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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내리는 밤 숲가에 멈춰서서 / 로버트 프로스트(Robert Frost)

by 송화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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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내리는 밤 숲가에 멈춰서서 / 로버트 프로스트(Robert Frost) / 정현종 옮김

 

이게 누구의 숲인지 나는 알 것도 같다.

하기야 그의 집은 마을에 있지만 -

눈 덮인 그의 숲을 보느라고

내가 여기 멈춰서 있는 걸 그는 모를 것이다.

 

내 조랑말은 농가 하나 안 보이는 곳에

일 년 중 가장 어두운 밤

숲과 얼어붙은 호수 사이에

이렇게 멈춰서 있는 걸 이상히 여길 것이다.

 

무슨 착오라도 일으킨 게 아니냐는 듯

말은 목방울을 흔들어 본다.

방울 소리 외에는 솔솔 부는 바람과

솜처럼 부드럽게 눈 내리는 소리뿐.

 

숲은 어둡고 깊고 아름답다.

그러나 나는 지켜야 할 약속이 있다.

잠자기 전에 몇십 리를 더 가야 한다.

잠자기 전에 몇십 리를 더 가야 한다.


 

Stopping By Woods On A Snowy Evening

 

Whose woods there are I think I know.

His house is in the village though;

He will not see me stopping here

To watch his woods fill up with snow.

 

My little horse must think it queer

To stop without a farmhouse near

Between the woods and frozen lake

The darkest evening of the year.

 

He gives his harness bells a shake

To ask if there is some mistake.

The only other sound's the sweep

Of easy wind and downy flake.

 

The woods are lovely, dark and deep,

But I have promises to keep,

And miles to go before I sleep,

And miles to go before I sleep.


 

눈 내리는 밤 숲 옆에 발을 멈추고

 

이것이 누구의 숲인지 내가 아는 듯하다.

하기야 그 사람의 집은 저 쪽 마을에 있지만,

그는 내가 그의 숲이 눈 속에 파묻혀 가는 것을 구경하느라고

이렇게 서 있으리라고는 생각지 못하리라.

 

나의 조그만 말은 농가 하나 보이지 않는 곳에

일년 중에도 가장 어두운 밤에

숲과 얼어붙은 호수 사이에

이렇게 멈추는 것을 이상하게 생각하는 모양이다.

 

혹시 무슨 착각이나 일으키지 않았느냐고 묻기라도 하는 듯이

말은 목에 달린 종을 흔들어 본다.

그 종소리 외에는 솔솔 부는 바람과

목화송이 같은 눈 내리는 소리뿐.

 

숲은 어둡고 깊고 아름다웠다.

그러나 나는 지켜야 할 약속이 있다.

나는 잠자리에 들어가기 전에 아직도 몇 십 리를

더 가야만 한다.

나는 잠자기 전에 아직도 몇 십리 더 가야만 한다. (김동성 옮김)


 

눈오는 저녁 숲 가에 서서

 

여기 이 숲이 누구의 것인지 나는 알 것도 같다.

그의 집이 마을에 있음으로

여기 멈추어 눈이 가득한 그의 숲을 보고 있는 나를

그는 볼 수 없을 것이라.

 

나의 작은 말은

이 해의 가장 어두운 저녁에

숲과 얼어붙은 호수 사이엔

농가가 없음에도 멈추어 선 것을

이상히 여길 것이다.

 

그는 말 방울을 흔들어

잘못된 것이라도 있는가 묻는다.

단 하나의 다른 소리는 쓸어가는 바람과

솜털같은 눈송이뿐

 

숲은 우아하고 어둡고 깊다

하지만 나는 지켜야 할 약속이 있고

내가 잠들기 전에 가야할 몇 마일의

길이 있다.

 

이것이 누구의 숲인지 알 것도 하구나.

물론 그의 집은 마을에 있지만 ㅡ

그는 내가 여기에 서서 눈이 가득 쌓이는

숲을 보고 있음을 알지 못하리.

 

내 작은 말은 이상하게 생각하리라.

농가도 없는 한적한 숲과 얼어붙은 호수 사이에서

한 해 중에도 가장 어두운 이 저녁에

홀로 서 있음을.

 

내 작은 말은 방울을 흔들어

무슨 잘못이라도 있는지를 묻는다.

들리는 소리라고는 다만 스쳐 지나가는

스산한 바람소리와 솜털 같은 눈송이의 흩날리는 소리뿐.

 

아름답고 어둠이 짙게 깔린 아늑한 숲 속

그러나

내게는 지켜야할 약속이 있노라.

잠자기 전에 가야할 수 마일이 있다.

잠자기 전에 가야할 수 마일이 있다.


요점 정리

작자 : 로버트 프로스트(Robert Frost) / 정현종 옮김

갈래 : 자유시. 서정시

율격 : 번역시는 내재율

성격 : 서정적. 명상적. 상징적

어조 : 명상적이면서도 차분한 독백조의 목소리

심상 : 서술적. 감각적

구성 :

1연 눈 내리는 밤 숲에 멈춰 섬

2연 어둠에 쌓인 밤 숲의 형상

3연 고요한 숲의 아름다움

4연 다시 가야 하는 길

제재 : 눈 내리는 밤의 숲

주제 : 인생에의 명상을 통한 신비적 정취

출전 : <프루스트 시선>

내용 연구

몇 십 리 : 현실적인 '길'을 의미하나 여기서는 '인생길'을 상징

눈 덮인 그의 숲을 보느라고 - 그는 모를 것이다. : 남 모르게 음미해 보는 자연의 아름다움. 그 아름다움은 이 시에서 인생의 의의를 환기하는 것으로서의 의의를 지닌다. 서정적 자아 스스로 음미해 보는 자연의 아름다움은 이 시에서 인생의 참된 의의를 환기시켜 준다.

방울 소리 외에는 솔솔 부는 바람과 - 눈 내리는 소리뿐. : 눈 내리는 소리가 들릴 정도의 고요한 풍경을 묘사하고 있다. 그 속에서 울리는 방울 소리의 청각적 이미지가 신선하게 이상 세계를 보여 준다.

지켜야 할 약속 : 인간은 동물과는 달리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이상을 향해 나아가야 하는 책무를 가지고 있는데, 이것이 지켜야 할 약속으로 표현되어 있다. 인간은 이상(理想)의 세계를 추구하는 속성을 지니고 있다. 동물과는 달리 의식주라는 현실 문제의 해결만으로는 만족하지 않는다. 그래서 서정적 자아는 단호하게 하나의 약속을 설정한다. 즉, '배부른 돼지보다 배고픈 현자'가 되려는 약속을 한 셈이다. 그것은 현실보다는 이상을 추구하겠다는 약속이다.

잠 : 일차적으로는 말 그대로 '잠'이지만, 영원한 안식으로서의 '죽음'을 상징하기도 한다.

이해와 감상

이 시 속에는 인생에 대한 깊은 성찰과 깨달음이 내포되어 있는데, 그것은 작품 말미에서 두드러지게 드러난다. 화자는 잠자기 전에 아직도 먼 길을 더 가야 한다고 말한다. 그가 가야 하는 길은 일차적으로는 현실적인 길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그것은 또한 '인생길'의 상징이기도 하다. 사람들은 한때의 경험으로 가슴 속에 아름다움을 묻어 둔 채, 자신에게 주어진 외로운 인생길을 성실히 걸어간 뒤에 비로소 평온하게 잠잘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 시는 일상의 체험을 아무런 과장없이 자연스럽게 서술하고 있으면서도 매우 커다란 시적 감동을 전해 준다. 그 감동은 바로 시인의 진실한 삶으로부터 우러나온 것이라 할 수 있다.

