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벨룽겐의 노래 (Das Nibelungenlied) / 작자 미상
by 송화은율니벨룽겐의 노래 (Das Nibelungenlied) / 작자 미상 / 허창운 옮김
제6장
군터가 어떻게 이젠란트로 가서 브룬힐트에게 구혼했는가
325
전혀 새로운 소식이 라인 강을 건너 그들에게 들려 왔답니다. 그 곳 어딘가에 많은 미녀들이 있다는 이야기였지요. 뛰어난 왕인 군터는 그녀들 중 하나를 골라 아내로 삼을 계획을 세웠습니다. 이러한 결심을 하자 영웅의 마음은 기쁨 때문에 몹시 두근거렸지요.
326
바다 건너 저편에 한 여왕이 성을 가지고 있는데, 아무튼 알려진 바로는 어떤 여인도 그녀와 비교될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즉 그녀는 한량없이 아름다웠으며, 그리고 그 밖에도 무시무시한 힘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었지요. 용감한 영웅이 나서서 그녀의 사랑을 얻고자 할 경우, 그는 그녀와 창던지기에서 우열을 다투어야 했었답니다.
327
그녀는 돌을 멀리 던질 수 있었고, 그러고 나서 굉장한 도약을 하여 그 돌을 뒤쫓아 뛸 수 있었습니다. 그녀의 사랑을 얻으려는 자는 언제나 이 세 가지 경쟁에서 그 여왕을 이겨야만 했었죠. 그가 만약 한 가지에서라도 실패하는 경우, 그는 목숨을 잃었다고 합니다.
328
그 처녀는 이미 그런 힘겨루기 시합들을 무수히 이겨 냈는데, 그런 이야기를 하인의 한 고귀한 기사가 들었던 것이고 그래서 그는 이제 모든 생각들을 아름다운 그녀에게로 향하게 했던 것입니다. 이런 이유로 해서 나중에는 많은 영웅들이 죽음을 당해야만 했지요.
329
그 때 라인의 왕이 말했습니다. "나에게 무슨 일이 생기건, 나는 강을 따라 그 바다까지 가서 브룬힐트에게로 항해해 갈 것이며, 그녀에 대한 사랑의 열정으로 내 생명을 걸겠노라. 만약 그녀가 내 아내가 되지 못한다면, 나는 내 목숨을 버릴 것이니라."
330
"저는 그런 일을 하지 마시라고 충고하고 싶습니다." 하고 그 때 지크프리트가 말했습니다. "그 여왕은 너무나 무서운 조건들을 내걸기 때문에 그녀의 사랑을 얻으려 애쓰는 사람은 그것을 위해 매우 값비싼 희생을 치르게 됩니다. 그 때문에 당신은 여행에 관한 생각을 영원히 머리에서 지워버리셔야 할 것입니다."
331
"이 경우에는" 하고 그 때 하겐이 말했습니다. "전하께서 지크프리트에게 당신과 함께 이 험난한 위험들을 헤쳐 나갈 것을 부탁하시기를 권고하옵니다. 그렇습니다, 저는 이것을 정말 전하께 조언드리옵니다. 왜냐 하면 그는 브룬힐트에 관해서 아주 정확히 알고 있기 때문이옵니다."
332
그러자 군터가 말했습니다. "고귀한 지크프리트여, 그 사랑스러운 처녀를 얻을 수 있도록 그대는 나를 도와 주겠소? 만약 그대가 내 청을 들어 줘서 그 사랑스런 여인이 나의 아내가 된다면, 나도 그대를 위해 명성과 생명을 다 바치겠소. 만약 그대가 그것을 원한다면 말이오."
333
그 때 지크문트의 아들인 지크프리트는 대답했습니다. "저에게 만약 고귀한 여왕이자 당신의 여동생인 크림힐트를 아내로 주신다면 저는 기꺼이 동의할 것이며, 그 힘든 과제에 대해서는 그 밖의 어떤 보상도 원하지 않을 것입니다."
334
"지크프리트여" 하고 군터가 말했습니다. "내 그것을 그대의 손에 쥐어 줄 것을 약속하겠소. 만약 아름다운 브룬힐트가 여기 이 나라에 온다면, 나는 그대에게 내 여동생을 아내로 줄 것이오. 그러면 그대는 아름다운 그녀와 함께 영원히 커다란 기쁨 속에서 살 수 있을 것이오."
335
그 고귀한 영웅들은 그것을 선서로써 맹세하였답니다. 하지만 그들이 브룬힐트를 라인으로 데려올 수 있기 전에 이미 그들의 어려움은 그것으로 인해 다만 커졌을 뿐이었죠. 심지어 나중에 그 용감한 자들은 엄청난 위험에 자신들이 내맡겨져 있음을 보게 되었던 것입니다.
336
지크프리트는 몸을 안 보이게 하는 마법의 망토를 가지고 가야만 했답니다. 그것은 그 용감한 영웅이 커다란 위험 속에서 '알베리히'라는 이름의 한 난쟁이로부터 빼앗았던 것입니다. 그 용감하고 막강한 영웅들은 이제 여행 준비를 하게 되었지요.
337
힘이 센 지크프리트는 마법의 망토를 입자마자 굉장한 힘을 갖게 되었답니다. 즉, 열두 용사의 힘이 자기 고유한 힘에 더 보태어졌지요. 마법의 술수로 그는 나중에 그 아름다운 여자를 얻을 수 있었던 것입니다.
338
게다가 누구나 그 마법의 망토를 입기만 하면, 다른 사람들 눈에 띄지 않고 원하는 일을 할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방법으로 그는 브룬힐트를 얻었지만, 역시 그에게는 결과적으로 그것이 너무나 값비싼 일이 되고 말았던 것입니다.
339
"그대 지크프리트 영웅이여, 내가 돛을 올리기 전에 나에게 말 좀 해 주구려. 우리가 그 바다로 나설 때, 충분히 영예를 획득하기 위해서는 브룬힐트의 나라에 다른 영웅들도 데리고 가는 것이 더 좋지 않겠소? 3만 명의 용사들은 아주 빨리 모을 수가 있을 것이오."
340
"우리가 아무리 많은 군사를 데리고 간다 할지라도" 하고 지크트리프가 이의를 제기했습니다. "그 여왕은 오만한 자신감에서 역시 모두를 다 죽이게 할 수 있다는 식으로 극단적인 공포를 마구 퍼뜨릴 것입니다. 아닙니다, 용감하고 뛰어난 영웅들이시여, 저는 여러분들에게 좀 더 나은 제안을 해 드리겠습니다.
341
우리들은 옛 영웅들처럼 라인강을 따라 내려갈 것입니다. 이제 누가 함께 갈 것인가를 당신께 말씀드리죠. 우리는 4명이 바다를 향해 돛을 올릴 것이고, 그 후 어떤 일이 우리에게 생긴다 하더라도 이런 방법으로 우리는 꼭 그 여인을 얻어 올 것입니다.
342
제가 동행자들 중 한 사람이며, 둘째는 당신이 될 것이고, 셋째는 하겐이요, 넷째는 용감한 당크바르트입니다. 이로써 우리는 이미 살아서 돌아오리라는 것이 보장되는 것이죠. 왜냐 하면 1000명의 장정들이라 하더라도 감히 우리를 섣불리 공격하지는 못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343
그 때 왕이 말했습니다 "우리가 떠나기 전에 나는 정말 브룬힐트의 왕궁에서 제대로 정장 차림이 되기 위해서는 어떤 옷을 입어야 하는지도 역시 알고 싶은데, 그러한 정보를 얻는다면 매우 기쁘게 생각하겠소. 제발 그것을 좀 말해 주오!"
344
"사람들이 일찍이 보았던 것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옷을 브룬힐트의 나라에서는 늘상 입는답니다. 사람들이 나중에 그것에 관해 이야기할 경우, 우리를 나쁘게 이야기하지 않도록 그 여주인 앞에서 훌륭한 옷을 입는 것이 우리의 도리일 것입니다."
345
그 때 그 훌륭한 영웅은 말했습니다. "그렇다면 나 스스로 나의 사랑하는 대비마마께 가서 그녀의 훌륭한 시녀들로 하여금 우리들이 입고 그 아름다운 처녀 앞에서 영예를 얻을 수 있는 옷을 만들게 함으로써 우리를 도와 주도록 간청해 보리다."
346
그 때 트론예의 하겐이 그다운 침착한 태도로 말했습니다. "전하께서는 왜 대비마마께 그런 일을 부탁하려 하시옵니까? 전하께서는 당신이 어떤 일을 계획하고 있는지를 전하의 누이동생에게 이야기하십시오! 그러면 그녀는 중요한 궁정 여행을 준비하는데 있어서 전하를 도울 수 있을 것이옵니다."
