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문학창고

닐스의 이상한 모험

by 송화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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닐스의 이상한 모험


⊙ 개구쟁이 닐스

닐스는 마을에서 이름난 장난꾸러기였습니다. 게다가 게으름뱅이여서 심부름과 공부라면 질색이었습니다.
그러나 노는 것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아이였습니다. 게다가 아이들을 놀리거나 골탕을 먹이는 데는 일등이었습니다. 친구들뿐만 아니라 짐승들을 괴롭히는 데도 일등이었습니다.
잠자는 돼지를 꼬챙이로 찌르거나 거위를 발길로 차서 '꽥꽥' 비명을 지르게 만들었습니다.
아버지 어머니는 이런 닐스 때문에 늘 골치를 앓았습니다.
"닐스야, 너는 대체 커서 뭐가 되려고 이렇게 못된 짓만 골라서 하니? 제발 착하게 살아라."
아버지는 혀를 차며 꾸중하였습니다.
"우리 닐스가 착한 아이가 되도록 이끌어 주세요."
어머니는 하느님께 늘 이렇게 기도를 드리곤 하였습니다.

어느 봄날이었습니다.닐스가 태어난 스웨덴의 남쪽 마을은 봄이 제일 먼저 찾아왔습니다.
봄 햇살에 이끌려 동물들이 산과 들로 쏟아져 나왔습니다. 염소와 소가 함께 풀을 뜯어 먹으며 새들의 노랫소리를 듣고 있었습니다. 뜰에는 닭과 거위가 한가롭게 모이를 뒤지며 놀고 있었습니다.
"얘야, 닐스야, 오늘은 일요일이니까 집을 보면서 공부나 하렴. 우리 는 교회에 다녀오마."
닐스의 아버지, 어머니는 겨드랑이에 성경책을 끼고 집을 나서며 말하였습니다.아버지, 어머니의 간섭을 받지 않고 혼자 집을 보는 게 마음 편한 일이어서 닐스는 신이 났습니다.
혼자 남게 된 닐스는 '무슨 신나는 장난거리가 없을까?'
하고 궁리를 했습니다. 그러다가 의자에 털썩 주저앉아 꾸벅꾸벅 졸기 시작했습니다.
졸고 있던 닐스는 갑자기 '꽝' 하는 소리에 놀라 눈을 번쩍 떴습니다.
'이게 무슨 소리지?'
닐스는 방 안을 기웃거리며 눈을 비볐습니다.
그러는 닐스의 눈에 어머니의 옷상자 가장자리에 앉아 있는 난쟁이 할아버지가 보였습니다.
'옳지, 저것이 톰테구나! 내 눈으로 톰테를 보다니?'
닐스는 아주 어렸을 때부터 스웨덴에는 톰테라는 난쟁이가 산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에 곧 알 수 있었습니다. 닐스는 가슴이 뛰었습니다.
"저걸 잡아서 장난감으로 삼아야지. 말하는 장난감, 정말 신나는 일이야."

닐스는 옆에 있는 잠자리채를 얼른 집어들었습니다.
흡사 잠자리를 잡듯 가만가만 다가가서 톰테의 머리 위에 잽싸게 씌웠습니다.
"만세! 톰테 영감을 잡았다!"
닐스는 소리쳤습니다. 톰테 할아버지는 그물 속에서 바둥거리며 비명을 질렀습니다.
"나는 나쁜 짓을 한 번도 한 일이 없단다. 꺼내 주면 너에게 좋은 것을 주마."
그 말에 닐스는,
"그래요? 그렇다면 꺼내 주지요."
하며 닐스는 톰테 할아버지를 덮어씌운 잠자리채를 들어내려고 했습니다.
그러다가 톰테 할아버지가 신기한 요술을 부린다는 말을 들었던 생각이 났습니다.
"내 숙제를 매일 해 달래야지."
닐스는 톰테 할아버지를 도로 잠자리 채 속에 가둬 두기로 했습니다.
그 순간 닐스는 온몸이 전기에 감전된 것처럼 심한 충격을 받고, 뒤로 벌렁 나가 떨어져 그대로 정신을 잃고 말았습니다. 