 

이 시는 프로스트의 대표적인 작품 중의 하나이다. 그의 시의 특징인 농촌 제재와 명상적 경향과 차분한 어조가 잘 나타나 있다. 뉴잉글랜드의 시골 풍경과 고독한 산보, 그리고 세상을 바라보는 따뜻한 눈과 인생에 대한 명상 등이 조화를 이루면서 신비적 서정을 이루어 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눈 내리는 밤, 숲가에 멈춰 서니 조랑말조차 의아해 하는 듯 목방울을 흔들고, 솔솔 부는 바람 소리와 부드러운 솜처럼 눈 내리는 소리뿐. 숲의 주인도 내다보지 않는 적막한 숲가에 서서 시인이 생각하는 것은 어둡고, 깊고, 아름다운 숲으로 상징되는 인생과 잠으로 상징되는 죽음이 오기 전에 몇 십 리를 더 가야 한다는, 즉 남은 인생을 개척해야 한다는 약속이다. 만약, 이 시가 제4연의 첫 행으로 끝나 버렸다면 그저 평범한 풍경화에 지나지 않았겠지만 마지막 3행에서 인생의 행로를 암시함으로써 자연과 인생의 더할 수 없는 조화를 바탕으로 한 명상의 경지를 보여 준다.

서정적 자아는 지금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지금 이 곳의 현실에 만족하며 안주할 것인가, 아니면 괴롭더라도 약속을 지켜 이상을 향해 매진할 것인가 하고, 이러한 철학적인 주제를 놓고 결국 서정적 자아는 '잠자기 전에 몇 십 리를 더 가야 ㅎ한다.'고 다짐한다.

인생은 '결과'보다 '과정'이 중요하다. 시인은 이상을 향해 나아가는 '과정'으로서의 삶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남들이 나 자신의 노력을 가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할지라도, 나 자신의 약속을 지켜 인생의 이상을 찾아가야겠다는 태도는 그 자체만으로도 값진 것이다.

이해와 감상1

자연친화적이며, 구어적이고 회화체적인 작가의 시풍이 잘 드러나 있다. 뉴잉글랜드 출생의 시인다운 진지함을 느끼게 하며, 표현의 단순함 속에 깊은 사색을 담고 있어 도덕적인 자각을 환기시키는 작품이다.

시인의 고향인 뉴잉글랜드의 겨울 시골풍경과 그 자연 속에 그림같이 그려지고 있는 고독한 나그네의 모습은 인생의 보편적 진실에 이르기 위해 끊임없이 자기반성을 되풀이하는 시인의 자화상이기도 하다.

시에는 오랫동안 농촌에 살면서 직접 농사를 지어온 시인의 성실한 생활태도와 주변의 모든 것을 따뜻한 시선으로 관조하는 시인의 순수한 품격이 잘 드러나 있다. 특히 시의 핵심을 이루는 마지막 시구 “자기 전에 가야 할 먼 길이 있다”를 반복함으로써, 진지하고 엄격한 시인의 인생철학을 자연스럽게 강조했다.

로버트 프로스트는 소박한 농민과 자연을 노래함으로써 현대 미국 시인 중에서 가장 순수한 고전적 시인으로 손꼽힌다. 영국에서 발표한 최초의 서정시집 《소년의 의지 A Boy's Will》(1913)는 헨리 롱펠로(Henry Longfellow)의 《잃어버린 청춘 My Lost Youth》의 한 구절에서 제목을 따온 것이라고 한다.

이 시집 이후 극적인 대화시집 《보스턴의 북쪽 North of Boston》(1914)을 출간함으로써 시인으로서 작가적 역량을 인정받았다. 예리한 관찰을 통한 단순한 어휘, 소박한 서정과 인상적인 표현 등으로 영국문단에서 주목받았다.

1915년 귀국하여 뉴잉글랜드의 일상 풍물을 전통적인 수법으로 담담하게 표현하면서 신비적 시정을 보이는 참신한 시를 계속 발표해 노년에는 미국의 계관시인적 존재로 존경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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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스트의 시는, 문학 작품이 대개 그렇듯이, 인생살이와 세상 일에 관한 논의의 과정 및 그 결과인 어떤 잠정적 결말을 보여준다. 그는 어떤 결말(생의 이해)에 이르기 위해 대화체로 또는 독백체로 얘기를 진행시키면서 독자의 정서와 정신을 그 진행과 함께 고조시키며, 그의 시적 대상인 눈, 나무, 동물, 별, 시골 사람의 기분 등에 대한 때때로 퍽 아름다운 사실적 묘사도 그런 진행 과정에서 결말을 가리키는 화살표가 된다.

프로스트는 자신의 시작 과정에 관한 글에서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는데, 이것은 그의 시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하는데 대한 얘기일 뿐만 아니라, 시는 마땅히 이렇게 만들어져야 한다는 주장이기도 하며, 그의 시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는 말이기도 하다.

......시는 기쁨에서 시작해서 지혜로 끝난다. 사랑이 그런 것과 마찬가지이다. 아무도 희열은 정적이어야 하며 한자리에 머물러 있어야 한다고 주장할 수 없다. 시는 기쁨에서 시작하고, 충동에 쏠리고, 첫 시행을 씀으로서 방향을 잡고, 다행한 성과나 결과를 내면서 진행되다가 생의 해명(clarification)으로 끝난다 -- 그렇다고 반드시 대단한 해명이 아니라 혼란과 맞선 잠정적 머무름에서 끝나는 것이다. 시는 대단원 혹은 결말을 가지고 있다. 비록 미리 알 수는 없지만 원초적 기분의 첫 이미지로부터 이미 예정된 -- 그리고 바로 그 기분 자체로부터 예정된 결말을 갖고 있는 것이다. 처음의 발상이 나중까지 그대로 남아 있는 시는 속임수에 불과하며 따라서 전혀 시라고 할 수 없다. 시는 진행되면서 그것 자신의 이름을 발견하며 마지막 시구에서 최선의 것을 발견하는데, 그것은 지혜로운 동시에 슬픈 어떤 것 -- 술자리에서 하는 노래의 행복과 슬픔의 혼합(happy-sad blend)과 같은 것이다.

(Literary Criticism in America, New York, The Liberal Arts Press, 1957, 290쪽)

<혼란과 맞서 있는 잠정적 결말>이라는 자신의 시에 대한 프로스트의 말은, 그의 많은 시의 핵심을 스스로 얘기한 아주 중요한 말이다. 그래서 그의 시들은 대개 판단 보류의 상태나 단언을 주저하는 상태에서 끝나며, 자기가 두 가지 생각이나 두 가지 느낌을 가지고 있을 때, 그는 그것들을 그냥 제시할 뿐이다. 그의 시가 암시적인 이유도 그런 데 있다. 『사랑과 의문』,『풀베기』,『가지 않은 길』,『둘이 둘을 본다』등이 그런 예에 속한다. 예컨대 『가지 않은 길』을 보자.

단풍 든 숲속에 두 갈래 길이 있더군요,

몸이 하나니 두 길을 다 가 볼 수는 없어

나는 서운한 마음으로 한참 서서

잣나무 숲속으로 접어든 한쪽 길을

끝간 데까지 바라보았습니다.

 

그러다가 또 하나의 길을 택했습니다.