347
그래서 군터는 자신의 누이동생에게 자신과 영웅 지크프리트가 그녀를 심방하고 싶다는 말을 전하게 했지요. 그러자 그들이 오기 전에 이미 그 미녀는 가장 세련된 옷을 입고 있었답니다. 왜냐 하면 그녀는 그 용감한 남자들이 오는 것을 매우 기쁜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지요.
요점 정리
지은이 : 작자 미상 / 허창운 옮김
갈래 : 영웅 서사시(1200년경에 쓰인 작자 미상의 영웅 서사시)
성격 : 영웅적, 비극적, 서사적, 전기적, 낭만적, 환상적
제재 : 민족 이동기의 역사적 상황, 기사들의 사랑
배경 :
시간 - 4세기 말 게르만 족 대이동시
공간 - 독일
구성 : 1부가 19장, 2부가 20장으로 구성된 총 39장의 대작이다.
1- 3장 : 크림힐트와 지그프리트의 만남
8-10장 : 브린힐트와 군터의 만남
11-14장 : 크림힐트와 브린힐트의 갈등
15-16장 : 지그프리트를 하겐이 암살
17-19장 : 범인이 밝혀지고, 니벨룽의 보물이 라인 강에 수장됨
20-22장 : 크림힐트와 에첼의 혼인
23-28장 : 브르군트 인이 에첼을 방문
29-39장 : 브르군트 인과 훈족의 전쟁, 군터, 하겐, 크림힐트의 죽음
주제 : 지크프리트의 일생, 사랑을 얻기 위한 영웅들의 모험
특징 : 서양 중세 문학의 가장 특징적 장르인 영웅 서사시로서, 독일 민족의 민족성이 반영된 대표적인 작품이고, 복수의 연속으로 이어져 결국 비극에 이르는 영웅들의 이야기가 흥미롭게 형상화된 작품이다. 구연(口演)에 적합한 운율과 희곡적 구성 방식을 취함
출전 : 니벨룽겐(Nibelungen)의 노래
줄거리 : 줄거리는 제1부가 〈지크프리트(Siegfried)의 죽음〉, 제2부는 〈크림힐트의 복수〉로 되어 있다. 제1부의 서두에서, 부르군트족의 왕 군터의 누이동생인 크림힐트가 불길한 꿈을 꾼다. 이 꿈은 훗날 자기 남편이 될 사랑하는 기사를 여의는 꿈이다. 크림힐트가 미인이라는 소문을 듣고, 네덜란드 왕자 지크프리트가 보름의 성을 방문하게 된다. 지크프리트는 전에 니벨룽이란 소인족(小人族)을 정복하였을 때 보물을 얻었는데, 당시 그 보물을 지키고 있던 용(龍)을 퇴치할 때, 그 용의 피를 뒤집어쓰고 불사신(不死身)의 영웅이 되었으나, 다만 등의 일부분에 보리수 나뭇잎이 붙어 있어서 피가 묻지 않아, 거기가 유일한 약점이었다.
그런데 지크프리트는 약 1년 가까이 그 곳에 머물다가 겨우 크림힐트를 만날 수 있게 된다. 한편 보름의 성주(城主)인 군터는 이젠란트의 여왕인 브룬힐트에게 구혼하고 싶었지만, 그녀는 무예로써 겨루어 자기를 이기는 남자가 아니면 결혼하지 않겠다고 하므로 자신이 없었다. 그는 손님인 지크프리트에게 도움을 청하고, 만일 일이 잘 되면 자기 누이동생을 왕비로 주겠다고 약속한다. 지크프리트는 니벨룽의 보물을 이용하여 몸을 숨기고 군터를 몰래 도와 브룬힐트를 이기게 하여 줌으로써 두 쌍의 부부가 출현하게 된다.
그 후 10년 만에 지크프리트 부부는 보름을 다시 방문하게 되고, 이 때 크림힐트와 브룬힐트는 제각기 자기 남편을 자랑하다가 말다툼을 하게 된다. 이 말다툼의 결과로 결혼하기까지의 비밀이 폭로되고, 지크프리트는 브룬힐트의 원한을 사게 된다. 브룬힐트는 복수를 하기 위해 자기 남편의 부하인 하겐을 자기 편으로 끌어들이게 되고, 하겐 역시 평소에 지크프리트가 자기보다 강자(强者)라는 것에 질투심을 품고 있던 터라, 자기 주인에 대한 의무라는 구실로 그녀의 편이 되기를 약속한다. 하겐은 책략으로 지크프리트의 몸 중 꼭 한 군데에만 상처를 입힐 수 있다는 것을 알아내고, 2번째 간계로 뒤쪽에서 지크프리트를 암살한다. 그 후 크림힐트는 훈족의 왕인 에첼과 재혼하지만, 잠시도 복수를 잊지 않고 있던 그녀는 13년 후에, 자기 2번째 남편에게 부탁하여 친정 오빠와 그의 신하를 초청하여 한 사람도 남김없이 다 살해하여 복수에 성공한다. 그러나 그녀 자신도 늙은 영웅 힐데브란트에 의해 의분의 칼을 맞고 죽게 된다.(출처 : 동아대백과사전)
내용 연구
제6장
군터가 어떻게 이젠란트로 가서 브룬힐트에게 구혼했는가[독자의 호기심을 유도함]
325
전혀 새로운[뜻밖의] 소식이 라인 강[중부 유럽의 최대강, 독일의 상징]을 건너 그들에게 들려 왔답니다. 그 곳 어딘가에 많은 미녀들이 있다는 이야기였지요. 뛰어난 왕인 군터는 그녀들 중 하나를 골라 아내로 삼을 계획을 세웠습니다. 이러한 결심을 하자 영웅[군터]의 마음은 기쁨 때문에 몹시 두근거렸지요.[설레임에서 나온 반응]
326
바다 건너 저편에 한 여왕[브룬힐트]이 성을 가지고 있는데, 아무튼 알려진 바로는 어떤 여인도 그녀와 (미와 힘에 있어서)비교될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즉 그녀는 한량없이 아름다웠으며, 그리고 그 밖에도 무시무시한 힘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었지요[브룬힐트의 면모]. 용감한 영웅이 나서서 그녀의 사랑을 얻고자 할 경우, 그는 그녀와 창던지기에서 우열을 다투어야 했었답니다.[무예로써 이겨야 결혼할 수 있었으므로]
327
그녀는 돌을 멀리 던질 수 있었고, 그러고 나서 굉장한 도약을 하여 그 돌을 뒤쫓아 뛸 수 있었습니다. 그녀의 사랑을 얻으려는 자는 언제나 이 세 가지 경쟁[창던지기, 돌던지기, 도약후 달리기]에서 그 여왕을 이겨야만 했었죠. 그가 만약 한 가지에서라도 실패하는 경우, 그는 목숨을 잃었다고 합니다.[그녀와의 경쟁에서 이기는 것은 아름다운 아내를 얻기 위해서 거쳐야 하는 통과의례라고 볼 수 있다. 이와 같이 영웅 서사시에는 목표의 성취를 이루기 위해 기꺼이 감수해야 하는 고난 극복의 고난 극복의 모티브가 설정되어 있다.]
328
그 처녀는 이미 그런 힘겨루기 시합들을 무수히 이겨 냈는데[많은 영웅들이 도전이 실패함], 그런 이야기를 하인의 한 고귀한 기사가 들었던 것이고 그래서 그는 이제 모든 생각들을 아름다운 그녀[부룬힐트]에게로 향하게 했던 것입니다. 이런 이유로 해서 나중에는 많은 영웅들이 죽음을 당해야만 했지요.[이 작품에서 서술자는 이야기에 직접 개입하여 뒷날 인물들에게 일어날 일에 대해 미리 암시를 하고 있다. 이와 같은 전지적 서술은 335, 337, 338절에도 나타난다. 서건의 비극성에 대한 복선]
329
그 때 라인의 왕[군터]이 말했습니다. "나에게 무슨 일이 생기건, 나는 강을 따라 그 바다까지 가서 브룬힐트에게로 항해해 갈 것이며, 그녀에 대한 사랑의 열정으로 내 생명을 걸겠노라.[부룬힐터에 대한 군터의 도전 의지] 만약 그녀가 내 아내가 되지 못한다면, 나는 내 목숨을 버릴 것이니라."[사랑을 얻기 위한 군터의 열정]
330
"저는 그런 일을 하지 마시라고 충고하고 싶습니다.[도전의 위험성 때문에]" 하고 그 때 지크프리트가 말했습니다. "그 여왕은 너무나 무서운[목숨에 관계된] 조건들을 내걸기 때문에 그녀의 사랑을 얻으려 애쓰는 사람은 그것을 위해 매우 값비싼 희생[죽음]을 치르게 됩니다. 그 때문에 당신은 여행에 관한 생각을 영원히 머리에서 지워버리셔야 할 것입니다."[청혼 계획의 단념 촉구]
331
"이 경우에는" 하고 그 때 하겐[군터의 부하로 나중에 지크프리트를 암살함]이 말했습니다. "전하께서 지크프리트에게 당신과 함께 이 험난한 위험들을 헤쳐 나갈 것을 부탁하시기(주체 : 군터)를 권고하옵니다(주체 : 하겐). 그렇습니다, 저는 이것을 정말 전하께 조언드리옵니다. 왜냐 하면 그[지크프리트]는 브룬힐트에 관해서 아주 정확히 알고 있기 때문이옵니다."[하겐이 군터에게 지크프리트의 개입을 유도함]
332
그러자 군터가 말했습니다. "고귀한 지크프리트여, 그 사랑스러운 처녀[브룬힐트]를 얻을 수 있도록 그대는 나를 도와 주겠소? 만약 그대가 내 청을 들어 줘서 그 사랑스런 여인이 나의 아내가 된다면, 나도 그대를 위해 명성과 생명을 다 바치겠소. 만약 그대가 그것을 원한다면 말이오."[성공에 대한 대가의 제시]
333
그 때 지크문트의 아들인 지크프리트는 대답했습니다. "저에게 만약 고귀한 여왕이자 당신의 여동생인 크림힐트를 아내로 주신다면[협조에 대한 유일한 조건] 저는 기꺼이 동의할 것이며, 그 힘든 과제[부룬힐트를 이기는 일]에 대해서는 그 밖의 어떤 보상도 원하지 않을 것입니다."
