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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행 / 줄거리 / 전상국

by 송화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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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행 줄거리

 

 

 

1963년 조선 일보 신춘 문예 당선작. 눈 쌓인 강원도 길, 고향 와야리까지 범인과 형사가 서로의 신분을 감추고 동행하는 이 소설은 출발점에서 도발점까지의 여로의 길이와 사건의 길이가 적당히 배치되어 있고, 여로의 한 가운데 놓인 고개를 사건의 정점에 놓음으로써 여로형(旅路型) 소설 구조의 한 전형을 이루고 있다.

 

발목까지 빠져드는 눈길을 두 사내가 걷고 있었다. 한 사내는 체구가 작고 을씨년스럽고 허 전해 보였으며, 한 사내는 키가 크고 말쑥해 보였다. 두 사람은 모두 외야리라는 마을을 향해 가고 있었다. 두 사람은 길을 걸으며 어젯밤 일어난 살인 사건 이야기와 자신들이 겪은 이야기 를 나눈다. 키 작은 사내의 아버지는 한국 전쟁 때 공산군을 돕다가 국군이 들어오자 같은 동 네의 젊은 형제인 득수와 득칠에게 피살된다. 키 작은 사내는 두 형제 중 형인 득수를 살해하 고 동네를 뜬다. 그 후 온갖 시련을 겪으며 살다가 오늘 그 동네를 처음 찾아가는 길이다. 사 실은 어젯밤 득수의 동생 득칠을 우연히 만나 그로부터 자기 아버지 무덤 위치를 확인한 후, 다시 그를 살해하고 아버지의 무덤을 찾아가는 길이었다. 또한 아버지의 무덤 곁에서 주을 작 정을 한 것이었다. 키 큰 사내는 어젯밤 살인 사건의 범인을 잡기 위해 외야리로 가던 형사였 다. 범인이 바로 자기 곁에 있음을 알지만, 그의 여러 가지 이야기를 듣고 체포 대신 담배를 건네주고 돌아선다. 눈은 에전 키 작은 사내의 아버지가 살해당하던 날처럼 끊임없이 내리고 있었다.

 

쫓는 자와 쫓기는 자의 운명이 이라는 구상적인 일직선상에서 마치 줄타기하듯 아슬아슬한 긴장감을 유발하면서도 실상은 눈 내리는 낯선 밤길을 동무 삼아 걷는 아늑함 속에서 오히려 안정감을 얻고 있다. 줄타기에서 줄의 높이가 높으면 높을수록 위기감이 고조되듯 고개를 오를수록 긴장감과 흥미감은 증대된다.

 

<동행>의 장점은 제재의 견고성과 시종일관 지속되는 긴장감이다.

 

난 기어코 득술 죽이고야 만 것입니다. 거 왜, 사변 때 말입니다, 파리새끼 쥑이듯 사람 막 쥑 일 때 말이죠. ……하여튼 난 즉술 죽이고야 말았다 이겁니다. 허나 그 뿐인 줄 아슈? 육친을, 즉 제 아비까지 잡아먹은 게 바로 나요. 이 최 억구라는 인간입니다.”

 

주인공 최억구는 마을에서도 가장 천하고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났다. 가진 자들에 의해 어릴 적부터 온갖 수모와 천대를 받고 자랐다. 그러다가 전쟁이 터져 세상이 뒤바뀌었다. 이때 범죄자로 추방당한 무식하고 거친 억구가 나타나 인민위원장이 되어 악질 반동들을 처단한다. 다시 국군이 와 닥치자 이번엔 마을 사람들의 보복으로 억구의 아버지는 처형당하고 억구는 징역을 산다. 감옥에서 나온 억구가 보복 살인을 한다는 통속적인 구조다. 그러나 이러한 구조는 엄숙한 분위기를 형성하고, 좌우익 이데올로기의 치열함을 부각시킨다.

 

<동행>은 대립적인 두 인물을 설정하여 구성의 치밀성을 더한다. 한 사람은 쫓기는 자요, 또 한 사람은 쫓는 자이다. 전자는 키가 작고, 춥고 험한 산길을 나서기엔 어울리지 않는, 을씨년스럽고 초라한 차림새에 걸음걸이마저 허전한 느낌을 준다. 이에 반해 후자는 키가 크고, 빈틈없이 방한(防寒)에 대비한 옷차림새에 걸음걸이마저 정확하다. 성격도 대조적이어서 앞 뒤 가리지 않는 저돌적이고 잔인한 자는 키 작은 사내고, 조심스럽고 내성적이며, 이성과 감성 사이에서 머뭇거리는 성격을 가진 자는 키 큰 형사이다.

 

어깨를 잔뜩 구부리고 흡사 한 마리 흰 곰처럼 산을 향해 걷는 억구의 을씨년스럽고 초라한 뒷모습에 눈을 주고 선 큰 키의 사내는 한참이나 그렇게 묵묵히 섰다가 문득 큰길 아래로 내 려서서 억구 쪽으로 따라가며,

, 잠깐!”

말소리 속에 강인한 무엇인가 깔려 있는 듯싶었다.

 

언 바짓가랑이를 데걱거리며 걸어가던 억구가 주춤 멈춰서 이쪽으로 몸을 돌렸다. 큰 키의 사내가 성큼성큼 다가갔다. 오버 안주머니에 손을 넣어 무엇인가 움켜쥔 그런 자세였다. 억구 가 짐짓 몸을 추스르며 자기에게로 다가서는 큰 키의 사내 거동을 바라보고만 있었다. 억구 앞에 멈춰 선 큰 키의 사내가 할 말을 잊은 듯 멍청하니 고개를 위로 향했다. 고개를 약간 젖 히고 입을 헤 벌린 채, 그의 이러한 생각하는 표정 위에 눈이 내려앉고 있었다.

 

이렇게 대조적인 두 인물을 같은 길 위에 놓음으로써 극적 긴장감을 고조시키고, 동시에 구성상 안정감을 얻는 효과를 낳았다. 범인 억구의 유년 시절의 일(광 속의 추위와 공포)과 형사가 경험했던 소년 시절의 일(토끼 사냥과 새끼 토끼 구출을 위해 담을 넘으려다 넘지 못함)도 중요한 기능을 지닌다. 억구의 경험은 그의 성격, 인생의 질까지도 암시하면서 살인의 발단으로 작용하고, 형사의 과거사는 성격을 드러내 주는 동시에 결말 처리의 빌미로 작용하는 것이다.

 

 

작품의 요약과 확인

 

핵심 정리

1. 갈래 : 단편 소설

2. 시점 : 작가 관찰자 시점

3. 배경 : 1960년대 어느 해 정월 강원도 눈 내린 산골의 밤길

4. 주제 : 전쟁이 남긴 깊은 상처와 그에 대한 인간적 연민

5. 출전 :조선일보(1963)

 

확인 문제

1. 이 소설은 사실을 감추는 듯한 문체를 지니고 있다. 이러한 문체의 효과에 관해 설명해 보시오.

추리 소설적인 긴장감을 유발시키고, 독자의 흥미를 고조시킨다.

 

2. 등장 인물 간의 대화에 유난히 ……’, ‘――의 부호가 많다. 이는 인물의 어떤 심리 상태를 암시하려는 의도인지 밝히시오.

서로의 신분을 모르는데서 오는 계산된 머뭇거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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