먼저 길과 똑같이 아름답고

아마 더 나은 듯도 했지요,

풀이 더 무성하고 사람을 부르는 듯했으니까요;

사람이 밟은 흔적은

먼저 길과 비슷하기는 했지만,

 

서리 내린 낙엽 위에는 아무 발자국도 없고,

두 길은 그 날 아침 똑같이 놓여 있었습니다,

아, 먼저 길은 다른 날 걸어보리라! 생각했지요,

인생 길이 한 번 가면 어떤지 알고 있으니

다시 보기 어려우리라 여기면서도.

 

오랜 세월이 흐른 다음

나는 한숨지으며 이야기하겠지요,

<두 갈래 길이 숲속으로 나 있었다, 그래서 나는 ─

사람이 덜 밟은 길을 택했고,

그것이 내 운명을 바꾸어 놓았다>라고,

이런 얘기가 공감을 주는 이유는 <선택>과 <망설임>이라는 인생살이의 조건 ─ 우리가 나날이 겪는 심리 상태를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기도 한 것이다.

시에서 소리보다 주제의 중요성을 강조한 그의 시가 실은 주제를 뒤에 숨기고 있는 듯한 느낌을 주는 이유는 대화와 논의의 과정이 길게 이어지다가 어떤 결말(예의 그 잠정적인)에 이르기 때문이며, 그리고 그런 과정에서 그가 체험한 사실들을 있는 그대로 얘기하고 있을 뿐이기 때문이다.

 

그에게는 리얼리스트란 딱지가 붙어 있다. 아주 조심스럽게 그리고 천천히 진행되는 그의 시는 그가 몇 년 동안 농사를 지은 바 있는 뉴 잉글랜드의 시골에 뿌리박고 있는데, C. 데이 루이스 같은 사람은 그의 사실주의적 면모를 지적, <일하는 농부는 아무도 낭만적일 수 없다 ─ 자연에 관해서도 전혀 낭만적일 수 없는 것이다.>라고 말하는가 반면, W.H.오든은 <자연적 대상들에 관한 프로스트의 시들은 신비적인 명상이나 환상에 초점이 있지 않고 생계를 위해 나날이 일하는 과정에 있어서의 인간의 활동에 초점을 두고 있다>라고 까지 말하고 있다.

『담장 수리』같은 시에서 그런 면을 볼 수 있는데, <저쪽은 전부 소나무이고 이쪽은 사과나무예요 / 내 사과나무가 경계선을 넘어가/ 떨어진 솔방울을 먹지 않겠지요, 하고 그에게 말합니다>라든가 <세상은 사랑하기에 알맞은 곳, 이 세상보다 더 나은 곳이 어디 있는지 나는 알지 못한다>(『자작나무』)등이 그런 예일 것이다.

프로스트에게서 우리가 또 볼 수 있는 것은 내 것과 남의 것의 구획과 소유, 그리고 그것과 연관된 원만한 사회 생활에 대한 관심이다. 대표적인 예로 『담장 수리』를 들 수 있는데, 이웃과의 이해 관계가 균형 있게 이루어져서 <좋은 이웃>이 되려면 담이 있는게 좋으냐 없는게 좋으냐에 대해 얘기한다. 이 시에서, <담을 좋아하지 않는 어떤 것(Something that doesn't love a wall)>은 아마도 이웃 사이에 담이 없었으면 하고 바라는 시인의 마음이라고 해도 좋겠고, 그래서 담 쌓는 일을 <어둠 속에서의 움직임>이라고 부정적인 진술을 하는데, 그러면서도 이 시는 이웃 사람의 말 <담을 잘 쌓아야 좋은 이웃이 된다>는 말로 끝맺고 있다. 담은 우리의 삶의 인습적인 경계과 구획, 재산상으로 말하자면 네것 내것을 구별하는 소유 관념, 사회 생활의 어쩔 수 없는 구조같은 것을 뜻한다고 볼 수 있는데, 이 시는 담에 대해 부정적인 태도를 막연하게 나타내면서도 동시에 그 담의 긍정적 기능도 포기하거나 무시하지 않는 것처럼 들린다. 역시 예의 그 양가성(兩價性)이다.

이런 태도는 『가족의 매장』에서도 엿볼 수 있다. 죽은 아이의 매장을 둘러싸고 부부가 싸움을 벌이는데, 여자가 신경질적으로 남편에게 덤벼든다. 제 아이의 무덤을 어떻게 제(남편) 손으로 팔 수 있으며, 아이를 묻고 와서 마치 죽은 아이를 금방 잊어 버렸다는 듯 일상적인 이야기를 아무렇지도 않게 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여자의 신경질적인(모성애라고 할까) 반발에 전적으로 동조할 수 만은 없는 것이다.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남편의 행동도 이해할 수 있고 공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의 무덤을, 자신의 손으로 힘들게 판 남자의 말없는 마음을 우리는 단순히 비정하다고만 말할 수는 없으며, 오히려 그런 행위가 더 깊은 애정에서 나온 것이라고 볼 수도 있는 것이다. 이 남자가 대체로 착하고 이성적이며 마음이 약하다는 건 그가 하는 말이나 태도로 미루어 대강 짐작할 수가 있다. 자식의 죽음에 대한 부부의 일견 상반된 듯한 태도를 그린 이 일막극은 읽는 사람 자신이 생각할 여지를 남겨 놓고 있을 따름이다. 우리가 늘 겪는 일상의 한 단면을 프로스트는 있는 그대로 말하고 있을 뿐이다.

『가족의 매장』에서 보듯 프로스트 시의 또 하나의 특징은 극적(劇的)이라는 것이다. 어떤 사람이 그의 시를 놓고 <시골의 극장>이라고 했듯이 그의 시에는 드라마가 있다. 대화를 통해 전개되는 시의 흐름과 등장 인물들의 행동에 대한 묘사는 우리에게 대사를 외우며 연기를 하는 연극 무대를 연상케 하기에 충분하다. 예컨대 부부가 싸우면서 하는 말에 우리는 귀를 기울이게 되며 그 전개 과정에 관심을 집중하면서 어떻게 끝날 것인지에 대해 궁금하게 된다. 그래서 그의 긴 시에서 우리는 <이야기>를 읽게 된다. 즉 어떤 탁월하거나 기발한 이미지와 상상력보다는 사실적 체험을 꾸밈없이 쓰는 이야기시(담시)가 여러 편이다. 물론 이 작품도 그가 시작과정에 관한 글에서 한 말과 일치한다는 점에서는 예외가 아니다. (출처 : 불과 얼음. 로버트 프로스트 지음, 정현종 옮김 / 민음사)

심화 자료

Mowing

 

There was never a sound beside the wood but one,

And that was my long scythe whispering to the ground.

What was it it whispered? I knew not well myself;

Perhaps it was something about the heat of the sun,

Something, perhaps, about the lack of sound ─

And that was why it whispered and did not speak

It was no dream of the gift of idle hours,

Or easy gold at the hand of fay or elf:

Anything more than the truth would have seemed too weak

To the earnest love that laid the swale in rows,

Not without feeble-pointed spikes of flowers

(Pale orchises), and scared a bright green snake.

The fact is the sweetest dream that labour knows

My long scythe whispered and left the hay to make.

 

 

풀 베기

 

숲 옆에서는 한 가지 소리밖에 아무 소리도 없었는데,

그것은 내 긴 낫이 땅에 속삭이는 소리였다.

무얼 속삭였냐고? 나는 잘 모르겠다.

아마 햇빛이 뜨겁다거나

고요하다는 얘기였는지 모른다─

그러기에 소리 내어 말하지 않고 속삭였겠지

한가해서 꿈을 꾸고 있었던 것도

요정한테 홀려 있었던 것도 아니다.

