댁들에 동난지이 사오
by 송화은율댁들에 동난지이 사오
여러 사람들이여, 동난젓 사오. 저 장수(장사)야,
네 물건 그 무엇이라 외치느냐? 사자.
겉은 뼈요, 속은 살이고, 두 눈이 하늘로 치솟고, 앞으로도 가고 뒤로도 가는(밖은 단단하고 안은 물렁하며 두 눈은 위로 솟아 하늘을 향하고
앞뒤로 기는) 작은 발 여덟 개
큰 발 두 개 푸른 장(맑은 간장, 진하지 않은 간장)이 아스슥하는 동난젓 사오.
장수(장사)야, 그렇게 장황하게(거북하게) 말하지 말고 게젓이라 하려무나.
요점 정리
지은이 : 미상
갈래 : 사설시조
성격 : 해학적(골계적), 풍자적, 교훈적
표현 : 대화체, 돈호법, 해학미
제재 : 동난지이(게젓)
주제 : 서민들의 상거래(商去來) 장면을 통해 현학적인 장사꾼을 풍자
출전 : 병와가곡집(甁窩歌曲集)
내용 연구
동난지이 : 게젓
황화 : 잡화(雜貨). 팔려고 내놓은 물건, 상품
무서시라 : 무엇이라
웨난다 : 외치느냐?
외골내육(外骨內肉) : '게'를 일컬음. 겉은 딱딱하고 속은 연한 살이 있음을 비유
양목 : 두 눈
상천 : 하늘을 향함
전행후행 : 앞으로 가고 뒤로 감
외골내육(外骨內肉), 양목이 상천, 전행 후행 : 겉은 뼈요 속은 살이고, 두 눈이 하늘로 치솟고, 앞으로도 가고 뒤로도 가는
소(小)아리 : 작은 다리. '아리'는 '다리'의 옛말
대아리 : 큰 다리
청장(淸醬) : 진하지 않은 맑은 간장. 게 뱃속에 들어 있는 푸른 빛깔의 장
아스슥 : 게를 입에 넣고 씹을 때 나는 의성어 표현
하 거복이 : 너무 거북하게
쟝수야, 하 거복이 웨지 말고 게젓이라 하렴은. : 장사야, 너무 거북하게(너무 어렵게) 말하지 말고, 쉽게 게젓 사라고 하려무나. 게장수의 현학적 지식을 나무라고 있는 빈정거리는 말투임
‘사설시조’를 읽고, 다음 활동을 해보자.
(1) 이 작품은 시장에서 일어나는 상거래 행위의 대화를 그대로 옮겨 놓은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작품은 문학으로 인정된다. 그 이유에 대해 토의해 보자.
이끌어주기 :
학생들 중에는 문학에만 쓰이는 특별한 언어가 있다든가, 문학 작품의 소재는 제한적이라는 생각으로 문학을 특별한 것으로 여기는 경우가 많다. 이 활동은 이러한 생각을 불식 시키는 데에 그 취지가 있음을 주지할 필요가 있다. 문학의 일차적인 자질은 심미적으로 정서를 자극하는가의 여부에 달려있다는 점에 중점을 두어 학생들을 이끄는 것이 바람직하다.
토의토론을 효과적으로 진행하기 위해 이 작품을 문학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쪽과 인정할 수 있다는 쪽으로 나누어 진행하는 것도 효과적이다. 약 20분 정도의 시간을 주고, 토의토론이 끝난 후에는 교사가 적절히 도움말을 줌으로써 마무리를 한다.
예시답안 :
문학을 천재적인 작가에 의해 창조되는 정련된 예술로만 파악하게 되면 이 사설시조는 문학으로 보기 어렵다. 지극히 일상적인 대화 상황을 그대로 옮겨놓은 것 이상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고도로 정련된 문학도 있는 반면 단순한 상황 속에서 발견되는 소박한 감정을 드러내는 문학도 존재하고 있음을 감안하면, 이 시조 작품이 문학이 아니라고 할 근거는 없다. 더욱이 이 시조에서는 희극적인 상황 설정으로 인한 해학성을 보여 주고 있다. 일상적으로 하는 말 중에서 특별한 정서적 감흥이나 반응을 불러일으키는 것이면 문학적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이 작품은 시조의 운율적 형식을 준수하고 있다. 이것은 이 작품이 형식적인 면에서도 문학적인 요건을 갖추고 있음을 보여 준다.
(2) 조사 발표 이 노래와 유사한 내용과 형식을 지니고 있는 작품들을 찾아 한 편씩 소개해 보자.
