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이 오마 하거늘
by 송화은율님이 오마 하거늘
님이 오겠다고 하기에 저녁 밥을 일찍 지어 먹고
중문을 나와서 대문으로 나가, 문지방 위에 올라가서,
손을 이마에 대고 임이 오는가 하여 건너산을 바라보니,
거무희뜩한 것이 서 있기에 저것이 틀림없는 임이로구나.
버선을 벗어 품에 품고 신을 벗어 손에 쥐고, 엎치락뒤치락
허둥거리며 진 곳, 마른 곳 가리지 않고 우당탕퉁탕 건너가서,
정이 넘치는 말을 하려고 곁눈으로 흘깃 보니,
작년 7월 3일 날 껍질을 벗긴
주추리 삼대(씨를 받느라고 그냥 밭머리에 세워 둔 삼의 줄기)가 알뜰하게도 나를 속였구나.
마침 밤이기에 망정이지 행여 낮이었다면 남 웃길 뻔했구나.
요점 정리
지은이 : 미상
갈래 : 사설시조
성격 : 해학적, 과장적, 여성적
제재 : 임
주제 : 임을 애타게 기다리는 마음
특징 : 화자의 행동을 과장되면서도 해학적으로 표현함
출전 : 진본 청구영언(珍本 靑丘永言)
내용 연구
오마 하거늘 : 오겠다고 하기에
일 지어먹고 : 일찍 지어먹고
중문 : 안채와 사랑채 사이의 작은 문
지방(地方) : 문지방
이수(以手)로 : 손으로
가액(加額)하고 : 이마를 가리고, 이마에 대고
거머횟들 : 검은 빛과 흰 빛이 뒤섞인 모양
곰븨님븨 : 엎치락뒤치락. 연거푸 계속하여
쳔방지방 : 허둥거리는 모습
즌 듸 : 진 , 질척한 곳
위렁충창 : 급히 달리는 발소리
정(情)엣말 : 정이 든 말
상년(上年) : 작년, 지난 해
삼대 : 삼의 줄기. 마경(麻莖)
주추리 삼대 : 씨를 받느라고 밭머리에 둔 삼의 줄기로 시적 화자로 하여금 임이라고 착각하게끔 하고 있다. 이는 시적 화자가 임을 기다리는 마음이 얼마나 절실한가를 보여 주는 소재
살드리도 : 알뜰히도(반어법)
모쳐라 : 마침, 아서라
우일 : 웃길
이 작품과 관련 있는 시조
위 두 작품 중, 서경덕의 조선전기의 시조와 조선 후기의 사설시조이다. 시적 화자가 처한 상황과 그에 따른 정서를 비교하면서 읽고, 아래 제시된 활동을 해 보자.
(1) 두 작품의 시적 화자가 놓여 있는 상황과 정서가 어떤 점에서 같고 다른지 비교해 보자.
예시 답안 : 두 작품의 시조는 모두 임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담고 있다. 그리고 임을 그리워하는 마음으로 인하여 착각하게 되는 상황을 그리고 있다는 것도 공통점이다. 그러나 서경덕의 시조는 임을 그리는 마음이 내면적으로만 담겨 있지만, 사설시조에서는 '주추리 삼대'를 임으로 착각하고 버선과 신도 벗은 채 달려나가는 행동으로도 나타난다.
(2) 시상 전개와 관련하여, '지는 잎'과 '주추리 삼대'의 공통점은 무엇인지 말해 보자.
예시 답안 : '지는 잎'과 '주추리 삼대'는 각 작품에서 시적 화자로 하여금 임이라고 착각하게끔 하고 있다. 이는 시적 화자가 임을 기다리는 마음이 얼마나 절실한가를 보여 주는 소재이다.
(3) 두 작품 모두 애정 문제를 다룬 시조이지만, 작가의 태도나 형식 면에서는 큰 차이를 보인다. 이러한 차이가 생겨나게 된 원인을 시대 상황, 문학 담당층의 교체, 양식의 변화와 관련하여 설명해 보자.
