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문학창고

새 - 박남수

by 송화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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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 박남수

 

[1]

하늘에 깔아 논

바람의 여울터에서나

속삭이듯 서걱이는

나무의 그늘에서나, 새는 노래한다.

그것이 노래인 줄도 모르면서 

 

새는 그것이 사랑인 줄도 모르면서

두 놈이 부리를

서로의 죽지에 파묻고

따스한 체온(體溫)을 나누어 가진다. 

 

[2]

새는 울어

뜻을 만들지 않고

지어서 교태로

사랑을 가식(假飾)하지 않는다. 

 

<후략>


작가 : 박남수(朴南秀)

1918년 평안남도 평양시 진향리 출생

1933󰡔조선문단󰡕에 희곡 <기생촌>이 당선

1939년 정지용의 추천으로 󰡔문장󰡕<마을>, <초롱불>, <밤길> 등을 발표하여 등단

1941년 평양 숭인 상업 학교를 거쳐 일본 츄우오(中央) 대학 법학부 졸업

1954󰡔문학예술󰡕 편집위원

1957년 조지훈, 유치환 등과 함께 한국 시인 협회 창립

1957년 제5회 아시아 자유문학상 수상

1959󰡔사상계󰡕 상임 편집위원

1973년 한양대 문리대 강사 역임 및 도미(渡美)

1995년 사망

시집 : 󰡔초롱불󰡕(1940), 󰡔갈매기 소묘󰡕(1958), 󰡔()의 쓰레기󰡕(1964), 󰡔새의 암장(暗葬)󰡕(1970), 󰡔사슴의 관()󰡕(1981), 󰡔서쪽, 그 실은 동쪽󰡕(1992), 󰡔그리고 그 이후󰡕(1993), 󰡔소로(小路)󰡕(1994)

 

작가 : 박남수(1918-1994) 평양 출생. 일본 쥬오[中央]대 법과 수학. 1939문장초롱불, 거리, 밤길6편이 추천되어 등단.

그의 초기시는 시대적인 암흑상을 소박하게 노래한 일종의 서경시(敍景詩)로서 날카로운 기지와 감각성이 두드러진다. 두번째 시집 갈매기의 소묘(素描)에서는 민족상잔의 비극을 강렬하게 노래하고 있다. 세번째 시집 신의 쓰레기에서 존재성의 탐구로, 네번째 시집 새의 암장(暗葬)에서는 원시성의 추구로 발전했다.

시집에 초롱불, 갈매기 소묘(춘조사, 1957), 신의 쓰레기(모음사, 1964), 새의 암장(暗葬)(문원사, 1970) 등이 있다.

 

<핵심 정리>

감상의 초점

박남수는 1939<문장>지에서 정지용의 추천으로 등단한 시인이다. 그의 시는 이미지에 의한 형상화를 중시하고, 존재성(存在性)을 규명하려는 주지시 계열에 속한다.

이 시는 라는 연작시 중 하나에 해당하는 것으로, 생명의 순수함과 아름다움을 인간의 인위성과 파괴성에 대립시켜 문명 비판적 주제를 제시한 작품이다. 이 시의 (3)에서 새는 포수의 총부리에 희생되기도 하지만, 새의 순수함은 어쩌지 못한다는 말을 되새겨 보도록 하자.

성격 : 문명 비판적, 주지적

특징 : (1)에서는 이미지스트의 면모를 여실히 보여 주고, (3)에서는 인간 존재에 대한 탐구로 지적인 면을 보여 준다.

구성 : 순수하고 아름다운 사랑---(1)

의미를 붙이거나 가식하지 않는 사랑---(2)

삶의 순수성의 파괴---(3)

제재 : .(의도와 가식이 없는 순수의 표상)

주제 : 순수 가치의 옹호와 추구

 

 

<연구 문제>

1. 이 시의 주제는 어떤 이유에서 문명 비판적인가? 100자 내외로 쓰라.

<모범답> 이 시의 주제는 인간의 인위성과 가식성에 대조되는, 자연의 본능적 순수성과 아름다움에 대한 예찬인데, 바로 그 속에 인간 문명의 비정함과 파괴성을 꼬집는 문명 비판적 성격이 내포되어 있다.

 

2. ‘포수가 상징하는 의미를 밝혀 한 문장으로 쓰라.

<모범답> * : 의도나 가식이 없는 자연 그대로의 순수성

* 포수 : 자연스런 순수성을 파괴하는 비정하고 공격적인 인간 문명의 주체

 

3. 이 환기하는 의미는 무엇인가?

<모범답> ‘한덩이 납은 인간의 기계 문명의 상징이다. 그 무게와 촉감과 빛깔처럼 어떤 따뜻함도 여유도 없는 견고함, 냉정함, 차가움과 비생명성, 비순수성을 환기해 준다.

 

4. 속화된 비순수(非純粹)’로 본다면, (3)에서 표현하고자 한 내용은 무엇인가?

<모범답> 순수하지 못한 존재가 순수함을 추구하나 이루어질 수 없음을 표현하였다.

 

< 감상의 길잡이 1 >

주지시 계열의 시로서, 이 시는 좀처럼 시인의 감정을 노출시키지 않는다. 세 개의 단락으로 구성되 이 시는 조심해서 살펴보면 (1)(2)가 서로 대응하는 관계임을 알 수 있다. (1)에서 새는 그것이 노래인 줄도 모르면서 울고, 그것이 사랑인 줄도 모르면서 따스한 체온을 나누어 가진다. 그 내용이 (2)에서 아포리즘되어 반복된다. 여기서 모른다는 말은 의식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새는 그저 울고 싶어 우는 것일 뿐, 무슨 특별한 뜻을 염두에 두고 울지 않으며, 마음 속으로부터 우러나 체온을 나눌 뿐이지 억지로 사랑을 꾸미지 않는다는 것이다. (3)에 와서 시인은 그것을 순수라고 명명(命名)한다. 그러나 그 순수를 의도적으로 겨냥할 때, 그것을 잡았는가 행각하는 순간 순수는 사라져 버리고 남는 것은 피에 젖은 한 마리 상한 새’, 즉 순수의 그림자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연스럽지 않고, 의도된 모든 것은 비순수라는 생각이 자리잡고 있다고 하겠다. 여기서 우리는 순수를 지향하는 시인의 인생관과 시작(詩作) 태도를 엿볼 수 있다.