실은 어쩔 수 없는 애착에 못 이겨

잎 끝이 연한 꽃들(파란 난초)도 없지 않은

풀 무성한 습지를 손질하면서

빛나는 초록뱀을 놀라게 하는 것이다.

실은 노동이 알고 있는 가장 제일 기분 좋은 꿈을

내 긴 낫은 속삭이면서 풀을 베어 놓고 있었다.


 

 

Love And Question

 

A Stranger came to the door at eve,

And he spoke the bridegroom fair.

He bore a green-white stick in his hand,

And, for all burden, care.

He asked with the eyes more than the lips

For a shelter for the night.

And he turned and looked at the road afar

Without a window light.

 

The bridegroom came forth into the porch

With 'Let us look at the sky,

And question what of the night to be,

Stranger, you and I.'

The woodbine leaves littered the yard,

The woodbine berries were blue,

Autumn, yes, winter was in the wind;

'Stranger, I wish I knew.'

 

Within, the bride in the dusk alone

Bent over the open fire,

Her face rose-red with the glowing coal

And the thought of the heart's desire.

The bridegroom looked at the weary road,

Yet saw but her within,

And wished her heart in a case of gold.

And pinned with a silver pin.

 

The bridegroom thought it little to give

A dole of bread, a purse,

A heartfelt prayer for the poor of God,

Or for the rich a curse;

But whether or not a man was asked

To mar the love of two

By harbouring woe in the bridal house,

The bridegroom wished he knew.

 

 

사랑과 의문

 

나그네 하나 저녁에 문을 두드리며

신랑에게 정중히 말을 건넸다.

선백색 지팡이를 든 그는

가진 짐이라고는 근심뿐인 듯했다.

말보다는 눈짓으로

하룻밤 재워 주기를 청하면서 그는

등불 하나 보이지 않는 머나먼 길을

돌아다보았다.

 

신랑은 문 앞으로 걸어나오며 말했다

<우리 어디 하늘 좀 봅시다,

그리고 문제 삼아 봅시다. 이 밤이 어떻게 될지,

손님, 당신과 내가>

인동(忍冬) 나뭇잎이 마당에 흩어지고

그 열매는 파랬다.

바람은 가을, 아니, 겨울을 느끼게 했다.

<나그네 양반, 그걸 알고 싶어요>

 

안에서는 신부 혼자 어둑한 데서

불을 쪼이고 있었는데

그녀의 얼굴은 타오르는 석탄불과

가슴속의 욕망으로 장미처럼 붉었다.

신랑은 지친 길을 바라보았으나

보이는 것은 그녀뿐이었고

그녀의 심장을 금상자에 넣어

은핀으로 꽂아 놓고 싶었다.

 

신랑은 빵 조각이나 돈 주는 걸

거의 생각하지 않았고

가난한 사람을 위해 참된 기도를 올린다거나

부자를 욕하고 싶지도 않았다.

단지 나그네를 들임으로써

갓 혼인한 집에 슬픔이 들어와

두 사람의 사랑을 망쳐 놓지나 않을는지......

그런 생각을 신랑은 하고 있었다.


Revelation

 

We make ourselves a place apart

Behind light words that tease and flout,

But oh, the agitated heart

Till someone really find us out.

 

'Tis pity if the case require

(Or so we say) that in the end

We speak the literal to inspire

The understanding of a friend.

 

But so with all, from babes that play

At hide-and-seek to God afar,

So all who hide too well away

Must speak and tell us where they are.

 

 

드러냄

 

괴롭히고 조롱하는 가벼운 말들을 피해

우리는 스스로 호젓한 장소를 마련한다,

그러나 누가 정말 우리를 찾아낼 때까지

오, 산란한 마음이라니.

 

그런 경우 마침내

어떤 친구의 이해를 부추기기 위해

사실을 말하는 걸 필요로(또는 우리가

그렇게 말한다) 한다면 그건 애석한 일이다.

 

허나 다 똑같다, 멀리 계시는 신을 상대로

숨바꼭질을 하는 어린애로부터,

너무 잘 숨은 나머지 자기들이

어디 있는지 우리한테 말해야 하는 사람들에 이르기까지.


Mending Wall

 

Something there is that doesn't love a wall,

That sends the frozen-ground-swell under it,

And spills the upper boulders in the sun;

And makes gaps even two can pass abreast.

The work of hunters is another thing:

I have come after them and made repair

Where they have left not one stone on a stone,

But they would have the rabbit out of hiding,

To please the yelping dogs. The gaps I mean,

No one has seen them made or heard them made,

But at spring mending-time we find them there.

I let my neighbour know beyond the hill;

And on a day we meet to walk the lind

And set the wall between us once again.

We keep the wall between us as we go.

To each the boulders that have fallen to each.

And some are loaves and some so nearly balls

We have to use a spell to make them balance:

'Stay where you are until our backs are turned!'

We wear our fingers rough with handling them.

Oh, just another kind of outdoor game,

One on a side. It comes to little more:

There where it is we do not need the wall:

He is all pine and I am apple orchard.

My apple trees will never get across

And eat the cones under his pines, I tell him.

He only says, 'Good fences make good neighbours.

Spring is the mischief in me, and I wonder

If I could put a notion in his head:

'Why do they make good neighbours? Isn't it

Where there are cows? But here there are no cows

Before I built a wall I'd ask to know

What I was walling in or walling out,

And to whom I was like to give offence.

Something there is that doens't love a wall,

That wants it down.' I could say 'Elves' to him,

But it's not elves exactly, and I'd rather

He said it for himself. I see him there

Bringing a stone grasped firmly by the top

In each hand, like an old-stone savage armed.

He moves in darkness as it seems to me,

Not of woods only and the shade of trees.

He will not go behind his father's saying,

And he likes having thought of it so well

He says again, 'Good fences make good neighbours.'

 

 

담장 수리

 

뭔지 담을 좋아하지 않는 게 있어,

그게 담 밑의 언 땅을 부풀어오르게 하고,

담 위의 돌들을 밖으로 굴러 내리게 하지요.

그래서 두 사람이 넉넉히 지나다닐 수 있는 틈을 만들거든요.

사냥꾼들이 하는 짓은 또 다른 문제예요.

그들이 담을 다 망가뜨리고 지나간 뒤

나는 그걸 수리한 일이 있지만,

허나 그들은 토끼를 몰아

짖어대는 개들을 즐겁게 해주거든요. 내가 지금 말하는 틈은

누가 그랬는지 보지도 듣지도 못했는데

봄에 수리하다 보면 그렇게 돼 있단 말예요.

나는 언덕 너머 사는 이웃집에 알리고,

날을 받아 만나서 두 집 경계선을 걸으며

두 집 사이에 다시 담을 쌓아 올리죠.

우리는 우리 사이에 담을 유지해요.

담 양쪽에 떨어진 돌들을 서로가 주워 올려야 하구요.

어떤 돌은 모가 나서 넓적하고 어떤 건 거의 공 같아서

우리는 그것들을 올려놓으며 주문을 다 외워야 해요.

<우리가 돌아설 때까지 제발 떨어지지 말아다오!>

돌을 만지느라고 손이 거칠어집니다.

뭐 그저 양쪽에 한 사람씩 서서 하는

좀 색다른 야외 놀이지요. 좀 더 갑니다.

그러면 담이 소용없는 곳이 나오지요.

저쪽은 전부 소나무이고 이쪽은 사과나무예요.

내 사과나무가 경계선을 넘어가

떨어진 솔방울을 먹지는 않겠지요, 하고 그에게 말합니다.