334
"지크프리트여" 하고 군터가 말했습니다. "내 그것[지크프리트와 크림힐트의 결혼]을 그대의 손에 쥐어 줄 것을 약속하겠소. 만약 아름다운 브룬힐트가 여기 이 나라에 온다면[부룬힐트가 내 아내가 된다면, 부르군트의 왕인 군터는 미색의 여왕 브룬힐트에게 구혼하려 하지만, 그녀의 사랑을 얻기 위해서는 세 가지의 시합에서 이겨야만 하고, 만약 지게 되면 생명을 바쳐야만 한다. 그래서 지크프리트에게 도움을 청하는 장면이다.], 나는 그대에게 내 여동생을 아내로 줄 것이오[브룬힐트를 얻도록 도와 주면, 여동생을 아내로 맞게 해 줄 것이라는 약속]. 그러면 그대는 아름다운 그녀[군터의 여동생인 크림힐트]와 함께 영원히 커다란 기쁨 속에서 살 수 있을 것이오."
335
그 고귀한 영웅[지크프리터와 군터]들은 그것을 선서로써 맹세하였답니다. 하지만 그들이 브룬힐트를 라인으로 데려올 수 있기 전에 이미 그들의 어려움은 그것[서로 간에 한 약속]으로 인해 다만 커졌을 뿐이었죠. 심지어 나중에 그 용감한 자들은 엄청난 위험[결국에는 복수심 때문에 모두 죽게 됨]에 자신들이 내맡겨져 있음을 보게 되었던 것입니다.[뒷날 군터의 아내가 되는 브룬힐트와 지크힐트와 지크프리트의 아내가 되는 크림힐트가 적대적 관계가 되어 비극이 발생하게 됨을 암시하고 있다.]
336
지크프리트는 몸을 안 보이게 하는 마법의 망토[지크프리트는 니벨룽겐 족의 보물을 지키던 용을 무찌르고 불사신의 용사가 되며, 그 때 망토도 얻게 됨]를 가지고 가야만 했답니다. 그것은 그 용감한 영웅이 커다란 위험 속에서 '알베리히'라는 이름의 한 난쟁이로부터 빼앗았던 것입니다. 그 용감하고 막강한 영웅[지크프리트와 군터]들은 이제 여행 준비[부룬힐트에 대한 도전]를 하게 되었지요.
337
힘이 센 지크프리트는 마법의 망토를 입자마자 굉장한 힘을 갖게 되었답니다. 즉, 열두 용사의 힘이 자기 고유한 힘에 더 보태어졌지요[망토가 가지고 있는 마력]. 마법의 술수[마법의 망토를 이용하여]로 그는 나중에 그 아름다운 여자[군터의 동생]를 얻을 수 있었던 것입니다.[뒷날 지크프리트가 마법의 망토를 사용하여 군터 왕을 도와 시합에 이기게 함으로써 자신도 크림힐트를 아내로 맞게 된 사실을 말하고 있다.]
338
게다가 누구나 그 마법의 망토를 입기만 하면, 다른 사람들 눈에 띄지 않고 원하는 일[망토의 신비함]을 할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방법으로 그는 브룬힐트를 얻었지만[마법의 망토를 이용해서 군터가 브룬힐트를 이기게 함], 역시 그에게는 결과적으로 그것이 너무나 값비싼 일[지크프리트의 암살을 암시함]이 되고 말았던 것입니다.[지크프리트는 니벨룽겐의 보물인 마법의 망토를 이용하여 자신의 몸을 안 보이게 함으로써 군터를 몰래 도울 수 있었다. 이처럼 지크프리트는 군터가 부룬힐트를 이기게 해 줌으로써 군터의 여동생을 아내로 맞이하게 되지만, 결국 브룬힐트의 복수심 때문에 브룬힐트에 의해 죽게 됨]
339
"그대 지크프리트 영웅이여, 내가 돛을 올리기 전에 나에게 말 좀 해 주구려[군터가 가지고 있는 불안감을 암시함]. 우리가 그 바다로 나설 때, 충분히 영예를 획득하기 위해서는[경쟁에서 이기려면] 브룬힐트의 나라에 다른 영웅들도 데리고 가는 것이 더 좋지 않겠소? 3만 명의 용사들은 아주 빨리 모을 수가 있을 것이오[군터가 다스리던 제국의 규모가 방대함을 알 수 있음]."
340
"우리가 아무리 많은 군사를 데리고 간다 할지라도" 하고 지크트리프가 이의를 제기했습니다. "그 여왕[브룬힐트]은 오만한 자신감에서 역시 모두를 다 죽이게 할 수 있다는 식으로 극단적인 공포를 마구 퍼뜨릴 것입니다[병사들에게 공포심을 불러 일으키려는 의도]. 아닙니다, 용감하고 뛰어난 영웅들이시여, 저는 여러분들에게 좀 더 나은 제안[이길 가능성이 높은]을 해 드리겠습니다.
341
우리들은 옛 영웅들처럼 라인강을 따라 내려갈 것입니다[정공법의 선택]. 이제 누가 함께 갈 것인가를 당신께 말씀드리죠. 우리는 4명[지크프리트, 군터, 하겐, 당크바르트]이 바다를 향해 돛을 올릴 것이고, 그 후 어떤 일이 우리에게 생긴다 하더라도 이런 방법으로 우리는 꼭 그 여인을 얻어 올 것입니다.[승리에 대한 확신]
342
제가 동행자들 중 한 사람이며, 둘째는 당신[군터]이 될 것이고, 셋째는 하겐이요, 넷째는 용감한 당크바르트입니다. 이로써 우리는 이미 살아서 돌아오리라는 것이 보장되는 것이죠.[자신감의 표출] 왜냐 하면 1000명의 장정들이라 하더라도 감히 우리를 섣불리 공격하지는 못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343
그 때 왕이 말했습니다 "우리가 떠나기 전에 나는 정말 브룬힐트의 왕궁에서 제대로 정장 차림이 되기 위해서는 어떤 옷을 입어야 하는지도 역시 알고 싶은데, 그러한 정보를 얻는다면 매우 기쁘게 생각하겠소. 제발 그것을 좀 말해 주오!"
344
"사람들이 일찍이 보았던 것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옷을 브룬힐트의 나라에서는 늘상 입는답니다. 사람들이 나중에 그것에 관해 이야기할 경우, 우리를 나쁘게 이야기하지 않도록 그 여주인 앞에서 훌륭한 옷을 입는 것이 우리의 도리일 것입니다."
345
그 때 그 훌륭한 영웅은 말했습니다. "그렇다면 나 스스로 나의 사랑하는 대비마마께 가서 그녀의 훌륭한 시녀들로 하여금 우리들이 입고 그 아름다운 처녀 앞에서 영예를 얻을 수 있는 옷을 만들게 함으로써 우리를 도와 주도록 간청해 보리다."
346
그 때 트론예의 하겐이 그다운 침착한 태도로 말했습니다. "전하께서는 왜 대비마마께 그런 일을 부탁하려 하시옵니까? 전하께서는 당신이 어떤 일을 계획하고 있는지를 전하의 누이동생에게 이야기하십시오! 그러면 그녀는 중요한 궁정 여행을 준비하는데 있어서 전하를 도울 수 있을 것이옵니다."