⊙ 난쟁이가 된 닐스

한참 후, 닐스는 부시시 일어나 다시 정신을 차렸습니다. 그런데 이게 어찌된 일일까요! 방이 굉장히 넓고, 책상도 의자도 집채만큼 커져 있는 게 아닙니까?
가만히 살펴보니 방이나 책상이 커진 것이 아니라 닐스가 작아진 것이었습니다. 닐스는 톰테 할아버지처럼 난쟁이가 되어 버린 것입니다.닐스는 어떻게 해야할 지 몰라 그만 엉엉 울기 시작했습니다.
"용서해 주세요. 톰테 할아버지, 잘못했으니 다시 전처럼 만들어 주세요." 닐스는 울면서 애걸했습니다.
그러나 톰테 할아버지는 어디로 갔는지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문득 톰테 할아버지가 외양간에서 산다던 어머니의 말이 생각난 닐스는 할아버지를 찾아 외양간으로 갔습니다.
"호호, 꼴 좋다. 심술쟁이 닐스, 난쟁이가 됐구나."
날아가던 참새가 닐스를 보고 놀려댔습니다. 언젠가 닐스가 돌을 던져 잡으려 했던 참새였습니다.
참새의 말을 알아듣게 된 것도 정말 신기한 일이었습니다.뜰에서 놀고 있던 암탉과 거위들도 난쟁이 닐스를 보자 몰려와 놀려댔습니다.
"이 심술쟁이야, 너도 내 발길에 차여 볼래?"
거위가 커다란 발을 들어올리며 '꽥꽥' 소리를 질렀습니다. 암탉도 닐스를 흡사 모이를 쪼듯 콕 쪼려고 했습니다. 그 때 닐스네 고양이가 나타났습니다. 닭과 거위는 고양이를 보고 비실비실 도망쳤습니다.
"고양이야, 톰테 할아버지가 어디 계신지 좀 가르쳐 줘. 제발 좀 가르쳐 줘. 잉잉……."  닐스는 울면서 고양이에게 애원했습니다.
"흥, 싫어. 너는 언제나 내 꼬리를 잡고 마구 휘두르며 못된 짓만 했잖아!"
고양이는 털을 꼿꼿하게 세우며 말했습니다. 닐스에게는 고양이가 마치 큰 황소처럼 생각되었습니다. 닐스는 겁이 나서 걸음아 날 살려라 하고 외양간으로 도망쳤습니다.
"흥, 꼴 좋다. 닐스! 네가 나를 때린 걸 기억하지? 어디 나도 너를 차 버릴까?"
네 마리나 되는 소가 난쟁이 닐스를 보자 모두 한 마디씩 했습니다. 닐스가 소에게 차이면 죽어 버릴 것이 틀림없었습니다.
닐스는 다시 담장 밑으로 도망쳤습니다. 어디로 가나 닐스를 동정해 주는 짐승은 없었습니다. 모두가 욕을 하고 괴롭히려고만 했습니다.닐스는 담장 밑에 숨어서 엉엉 울었습니다. 생각할수록 기가 막혔습니다. 아버지, 어머니도 난쟁이가 된 닐스를 자식으로 생각하지 않을 것입니다.
"흥, 요게 심술쟁이 닐스로구나!"
친구들은 손가락으로 집어 올려 장난을 치며 같이 놀아 주지 않을 것입니다. 닐스는 우는 것도 힘이 들었습니다. 


⊙ 기러기들과 함께

그러던 닐스는 돌담 위로 기어올라갔습니다.파아란 하늘 위에 철새들이 날아가는 것이 보였습니다. 높이 날던 기러기 한 마리가 갑자기 닐스네 마당으로 날아 내려왔습니다. 기러기는 마당에서 놀고 있는 거위 떼에게 말했습니다.
"어때? 우리랑 함께 여행하지 않겠니?"
기러기는 날지 못하는 거위들에게 놀리듯 말했습니다.
"우리는 날 수가 없어."
거위들은 부끄러운 듯 대답했습니다. 그러자 젊고 기운 찬 수거위 몰텐이 불쑥 나섰습니다.
"그래, 같이 가자!"
몰텐은 새하얀 날개를 퍼덕이며 날아올랐습니다. 그렇지만 몸이 무거운 데다 날아보지 않아 닐스 옆에 떨어지고 말았습니다.
몰텐은 다시 날개를 퍼덕이며 날려고 했습니다.
"안돼! 날아가면 안돼. 아버지, 어머니가 큰 걱정을 하실 거야."
닐스는 재빨리 몰텐의 목에 매달리며 소리쳤습니다. 몰텐이 도망친 걸 알면 아버지가 크게 실망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몰텐은 들은 척도 않고 다시 하늘로 날아올랐습니다. 이번에는 떨어지지 않고 기러기를 따라 날아갔습니다.
"아아, 이 일을 어째!"
닐스는 몰텐의 목을 힘껏 껴안은 채 비명을 질렀습니다. 너무 높이 날아올라서 이제는 손을 놓을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닐스는 몰텐의 목을 감고 등으로 올라가 몸을 웅크렸습니다.저 아래 쪽에 밭이며 목장이 보였습니다. 냇물과 집이 조그맣게 보였습니다. 몰텐은 기러기 떼의 맨 뒤에 붙어 날아갔습니다.
"에헴, 내 솜씨가 어때? 근사하지?"
몰텐이 등에 앉은 닐스에게 으시대며 말했습니다.
"이봐, 몰텐. 이젠 집으로 돌아가자. 너는 날아본 일이 없으니까 기러기와 함께 멀리 여행할 수 없어." 닐스는 무서워서 벌벌 떨면서 대답했습니다.
"쳇! 난쟁이 주제에 아직도 나를 우습게 보는구나."
몰텐은 화가 난 듯 말했습니다.
화가 나니까 힘이 솟구치는지 몰텐은 더욱 힘껏 날갯짓을 했습니다.