그는 단지 <담을 잘 쌓아야 좋은 이웃이 되지요>라고 말 할 뿐이에요.

봄은 나에게는 재난의 계절, 그래서 나는 혹시

그를 깨우쳐 줄 수 없을까 하고 생각해 보지요.

<왜 이웃끼리 사이가 좋아야 하나요? 소를

기르는 곳에서나 그렇지 않아요? 여기는 소도 없는데요 뭐.

담을 쌓기 전에 알고 싶어요.

내가 도대체 담으로 무엇을 막으며

누구를 해롭게 하고 싶어하느냐에 대해서 말이죠.

뭔가 담을 싫어하는 게 있어서

그게 담을 무너뜨리고 싶어합니다> 나는 그에게

<요정이에요>라고 말 할 수도 있으나

그게 꼭 요정인지도 알 수 없고, 그래서 나는

그가 스스로 알게 되기를 바라지요.

나는 그가 구석기 시대의 야만인처럼

양쪽 손에 돌을 잔뜩 거머쥐고 옮기는 걸 봅니다.

내가 보기엔 그가 어둠 속에서 움직이는 것 같은데요,

숲이나 나무 그늘 그 때문만은 아닐 거예요.

그는 자기 아버지의 가르침을 저버리지 않고

아주 잘 기억하고 있다는 듯이

되풀이합니다. <담을 잘 쌓아야 좋은 이웃이 되지요.>


Home Burial

 

He saw her from the bottom of the stairs

Before she saw him. She was starting down,

Looking back over her shoulder at some fear.

She took a doubtful step and then undid it

To raiese herself and look again. He spoke

Advanding toward her: 'What is it you see

From up there always for I want to know.'

She turned and sank upon her skirts at that,

And her face changed from terrified to dull.

He said to gain time: 'What is it you see,'

Mounting until she cowered undere him.

'I will find out now. You must tell me, dear.'

She, in her place, refused him any help

With the least stiffening of her neck and silence.

She let him look, sure that he wouldn't see,

Blind creature; and a while her didn't see.

But at last he murmured, 'Oh,' and again, 'Oh.'

'What is it ─ what?' she said.

 

'Just that I see.'

 

'You don't,' she challenged. 'Tell me what it is.'

 

'The wonder is I didn't see at once.

I never noticed it from here before.

I must be wonted to it ─ that's the reason.

The little graveyard where my people are!

So small the window frames the whole of it.

Not so much larger than a bedroom, is it?

There are three stones of slate and one of marble,

Broad-shouldered little slabs there in the sunlight

On the sidehill. We haven't to mind those.

But I understand: it is not the stones,

But the child's mound'

 

'Don't, don't, don't, don't,' she cried.

 

She withdrew shrinking from beneath his arm

That rested on the banister, and slid downstairs;

And turned on him with such a daunting look,

He said twice over before he knew himself:

'Can't a man speak of his own child he's los?'

 

'Not you! Oh, where's my hat? Oh, I don't need it!

I must get out of here. I must get air.

I don't know rightly whether any man can.'

 

'Amy! Don't go to someone else this time.

Listen to me. I won't come down the stairs.'

He sat and fixed his chin between his fists.

'There's something I should like to ask you, dear.'

 

'You don't know how to ask it.'

 

'Help me, then.'

 

Her fingers moved the latch for all reply.

 

'My words are nearly always an offence.

I don't know how to speak of anything

So as to please you. But I might be taught

I should suppose. I can't say I see how.

A man must partly give up being a man

With women-folk. We could have some arrangement

By which I'd bind myself to keep hands off

Anything special you're a-mind to name.

Though I don't like such things' twixt those that love.

Two that don't love can't live together without them.

But two that do can't live together with them.'

She moved the latch a little. 'Don't, don't go.

Don't carry it to someone else this time.

Tell me about it if it's something human.

Let me into your grief. I'm not so much

Unlike other folks as your standing there

Apart would make me out. Give me my chance.

I do think, though, you overdo it a little.

What, was it brought you up to think it the thing

To take your mother ─ loss of a first child

So inconsolably ─ in the face of love.

You'd think his memory might be satisfied.'

 

'There you go sneering now!'

 

'I'm not, I'm not!

You make me angry. I'll come down to you.

God, what a woman! And it's come to this,

A man can't speak of his own child that's dead.'

'You can't because you don't know how to speak.

If you had any feelings, you that dug

With your own hand-how could you?-his little grave

I saw you from that very window there,

Making the gravel leap and leap in air,

Leap up, like that, like that, and land so lightly

And roll back down the mound beside the hole.

I thought, Who is that man? I didn't know you.

And I crept down the stairs and up the stairs

To look again, and still your spade kept lifting.

Then you came in. I heard your rumbling voice

Out in the kitchen, and I don't know why,

But I went near to see with my own eyes.

You could sit there with the stains on your shoes

Of the fresh earth from your own baby's grave

And talk about your everyday concerns.

You had stood the spade up against the wall

Outside there in the entry, for I saw it.'

 

'I shall laugh the worst laugh I ever laughed.

I'm cursed. God, if I don't believer I'm cursed.'

 

'I can repeat the very words you were saying

"Three foggy mornings and one rainy day

Will rot the best birch fence a man can build."

Think of it, talk like that at such a time!

What had how long it takes a birch to rot

To do with what was in the darkened parlour.

You couldn't care! The nearest friends can go

With anyone to death, comes so far short

They might as well not try to go at all.

No, from the time when one is sick to death,

One is alone, and he dies more alone.

Friends make pretence of following to the grave,

But before one is in it, their minds are turned

And making the best of their way back to lie

And living people, and things they understand.

But the world's evil. I won't have grief so

If I can change it. Oh, I won't, I won't!'

 

'There, you have said it all and you feel better.

You won't go now. You're crying. Close the door.

The heart's gone out of it: why keep it up.

Amy! There's someone coming down the road!

 

'You ─ oh, you think the talk is all. I must go

Somewhere out of this house. How can I make you ─'

 

'If ─ you ─ do!' She was opening the door wider.

'Where do you mean to go? First tell me that.

I'll follow and bring you back by force. I will! ─'

 

 

가족의 매장

 

남편은 층계 아래서

아내가 자기를 보기 전에 먼저 그녀를 보았다.

아내는 무슨 무서운 걸 보듯 그녀의 어깨너머로 돌아다보며

내려오기 시작하고 있었다.

그녀는 엉거주춤 내려오다가 발을 멈추고

다시 몸을 세워 바라보았다. 그는

아내 쪽으로 가며 말했다. <거기서 늘 보는 게 뭐요, 응?>

그녀는 돌아서더니 그 자리에 주저앉았고,

공포에 쌓였던 얼굴이 무딘 표정으로 변했다.

그녀가 웅크리고 있는 데까지 올라가며 그는

<뭘 보는 거요> 하고 다시 물었다.

<좀 알아야겠어 ─ 말해 봐요, 여보>

그녀는 꼼짝 않고 앉아서, 그가 거들려고 하는 것도 거절하고

목이 뻣뻣이 굳은 채 말이 없었다.

그녀는 남편이 바라보도록 내버려 두면서도 보지 못할 거라고 확신했다,

눈먼 인간 ─ 사실 그는 한동안 보지 못했다.

그러다가 마침내 그는 중얼거렸다. <오> 그리고 다시 한번 <오>

<뭘 봤어요 ─ 뭐예요?>

 

<바로 저기>

 

<당신 못 봤어요?> 그녀가 맞섰다. <봤으면 말해 봐요>

 

<내가 왜 즉시 보지 못했는지 모르겠어.

지금까지 여기서 그걸 본 적이 없거든.