347
그래서 군터는 자신의 누이동생에게 자신과 영웅 지크프리트가 그녀를 심방하고 싶다는 말을 전하게 했지요. 그러자 그들이 오기 전에 이미 그 미녀는 가장 세련된 옷을 입고 있었답니다. 왜냐 하면 그녀는 그 용감한 남자들이 오는 것을 매우 기쁜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지요.[군터의 누이동생인 크림힐트는 이미 지크프리트와 사랑에 빠져 있었다. 따라서 그들이 오기를 기대하고 있었다.]
1. 주인공 '지크프리트'라는 인물에 대해 조사해 보자.
이끌어 주기 :
작품의 주인공이 어떤 인물인지는 작품의 전체 줄거리와 주제를 바탕으로 어느 정도 추리할 수 있다. 또한 작품 전체에 대한 해제를 통해서나, 인터넷 등을 활용하여 지크프리트에 대해 조사할 수 있다. 학생들이 지크프리트라는 인물에 대해 조사할 수 있는 방법은 이런 정도로 제시한다. 중요한 것은 그가 게르만 민족의 영웅이라는 점을 알아내어 발표할 수 있는가에 있으므로, 인물에 대한 조사를 하되 그의 인물됨에 대해 구체적으로 생각해 오라는 주문을 할 필요가 있다.
예시 답안 :
지크프리트 전설은 라인강 하류 지역의 프랑켄인 사이에서 발행하여, 7세기에는 스칸디나비아 지방으로 전파되었다. 이 북유럽 계통의 설화에 따르면, 지크프리트는 게르만 민족의 주신(主神) 오딘의 자손으로 되어 있다. 이 지크프리트가 널리 알려진 '니벨룽겐의 노래'의 주인공의 원형(原型)이다. '니벨룽겐의 노래'의 주인공인 지크프리트는 게르만 민족의 영웅 전설 가운데서 가장 빛나는 영웅이다. 말하자면 우리 나라 전설의 도깨비 감투 같은 것을 쓴 투명 인간으로서 동에 번쩍 서에 번쩍 하면서 자유자재로 싸워 이기는 영웅의 대명사이다.
니벨룽겐의 노래는 13세기 초경에 완성된 것으로서, 거기에는 5세기 훈족의 왕 아틸리아의 유럽 침입, 부르군트 왕국의 멸망, 그리고 지크프리트 전설 등이 섞여 있는데, 오래 전부터 민중 사이에 전해 내려온 설화가 소재이다.
지크프리트는 라인강 하류 지역에 있던 네덜란드의 왕자이다. 니벨룽겐족의 보물을 지키던 용을 무찌를 때, 그 용의 피로 전신을 적셔서 피부가 각질(角質)이 되어 불사신의 용사가 되었다. 당시 이젤란트(아이슬랜드)의 여왕 브룬힐트는 힘센 여장부로 알려졌다. 지크프리트는 그녀를 아내로 아내로 맞이할 것을 열망하던 군터를 도와 그의 결혼에 협력한 대가로 군터의 누이 동생 크림힐트와 결혼한다. 이런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부룬힐트 왕비는 크게 노하여 원한을 품고 있던 중, 군터의 신하인 하겐으로 하여금 지크프리트의 약점을 이용하여 암살케 한다. 지크프리트가 용의 피를 뒤집어 쓸 때, 양어깨 사이의 잔등 한곳만은 피가 닿지 않았는데, 이곳이 그의 유일한 약점이었던 것이다. 하겐은 간교로 지크프리트의 잔등에 나뭇잎을 붙인 다음 그곳을 창으로 찔러 죽임으로써 지크프리트는 비운의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2. '원탁의 기사', '아이반호', '트리스탄과 이졸데 이야기' 등 중세 서구에서는 기사(騎士)를 주인공으로 하는 작품이 많이 발표되었다. 그 이유에 대해 생각해 보자.
이끌어 주기 :
작품은 시대의 소산이라는 말이 있다. 이 점을 이 활동을 통해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짓이 중요하다. 중세 서구는 봉건 사회였다. 봉건 사회에서 기사는 영주의 신하로서 일정한 지위와 농토를 부여받았고 대신 영주를 호위하는 임무를 행하였다. 이런 점에 비추어 이 문제에 접근하도록 유도하는 짓이 필요하다.
예시답안 :
중세 서양의 사회·경제 체제에 근거하여 그 이유를 추리할 수 있다. 중세는 영주와 농노의 관계로 구성되는 봉건 제도를 사회·경제 체제로 하는 시대였다. 이 시기에 기사는 영주에게서 일정한 지위와 농토를 배정받고, 한편으로는 영주의 보호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하였다. 이와 같은 서명에 비추어볼 때, 기사는 영주와 농노에 비해 역동적인 활동을 할 수 있는 위치에 있었고, 이러한 점이 기사도 문학을 양산(量産)하게 한배경이 되었다고 한다.
귀향자 모티프와 선원 모티프
이 작품에서는 '귀향자 모티프'와 '선원 모티프'가 나온다. '일리아드'에는 분노의 모티프 하나밖에는 없는 데 비해 '오디세이아'의 모티프는 여러 가지이며 그 중에서도 특히 두 가지가 두드러진다. 그 중 하나는 귀향자 모티프이다. 어떤 사내가 젊어서 고향을 떠나 오랫동안 객지를 방랑하다가 천신만고 끝에 마침내 고향에 들어와서 아내의 구혼자들을 죽이고 다시 옛 권리를 회복한다는 모티프가 그것이다.
다음은 선원 모티프이다. 어떤 뱃사람이 항해 도중 풍랑을 만나 죽을 뻔하다가 구사일생(九死一生)으로 혼자 살아남아 온갖 신기한 경험을 하게 된다는 모티프는 해양 민족에게는 흔히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해양 민족의 경우 이 두 모티프는 쉽게 하나로 결합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오디세이아'가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형태를 갖게 된 것은 이 두 모티프가 '오디세이아'라는 인물을 통하여 트로이아 전설권과 관계를 맺음으로써 비로소 가능했던 것이다. 그밖에 '일리아드'에서는 사납고, 자제력이 없고, 굽힐 줄 모르고, 오직 불멸의 명성만을 추구하는 아킬레우스(Achilles)가 이상적인 인물로 그려져 있음에 비추어, '오디세이아'에서는 호메로스 당시에 이미 해상 무역을 장악하기 시작한 유연한 이오니아인들의 가치관이 어느 정도 반영되어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이해와 감상
4세기 말경 게르만 민족은 인구의 증가, 그리고 아시아족인 훈족의 압박을 받아 소위 게르만 민족의 대이동을 하였다. [니벨룽겐의 노래]는 민족 이동기의 이 역사적 상황을 배경으로 하여, 1200년경에 쓰인 작자 미상의 중세 독일의 영웅 서사시이다. 이 작품은 1부가 19장, 2부가 20장으로 구성된 총 39장의 대작이다.
1부에서는 부르군트 왕의 누이동생인 크림힐트와 네덜란드 왕자인 지크프리트의 결혼, 그리고 그 후에 벌어지는 지크프리트의 암살이 줄거리를 형성한다. 2부는 부르군트 족의 멸망 이야기이다. 즉, 크림힐트는 지크프리트의 암살에 대한 원수를 갚기 위해 훈족의 왕인 에첼과 결혼하고, 그의 도움으로 뜻을 이룬다. 그러나 잔인한 복수를 보고 한탄하는 왕의 신하에 의해 그녀 역시 죽게 된다. 이로써 부르군트는 니벨룽겐, 즉 죽음의 나라의 사람이 되고 만다.
이 작품에는 게르만 민족의 민족성이 잘 나타나 보인다. 영웅적이고 비극적인 삶 속에서 게르만인 특유의 철저성과 견인성, 그리고 그에 따르는 충성심과 정조 관념 등이 지극히 순수하고 소박하게 표현되어 있는 것이다. 한편 이 작품은 시 전체가 희곡적인 유기적 구조를 형성하고 있는 것이 특징적이다. 즉, 지크프리트의 암살이 원인이 되고, 마지막에 크림힐트의 복수가 결과를 이루는 인과 관계로써, 최후의 절정에 이르기까지 하나의 유기적인 극적 구조를 지니는 사건의 연쇄화 기법이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
후일 헵벨이 이 서사시를 가지고 거의 원형 그대로를 재현하면서 하나의 극으로 만들 수 있었던 것도 바로 이러한 특색에 근거한다 하겠다. (출처 : 한계전 외 4인 공저 '문학 교과서')
이해와 감상1
중세 독일의 영웅서사시. 독일 기사문학의 최대걸작일 뿐만 아니라 독일 고전문학의 최고봉으로 꼽히는 작품이다. 정확한 작품성립 연대와 작자는 알 수 없으나 1205년 무렵 도나우강의 지리에 밝은 오스트리아 기사나 음유시인에 의해 쓰여졌을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시의 형식은 이른바 <니벨룽겐 시절(詩節)>로, 4행씩 1시절을 이루고 그 각 행은 앞뒤 두 편으로 끊어져 있다. 모두 39가장(歌章)으로 이루어졌으며, 전반은 <지그프리트의 죽음>을, 후반은 <크림힐트의 복수>를 다루고 있으나 원전에서는 따로 구별되어 있지 않다.