이윽고 기러기 떼는 어느 호숫가에 앉았습니다. 몰텐도 그 옆에 날아 내렸습니다.
닐스는 배가 고프고 몸도 덜덜 떨렸습니다. 그러나 먹을 것도 따뜻한 잠자리도 없었습니다.
닐스는 걱정이 되어 몰텐을 돌아보았습니다.몰텐도 몹시 지쳤는지 목을 땅에 길게 늘이고 눈을 감은 채 헐떡이고 있었습니다.
"이봐! 몰텐, 정신 차려! 물을 마셔 봐."
닐스는 죽을 힘을 다해 몰텐을 끌고 가서 호수 속으로 밀어 넣었습니다. 몰텐은 머리를 물에 담그고 물을 마셨습니다. 그제야 겨우 기운이 나는 듯 헤엄을 치며 물 속의 풀을 뜯어먹기 시작하였습니다.
몰텐은 물 속에서 붕어 한 마리를 잡았습니다. 붕어를 입에 물고 닐스에게로 헤엄쳐 왔습니다.
"살려 줘서 고마워. 이걸 먹어 봐."
물텐은 자기를 살려 준 닐스에게 친절하게 대해 주었습니다. 난쟁이가 되고나서 처음 듣는 다정한 말이었습니다. 닐스는 몰텐이 주는 물고기를 먹었습니다.
그 때 호수에서 헤엄치던 기러기들이 다가왔습니다.
"흰 거위군, 왜 우리를 따라오는 거지?"
기러기 대장인 앗카가 먼저 말을 걸었습니다.
"사람들이 기르는 우리 거위들도 겁쟁이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 주고  싶어서지요."  몰텐이 대답했습니다.
"기특한 생각이군. 그런데  조그맣고 이상하게 생긴 짐승은 뭐야?"
"내 친구랍니다. 함께 여행하면 도움이 될 겁니다."
"이름이 뭔데?"
몰텐은 잠깐 생각했습니다. 닐스라는 사람 이름은 말하지 않는 게 좋을 것 같았습니다.
"꼬마여요."  "꼬마? 정말 꼬마군." 앗카는 코방귀를 뀌고는 다시 말을 이었습니다.
"나는 기러기 대장 앗카다. 내 부하들은 모두 힘이 세다. 그런데 너희들이 함께 여행을 하겠니?"
그 말에 닐스는 울컥 화가 났습니다.
"흥, 잔소리 마! 나는 닐스라고 하는 소년이야. 사람이란 말야."
그 말에 기러기들이 깜짝 놀라 '끼룩끼룩' 소리를 질렀습니다.
"뭐! 사람이라고? 그렇다면 더욱 친구가 될 수 없지. 냉큼 꺼져 버려! 사람은 싫어."
앗카가 소리쳤습니다. 몰텐은 난처해서 어쩔 줄을 몰랐습니다.
"훌륭하신 대장님께서 이런 꼬마를 무서워하시다니 우습군요." 몰텐이 말했습니다.
"무서운 게 아니라 조심하는 거다. 이 꼬마가 나쁜 짓을 하지 않는 다고 약속하면 오늘 밤만은 함께 있는 것을 용서하마."
기러기 떼는 앗카 대장의 명령대로 호숫가 얼음 위에서 잠을 자게 되었습니다. 몰텐은 마른 풀을 많이 모아다가 얼음 위에 깔고 그 위에 웅크리고 앉았습니다.
"자, 내 날개 밑에 들어가 주무셔요."
몰텐은 닐스를 커다란 날개로 감싸며 말했습니다. 닐스는 피로에 지쳐 어느 새 잠이 들었습니다. 