내가 그냥 무심히 보아 넘겼기 때문일 거야.

내 혈육이 묻혀 있는 무덤!

너무 작아서 창으로 다 보이는 무덤.

침실보다 별로 크지 않을거야, 그렇지 않아?

석판 비석이 셋, 대리석으로 된 게 하나,

위가 넓은 작은 석판들이 언덕 중턱에서 햇빛

을 받고 있어, 우리는 저것들에게 마음을 쓰지 않는단 말이야.

허지만 나는 알았어, 비석이 문제가 아니라

저 아이의 무덤 ─ >

 

<그만해요, 그만, 그만. 그만> 그녀가 외쳤다.

 

그녀는 계단 난간을 잡고 있는 남편의 팔 밑

으로 빠져나가 계단을 걸어 내려갔다.

그러다가 홱 돌아서서 남편을 노려보았고 그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두 번 되풀이해서 말했다.

<그래 죽은 제 자식 얘기도 할 수 없단 말야?>

<당신은 안돼요! 아이참, 내 모자는 어디 있담. 뭐 없으면 그만이지!

여기서 나가야겠어. 바람을 좀 쐬야겠어.

사람이 어쩌면 그럴 수 있는지 정말 모를 일이야.>

 

<에이미! 이런 때 다른 사람한테 가지 말아요.

내 말 들어봐요. 내려가지 않을테니.>

그는 앉았고 두 손으로 턱을 받쳤다.

<여보, 꼭 물어보고 싶은 게 있어.>

<당신은 물어 볼 줄을 몰라요.>

 

<그럼 좀 가르쳐 줘요>

 

대답 대신 그녀는 문 빗장을 만졌다.

 

<내 말은 항상 상대편 기분을 상하게 하나봐.

어떻게 말을 해서 당신을 즐겁게 해 줄는지 나는

잘 몰라요. 허지만 당신이 가르쳐 줄 수는 있을 것 같은데.

어떻게 하면 좋을지 모르겠어.

남자가 여자라는 사람들과 얘기하려면 어느 정도

남자이기를 포기해야 한단 말야.

우리도 무슨 대책을 세워서

당신 마음속에 각별히 간직되어 있는 걸 내

가 건드리지 말아야할텐데.

사랑하는 사이에 그런 게 있는 걸 나는 좋아하지 않지만 말야.

사랑하지 않는 사람끼리는 그런 것 없이 살 수 없어.

허지만 사랑하는 사람끼리는 그런게 있으면 살 수 없거든.>

 

그녀는 빗장을 조금 열었다. <가지 말어 ─ 가지 말라구.

이런 땐 다른 사람한테 가면 안돼요.

사람끼리 할 수 있는 얘기라면 나한테 얘기해요.

당신의 슬픔을 같이 나누도록 하자구.

나는 당신이 거기 그렇게 따로 떨어져 서 있다고

해서 얘기를 그럭저럭 끝내 버릴 인간은

아니란 말야. 나한테 기회를 줘요.

나로서는 당신이 좀 지나친 것 같다고 생각되지만 말야.

첫 아이를 잃은 어미로서의 슬픔이

당신을 그렇게도 견딜 수 없게 만들다니,

도대체 무슨 까닭인지 모르겠어, 이렇게 내가 있는데 말야.

당신은 아마 그 애를 기억하고 싶은 마음이 충족되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모르지만.>

 

<오라 당신 인제 조롱을 하는군요!>

 

<아니야, 아니야!

사람 화나게 하지 말어, 내가 내려갈 테야.

참, 무슨 저런 여자가 있어! 말이 되냐 말야,

죽은 제 자식 얘기도 못하다니.>

<당신은 말을 할 줄 몰라서 안돼요.

무슨 느낌이 조금이라도 있는 사람이면,

그걸 파지는 못했을 거예요.

당신 자신의 손으로 ─ 어쩌면 그럴 수가 있어요?

─ 그 애의 작은 무덤을 파다니.

당신이 그러는 걸 바로 저 창으로 보았어요.

자갈이 삽에 걸려 튀었지요.

툭툭 튀어 올랐다가 가볍게 떨어져

구덩이 옆에 쌓인 흙더미 위로 굴러 내려가더군요.

나는, 저 사람이 누굴까? 하고 생각했어요.

나는 당신이 누군지 알 수 없었어요.

그래서 계단을 내려왔다가 다시 올라가 봤더니

여전히 당신이 삽질을 하고 있더군요.

좀 있다가 당신이 들어왔어요. 당신이 부엌에서

덜거덕거리는 소리가 들렸고, 그러자 나는,

왜 그랬는지 모르지만,

이 두 눈으로 똑똑히 보려고 가까이 갔지요.

당신은 당신 자식의 무덤에서 나온

신선한 흙이 묻은 구도를 신은 채 앉아서

흔한 일상 관심사를 말하고 있더군요.

삽은 문밖 벽에 기대 놓았더군요. 나는 그걸 똑똑히 봤어요.>

 

<나는 천하에 못된 놈이야, 천하에.

저주받았어, 아, 나는 저주받은 놈이야.>

 

<나는 당신이 하던 말을 그대로 옮길 수가 있어요.

─ 사흘 동안이나 아침 안개가 끼고 또 하루 종일 비가 왔으니

세상 없는 벚나무 울타리도 썩지 않을 수 있나 ─

생각해 보세요. 그런 때 그런 말이 나올 수 있는지!

벚나무 울타리가 썩는 것과

어두운 땅속에 묻혀 있는 애와 무슨 상관이 있단 말예요.

당신은 관심이 없었던 거에요!

장례식에 오는 아주 가까운 친구들도

태도가 너무 기대에 어긋나기 때문에

차라리 오지 않는 게 좋을 정도에요.

아니, 죽을 병에 걸려 앓을 때부터

사람은 외롭고, 죽을 때는 더욱 고독하게 죽는 거에요.

친구들은 무덤으로 따라가는 시늉을 하지만,

그러나 죽은 이가 땅에 묻히기도 전에 그들의 마음은 다른 데 가 있고

일상 생활과 산 사람들, 그리고 그들이 이해하는

일들로 돌아가려고 애쓰거든요.

하지만 이 세상은 나빠요. 그것을 고칠 수만 있다면

이렇게 슬퍼하지는 않을 거에요. 아, 슬퍼하지 않을 거에요, 정말!>

 

<자 인제 다 쏟아 놓았으니 기분이 좀 좋아졌을거요.

인제 안 가겠지. 당신 울고 있군. 문을 닫아요.

인제 다 끝났어. 계속 그럴 이유가 없단 말야.

에이미! 저기 누가 오고 있군!>

 

<당신두, 참, 말로 다 끝나는 줄 아세요. 나는 가야겠어요 ─

이집을 나가서 어디로든지, 어떻게 내가 당신을 ─ >

 

<만일 ─ 나가겠거든!> 그녀는 문을 열고 있었다.

<어디로 가는지 먼저 말해요.

내가 쫓아가서 강제로라도 당신을 데려올 테야. 정말이야! ─ >


Birches

 

When I see birches bend to left and right

Across the lines of straight darker trees,

I like to think some boy's been swinging them.

But swinging doesn't bend them down to stay

As ice-storms do. Often you must have seen them

Loaded with ice a sunny winter morning

After a rain. They click upon themselves

As the breeze rises, and turn many-coloured

As the stir cracks and crazes their enamel.

Soon the sun's warmth makes them shed crystal shells

Shattering and avalanching on the snow-crust ─

Such heaps of broken glass to sweep away

You'd think the inner dome of heaven had fallen.