〔내용〕
네덜란드의 왕자 지그프리트는, 라인강변 보름스에 성을 쌓고 있는 부르군트족의 왕 군터의 여동생 크림힐트가 미인이라는 말을 듣고 청혼을 하기 위해 찾아간다. 지그프리트는 일찍이 니벨룽겐이라고 하는 난장이족을 정복하고 많은 보물을 손에 넣었을 때, 보물을 지키고 있던 용을 물리치고 그 피를 전신에 묻혔기 때문에 살갗이 갑(甲)처럼 단단해져서 칼로 벨 수 없는 불사신이 되었으나, 등의 일부분에 보리수 잎이 떨어져 피가 묻지 않아 거기가 유일한 약점이 되었다. 그가 보름스에 머무르는 동안 색슨족이 침입해 오자 지그프리트는 이를 물리치고, 그 공으로 비로소 크림힐트와 만나는 것이 허락되었다. 한편 군터왕은 아이슬란드의 아름다운 여왕 브룬힐트와 결혼하기를 원했으나, 여왕은 자기와 시합하여 이기는 남자가 아니면 결혼하지 않겠다고 하였다. 자신이 없던 군터는 크림힐트와의 결혼을 허락하는 조건으로 지그프리트에게 도움을 청하였다. 지그프리트가 복면을 하고 신분을 바꾸어 브룬힐트와의 시합에서 이긴 뒤에 두 쌍의 결혼식이 행해졌다. 그러나 그날 밤에도 브룬힐트는 침실에서 남편의 힘을 시험하려 했으므로, 왕의 청탁을 받은 지그프리트는 또다시 왕 대신 그녀를 꺾어 뉘었다. 그때 무의식적으로 브룬힐트로부터 빼앗은 띠와 반지를 자기 아내에게 주었다. 일단 귀국한 지그프리트 부부는 10년 뒤에 다시 보름스를 방문하게 되었는데, 두 왕비는 각각 자기 남편 자랑을 하다가 마침내 말다툼을 하게 되었다. 크림힐트는 자기 남편이 군터를 능가한다는 증거로 띠와 반지를 보이고 군터의 비밀을 폭로하였다. 심한 굴욕감을 느낀 브룬힐트는 방에 틀어박혀 식음을 전폐했다. 그러자 군터의 충신 하겐은 왕과 짜고 지그프리트를 암살하기로 하고, 크림힐트를 속여 지그프리트의 약점을 알아내서는 사냥터에서 샘물을 마시고 있던 지그프리트의 등을 창으로 찔러 죽인다. 정성을 다해 남편의 장례를 치르고 난 크림힐트는 복수심에서 남편으로부터 결혼 선물로 받은 니벨룽겐의 보물을 많은 기사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그러나 그녀의 세력이 커지는 것을 두려워한 하겐은 그녀의 보물을 라인강에 던져 버렸다. 여기까지가 서사시의 전반이다. 훈족의 대왕 에첼(아틸라)은 죽은 왕비의 자리에 크림힐트를 앉히려고 한다. 크림힐트는 단지 복수하기 위해 에첼의 왕비가 되었다. 13년이 지난 어느날 왕비는 부르군트 일족을 성으로 초대하여 성대한 잔치를 베풀고, 복수를 꾀한다. 크림힐트는 포로가 된 오빠 군터왕의 목을 자르게 하고, 지그프리트를 죽인 원수 하겐은 자신이 죽여버린다. 그러나 크림힐트의 지나친 잔인성에 분개한, 궁정의 손님인 동(東)고트의 노장 힐데브란트에 의해 그녀 자신도 칼을 맞고 죽게 된다. 그 다음에는 혼자 남게 된 에첼과 수많은 부인들이 영웅들의 최후를 슬퍼하며 우는 장면이 이어진다. 이것이 《니벨룽겐의 재난》이다.
〔평가〕
이 작품의 전반은 북구 신화와 관련된 지그프리트와 브룬힐트에 관한 설화, 후반은 훈족에 의한 부르군트족 멸망이라는 역사적 배경을 이용한 것이다. 이 서사시는 기사시대에 성립되었으므로 대체로 그리스도교를 받드는 기사의 이야기로 되어 있으나, 소재는 옛 게르만 시대의 영웅 전설이므로 정신내용은 어디까지나 이교적인 무력 본위의 영웅주의이다. 전편의 구성은 놀라울 정도로 균형이 잘 잡혀 있고, 희곡적인 줄거리 전개로 이루어져 있다. 이 작품은 호메로스의 《일리아드》와 견줄만한 걸작으로 손꼽히며, 괴테는 <이 시는 국민이 어느 정도의 교양에 이르기 위해서는 반드시 알아야 하는, 없어서는 안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 작품을 기초로 쓴 헤벨의 희곡 《니벨룽겐》이 있고, 같은 소재를 사용한 것으로 바그너의 악극 《니벨룽겐의 반지》가 있다. 곽복록(출처 : 파스칼세계대백과사전)
이해와 감상2
1200년경 도나우 지방 태생의 이름을 알 수 없는 한 오스트리아 사람이 중세 고지(高地) 독일어로 쓴 서사시.
이 작품은 13세기 3개의 주요사본에 실려 있다. 뮌헨에 있는 A사본, 생갈에 있는 B사본, 도나우에슁겐에 있는 C사본 가운데 오늘날 학자들은 B사본이 가장 믿을 만하다고 본다. 초기 중세 고지독일어 제목은 〈니벨룽의 고난 Der Nibelunge Not〉으로, 이 시의 마지막 줄에서 따온 것이다. 14세기의 한 초기 사본에는 제목이 〈크림힐트의 책〉으로 나와 있다.
이 이야기는 오랜 세월에 걸쳐 전해내려왔기 때문에 서로 엇갈리는 내용도 많다. 예컨대 '니벨룽'이라는 말 자체가 난점을 안고 있다. 작품의 전반부에서 니벨룽은 지크프리트의 나라와 백성 및 보물을 가리키지만, 후반부에서는 부르군트족(族)의 또다른 이름으로 쓰인다. 작품의 내용은 전반부와 후반부로 나뉜다. 처음에는 보름스 지방 부르군트족의 왕녀 크림힐트와 라인 강 하류지방의 지크프리트 왕자가 각기 등장하는 2개의 장(章)이 나온다.
지크프리트는 부모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크림힐트에게 구혼하기로 결심한다. 그가 보름스에 이르렀을 때, 크림힐트의 오빠인 군터 왕의 신하 하겐이 그를 알아보고 보물을 손에 넣은 일을 비롯하여 지난달 지크프리트의 영웅적인 활약상을 이야기한다. 보름스에서 데인족과 색슨족이 선전 포고를 해오자, 지크프리트는 부르군트 군대를 이끌고, 전투에서 눈부신 활약을 한다. 전투에서 돌아온 지크프리트는 처음으로 크림힐트를 만나게 되고, 궁정에 머무는 동안 둘 사이에 사랑이 싹튼다.
이 시점에서 이야기에 새로운 요소가 도입된다. 뛰어난 힘을 지닌 미모의 여왕이 있는데, 그녀의 무예에 대적하는 남자만이 여왕을 얻을 수 있다는 소식이 왕궁에 들려온다. 군터 왕은 이 여왕, 즉 브룬힐트에게 구혼하기로 마음먹고 지크프리트에게 도움을 요청하면서 자신의 뜻대로 되면 그에게 누이동생인 크림힐트를 주겠다고 약속한다. 지크프리트는 브룬힐트의 왕국으로 원정대를 이끌고 가서 군터의 신하 행세를 한다. 곧 시작된 시합에서 군터는 눈에 보이지 않는 외투를 입은 지크프리트의 움직임을 그대로 따라서 한다. 시합에서 지자 브룬힐트는 군터를 남편으로 맞는다. 그리고 약속대로 지크프리트와 크림힐트는 결혼하게 되지만 브룬힐트는 여전히 의혹을 가지며 만족하지 못한다. 곧 두 여인은 말다툼을 하게 되고, 브룬힐트가 신하와 결혼한 크림힐트를 비웃자, 크림힐트는 브룬힐트가 지크프리트와 군터에게 속았음을 폭로하게 된다.
이때 하겐이 브룬힐트 편에 서서 복수를 꾀하면서 주요인물로 부각된다. 크림힐트의 신임을 얻은 그는 지크프리트의 몸 가운데 단 한 군데만 상처를 입힐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내어 그곳에 치명상을 입혀 지크프리트를 죽게 만든다. 이런 일이 일어나는 동안 브룬힐트는 거의 이야기에 등장하지 않으며, 지크프리트의 죽음은 브룬힐트의 앙갚음이라기보다는 지크프리트의 힘이 점점 세지는 것을 경계한 하겐이 그를 처치해버린 것으로 보인다.