이끌어주기 :
사설시조는 서정적인 것, 서사적인 것, 극적인 것 등 형식이 매우 다양하다는 점을 먼저 이해시키는 활동이 필요하다. 이어서 세 유형 중 이 작품은 두 인물의 대화를 바탕으로 하여 극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는 작품임을 이해하도록 한다. 이러한 배경적 이해를 바탕으로 하여 아래 예시 답안에 제시 된 것과 같은 유사한 형식의 작품을 찾아 이해하도록 한다. 학생들이 가지고 있는 자료의 한계로 인해 작품을 찾을 수 없을 경우에는 구체적인 참고 문헌을 알려 주고,도서관을 활용해서 작품을 찾을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이 필요하다.
예시답안 :
이런 류의 노래를 ‘장사치 여인문답형 시조’라고 한다. 다음은 그 중의 하나이다.
(3) 이 노래는 평시조와는 달리 중장의 분량이 늘어날 수 있는 가능성이 큰 형식을 지니고 있다. 이러한 표현 방식을 활용하여, 친구의 외양과 성격을 소개하는 사설시조 한 편을 써 보자.
이끌어주기 :
사설시조의 형식적 특징을 간단하게 설명할 수 있도록 한다. 이어 확장성이 큰 중장의 경우, 의미상 유사한 항목들이 장황하게 나열되고, 두 마디를 짝으로 해서 연결되는 것이 일반적인 특징이라는 점을 이해시키는 활동도 필요하다. 이러한 활동을 바탕으로 하여 학생들이 실제 사설시조 한편을 써 봄으로써 문학 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예시답안 :
본문의 작품 형식을 빌어 와서 구성할 수 있다. 사설시조는 중장의 분량이 늘어날 수 있는 가능성이 큰 형식이라는 점을 활용하여 쓸 수 있다.
다음은 못생긴 친구라는 점을 노골적으로 드러내지는 않은 채 세부적인 항목을 나열함으로써 그 이미지를 묘사하고, 종장에서 반전을 꾀하여 마음씨는 착하다는 점을 부각시킨 작품이다.
여러분 내 친구좀 보오. 이 사람아, 네 친구가 무엇이라 그리 외치나 보자.
단추만한 눈구멍에 송충이 같은 눈썹이며, 평수 넓은 코에는 안경다리 걸쳐놓고, 입술 베어서 한 접시에 볼 모아 계란 두 알,다리는 짧아 바지는 남고 목은 짧아 측정 불가,
그래도 마음은 넓고도 착해서 천사들이 울고 가네.
이해와 감상
시정(市井)의 장사꾼과 물건을 사려는 사람이 상거래(商去來)를 하면서 주고받는 이야기가 익살스럽게 표현되어 있다. 서민들의 생활 용어가 그대로 시어로 쓰이고 있다.
서민적 감정이 여과 없이 표출되어 있는 이 노래는 게 장수와의 대화를 통한 상거래의 내용을 보여 주었다는 점에서 특이하다. 중장에서 '게'를 묘사한 대목은 절로 웃음을 자아내게 하는 표현으로 사설시조의 미의식인 해학미(諧謔美) 내지는 희극미(喜劇美)를 느끼게 하며, '아스슥하난'과 같은 감각적 표현은 한결 현실감을 더해 준다. 또한 종장에서 '쟝수야, 하 거복이 웨지 말고 게젓이라 하렴은.'이란 표현을 통해, '게젓'이란 쉬운 우리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학적 어휘를 구사하는 게젓 장수의 허위 의식에 대한 빈정거림(풍자)이 담겨 있다.
심화 자료
장형시조 발생 시기
장형시조는 단형시조와 동시에 존재했을 것이다. 단형시조와 장형시조는 정격과 변격의 관계로 보는 것이 옳은 것이다. 정격이 있으면 당연히 그 변격이 있는 것이며, 연행의 관습이나 인간의 통성에 비추어 볼 때 그러한 추리의 정당성이 입증되는 것이다.