They are dragged to the withered bracken by the load,

And they seem not to break; though once they are bowed

So low for long, they never right themselves:

You may see their trunks arching in the woods

Years afterwards, trailing their leaves on the ground

Like girls on hands and knees that throw their hair

Before them over their heads to dry in the sun.

But I was going to say when Truth broke in

With all her matter-of-fact about the ice-storm

I should prefer to have some boy bend them

As he went out and in to fetch the cows ─

Some boy too far from town to learn baseball,

Whose only play was what he found himself,

Summer or winter, and could play alone.

One boy one he subdued his father's trees

By riding them down over and over again

Until he took the stiffness out of them,

And not one but hung limp, not one was left

For him to conquer. He learned all there was

To learn about not launching out too soon

And so not carrying the tree away

Clear to the ground. He always kept his poise

To the top branches, climbing carefully

With the same pains you use to fill a cup

Up to the brim, and even above the brim.

Then he flung outward, feet first, with a swish,

Kicking his way down through the air to the ground.

So was I once myself a swinger of birches.

And so I dream of going back to be.

It's when I'm weary of considerations,

And life is too much like a pathless wood

Where your face burns and tickles with the cobwebs

Broken across it, and one eye is weeping

From a twig's having lashed across it open.

I'd like to get away from earth awhile

And then come back to it and begin over.

May no fate wilfully misunderstand me

And half grant what I wish and snatch me away

Not to return. Earth's the right place for love:

I don't know where it's likely to go better.

I'd like to go by climbing a birch tree,

And climb black branches up a snow-white trunk

Toward heaven, till the tree could bear no more,

But dipped its top and set me down again.

That would be good both going and coming back.

One could do worse than be a swinger of branches.

 

 

자작나무

 

꼿꼿하고 검푸른 나무 줄기 사이로 자작나무가

좌우로 휘어져 있는 걸 보면

나는 어떤 아이가 그걸 흔들고 있었다고 생각하고 싶어진다.

그러나 흔들어서는

눈보라가 그렇게 하듯 나무들을 아주 휘어져 있게는 못한다.

비가 온 뒤 개인 겨울날 아침

나뭇가지에 얼음이 잔뜩 쌓여 있는 걸 본 일이 있을 것이다.

바람이 불면 흔들려 딸그락거리고

그 얼음 에나멜이 갈라지고 금이 가면서

오색 찬란하게 빛난다.

어느새 따뜻한 햇빛은 그것들을 녹여

굳어진 눈 위에 수정 비늘처럼 쏟아져 내리게 한다.

그 부서진 유리 더미를 쓸어 치운다면

당신은 하늘 속 천정이 허물어져 내렸다고 생각할는지도 모른다.

나무들은 얼음 무게에 못 이겨 말라 붙은 고사리에 끝이 닿도록 휘어지지만,

부러지지는 않을 것 같다. 비록

한 번 휜 채 오래 있으면

다시 꼿꼿이 서지는 못한다고 하더라도.

그리하여 세월이 지나면

머리 감은 아가씨가 햇빛에 머리를 말리려고

무릎 꿇고 엎드려 머리를 풀어 던지듯

잎을 땅에 끌며 허리를 굽히고 있는

나무를 볼 수 있을 것이다.

얼음 사태가 나무를 휘게 했다는 사실로

나는 진실을 말하려고 했지만

그래도 나는 소를 데리러 나왔던 아이가

나무들을 휘어 놓은 것이라고 생각하고 싶어진다.

시골 구석에 살기 때문에 야구도 못 배우고

스스로 만들어낸 장난을 할 뿐이며

여름이나 겨울이나 혼자 노는 어떤 소년.

아버지가 키우는 나무들 하나씩 타고 오르며

가지가 다 휠 때까지

나무들이 모두 축 늘어질 때까지

되풀이 오르내리며 정복하는 소년.

그리하여 그는 나무에 성급히 기어오르지 않는 법을

그래서 나무를 뿌리채 뽑지 않는 법을 배웠을 것이다.

그는 언제나 나무 꼭대기로 기어오를 자세를 취하고

우리가 잔을 찰찰 넘치게 채울 때 그렇듯

조심스럽게 기어오른다.

그리고는 몸을 날려, 발이 먼저 닿도록 하면서,

휙하고 바람을 가르며 땅으로 뛰어내린다.

나도 한 때는 그렇게 자작나무를 휘어잡는 소년이었다.

그래서 나는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어한다.

걱정이 많아지고

인생이 정말 길 없는 숲 같아서

얼굴이 거미줄에 걸려 얼얼하고 근지러울 때

그리고 작은 가지가 눈을 때려

한 쪽 눈에서 눈물이 날 때면

더욱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어진다.

이 세상을 잠시 떠났다가

다시 와서 새 출발을 하고 싶어진다.

그렇다고 운명의 신이 고의로 오해하여

내 소망을 반만 들어주면서 나를

이 세상에 돌아오지 못하게 아주 데려가 버리지는 않겠지.

세상은 사랑하기에 알맞은 곳:

이 세상보다 더 나은 곳이 어디 있는지 나는 알지 못한다.

나는 자작나무 타듯 살아가고 싶다.

하늘을 향해, 설백(雪白)의 줄기를 타고 검은 가지에 올라

나무가 더 견디지 못할 만큼 높이 올라갔다가

가지 끝을 늘어뜨려 다시 땅위에 내려오듯 살고 싶다.

가는 것도 돌아오는 것도 좋은 일이다.

자작나무 흔드는 이보다 훨씬 못하게 살 수도 있으니까.


The Hill Wife

Loneliness ─ Her Word

 

One ought not to have to care

So much as you and I

Care when the birds come round the house

To seem to say goodbye;

 

Or case so much when they come back

With whatever it is they sing;

The truth being we are as much

Too glad for the one thing

 

As we are too sad for the other here-

With birds that fill their breasts

But with each other and themselves

And their built or driven nests.

 

 

산골 아낙네

고독 ─ 그녀의 말

 

당신이나 나는

너무 걱정이 많은가봐요

새들이 집 근처에 와서

작별 인사를 할 때도 걱정.

 

또 새들이 무언지 노래하며

돌아올 때도 걱정이거든요.

따지고 보면 우리는

어떤 일은 너무 기뻐하는 반면

 

어떤 일은 지나치게 슬퍼하거든요 ─

새들은 서로 저희들끼리

그들이 지었거나 파 놓은 집에서

만족하게 살 뿐이건만.


The Telephone

 

'When I was just as far as I could walk

From here today,

There was an hour

All still

When leaning with my head against a flower

I heard you talk.

Don't say I didn't for I heard you say ─

You spoke from that flower on the window sill ─

Do you remember what it was you said?'

 

'First tell me what it was you thought you heard.'

 

'Having found the flower and driven a bee away,

I leaned my head,

And holding by the stalk,

I listened and I thought I caught the word ─

What was it? Did you call me by my name?

Or did you say ─

Someone said "Come" ─ I heard it as I bowed.'

 

'I may have thought as much, but not aloud.'

 

'Well, so I came.'

 

 

전화

 

<오늘 이곳을 떠나 마음껏 걸어 보았어요,

가 보니까 시간은

아주 고요히 흐르고 있었고

꽃에 머리를 기대고 있노라니

당신 말씀이 들렸어요.

말씀 안 했다고 하지는 마세요 나는 들었으니까요 ─

당신은 창가에 있는 꽃에서 말씀했지요 ─

무어라고 했는지 기억하세요?

