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쥐와 도사 / 인도 우화
by 송화은율생쥐와 도사 / 인도 우화
깊은 산 속에, 어떤 도사가 혼자 앉아서 '큰 것'과 '작은 것'에 대해 곰곰이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 때 갑자기 작은 생쥐 한 마리가 도사 앞을 획 지나갔습니다.
그 생쥐는 솔개에게 쫓기고 있었던 것입니다.
솔개가 생쥐를 날카로운 발톱으로 낚아채려는 순간, 도사가 솔개를 잡아서 생쥐를 구해 주었습니다. 그리고 도사는 겁에 질려 있는 생쥐를 자기의 오두막집으로 데리고 가서, 먹을 것을 주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고양이가 나타났습니다. 수염을 빳빳이 치켜들고, 꼬리를 꼿꼿이 세운 고양이가 생쥐에게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또다시 도사는 생쥐의 목숨을 구해 주기 위해서 요술을 부렸습니다. 벌벌 떨고 있는 생쥐를 힘센 고양이로 둔갑시킨 것입니다.
그 날 밤, 도사가 안심하고 잠자리에 들려고 하는데, 숲에서 늑대들이 짖어 대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그러자, 그 전에 생쥐였던 고양이는 기가 죽어서 침대 밑으로 기어들어가 숨어 버렸습니다.
그래서 도사는, 이번에는 생쥐를 고양이보다 훨씬 큰 늑대로 다시 둔갑시켜 주었습니다.
다음 날, 생쥐에서 고양이로, 고양이에서 다시 늑대로 변한 그 생쥐가 숲 속을 돌아다니고 있을 때, 굶주린 호랑이 한 마리를 만났습니다.
다행히 도사가 늑대로 바뀐 생쥐 곁에 있어서, 그 늑대를 호랑이로 변하게 만들었습니다.
마침내 생쥐는 잘생기고 늠름한 호랑이가 되어 숲 속을 당당하게 돌아다녔습니다.
그런데, 생쥐였던 그 호랑이는 온종일 잘난 척하며 다른 작은 동물들을 업신여기기까지 하였습니다. 이를 본 도사가 호랑이를 꾸짖었습니다.
"내가 아니었더라면, 너는 벌써 죽었을 것이다. 만일 살아남았다 하더라도, 너는 하찮고 조그마한 생쥐였어. 그러니 잘난 척 하며 다니지 마라. 알겠느냐, 이 어리석은 생쥐야!"
위험에 처했을 때마다 자기를 구해 준 도사의 은혜를 까맣게 잊어버린 호랑이는 너무 분하고 챙피해서 '내가 한때 생쥐였다는 것을 저 도사만 알고 있어……. 그러니 저 늙은이를 죽여 버려야겠다.' 라고 생각했습니다.
호랑이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도사는 이미 호랑이의 마음을 다 알아차리고 있었습니다. "에잇, 은혜도 모르는 녀석! 당장 숲으로 돌아가서 다시 생쥐가 되어라!"
도사의 말이 끝나자마자 위풍 당당하던 호랑이는 다시 초라한 생쥐로 돌아오고 말았습니다. 겁에 질린 생쥐는 숲 속으로 줄달음쳐 도망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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