⊙ 여우의 공격

한밤중이었습니다. 몰텐이 별안간 푸드득 날아올랐습니다. 그 바람에 닐스는 얼음 위에 엉덩방아를 찧으며 떨어졌습니다. 수많은 기러기들도 소리를 지르며 날아올랐습니다. 분명 큰일이 벌어진 모양이었습니다. 닐스가 사방을 살펴보니 여우가 기러기 한 마리를 입에 물고 도망치는 게 보였습니다.
"기다려, 이 도둑놈아! 그 기러기를 놓아주지 못해!"
닐스는 고함을 지르며 쫓아갔습니다.
"흥, 내가 너 같은 꼬마를 무서워할 줄 알고?"
얌체 여우는 코웃음을 치며 숲 속으로 도망쳤습니다. 닐스는 끝까지 뒤쫓아가 여우의 꼬리를 꽉 붙잡았습니다.
"이놈아, 기러기를 놓아 줘!"
"아니, 이 꼬마가!"
여우는 꼬리에 매달린 꼬마가 귀찮아서 죽을 지경이었습니다. 그래서 기러기를 물고 있던 입으로 소리를 질렀습니다. 그 순간 기러기가 잽싸게 날아올라 호수로 도망쳤습니다.
"내 먹이를 네놈 때문에 놓쳤으니 대신 너라도 잡아먹어야겠다."
여우는 흰 이를 드러내며 으르렁거렸습니다.
"흥, 어디 잡아 먹어 보시지."
닐스는 꼬리에 매달려 빙글빙글 돌았습니다. 여우는 제 꼬리를 잡으려고 빙글빙글 돌았습니다. 그러다가 닐스는 옆에 있는 밤나무 위로 훌쩍 뛰어올라 빠르게 기어올라갔습니다. 그것도 모르고 여우는 계속 맴을 돌고 있었습니다.
"이봐, 이제 그 허수아비 춤은 그만 추시지."
닐스가 아래를 내려다보며 놀렸습니다. 그제야 여우는 나무 위의 닐스를 보고 이를 갈았습니다. 분해서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네놈을 꼭 잡아먹고 말 테다."
여우는 나무 밑에 쪼그리고 앉으며 말했습니다. 내려올 때까지 기다리겠다는 심보였습니다.닐스는 나무 위에서 밤을 새웠습니다.
이윽고 날이 밝았습니다. 해님이 환한 얼굴을 내밀고 세상을 밝게 비췄습니다. 그 때 기러기 한 마리가 비틀비틀 힘없이 날아 여우의 바로 옆으로 왔습니다. 여우는 얼씨구나 하고 기러기에게 덤벼들었습니다. 그러나 기러기는 잽싸게 하늘로 날아올랐습니다. 허탕을 친 여우는 엉덩방아를 찧으며 쓰러졌습니다.
그 때 또 한 마리의 기러기가 잡힐 듯 가까이 날아왔습니다. 조금 전의 기러기보다 더 힘이 없어 보였습니다.
"옳지, 이번에는 틀림없다."
여우는 몸을 날렸습니다. 그러자 이번에도 기러기는 멋지게 몸을 날려 하늘로 날아올랐습니다. 여우는 언 땅바닥에 뒹굴었습니다. 이렇게 열세 마리의 기러기가 번갈아 여우를 골려 주었습니다. 열네 번째에야 몰텐이 하얀 날개를 퍼덕이며 날아왔습니다. 몰텐도 여우를 골려 준 다음 닐스가 있는 나뭇가지에 사뿐히 내려앉았습니다.
"닐스, 정말 잘했어. 빨리 내 등에 올라타라."
여우는 지쳐서 나무 위의 닐스를 올려다보았습니다. 그러나 닐스는 이미 사라지고 없었습니다.

  기러기 대장 앗카는 닐스와 아주 친해졌습니다. 기러기를 살려 준 그 날부터 앗카는 닐스를 좋아했습니다. 얼마 후 기러기 떼는 호수를 떠났습니다. 이번에는 그림밍게라는 유명한 성이 있는 곳으로 옮겨갔습니다.
어느 날, 학의 심부름꾼이 날아와 기러기 떼를 학춤 잔치에 초대하였습니다. 아름다운 학의 춤을 보게 되었다며 기러기들은 좋아하였습니다.
학의 심부름꾼은 사람은 절대로 올 수 없다고 잘라 말했습니다.닐스는 풀이 죽어서 혼자 호숫가에서 풀피리를 불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우연히 건너편 기슭을 본 닐스는 깜짝 놀랐습니다. 수천 마리의 잿빛 쥐가 마치 강물처럼 성쪽으로 다가가는 것을 본 것입니다.
"시궁쥐란 놈이 성을 습격할 모양이구나."
언제 왔는지 뒤에서 앗카의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앗카는 옛날부터 이 땅에는 까만 쥐만 살았다고 했습니다. 그랬는데 1백 년쯤 전에 시궁쥐 부부가 다른 나라의 배에 숨어서 이 곳으로 왔다고 했습니다.잿빛 시궁쥐는 새끼를 낳고 또 낳아 엄청난 무리로 불어났습니다. 시궁쥐는 싸움을 좋아했습니다. 그래서 마침내 까만 쥐에게 싸움을 청했습니다.
까만 쥐는 얌전하고 점잖았지만, 잿빛 시궁쥐의 세력에 밀려 조금씩 조금씩 그들이 살던 땅을 빼앗겼습니다. 이제는 사람이 살지 않는 그림밍게 성만이 까만 쥐의 마지막 영토였습니다. 그런데 잿빛 시궁쥐는 그 성마저 빼앗으려고 하는 모양이라며 앗카는 한숨을 쉬었습니다.그 때 학이 한 마리 날아왔습니다.
"아무래도 성을 시궁쥐에게 빼앗기고 말 모양이야. 무슨 방법이 없을까?"
학이 말했습니다. 그 학은 성의 지붕 위에 살고 있는 까만 쥐와는 아주 친한 사이였습니다.
"성이 튼튼하고,까만 쥐 용사들이 지키고 있는데 쉽게 점령될 까닭이 없을 텐데."앗카가 대답했습니다.
"그렇다면 얼마나 좋겠어! 하지만 까만 쥐들은 내일 열리는 학춤 잔   치에 초대를 받아 벌써 떠나 버리고 지금은 늙은 쥐 몇 마리만 남았  단 말야. 그것을 알고 시궁쥐가 습격해 온 거야."
"그렇다면 큰일이군. 우리가 도와 줘야 되겠어."
앗카가 대꾸했습니다. 그 말에 학이 껄껄 웃었습니다. 이빨도 발톱도 없는 기러기가 어떻게 쥐와 싸울 수 있겠느냐고 비웃는 듯했습니다.
"우리 편에는 닐스가 있으니까 무슨 좋은 수가 있을 거야."
앗카가 기분 나쁜 듯이 말했습니다. 학은 닐스를 흘긋 쳐다보고는 더욱 큰 소리로 웃었습니다.
"이런 꼬마가 무슨 도움이 된다고. 그래, 어디 솜씨 좀 보여줘."
학은 여전히 믿지 못하겠다는 듯이 말했습니다.앗카는 닐스를 등에 태우고 학과 함께 성으로 날아갔습니다. 성의 지붕 위에는 학 부부와 부엉이 두 마리, 늙은 고양이, 그리고 열두 마리의 늙은 쥐가 모여 있었습니다. 그들은 모두 떨고 있었습니다.
"너무 걱정 마시고 내가 시키는 대로 해요. 부엉이 영감님, 당신은 학춤 잔치에 가고 있는 까만 쥐들에게 이 사실을 알려 주셔요. 그리  고 부엉이 마님께선 룬드 시의 교회에 좀 다녀오셔요."
앗카가 작전을 세우고 부엉이 마님에게 해야 할 일을 일러주었습니다. 드디어 캄캄한 밤이 되었습니다. 잿빛 시궁쥐의 엄청난 무리가 성을 공격해왔습니다. 담을 넘어서 물밀듯 성으로 밀려왔습니다. 그러나 까만 쥐는 한 마리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겁쟁이 까만 쥐들이 싸울 생각도 않고 모두 도망쳤구나!"
1층부터 5층까지 샅샅이 뒤져 본 시궁쥐들이 말했습니다. 지붕 위는 살펴볼 생각도 하지 않았습니다. 


