것으로 소설의 서정성에 있어 새로운 지평을 연 것”이라 평가한다.
구성면에서, 현재의 순차적인 진행 속에 몇 개의 과거사를 삽입시키는 역전적 질서로 되어 있어, 결말을 위한 예시, 주제의 암시, 현실과의 대조 등의 기능을 하고 있다. 또 고갯마루를 중심으로 한 공간의 변화에 따라 갈등이 고조되고 이완는 치밀한 구조도 돋보인다. 성삼과 덕재의 성격을 직접 해설하거나 논평하지 않고 압축된 서술과 간결한 대화로써 제시하여 구성의 긴밀성을 가져왔다.
<학>은 6·25 전쟁의 비극이 낳은 불가피한 상황은 순간적이고 가변적인 것이지만, 우정이란 영원 불변의 것임을 자유롭게 날아가는 학을 통해 형상화했다. 또 전쟁으로 파괴된 자유를 순수했던 어린 시절에 대한 추억 속에서 회복하려는 작품인 것이다.
※ 작품의 요약과 확인 |
■ 핵심 정리
1. 갈래 : 단편 소설
2. 시점 : 작가 관찰자 시점(부분적으로는 전지적 작가 시점)
3. 배경 : 1950년 가을 한국전쟁 당시 삼팔 접경의 북쪽 마을
4. 주제 : 사상과 이념을 초월한 뜨거운 우정과 인간 정신의 실현
5. 출전 :《신천지》(1953)
■ 확인 문제
1. ‘학 사냥의 회고’가 지니는 작품 구성상의 기능을 설명해 봅시다.
☞ 훼손된 우정을 회복시켜 주는 매개체
2. 결말부의 ‘단정학의 비상’은 소설의 어떠한 주제를 암시한다고 생각하는지 말해봅시다.
☞ 이념적 갈등을 넘어선 우정의 회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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