 

시인은 아마도 일체의 의미가 배제된 순수한 언어에 의해서만 시작(詩作)이 가능하며 그것이 최선의 시라고 생각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리하여 의미가 배제된 언어에 의해서 구축된 시는 시인이 의식하거나, 의도하거나, 가식하지 않을 때 가장 순수한 것이 되며, 그것이 독자에게 어떻게 전달되느냐 하는 문제는 이미 시인의 손에서 떠난 것일 수밖에 없다.

 

한편 (3)에서는 순수로 명명(命名)된 새의 사랑노래와 대조를 이루는, 인간의 잔혹함의 표상인 한 덩이 납이 등장한다. 인간의 비정(非情)함이 삶의 순수성을 어떻게 파괴하고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 주는 것이라 하겠다.

 

< 감상의 길잡이 2 >

이 작품에서 시인은 새의 천진한 아름다움을 노래한 뒤 그것이 사람의 손에 의해 어떻게 파괴되는가를 보여 줌으로써 그의 주제를 제시한다.

 

(1)의 부분에서 중요한 점은 새가 노래인 줄도 `모르면서' 노래하고, 사랑인 줄도 `모르면서' 서로의 체온을 나누어 가진다는 데 있다. 시인은 이것이 바로 자연의 순수함을 이루는 본질이라고 보았다.

 

이 생각은 (2)의 부분에서 좀더 분명하게 압축된다. `새는 울어 / 뜻을 만들지 않'는다. 뜻을 만들지 않는다는 것은 그저 울고 싶으니 우는 것을 뿐 거기에 억지로 뜻(의미)을 붙이지 않는다는 말이다. 새는 또한 `지어서 교태로 / 사랑을 가식하지 않는다.' 그들의 사랑은 속으로부터 저절로 우러나와 이루어지는 것이지, 억지로 예쁜 모양이나 몸짓을 꾸미어 나타내는 일이 아니다.

 

이와 같은 구절들의 뒤에는 사람의 생활과 문명에 대한 비판적 눈길이 자리잡고 있다. 시인은 여기까지 사람에 대하여 한 마디도 하지 않았지만, 새의 순진한 아름다움을 말하면서 간접적인 방법으로 인간의 문명 속에 있는 거짓, 억지스런 꾸밈 등에 대하여 싸늘한 눈초리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은 대조는 (3)의 부분에 와서 `포수'`피에 젖은 한 마리 상한 새'의 대조를 통해 선명하게 드러난다. 포수의 총탄이 닿기 전까지 새는 한없이 아름다운 `순수' 그것이었다. 그러나 그의 총탄이 맞았을 때, 거기에는 자연의 순수도 아름다움도 없다. 오직 `피에 젖은' 한 마리 새가 있을 따름이다. 이 상한 새는 곧 사람의 손에 의해 파괴된 자연의 모습을 상징한다. 새가 가진 것이 `노래'`사랑'인 데 비하여, 포수가 가진 것은 `한 덩이 납'이라는 표현은 이러한 대립적 관계를 간결하게 보여 준다. [해설: 김흥규]

 

< 감상의 길잡이 3 >

이 시는 새의 순수함이 인간에 의해 어떻게 파괴되는가를 날카롭게 보임으로써 인간과 그 문명을 비판한 작품이다.

1에서 시적 자아는 새가 노래인 줄도 모르면서 노래하고, 사랑인 줄도 모르면서 서로의 체온을 나누어 가지는 것을 자연의 순수한 아름다움이라고 보았다. 여기서 모른다는 것은 일부러 의도하거나 꾸민 행동이 아니고 자연스러운 욕구에서 나온 행동이라는 의미이다. 그러기에 새들의 노래는 자연스럽고 그들의 사랑은 더욱 따뜻하게 보이는 것이다. 이 생각은 2에서 좀 더 분명하게 드러난다. ‘새는 울어/뜻을 만들지 않는다지어서 교태로/ 사랑을 가식하지 않는다가 그것이다. 뜻을 만들지 않는다는 것은 그저 울고 싶으니 우는 것일 뿐 거기에 억지로 뜻(의미)을 붙이지 않는다는 것이고, 가식하지 않는다는 것은 사랑이 저절로 우러나와 이루어지는 것이지 억지로 꾸미어 나타내는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와 같은 표현의 이면에는 인간과 문명에 대한 비판적 시각이 자리잡고 있다. 시적 자아는 새의 순수한 모습을 말하면서 간접적으로 인간과 그 문명 속에 자리잡고 있는 거짓에 대해 비판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은 대조는 시 3포수피에 젖은 한 마리 상한 새의 대조를 통해 선명히 드러난다. 포수의 총탄이 닿기 전까지 새는 한없이 아름다운 순수그것이었다. 그러나 그의 총탄에 맞았을 때, 거기에는 자연의 순수도 아름다움도 없다. 오직 피에 젖은한 마리 새가 남을 뿐이다. 이 상한 새는 곧 사람의 손에 의해 파괴된 자연의 모습을 상징한다. 새가 기진 것이 노래사랑인데 비하여, 포수가 가진 것은 한 덩이 납이라는 표현은 이러한 대립적 관계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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