⊙ 시궁쥐를 내쫓다

시궁쥐들은 먹을 것을 쌓아 두는 방으로 몰려가 축하 잔치를 벌였습니다. 그 때 정원에서 피리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너무도 아름답고 마음을 끄는 피리 소리였습니다. 그 소리에 정신을 잃은 잿빛 시궁쥐들이 하나 둘 밖으로 빠져나갔습니다. 나중에는 떼를 지어 밖으로 나갔습니다. 정원에는 달빛을 받으며 한 난쟁이 소년이 뿔피리를 불고 있었습니다.
난쟁이 소년은 피리를 불며 걷기 시작했습니다. 밖으로 쏟아져 나온 잿빛 시궁쥐 떼는 넋을 잃고 소년의 뒤를 따라갔습니다.난쟁이 소년을 선두로 길고 긴 시궁쥐의 행렬이 성문을 빠져나갔습니다. 난쟁이 소년은 성문을 나서 들판으로 계속 피리를 불며 걸어갔습니다.
날이 훤히 밝을 무렵에는 행렬은 성에서 아주 먼 들판까지 나왔습니다. 그 즈음 성에는 연락을 받은 까만 쥐 용사들이 급히 되돌아왔습니다. 이제는 안심해도 좋았습니다. 학이 들판을 걸어가는 닐스를 데리러 날아왔습니다.
"참 잘 했어, 닐스. 정말 고마워! 오늘 밤 우리 학춤 잔치에 꼭 와 줘."
학이 닐스를 등에 태우며 말했습니다. 닐스가 불어서 잿빛 시궁쥐를 모조리 끌어 낸 뿔피리는 룬드 시의 교회 벽에 걸렸던 것입니다. 앗카가 그 피리의 신통한 소리를 알고 부엉이 마님에게 가져오게 했던 것입니다.
학춤 잔치는 정말 굉장했습니다 서쪽 바닷가의 넓은 풀밭에서 1년에 한 번밖에 열리지 않는 잔치였습니다.
학춤 잔치에 많은 동물이 초대되었습니다. 거기서는 누구도 거친 행동을 해서는 안 된다는 엄한 규칙이 있었습니다. 이 즐거운 모임에 말썽쟁이 여우가 몰래 끼여들었습니다. 닐스와 기러기 떼에게 골탕을 먹은여우였습니다. 그 여우는 앙갚음을 하려고 별렀습니다. 잔치 중에 여우는 갑자기 기러기 한 마리에게 덤볐습니다. 그러나 곧 동물들에게 붙잡혔습니다. 소식을 들은 여우 대장은 불같이 화를 내며 얌체 여우의 오른쪽 귀를 물어서 잘라 버렸습니다.
"네놈은 우리 식구가 아니다! 썩 꺼져!"
여우는 결국 쫓겨나야 했습니다 여우는 분해서 이를 갈았습니다.
"꼭 원수를 갚고 말 테다."
여우는 울부짖었습니다.