지크프리트의 장례는 성대하게 치러지고, 슬픔에 잠긴 크림힐트는 보름스에 계속 머물기는 하지만 오랫동안 군터, 하겐과 사이가 멀어진 채 지내게 된다. 그러다가 그들은 보름스로 옮겨온 지크프리트의 보물을 처분하기 위해 화해한다. 크림힐트는 지크프리트의 보물을 모두 나누어주기 시작하지만 크림힐트의 영향력이 커질 것을 두려워한 하겐이 보물을 라인 강에 빠뜨려버린다.
작품의 후반부는 훨씬 단순하게 짜여 있으며, 하겐과 크림힐트의 다툼 및 부르군트족에 대한 크림힐트의 복수를 주로 다루고 있다. 훈족의 왕 에첼( 아틸라)이 크림힐트에게 구혼하자, 크림힐트는 복수를 위해 이를 받아들인다. 여러 해가 지난 뒤, 크림힐트는 에첼에게 부탁하여 자기 오빠들과 하겐을 궁정으로 초대한다. 하겐은 수상쩍어 하지만 모두 초대를 받아들여 에첼의 궁에 오게 되고, 결국 한 사람도 남김없이 모두 살해당한다. 크림힐트는 군터를 죽이도록 명령하고, 끝까지 보물있는 곳을 밝히지 않은, 묶여서 꼼짝 못하는 하겐을 지크프리트의 칼로 죽인다. 그러자 크림힐트가 저지른 잔혹함에 분개한 힐데브란트라는 기사가 크림힐트를 죽이게 된다.
이 작품에는 아주 오래된 몇 가지 설화가 들어 있다. 브룬힐트의 이야기는 고대 노르웨이 문학에도 나타난다. 짧게 언급된 지크프리트의 영웅적 업적들은 몇몇 고대 설화에서 찾아볼 수 있다. 그중 상당수는 스칸디나비아의 〈시 에다 Poetic Edda〉·〈뵐숭가 영웅담 Volsunga Saga〉·〈티드리크스 사가 Thidriks Saga〉에 들어 있는데, 지크프리트는 여기서 지구르트라 불린다. 부르군트족의 멸망을 다룬 후반부 전체는 더 오래된 에다의 시 〈아틀리의 노래 Atlakvida〉에 나온다. 그렇지만 〈니벨룽겐의 노래〉는 각각의 이야기를 단순히 모아놓았다기보다는 전체적인 완성물 속에 통합된 느낌이 든다.
이 시의 후반부야말로 〈크림힐트의 책〉이라는 제목에 꼭 맞다. 부르군트족(니벨룽겐)을 멸망시키는 것이 크림힐트의 목적이다. 전반부에서 절정을 이룬 남편 지크프리트의 죽음은 크림힐트가 복수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해준다. 더욱이 크림힐트는 후반부에 등장하는 첫번째 인물이며, 그녀가 죽음으로써 이야기는 끝을 맺는다. 그리고 이야기 전체에 걸쳐 하겐이 관심의 초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이렇듯 크림힐트를 중심으로 하여 그녀와 하겐의 적의를 집중적으로 다룬 것은 크림힐트의 복수라는 주제를 강조하고자 하는 작자의 의도를 보여주는 것이다.
이 영웅 서사시가 씌어진 것은 중세 독일 문학에서 적절하고 잘 다듬어진 교양과 몸가짐이라는 '궁정' 덕목이 강조되던 때였다. 격정을 드러내고 복수와 명예를 철저히 강조하는 내용의 〈니벨룽겐의 노래〉는 이 시기와 대조적으로 이전 시대를 반영하는 바, 튜튼족의 대이동 시기의 영웅설화에서 그 기원을 찾을 수 있다. 이 시의 바탕이 되는 주제도 그때로 거슬러올라가는데, 부르군트족의 멸망을 다룬 이야기는 437년 훈족이 보름스의 부르군트 왕국을 멸망시킨 것에서 소재를 얻고, 브룬힐트와 지크프리트의 이야기는 600년경 프랑스 왕국 메로빙거 왕조의 역사에 나오는 사건에서 소재를 얻은 것으로 보인다. 설화 본래의 영웅적 성격이 많이 남아 있는데, 특히 하겐을 엄격하게 군터 왕의 명예를 지키는 사람으로 그린 데서 잘 나타난다.
아마 이 서사시보다 더 독일 예술에 이바지한 문학작품도 없을 것이다. 이 작품을 변형하거나 번안한 작품이 많이 나왔는데, 그 가운데 프리드리히 헵벨이 쓴 희곡 〈니벨룽겐 사람들 Die Nibelungen〉(1862)과 리하르트 바그너가 작곡한 연작 오페라 〈니벨룽겐의 반지 Der Ring des Nibelungen〉(1853~74)가 유명하다.
심화 자료
니벨룽겐〔독〕 Nibelungen
북유럽 전설에 나오는 난장이들의 왕. 이 난장이들은 신비스런 힘을 지니고 있으며 저주받은 보물을 가지고 지하세계에 산다고 한다. 이 보물을 빼앗아 니벨룽겐의 지배자가 되는 자를 <니벨룽크>라고 한다. 지그프리트에게 멸망당했다고 하는데, 지그프리트와 그 다음의 부르군트족도 니벨룽크 및 니벨룽겐이라 불린다.(출처 : 파스칼세계대백과사전)
니벨룽겐의 반지(-斑指 Der Ring des Nibelungen)
독일 낭만파 작곡가 R. 바그너 작사·작곡의 악극. 1876년 첫상연되었다. 서야(序夜) <라인의 황금>이 1막(幕)으로 이루어진 것을 제외하고는 제 1 야(夜) <발퀴레>, 제 2 야 <지그프리트>, 제 3 야 <신들의 황혼> 등 모두 3막으로 되어 있다. 바그너의 악극은 고대와 중세의 전설·신화 등에서 소재를 얻고 있는데, 이 작품 역시 중세 독일의 유명한 서사시 《니벨룽겐의 노래》 혹은 고대 게르만의 설화 《밸중 전설》 또는 고대 북구의 설화 《에다》에 그 바탕을 두고 있다. 전세계에 대한 지배권을 상징하는 황금반지를 중심으로, 니벨룽겐의 난장이족과 북구의 신이 서로 심하게 싸우다 마지막에는 모두 멸망함으로써 구세계의 몰락이 불가피해지고 그 대신 신세계가 탄생된다는 줄거리이다. 《트리스탄과 이졸데》 같이 순수한 사랑의 힘에 의한 내용과는 다른 방향을 취한 작품이긴 하지만, 역시 <구원사상(救援思想)>을 나타내고 있다. (출처 : 파스칼세계대백과사전)
니벨룽겐의 반지(Der Ring des Nibelungen)
바그너의 오페라로 전야제와 3일간의 무대극 제전극(祭典劇), 즉 전야제 〈라인의 황금 Das Rheingold〉, 첫째날 밤 〈 발퀴레 Die Walkure〉, 둘째날 밤 〈지크프리트 Siegfried〉, 셋째날 밤 〈 신들의 황혼 Gotterdammerung〉으로 구성되어 있다. 오페라의 대본도 12, 13세기 스칸디나비아의 〈에다 Edda〉와 독일의 〈니벨룽겐 영웅담 Nibelungen Saga〉을 기초로 작곡자 자신이 썼다. 1876년 8월 13~17일에 바이로트에서 바그너 축제극장 개관 때 4일간에 걸쳐 전곡이 초연되었다. 그러나 〈라인의 황금〉과 〈발퀴레〉는 그 이전에 따로 공연된 적이 있다. 바그너 자신은 〈라인의 황금〉을 서곡으로, 나머지 오페라를 삼부작이라고 불렀다.
이 작품은 세계가 서로 다투는 세 왕국, 즉 신의 왕국(발할라와 그의 부인 프리카, 젊은이의 여신 프리아, 불의 신 로게), 인간의 왕국(보탄의 아들 지크문트, 그의 누이 지그린데의 남편 훈팅, 그들의 아들 지크프리트, 〈신들의 황혼〉에 나오는 하겐, 군터, 구르투네 등이 대표하는 지구), 지하세계에 사는 난쟁이들 니벨룽겐의 어두운 왕국(알베리히, 미메)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고대 독일의 세계관을 그 기본개념으로 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서 보탄의 딸들(브륀힐데와 그녀의 자매들), 거인들(파솔트와 파프너), 영원한 운명을 대표하며 신들까지도 그에게 종속되는 운명의 여신 노르누 등이 등장한다.