흔히 정격, 변격이라고 하면 정격이 있고 나서야 변격이 생기는 것으로 순차적인 단계를 설정하게 되는데, 이는 시조의 음악이 언제 확립되었느냐 하는 문제와도 관련시켜서 생각해야 할 거이다. 시조라는 단형의 형식이 이미 고려 중엽에 형성을 시작했다고 한다면 장형시조도 똑같은 논리의 축에서 동시대의 것으로 보아야 한다. 중요한 것은 장형시조의 성립이 조선 후기에 이루어졌다든지 혹은 18세기에 이루어졌다든지 하는 것은 논리의 형평을 잃었으며 특히 작자가 명시되지 않은 사실을 작자 신분의 고증자료로 삼는 것은 시조의 음악적 연행과 시대적 관행을 고려하지 않은 판단인 것이다. 아울러 시조의 음악적 형식이 이세춘(李世春)에게서 비롯되었다든지 가곡의 서민화에 의해서 이루어졌다든지 하는 것도 근거가 희박한 것이다.(출처 : 김대행, ‘시조 유형론’)
병와 가곡집 = 악학습령(樂學拾零)
1713년(숙종 39) 이형상(李衡祥)이 편찬한 시조집. 필사본. 편자가 자필로 기록한 저서목록에 ‘악학습령’으로 되어 있다.
그러나 이형상의 10대손인 수철(秀哲)이 소장하고 있는 표지 없는 책을 심재완(沈載完)이 보고 그의 ≪교주역대시조전서 校註歷代時調全書≫에서 가칭 ‘병와가곡집’이라고 한 것이 그대로 통용되어 ‘병와가곡집(甁窩歌曲集)’이라고도 한다.
편찬연대는 병와연보에 따르면 1713년이다. 그러나 이 책에 실린 시조작품 중에 영조 때 사람인 조윤형(曺允亨)과 조명이(趙明履)의 작품이 나오는 점과 곡목마다 끝에 이정보(李鼎輔)의 작품이 수록된 점으로 보아 편찬연대를 ≪해동가요≫보다 늦은 정조연간으로 추정하기도 한다.
또한, ≪악학습령≫을 필사한 필적이 이형상의 것과 다른 두서너 사람의 것으로 되어 있어, 숙종 말에 이형상의 초고본에다 뒤에 두서너 사람이 더 가필하여 정조 때에 완성했으리라고 본다. 그러나 연대의 확정에는 아직 문제가 남아 있다.
체재는 표지와 서문이 결손되어 있으며, 뒷면의 표지도 없다. 현재 전하는 총 장수는 107장이고, 매장 30행이며, 위아래 여백은 약 2㎝이다. 각 면은 15행, 1행 25자 내외이며, 각 작품의 첫 자는 올려 썼다.
제1장에서부터 제4장까지는 오음도(五音圖) 등이 수록되어 있고 다음에 백지 한 장을 끼우고 목록이 3장 있으며, 다음에 본문부 99장이 있다. 본문부는 13조목인데, 초중대엽·이중대엽·삼중대엽·북전(北殿)·이북전(二北殿)·초삭대엽·편삭대엽·삼삭대엽·삭대엽·소용(騷聳)·만횡(蔓橫)·낙희조(樂戱調)·이삭대엽 등이다.
수록된 작품수는 총 1,109수로 유명씨 작품이 595수이며 무명씨 작품이 514수이다. 수록된 실제 작가의 수는 172명인데, 목록란에는 175명으로 되어 있다.
이 책은 다른 시조집에 비하여 삭대엽과 낙희조가 있는 것이 특징이다. 또한, ≪진본청구영언≫과 ≪해동가요≫를 보면, 초중대엽부터 초삭대엽까지 각각 1수의 작품만을 들고 있지만, 이 책에는 초중대엽 7수, 이중대엽 5수, 삼중대엽 5수를 실으면서 중대엽의 비중을 크게 하고 있다.
이중대엽은 숙종조까지 융성하던 것으로 시조창의 역사에서 보면 중요한 자료이다. 중대엽이 풍부하게 실려 있다는 것과 이형상이 언급한 창작연대를 존중하면, ≪악학습령≫은 가장 오래된 시조집이며, 가장 많은 작품이 수록된 시조집이다.
특히, 제3장 음절도에 나타난 ‘시조’라는 명칭은 ≪관서악부≫에서 보는 ‘시조’라는 명칭보다 이른 것이라는 점에서 시조명칭을 상고하기에 좋은 자료이다. 이 책은 이형상의 다른 유고들과 더불어 ≪병와유고 甁窩遺稿≫라는 명칭으로 보물 제652호로 지정되어 있다.
≪참고문헌≫ 時調의 文獻的硏究(沈載完, 世宗文化社, 1972), 甁窩李衡祥硏究(權寧徹, 韓國硏究院, 1978), 樂學拾零 甁窩先生集今年譜(李定宰, 淸權詞, 1979), 甁窩歌曲集의 硏究(沈載完, 靑丘大學 創立十周年 紀念論文集, 1958), 樂學拾零攷(黃忠基, 국어국문학 87, 1982). (출처 ;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블로그의 정보
국어문학창고
송화은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