⊙ 뒤쫓아다니는 여우

기러기 일행은 다시 북쪽으로 여행을 계속했습니다. 그러다가 큰 강가의 모래밭에 내려앉았습니다. 그 곳까지 귀가 잘린 여우가 따라왔습니다.여우는 강 기슭 벼랑위에서 이를 갈았습니다. 가파른 벼랑 때문에 가까이 갈 수가 없는 게 분했습니다.
그 때 족제비 한 마리가 나타났습니다. 족제비는 아무리 가파른 벼랑이라도 평지처럼 기어다닐 수 있었습니다.
여우는 족제비를 꾀어 기러기 떼를 습격하게 했습니다. 족제비가 벼랑 아래로 잽싸게 내려갔습니다.
'곧 큰 소동이 일어나겠지, 후후…….'
여우는 벼랑 위에 누워 웃고 있었습니다 그 때 '꽥'하는 족제비의 비명소리가 들렸습니다. 얼마 후 족제비가 머리에 피를 흘리며 나타났습니다.
"이 나쁜 여우야, 넌 왜 저 곳에 이상한 꼬마가 있다는 말을 하지 않았어? 내가 살금살금 기어가는데 그 녀석이 돌멩이로 내 머리를  꽝 때리지 않겠니. 아이구 아파, 아야야……."
"쳇, 또 당했군."
여우는 족제비에게 미안하다는 인사말도 없이 껑충껑충 기러기의 뒤를 쫓기 시작했습니다.
강물이 커다란 폭포수로 떨어지는 벼랑 밑 바위 위에 기러기 떼가 날아 내렸습니다. 여우가 도저히 가까이 갈 수 없는 곳이었습니다.
그 때 물고기를 입에 물고 올라오는 수달을 만났습니다. 여우는 또 수달을 꾀어서 기러기를 습격하게 했습니다.
'이번에는 잘 되겠지.'
여우는 기러기를 입에 문 수달이 돌아오기를 기다리며 빙그레 웃었습니다.
"꽤액!"
이번에도 수달의 비명소리가 들려왔습니다. 그런 얼마 후 수달이 다리를 절룩거리며 나타났습니다.
"내가 바위까지 헤엄쳐 갔더니 이상하게 생긴 꼬마가 뾰족한 창으로  내 앞발을 콱 찔렀어."
수달도 여우를 원망했습니다. 이번에도 허탕이었지만 여우는 단념하지 않고 기러기 떼를 뒤쫓았습니다.
기러기 떼는 바닷가 빈 집의 2층 난간에서 잠을 자게 되었습니다. 여우는 마당까지 따라와서 기러기 떼와 닐스를 괴롭혔습니다.
"야, 이 비겁한 놈아! 네놈이 족제비와 수달을 꾀어 우리를 공격하게 했지?"
대장 앗카가 화가 나서 소리쳤습니다.
"그래, 내가 했다. 내가 너희들을 잡고 말 거야! 그렇지만 그 꼬마를  내게 넘겨주면 더 이상 괴롭히지 않으마."
"나쁜 자식, 닐스는 우리의 다정한 친구야. 목숨을 걸고라도 지켜 줄 테다."
"흥, 그래? 그렇다면 할 수 없지. 곧 후회하게 될 거야."
여우는 그 말을 남기고 어디론가 가버렸습니다.
'앗카는 목숨을 걸고 나를 지키겠다고 했다. 나도 목숨을 걸고 이들을 지킬 테다.'
기러기 떼를 지키며 닐스는 굳게 결심했습니다. 


⊙ 계속되는 모험

다음 날, 기러기들은 바닷가에서 가까운 섬으로 갔습니다. 여우가 섬까지는 따라올 수 없어 안심했습니다.
닐스는 그 곳에서 다리를 다쳐 혼자 떨어져 있는 아가씨 기러기를 치료해 주었습니다. 이름이 돈핀이라는 처녀 기러기는 닐스와 몰텐을 좋아해서 기러기 떼에 끼었습니다.며칠 동안 섬에서 쉰 앗카는 다시 섬을 떠났습니다.
바다를 날고 있는데 갑자기 폭풍우가 휘몰아쳤습니다.기러기 떼는 간신히 작은 섬을 발견하고 모두 그 곳으로 피했습니다 기러기 떼들은 벼랑 위에 동굴이 있는 것을 보고, 동굴 속에서 폭풍우를 피하기로 했습니다.
기러기들이 동굴로 들어서 보니 이미 열다섯 마리의 양이 먼저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죄송합니다. 폭풍에 쫓겨 찾아들었는데 하룻밤 재워 주십시오."
앗카가 양들에게 공손하게 부탁했습니다.
"자는 것은 괜찮지만 여우가 나타나 해칠까 두렵군요."
양의 우두머리가 한숨을 쉬며 말했습니다. 지난 겨울 바다가 얼었을 때 여우 세 마리가 섬으로 건너 왔는데 그 여우들이 섬을 돌아다니며 온갖 못된 짓을 한다고 했습니다.
"우리 양들이 많이 잡아 먹혔습니다. 언제 우리도 그 꼴이 될지 모릅니다."
양의 두목이 한숨을 쉬었습니다. 그 말을 듣고 앗카는 무슨 좋은 수가 없겠느냐는 듯 닐스를 돌아보았습니다.
"양님들, 당신들은 그 멋진 뿔이 있잖아요! 없는 것은 용기입니다.    내가 시키는 대로 하시면 여우를 물리칠 수 있어요."
닐스가 자신있게 말했습니다. 그런 후 뿔로 여우를 공격하는 법을 가르쳤습니다.
폭풍우가 멎고 달이 얼굴을 내밀었습니다. 그러자 여우 세 마리가 벼랑으로 올라오는 게 보였습니다. 닐스는 동굴로 돌아와 우두머리 양의 등에 올라탔습니다.
"내가 하라는 대로 하세요. 겁을 내면 안돼요."
여우 세 마리가 살금살금 동굴로 들어섰습니다.
"자, 돌격!"
닐스가 명령했습니다. 머리를 앞으로 바싹 숙인 양들이 입구로 내달았습니다.
"팍!"
양들의 뿔에 느닷없이 들이 받힌 여우들이 비명을 지르며 아래로 떨어졌습니다. 싸움은 아주 싱겁게 양들의 승리로 돌아갔습니다.
"어떻습니까? 꼬마 닐스는 우리의 보배랍니다."
앗카가 잔뜩 뻐기며 말했습니다. 그 날 밤 닐스는 양의 푹신한 털에 파묻혀 모처럼 기분 좋게 잠을 잤습니다. 


