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문학창고

마음에 상처없는 사람은 없지요

by 송화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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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생이 되어서야 알았다. 남들은 계란 프라이를 그렇게 먹는지. 친구네 집에 놀러가서 저녁을 먹는데 계란 프라이 반찬이 나왔다. 그런데 밥상머리에 앉은 사람은 세 사람인데 계란을 딱 세 개만 프라이한 것이다. ‘장난하나했다. 아니 도대체 어떻게 계란 프라이를 한 사람 당 하나씩만 먹느냔 말이다. 누구 코에 붙이라고. 난 그 때까지 남들도 계란 프라이를 했다 하면 한 판씩은 해서 먹는 줄 알았던 것이다.

 

우리 엄마 손은 그렇게 컸다. 과자가 먹고 싶다고 하면 박스 채로 사오셨고, 콜라가 먹고 싶다고 하면 1.5리터 병으로 몇 박스를 사오셨고, 삼계탕이 먹고 싶다고 하면 노란 찜통-그렇다. 냄비가 아니라 찜통이었다-에 한꺼번에 닭을 열댓 마리는 삶아서 우리 식구들 먹이고, 친구들 불러 먹이고, 저녁에 동네 순찰 도는 방범 아저씨들까지 불러 먹이고 하셨다

엄마는 또 힘이 장사이셨다. 자고 일어나면 온 집안의 가구들이 전부 재배치되어 있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집안의 가구 배치가 지겹거나 답답하거나 기분 전환이 필요하다고 생각되면 그냥 그 자리에서 결정해 바로 가구를 옮기기 시작하신다. 그 때가 새벽 한시라도 상관이 없다.

 

재수를 하고도 대학에 떨어져 집에 돌아와 난생 처음 화장실에 숨어 눈물을 훔치고 있을 때, 화장실 문짝을 아예 뜯어내고 밀고 들어오신 것도 우리 엄마가 아니었다면 생각지도 못할 당당한 행동이었다. 대학 진학이 인생 최대의 지상 과제인 줄 알던 나이에, 대학에 두 번씩이나 연속 낙방하고 인생 자체가 실패한 것처럼 좌절해 화장실에서 괴로워하고 있는 아들을 보고는, 세상에, 그 문짝을 뜯어내고 들어오시다니…….

 

이봉걸, 이만기 다 나오라고 그래!’

 

그렇게 문짝을 뜯어내고 들어오셔서는 그깟 대학이 뭔데 여기서 울고 있냐, 나는 너를 그렇게 키우지 않았다.”며 내 가슴을 치시던 엄마는 정신적으로든 육체적으로든 그 어떤 종류의 열등감도 없이 항상 자신 있게 오늘의 나를 있게 한, 자존의 뿌리이며 토양이다.

(‘마음에 상처없는 사람은 없지요', 손숙 엮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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