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고자 / 본문 일부 및 해설 / 윤오영
by 송화은율마고자 / 윤오영
나는 마고자를 입을 때마다 한국 여성의 바느질 솜씨를 칭찬한다. 남자의 의복에서 가장 사치스러운 호사가 마고자다. 바지, 저고리, 두루마기 같은 다른 옷보다 더 값진 천을 사용한다. 또, 남자옷에 패물이라면 마고자의 단추다.
마고자는 방한용이 아니요 모양새다. 방한용이라면 덧저고리가 있고 잘덧저고리도 있다. 화려하고 찬란한 무늬가 있는 비단 마고자나 솜둔 것은 촌스럽고 청초한 겹마고자가 원격이다. 그러기에 예전에 노인네가 겨울에 소탈하게 방한삼아 입으려면 그 대신에 약식인 반배를 입었던 것이다.
마고자는 섶이 알맞게 여며져야 하고, 섶귀가 날렵하고 예뻐야 한다. 섶이 조금만 벌어지거나 조금만 더 여며져도 표가 나고, 섶귀가 조금만 무디어도 청초한 맛이 사라진다. 깃은 직선에 가까워도 안 되고 , 너무 둥글어도안 되며, 조금 더 파도 못쓰고, 조금 덜 파도 못쓴다. 안이 속으로 짝 붙으며 앞뒤가 상그럽게 돌아가야 하니, 깃 하나만 보아도 마고자는 솜씨를 몹시 타는 까다로운 옷이다.
<하략>
작자 : 윤오영
형식 : 수필
성격 : 전통적, 논리적, 설득적, 비평적
문체 : 우유체, 간결체
표현 :
① 표현이 간결하고 부드럽게 다듬어진 문장임
② 한국적 정서와 전통 문화 사상이 깔린 수필
③ 한국 여인의 섬세하고 세련된 솜씨와 우아한 미적 감각을 찬양함
④ 적절한 비유와 예시를 통해 주제를 함축성 있게 드러냄으로써 논리적 설득적인 힘을 가짐
제재 : 마고자
주제 : 외래문화의 주체적 수용
구성 : 기승전결(起承轉結)의 사단 구성
마고자 : 마고자는 저고리위에 입는 덧저고리이며 남녀공용이다. 마고자의 양식 은 저고리와는 달리 앞이 나란히 트이고 쌍깃에 동정이 있으며 길이는 길 어 허리까지 내려온다. 이 마고자의 겉은 청색 도류운보문단(挑榴雲寶文緞)이며 안은 홍색명주이고 쌍깃에 흰색동정을 달았으며 앞자락이 뒤보다 8cm가량 짧은 남자용 마고자다.
마고자를 예로 들어 외래문화의 올바른 수용태도를 비판적으로 써놓은 수필이다. 중국에서 전래한 마궤자가 한국 여인의 뛰어난 안목과 솜씨로 중국 옷과는 전혀 다른 우리의 독특한 <마고자>가 된 것처럼, 외래문화를 우리 현실에 맞게 수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행간에 스며 흐른다. 이런 주장을 하면서도 윤오영은 결코 목소리를 높이지 않는다. 여전히 아취가 있고 품격이 있다. 섬세하고 예리한 안목이 있다. <섶귀가 조금만 무디어도 청초한 맛이 사라진다. 깃은 직선에 가까워도 안되고 너무 둥글어도 안된다. 안이 속으로 짝 붙으면 상그럽게 돌아가야 한다.>등의 표현은 그의 탁월한 눈썰미를 여실히 보여준다.
윤오영의 글이 늘상 그렇듯이 이 수필도 한국적인 정서를 바탕으로 한다. 이제는 거의 사라진 마고자에 대해 이렇듯 자상한 기록를 남겨 놓으니 기록문학적 가치도 겸비한다 하겠다. 문장은 간결하고 부드러우며 적절한 비유와 예시를 통해 주제를 함축하고 있어 지은이의 주장이 상상한 설득력을 얻는 바탕이 된다.
송자(宋瓷)에서 비취색을 만들어내고 금석문(金石文)에서 추사체(秋史體)를 탄생시키던 튼튼한 전통이 이제 남의 것을 내 것으로 소화해내기는커녕 외래문화를 더 나쁜 형태로 받아들이는 세태로 치닫고 있다는 지적은, 이 글이 발표되던 1974년 보다 요즘 와서 더욱 심각해진 듯하니 걱정스럽기 그지없다.
마고자
저고리 위에 덧입는 덧옷. 마고자는 1887년 흥선대원군이 청나라의 유폐에서 풀려 돌아올 때 입고 온 만주사람의 마괘(馬庫)가 변하여 입게 된 옷으로 1917년 순종의 의대발기에 처음 보인다. ≪청회전 淸會典≫에 의하면 청나라 옷에는 포(袍)와 괘가 있는데, 괘는 포보다 옷길이가 짧은 예복의 일종이었다.
중국의 ≪포복직수선췌 袍服織繡選萃≫를 보면 괘의 종류에는 외괘(外庫)·조괘(壻庫)·여괘(女庫)·단괘(短庫)가 있는데, 흑색 둥근 꽃무늬 비단으로 만든 외괘와 흑색 둥근 꽃무늬 마사로 만든 조괘가 마고자의 전신으로 생각된다.
즉, 옷깃이 달리지 않고, 목둘레 만큼만 파이고 섶이 덮이지 않고 마주 대어지며, 중앙선에 단추가 5개 달리고, 옆트임이 있고, 엉덩이까지 오는 길이이다. 소매길이는 손목정도의 길이이며 배래는 직선이다. 이러한 괘가 우리 나라에 들어와서는 저고리 위에 덧입게 되었고, 어느 때부터인지는 모르나 모양도 저고리 모양과 비슷하게 변하였다.
형태의 변화를 보면, 엉덩이까지 오던 옷길이는 짧아져서 저고리 길이보다 1㎝ 정도 길게 되었고, 옆트임도 남자 것은 10㎝ 정도로 짧아졌고, 여자 것은 저고리 길이가 짧아짐에 따라 없어졌다.
목둘레도 저고리의 옷깃이 보이도록 V자형으로 패었으며, 배래도 저고리와 같이 붕어배래로 되었다. 단추는 1, 2개이며, 괘와는 반대로 단추가 달린다. 즉, 괘는 단추고리를 겉에 달아 단추를 고정시킨 것이 보이도록 되어 있는데 마고자는 속에 달므로 단추만 보인다.
≪참고문헌≫ 衣庫撥記, 한국복식사연구(柳喜卿, 梨花女子大學校出版部, 1980).(출처 :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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