⊙ 독수리를 타고

어느덧 봄이 되었습니다. 기러기들은 북으로 여행을 계속 했습니다.
이곳은 스톡홀롬, 스웨덴에서 가장 크고 아름다운 도시입니다. 넓은 공원에는 훌륭한 동물원이 있었습니다.
어느 날, 동물원에서 일하는 클레멘 영감님이 굉장한 선물을 받았습니다. 사냥꾼 친구가 가져온 선물이었습니다.
"날아가는 기러기 떼를 향해 총을 쏘았더니 기러기는 맞지 않았는데  이 난쟁이가 떨어져 물에 풍덩 빠지더군. 기러기 등에서 낮잠을 잔  모양이오."
난쟁이를 선물 받은 클레멘 영감님은 닐스를 톰테의 친구로 생각했습니다
"톰테의 친구야, 다시는 사람에게 붙잡히지 말아라. 알겠지?"
클레멘 영감님은 난쟁이 소년을 공원에 놓아 주었습니다. 닐스는 공원에 앉아 하늘을 올려다보며 생각에 잠겼습니다.
'앗카와 몰텐은 내가 물에 떨어져 죽은 줄 알 거야. 무척 슬퍼하면서  여행을 계속하고 있겠지.'
그런데 동물원의 우리 속에 깜짝 놀랄 녀석이 갇혀 있었습니다. 오른쪽 귀가 잘린 여우였습니다. 여우는 곧 먼 섬으로 팔려갔습니다. 이제는 영영 여우를 겁낼 필요가 없어졌습니다.
이윽고 동물원에서 닐스의 친구가 생겼습니다. 골고라는 독수리였습니다. 골고와 이야기를 하던 중 닐스는 골고가 앗카 대장을 부모님처럼 그리워하는 것을 알았습니다.
"케브네카이세 산에서 태어나 부모님을 잃었는데 앗카님이 나를 불쌍히 여겨 먹이를 구해 줬단다. 그 덕에 내가 이렇게 자랐지."
골고의 말을 듣고 닐스는 지금까지 앗카와 함께 여행한 이야기를 들려 주었습니다.
"오, 내가 갇혀 있지만 않으면 너를 앗카님에게 데려다 줄 텐데."
골고는 한숨을 쉬었습니다. 그 날 밤, 닐스는 쇠를 자르는 줄을 구해와 골고가 갇혀 있는 우리의 그물을 잘라 큼직한 구멍을 뚫었습니다.
"오오, 살았구나!"
골고는 닐스를 태우고 바람을 가르며 하늘로 날아올랐습니다. 골고는 곧바로 케브네카이세 산을 향해 날아갔습니다. 해마다 그맘 때쯤이면 앗카가 그 곳에 도착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닐스, 저길 봐. 우리는 벌써 케브네카이세 산에 다 왔어."
며칠 동안의 여행 끝에 독수리 골고가 소리쳤습니다. 그 곳은 일 년 중 반 년은 눈과 얼음에 덮여 있었습니다. 하지만 짧은 여름 동안은 푸른 풀과 나무와 아름다운 꽃이 가득했습니다. 그래서 앗카 대장은 그 곳을 보금자리로 삼곤 했습니다.싸늘한 아침 공기를 헤치며 골고는 높은 바위산으로 올라갔습니다. 풀 그늘에 새하얀 것이 보였습니다.
그것은 덜 녹은 눈이 아니라 몰텐이었습니다.
"여어이, 잠꾸러기 몰텐아!"
닐스는 소리쳤습니다. 그러나 너무 높아서 그 소리가 몰텐이 있는 곳까지 닿지 않았습니다.
골짜기가 내려다보이는 높은 언덕에 앗카가 망을 보고 있었습니다.
"앗카, 안녕! 꼬마가 왔어요!"
닐스는 골고의 등에서 손을 흔들며 소리쳤습니다. 그 소리에 앗카는 너무 놀라고 반가워 하마터면 골짜기 아래로 굴러 떨어질 뻔했습니다. 너무 기뻐서 아무 소리도 나오지 않았습니다.기러기들이 몰려왔습니다.
몰텐과 돈핀도 소리를 지르며 날아왔습니다. 그들은 다시 한패가 되었습니다.