2가지 줄거리가 작품에 함께 들어 있는데 첫째는 알베리히가 라인에 감추어진 금으로 만들었고, 그것을 소유한 사람은 세계를 지배하게 된다는 마법의 반지를 둘러싼 전설이다. 그 반지는 보탄, 요정 프리아를 판 대가로 이 반지를 받았고 자신의 몸을 용의 형태로 바꾸어 이를 지킨 파프너, 그 용을 죽이고 반지를 브륀힐데에게 사랑의 표시로 주었다가(〈지크프리트〉에서) 나중에는 그것을 그녀에게서 빼앗아간(〈신들의 황혼〉에서) 지크프리트 등의 손에 들어간다. 2번째는 〈발퀴레〉에 나오는 지크문트와 지그린데의 근친상간적인 사랑을 둘러싼 인간 이야기로 〈지크프리트〉에서는 그들의 아들 지크프리트와 브륀힐데의 사랑 이야기가 나온다. 〈신들의 황혼〉에서는 사랑의 미약(媚藥)으로 장님이 된 지크프리트가 구르투네와 사랑에 빠지지만 죽음 직전 다시 한번 브륀힐데를 기억하고 마지막 숨을 거둘 때 그녀의 이름을 부른다.
이 거대한 줄거리를 짜맞추기 위해 바그너는 그의 다른 어느 오페라에서 보다 주도동기(主導動機)에 의존해 통일성을 이루고자 하였다. 각 연기자가 각기 독특한 행동 동기를 가질 뿐 아니라 '저주', '반지', '칼' 등 기본개념을 상징하고 있다. 더욱이 〈탄호이저〉·〈로엔그린〉 등 이전 오페라와는 대조적으로 바그너는 이 곡에서 아리아, 합창 등을 완전히 버리고 대신 감정표현이 풍부하고 웅변적인 '무한선율'을 채택해 악곡의 종지, 악절 구분 등을 일부러 피하고 처음부터 각 막의 끝까지 연속적으로 흐르도록 했다.(출처 : 브리태니커백과사전)
지크프리트(Siegfried)
고대 노르웨이어로는 Sigurd. 고대 게르만족의 영웅문학에 나오는 인물로 독일 문학과 고대 노르웨이 문학에 나타나지만, 이 두 게르만어족이 전하는 지크프리트 이야기의 판본 내용은 항상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지크프리트는 브룬힐트의 이야기에서는 죽게 되지만, 다른 이야기에서는 주도적인 인물로 승리를 구가한다. 이 모두에 공통되는 그의 특질은 뛰어난 힘과 용기이다.
어떤 이야기는 지크프리트가 용과 싸운 내용을, 어떤 것은 상속문제로 서로 다투는 두 형제들로부터 어떻게 그가 보물을 얻었는가를 이야기한다. 노르웨이의 〈시(詩) 에다 Poetic Edda〉에서는 이 두 이야기가 서로 연결되어 상세하게 묘사되어 있는 반면, 독일 문학에서는 서로 분리되어 있고 전달내용이 빈약하여 주로 암시적으로만 언급되어 있다. 지크프리트가 주된 부분을 차지하는 〈니벨룽겐의 노래 Nibelungenlied〉는 원래 소재에다 더 최근의 이야기들이 많이 첨가되었다. 1500년경 이전에 그 자료가 입증되지 않은 〈각피(角皮)로 무장한 자이프리트의 노래 Das Lied vom hurnen Seyfrid〉가 있는데, 시의 중심 주제는 용으로부터 소녀를 구출하는 것이지만 여전히 옛날 소재를 계속 쓰고 있다. 어떤 〈에다 Edda〉는 지크프리트가 주문에 걸려 잠자고 있는 전쟁의 처녀, 발키리를 어떻게 깨웠는지를 이야기한다. 여기서도 역시 많은 비평가들이 독일 전설과 노르웨이 전설을 연관시켜보고자 노력했다. 그러나 서로간의 중요한 차이점은 별개로 하더라도 양쪽의 정확한 연원 역시 불명확하다. 원래 이야기에서 지크프리트는 부모의 보살핌 없이 자란 고귀한 혈통의 아들로 나타나는데, 이런 배경은 노르웨이본과 독일본 양쪽 다 그가 궁정에서 양육되었다는 점을 공들여 설명하고 있음을 분명히 보여준다. 브룬힐트와의 관계에서 볼 때 지크프리트가 신화상의 인물인지 역사(메로빙거 왕조)상의 인물인지는 아직도 논쟁이 분분하다.(출처 : 브리태니커백과사전)
궁정 세계에 대한 탈환상화
이 작품은 그 근원을 추적하면 민족 대이동의 시대까지 이르는 구비 문학적 전통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계속 변모해 가는 가운데 이 소재는 끊임없이 새로운 형태로 형상화되다가 1200년경에 이르러 현재 우리가 읽고 있는 텍스트의 모습을 지니게 된 것이다. 같은 시기에 존재했던 다른 궁정 문학들과 구별되는 작품의 독특한 성격이라고 한다면 무엇보다도 궁정 내부의 갈등이 종국에 가서 화합과 조화로 승화되지 않고 철저한 파멸로 끝나고 있을 뿐 아니라, 궁정적 규범의 취약성이 작중인물들의 행동과 태도 그 자체 속에 분명하게 드러나고 있다는 점일 것이다.
이 작품의 심층 구조적 차원에서는 궁정 세계에 대한 일종의 탈환상화(脫幻想化)가 추구되는 듯싶다. 그러한 의도는 평화스럽고 조화로운 결말이 배제된 옛 소재로부터 하나의 처절한 인간적·정치적 비극이 형상화되고 있다는 바로 그 사실에서 드러난다. 예컨대 우리는 이 작품에서 우의(友誼)로 맺어진 부르군트의 세 왕에 대한 신의와 자신의 봉건군주에 대한 충성 사이에서 봉건 신하로서의 위치에서는 도저히 해결할 수 없는 갈등을 한 몸으로 끌어안는 베헬라렌의 뤼디거 같은 인물에서 격조 놓은 인간적 산화(散華)를 목격한다.
또한 우리는 1200년경 당시의 역사적 현실로부터 정치적 암살과 배신, 방화와 약탈, 절도와 모함, 기만과 협박 등으로 얼룩진 난무하는 혼란상을 엿볼 수 있다. 게다가 시인, 작가들이 이러한 현실에 직면하여 기사도 정신에 입각한 미덕의 이상과 고귀한 인간의 꿈들을 구축해 놓았다고 한다면, 이 작품은 바로 그 험악한 정치적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임으로써 그 같은 긍정적 가치 규범들이 냉혹한 현실의 요구를 감당할 능력이 없는 거짓 가치들임을 폭로하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이해될 수도 있다. 만약 이러한 해석이 설득력을 확보한다면, 필자는 그런 의미에서 이 작품은 당시의 궁정·기사문학에 대한 일종의 문학적 비판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고 본다.
따라서 우리가 중세 문학을 거론할 때 언제나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당시의 정치·사회적 현실에 대한 정확한 인식이다. 봉건 군주와 봉건 신하가 상호간의 계약에 의해 규제된 관계로 맺어져 있는 형태의 사회적 체제를 봉건제라고 할 때, 이 제도는 봉건 영주가 그의 군사력을 토대로 당시 주된 생산수단인 토지와 영토 위에 군림하여 지배하면서 충성과 봉사를 맹세 받는 대가로서 그 봉건 신하들에게 봉토를 하사하는 바로 그 사실에 기반을 두고 성립되는 것이다. 이러한 군신(君臣)관계를 통해 소수의 영주계급이, 토지를 경작하여 지배계급의 기본적인 생계까지도 보장해주는 다수의 농민집단을 지배하는 일이 가능했던 것이다. 폭넓은 기층이 노동력을 가진 농민들로 이루어지는 이와 같은 피라미드 형태의 봉건 사회 구조 중에서 ‘니벨룽겐의 노래’, 속에는 다만 협소한 상층 부분만이 등장하고 있는 셈이다. 봉건 신하와 봉건 영주의 관계는 ‘신의’, 즉 상호 계약상의 특징이 가장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이른바 상호간의 신뢰에 근거를 두고 있다. 다시 말해서 봉건 군주는 봉건 신하에 대하여 보호의 의무가 있는 반면, 신하는 자기 주인에 대하여 신사(臣事)의 의무, 즉 ‘충고와 조력’을 할 의무를 지니는 것이다. 그와 같은 계약으로 규제되는 '조력'에는 역시 전시의 군무도 포함되는 것은 당연하다, 따라서 바로 이러한 제관계에 대한 인식이 선행되지 않고서는 이 작품에 대한 이해는 매우 난감해질 수밖에 없다.(출처 : 허창운. '정치 문학으로서의 영웅 서사시')
서사시(敍事詩/epic)
영웅적 업적을 찬양하고 역사적·국가적·종교적·전설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가진 주제를 고상한 문체로 다룬 이야기체의 장시.