예시 답안 : 조선 후기에는 기존의 양반 문화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면서 평민 의식이 성장하였다. 또 한글을 읽고 쓰는 능력이 확산되면서 평민도 문학의 담당층으로 부상하였다. 사설 시조는 평민들이 향유한 문학 양식으로 추정되고 있는데, 사설 시조에서는 평시조보다 산문적인 경향이 강하며, 평민들의 진솔한 생활 감정이 드러난다.
이해와 감상
그리워하는 임을 어서 만나고 싶어하는 마음을 해학적으로 잘 표현한 시조이다. 임이 오신다는 소식을 듣고 이어 하는 행동들이 사실적으로 묘사되어 있어 읽는 이로 하여금 미소를 자아내게 한다.
임을 그리는 초조한 마음에서 허둥대던 작자는 스스로 자기 행동에 대해 겸연쩍어하고 있다.
초장에서는 밥을 일찍 지어 먹고 임을 기다리는 초조한 마음이 그려져 있으며, 중장에서는 이 초조한 마음이 행동으로 구체화되어 나타났으나, 이에 대한 자신의 경솔한 행동에 대해 겸연쩍어하는 마음을 종장에 그려, 전체적으로 임을 애타게 그리는 여성의 섬세하고 간절한 마음을 느낄 수 있게 하는 작품이다.
심화 자료
그리움을 표현한 작품들
그대를 보지 못한 지 이미 오래다
미친 듯한 내 마음 매우 서럽고나
세상 사람들은 모두 그대를 해치려 하지만
나만은 그대를 사랑한다
민첩한 그 재주는 천 편의 시를 읊고
늠름한 그 풍채는 술 한 잔에서 본다
광산 중에서 고이고이 글이나 읽다가
때가 오면 우리 서로 만나세. 《두보 杜甫/불견 不見》
우리 둘이 후생(後生)하여 네 나 되고 내 너 되어
내 너 그려 끊던 애를 너도 날 그려 끊어 보면
평생에 내 설워하던 줄을 돌려 볼까 하노라. 《무명씨 無名氏》
비는 온다마는 님은 어이 못 오는고
물은 간다마는 나는 어이 못 가는고
오거나 가거나 하면 이대도록 그리랴. 《무명씨 無名氏》
어져 내 일이야 그릴 줄을 모르던가
있으랴 하더면 가랴마는 제 구태여
보내고 그리는 정은 나도 몰라 하노라. 《황진이 黃眞伊》
타향에 임을 두고 주야로 그리나니
간장 썩은 물은 눈으로 솟아나고
첩첩한 수심은 여름 구름 되었어라
지금에 내 마음 절반을 님께 보내어 서로 그려 볼까 하노라. 《무명씨 無名氏》
쓴나물 데운 물이 고기도곤 맛이 있네
초옥(草屋) 좁은 줄이 긔 더욱 내 분이라
다만당 님 그린 탓으로 시름겨워 하노라. 《정철 鄭澈/송강가사 松江歌辭》
님 그려 얻은 병을 약으로 고칠손가
한숨이야 눈물이야 오매(寤寐)에 맺혔어라
일신(一身)이 죽지 못한 전(前)은 못 잊을까 하노라. 《이정보 李鼎輔》
어화 네여이고 반갑고도 놀라워라
운우양대(雲雨陽臺)에 무산선녀(巫山仙女) 다시 본 듯
아마도 상사일념(相思一念)이 병이 될까 하노라. 《이정보 李鼎輔》
사랑 모여 불이 되어 가슴에 피어나고
간장(肝腸) 썩어 물이 되어 두 눈으로 솟아난다
일신(一身)이 수화상침(水火相侵)하니 살동말동하여라. 《무명씨 無名氏》
심중(心中)에 무한사(無限事)를 세세(細細)히 옮겨다가
월사창 금수장(月紗窓錦繡帳)에 님 계신 곳 전(傳)하고자
그제야 알뜰히 그리는 줄 짐작이나. 《매화 梅花》
마음이 어린 후(後)니 하는 일이 다 어리다
만중운산(萬重雲山)에 어느 님 오리마는
지는 잎 부는 바람에 행여 그인가 하노라. 《서경덕 徐敬德》
뫼는 높으나 높고 물은 기나 길다
높은 뫼 긴 물에 갈 길도 그지없다
님 그려 젖은 소매는 어느 적에 마를꼬. 《허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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