⊙ 그리운 집으로

여름이 지나갔습니다.닐스는 얼음과 빙하를 구경하며 즐겁게 지냈습니다. 그렇지만 문득 집이 그리워지고 아버지, 어머니가 보고 싶었습니다.
'아버지, 어머니는 지금 무얼 하고 계실까? 내가 없어져서 슬퍼하시 겠지! 나도 함께 살고 싶지만 난쟁이가 되었으니…….'
이런 생각을 하다가 닐스는 저도 모르게 눈물을 흘렸습니다. 10월이 되어 기러기들이 다시 남쪽으로 이사할 날이 왔습니다.
새끼가 스물 두 마리나 태어나 식구가 갑절이나 불어났습니다 몰텐과 돈핀도 부부가 되어 새끼를 낳았습니다.
"자, 남쪽으로 떠난다!"
앗카가 맨 먼저 하늘로 날아오르며 명령했습니다. 기러기들은 일제히 하늘로 날아올랐습니다. 닐스를 등에 태운 몰텐도 가볍게 공중으로 치솟았습니다. 남쪽으로 날아가는 동안에도 갖가지 신나는 일이 있었습니다. 아슬아슬한 모험도 많이 했습니다.
드디어 기러기들은 닐스의 고향 근처까지 왔습니다.
늪앞에서 쉬고 있는데 앗카가 닐스에게로 왔습니다.
"날씨가 좋으니 내일 우리는 바다를 건너 좀더 남쪽으로 갈 거야.    그런데 너는 어쩔래?"
닐스는 고개를 푹 숙였습니다. 기러기들과 헤어지는 게 마음 아팠습니다. 그렇지만 고향을 또 떠난다는 것은 더 마음이 아팠습니다. 그래서 대답하지 못하고 눈물만 흘렸습니다.
"네 마음 알겠어. 내가 업어다가 네 집으로 데려다 주마. 난쟁이가 되었다고 해도 아버지, 어머니를 잊을 수 없을 거야."
"고마워, 앗카."
닐스는 눈물을 흘리며 앗카의 등에 탔습니다. 이윽고 닐스는 돌담 위에 내려섰습니다. 화창한 봄 일요일에 닐스가 여행을 시작했던 바로 그 돌담이었습니다.
"나는 늪으로 가겠어. 만약 우리와 계속 여행할 마음이면 내일 아침   늪으로 나와. 여기 있다가는 총에 맞을 테니 떠나겠어."
앗카가 말했습니다..
"응, 그렇게 할게."
닐스는 앗카를 배웅했습니다. 


닐스의 집은 가을 햇살에 묻힌 채 조용했습니다.
그 곳에는 어쩐 일인지 황소가 한 마리만 매여 있었습니다.
"어떻게 된 걸까? 세 마리는 어디로 갔담."
황소는 중얼거리는 닐스를 흘긋 바라보았습니다.
"흥, 심술쟁이, 게으름뱅이, 못된 녀석 같으니라고……."
이렇게 말하다 말고 황소는 입을 다물었습니다.
닐스가 비록 난쟁이지만, 어찌된 일인지 무척 씩씩하고, 마음씨가 착한 사람으로 보였던 것입니다.
황소는 자기도 모르게 다시 말했습니다.
"어이쿠 도련님, 참 잘 오셨습니다. 도련님이 없어진 후로 줄곧 나쁜  일만 생겨 집이 무척 가난해졌답니다. 그래서 저만 남게 되었어요."
그 때 안마당에서 어머니의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여보, 몰텐이 돌아왔어요! 귀여운 암기러기와 새끼를 일곱 마리나 데리고 왔어요. 어서 나와 보셔요!"
몰텐도 집이 그리워 지금은 자기 부인이 된 돈핀과 아기들을 데리고 왔다가 들킨 모양입니다.
"이상한 일도 다 있군."
아버지의 목소리도 들렸습니다. 그런데 그 뒷말이 좋지 않았습니다.
"불쌍하지만 이것들을 시장에 내다 팔아야 되겠소. 우선 몰텐부터 잡읍시다."
그러나 잡히지 않으려고 푸드덕거리는 소리와 함께,
"닐스, 살려 줘요!"
하는 몰텐과 돈핀의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안돼요! 거위를 죽이면 안돼요! 제발 부탁이니 몰텐을 살려 주세요!"
닐스는 그 쪽으로 달려가며 고함을 질렀습니다.
그 때, 이상한 일이 생겼습니다. 톰테의 마법이 풀린 것입니다.
심술쟁이 장난꾸러기가 아닌 씩씩하고 훌륭한 소년 닐스가 원래의 모습으로 커진 것입니다.
"오오, 닐스야……."  "엄마, 아빠!"
닐스는 어머니와 아버지 품에 번갈아 안기며 울음을 터뜨렸습니다.
어머니 아버지도 눈물을 흘렸습니다.
다음 날 아침, 닐스는 늪가로 나갔습니다.
앗카만은 소년이 난쟁이 닐스라는 것을 알아보았습니다.
닐스는 앗카를 안고 눈물을 흘렸습니다.
"정말 고마웠어. 너희들을 잊지 않을 거야. 너희들도 잊지 말아 줘."
앗카도 뭐라 말을 했지만 서로 알아들을 수가 없었습니다.
마법이 풀리면서 동물들의 말을 알아듣지 못하게 된 때문입니다.
기러기들은 하늘 높이 날아올랐습니다.
닐스는 기러기 떼들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손을 흔들며 서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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