서사시와 좀더 짧은 영웅시, 덜 고상하고 규모가 작은 민간 설화와 발라드, 좀더 일관되게 허황하고 환상적인 로맨스 등은 구별되어야 하지만, 아리오스토·보이아르도·스펜서의 이야기체 시에는 이런 특징들이 뒤섞여 있는 경향이 있다. 또한 영웅시대의 전설과 구전으로 이루어진 '1차' 서사시, 즉 전통적 서사시와, 세련된 시인들이 전통적 서사시 형태를 특수한 문학적·사상적 목적에 적용하여 의식적으로 만들어 낸 '2차' 서사시, 즉 문학적 서사시를 구별할 수 있다. 호메로스의 〈일리아스 Iliad〉와 〈오디세이아 Odyssey〉는 1차 서사시이며, 베르길리우스의 〈아이네이스 Aeneid〉와 밀턴의 〈실락원 Paradise Lost〉은 2차 서사시이다.
가장 오래 된 서사시에 해당하는 작품은 BC 3000년경에 운문 이야기체로 씌어진 메소포타미아의 '길가메시'라는 주장도 있었다. 그러나 최초의 중요한 서사시이자 서유럽의 2차 서사시에 형식과 특징을 부여한 주요원천으로 널리 인정받는 것은 BC 900~750년에 완성된 호메로스의 시이다. 호메로스의 작품에서 사용되는 판에 박힌 묘사, 상투적인 수식어구, 정형화한 어구와 시행의 반복 등은 즉흥적인 시작(詩作)과 전수에서 서술의 전개와 운율의 충족을 쉽게 하기 때문이라는 데에 오늘날 학자들은 대체로 의견이 일치해 있다.
서사시적 관행의 주요양상들은 군사적·민족적·종교적으로 중요한 영웅이나 반신(半神)적 존재를 주인공으로 삼는다는 점, 거의 우주적일 만큼 넓은 지리적 배경, 영웅적인 전투, 장기간에 걸친 이국적인 여정, 초자연적 존재의 개입 등이다. 서사시는 대개 주제를 먼저 소개하고 뮤즈 여신에게 도움을 호소한 다음, 이야기의 본론으로 곧장 뛰어들어 이야기의 앞부분은 나중에 등장인물들이 회상하는 형식으로 채워넣는다. 서사시는 친숙하고 전통적인 주제를 다루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이처럼 초기 단계를 건너뛰어도 청중은 당황하지 않고 곧장 서사시의 극적인 전개에 몰두할 수 있다. 주로 특정한 지역과 연관되어 주인공들의 이름이 계속 나열되는 것은 서사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현상이며, 그런 주인공들이 하는 말은 미리 준비한 공식적인 연설일 때가 많다. 서사시의 서술에는 장황한 서사시적 비유가 풍부하게 들어 있는 경우가 많은데, 한 가지 유사점을 근거로 하여 일단 비유가 시작되면 전혀 다른 경험의 영역에서 끌어온 장면이나 사건이 장황하게 전개된다.
영웅시대 이후에 나타난 문학적 서사시의 자의식과 그 문화 배경은 관례적 서사시의 소재 및 전통에 대한 비판이나 풍자적 전개, 또는 익살스러운 모방까지도 조장하고 있다. 이러한 경향은 〈아이네이스〉에 이미 나타나는데, 거기에서는 서사시적인 전투가 영웅적일 뿐 아니라 잔인하고 불명예스러운 것이기도 하다. 그래서 밀턴은 〈실락원〉에서 전통적인 서사시에서는 전쟁터의 영웅이 갖고 있던 특징의 대부분을 악당인 사탄에게 부여하고 있다. 형식적 인습과 초자연적인 '장치'(machinery) 및 획기적 사건으로 가득 찬 영웅들의 세계는 알렉산더 포프의 〈머리카락의 겁탈 Rape of the Lock〉·〈바보전 The Dunciad〉, 바이런의 〈돈 주안 Don Juan〉 같은 시에서 풍자적 목적을 위해 시시하고 한심하며 부적절한 문제를 이야기하는 테두리로 이용될 수도 있다. 헨리 필딩은 〈톰 존스 Tom Jones〉에서 서사시의 장엄함과 구조, 그리고 그런 웅장한 틀에 현재의 경험을 집어넣었을 때의 부조화를 이용해 익살스런 효과를 냈다. 반면에 제임스 조이스의 〈율리시스 Ulysses〉 같은 후기 소설들은 호메로스의 소재를 재생하여 서사시의 수준에 도달했다. 워즈워스의 자서전적 시 〈서곡 The Prelude〉은 서사시의 진지함을 갈망하며 샘솟는 시적 상상력을 묘사하기 위해 밀턴의 〈실락원〉에 나오는 무운시를 표현수단으로 이용한다.
베르길리우스가 2차 서사시를 널리 보급한 지 오래된 뒤에도 유럽에서 자국어로 영웅적인 경험을 기록한 1차 서사시는 끊이지 않고 나타났다. 스페인의 〈엘 시드의 노래 Poema de mio Cid〉는 11세기에 무어인과 싸운 전쟁영웅을 찬양하고 있다. 12세기 프랑스의 〈롤랑의 노래 Chanson de Roland〉는 8세기에 피레네 산맥에서 샤를마뉴 대제의 군대와 사라센인들 사이에 벌어졌던 전투를 기린 작품이다. 13세기 독일의 〈니벨룽겐의 노래 Nibelungenlied〉는 5세기에 부르군트족과 훈족 사이에 벌어졌던 전투에서 유래한 이야기를 노래하고 있다. 앵글로색슨족의 〈베오울프 Beowulf〉는 영웅적 공동체를 위협하는 늪지대의 괴물들과의 투쟁을 묘사하면서 6세기의 역사적 인물들과 사건을 언급했다. 그러나 이 작품들 속에 포함된 역사적 요소들은 이미 오래 전에 신화가 되었으며 오늘날 남아 있는 형태 속에는 다른 시대와 전설에서 끌어들인 다른 소재와 주제가 뒤섞여 있다. 1835년 처음 출판된 핀란드의 국민시 〈영웅들의 땅 Kalevala〉은 엘리아스 뢴로트가 구전되어 오는 고대의 짧은 담시들을 하나의 서술 구조로 통합하여 구성한 종합적인 1차 서사시이다.
20세기에 들어와 서사시는 낡은 시 형식으로 간주되었지만, 이 장르의 방대한 규모와 웅장함은 다른 형식의 작품들, 예를 들면 프랭크 노리스의 미완성 3부작 장편소설인 〈밀의 서사시 The Epic of the Wheat〉(1901~03)와 세르게이 아이젠슈타인의 영화 〈이반 뇌제 Ivan the Terrible〉(1944~46) 같은 작품에 이따금 나타난다. 옥스퍼드대학교의 문헌학자 J. R. R. 톨킨이 쓴 환상적인 3부작 〈반지 대왕 The Lord of the Rings〉(1954~55)은 세상에서의 모험과 탐구를 서사시 형태로 서술하면서, 노르웨이의 전설적인 영웅 이야기와 앵글로색슨족의 시문학이 갖고 있는 독특한 맛과 형식을 반영했다.
한국의 서사시로는 이규보의 〈동명왕편〉을 제일 먼저 꼽는데, 이는 고구려 건국과 관련하여 해모수·동명왕·유리왕 3대의 이야기를 전3편으로 나누어 쓰고 지은이의 소감을 덧붙인 작품이다. 근대에 들어서는 1924년 발표된 김동환의 〈국경의 밤〉을 꼽는다. 근대시가 대체로 짧은 서정시였던 것과는 달리 이 작품은 일제시대를 배경으로 남녀의 사랑을 긴 서술체로 쓴 것인데, 이전의 서사시가 신이나 영웅의 이야기였던 것과는 달리 이 시의 내용은 민중들의 이야기이므로 엄격한 의미에서 서사시라 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다. 이처럼 긴 서술체 시 일반을 서사시로 본다면, 일제시대 한 가족이 유이민이 되는 이야기를 그린 이용악의 〈낡은 집〉도 서사시라 할 수 있다. 그래서 이러한 시를 '이야기시' 또는 '장편 서사시'라고 부르기도 한다. 또 1967년 발표된 신동엽의 〈금강〉은 전봉준·최수운·최해월·신하늬가 이끄는 민중들의 모습을 장중하게 그렸는데, 서화(序話)·본장(本章)·후화(後話)의 3부로 나뉘는 서사시의 기본형식을 따르고 있다. 근대와 현대로 들어서면서 서사시의 내용은 점차 신이나 영웅의 이야기에서 벗어나 민중들의 삶과 애환을 그리는 쪽으로 변해가고 있다.(출처 : 브리태니커백과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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