 

<당신이 무슨 말을 들었다고 생각하는지 먼저 말씀해 보세요.>

 

<꽃이 있기에 벌을 쫓아버리고,

머리를 기댔지요,

꽃줄기를 잡고 귀를 기울이면서 나는

무슨 말이 들린다고 생각했어요 ─

그게 뭐였죠? 내 이름을 부르셨나요?

아니면 당신은 ─

누군가 ‘와요’하고 말했지요 ─ 나는 고개를 숙이고 들었어요.>

 

<마음속으로는 그랬는지 모르지만 내색은 하지 않았는데요.>

 

<하여간 그래서 제가 왔지요.>


Dust Of Snow

 

The way a crow

Shook down on me

The dust of snow

From a hemlock tree

 

Has given my heart

A change of mood

And saved some part

Of a day I had rued.

 

 

눈가루

 

까마귀 한 마리

독미나리 가지를 흔들어

내 위에

눈가루 떨어지니

 

기분 한결

달라지고

후회스런 하루

조금은 구해 내네.


Fire And Ice

 

Some say the world will end in fire,

Some say in ice.

From what I've tasted of desire

I hold with those who favour fire.

But if it had to perish twice,

I think I know enough of hate

To say that for destruction ice

Is also great

And would suffice:

 

 

불과 얼음

 

어떤 사람은 이 세상이 불로 끝날 거라고 말하고,

또 어떤 사람은 얼음으로 끝난다고 말한다.

내가 맛 본 욕망에 비춰보면

나는 불로 끝난다는 사람들 편을 들고 싶다.

그러나 세상이 두 번 멸망한다면

파괴하는 데는 얼음도

대단한 힘을 갖고 있다고 말할 만큼

나는 증오에 대해서도 충분히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렇게 말하는 걸로 충분하다


Nothing Gold Can Stay

 

Nature's first green is gold,

Her hardest hue to hold.

Her early leaf's a flower;

But only so an hour.

Then leaf subsides to leaf.

So Eden sank to grief,

So dawn goes gown to day.

Nothing gold can stay.

 

 

어떤 찬란한 것도 오래가지 못하리

 

자연의 연초록은 찬란하지만,

지탱하기 제일 힘든 색.

그 떡잎은 꽃이지만,

한 시간이나 갈까.

조만간 잎이 잎 위에 내려앉는다.

그렇게 에덴은 슬픔에 빠지고,

새벽은 한낮이 된다.

어떤 찬란한 것도 오래가지 못하리.


Two Look At Two

 

Love and forgetting might have carried them

A little further up the mountainside

With night so near, but not much further up.

They must have halted soon in any case

With thoughts of the path back, how rough it was

With rock and washout, and unsafe in darkness;

When they were halted by a tumbled wall

With barbed-wire binding. They stood facing this,

Spending what onward impulse they still had

In one last look the way they must not go,

On up the failing path, where, if a stone

Or earthslide moved at night, it moved itself;

No footstep moved it. 'This it all,' they sighed,

'Good-night to woods.' But not so; there was more.

A doe from round a spruce stood looking at them

Across the wall, as near the wall as they.

She saw them in their field, they her in hers.

The difficulty of seeing what stood still,

Like some up ─ ended boulder spilt in two,

Was in her clouded eyes: they saw no fear there.

She seemed to think that two thus they were safe.

Then, as if they were something that, thought strange,

She could not trouble her mind with too long,

She sighed and passed unscared along the wall.

'This, then, is all. What more is there to ask?'

But no, not yet. A snort to bid them wait.

A buck from round the spruce stood looking.

Across the wall as near the wall as they.

This was an antlered buck of lusty nostril,

Not the same doe come back into her place.

He viewed them quizzically with jerks of head,

As if to ask, 'Why don't you make some motion?

Or give some sign of life? Because you can't.

I doubt if you're as living as you look.'

Thus till he had them almost feeling dared

To stretch a proffering hand ─ and a spell ─ breaking.

Then he too passed unscared along the wall.

Two had seen two, whichever side you spoke from

'This must be all.' It was all Still they stood

A great wave from it going over them,

As if earth in one unlooked ─ for favour

Had made them certain earth returned their love.

 

 

둘이 둘을 본다

 

사랑과 망각이 그들을

산허리로 더 올라가게 했을 거예요

해가 이미 저물어 별로 많이 오르지는 못했겠지만.

바위와 골창이 있는 길이 얼마나 험했으며,

어둠 속에 돌아가는 게 얼마나 위험할까 생각하면서

그들은 결국 발을 멈추어야 했을 것입니다.

그런데 철조망을 두른 담이

발을 멈추게 했습니다. 담을 쳐다보며

더 올라가지 못하는 미련을 달래기라도 하려는 듯

그들은 더 오를 수 없는 길을 한번 더 쳐다보고

그들은 서 있었는데요,

거기는 밤중에 돌이 구르거나 흙덩어리가 굴러 내리면 저절로 흙이 무너질 뿐,

아무도 밟지 않은 것 같았습니다. <이제는

그만> 하면서 그들은 한숨지었습니다.

<숲이여 안녕> 그러나 그만이 아니었습니다.

암사슴 한 마리가 담 저쪽

전나무 옆에 서서 그들을 바라보고 있었거든요.

사슴은 그들의 터에 있는 그들을 보았고

그들은 사슴의 터에 있는 사슴을 본 것이지요.

거꾸로 서 있는 둥근 돌이 둘로 갈라진 듯

가만히 서 있는 그들을 보기가 거북하다는 듯한 표정이 어려있는

사슴의 눈에는 아무 공포도 없었습니다.

둘은 그런 식으로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러더니, 좀 이상하기는 해도, 뭐 너무

오래 마음을 쓸 일은 아니라는 듯이

암사슴은 한숨 지으며 겁내지 않고 벽을 따라 걸어갔습니다.

<인제는 그만이로군. 뭐 더 볼게 있나?>

그러나 아직 아닙니다. 무슨 콧소리가 그들을 붙들었습니다.

숫사슴 하나가 전나무 옆에서 그들을 쳐다보고 있었습니다.

이쪽에서 담까지와 비슷한 거리고 담 저쪽에서.

먼저의 암사슴이 되돌아 온게 아니라

힘차게 콧김을 내뿜는 뿔난 숫사슴이었습니다.

머리를 홱 움직이며 그들을 익살맞게 쳐다보는 폼이,

마치 이렇게 묻는 것 같았습니다. <왜 당신들은 움직이지를 않죠?

살아있다는 표시를 왜 안하느냐구요? 아마 할 수가 없는 모양이군요.

보기와는 달리 살아 있는 것 같지 않으니 말예요.>

그들이 손을 내밀거나, 무슨 말이라도 해야겠다고 느낄 정도였습니다.

그러더니 그 놈 역시 겁도 안 내고 벽을 따라 걸어갔습니다.

둘이 둘을 본 거지요. 어느 쪽에서 어느 쪽을 보았든지 말입니다.

<인제는 그만일 거야.> 사실 그게 끝이었지요.

그들은 여전히 서 있었습니다.

뜻밖의 은혜에 잠긴 땅이 그들에게

땅은 그들의 사랑에 호응한다는 걸 믿게 하는 듯

그들을 휩싸는 카다란 감정의 파도를 느끼면서.


An old Man's Winter Night

All out-of-door looked darkly in at him

Through the thin frost, almost in separate stars,

That gathers on the pane in empty rooms.

What kept his eyes from giving back the gaze

Was the lamp tilted near them in his hand.

What kept him from remembering what it was

That brought him to that creaking room was age.

He stood with barrels round him - at a loss.

And having scared the cellar under him

In clomping here, he scared the outer night,

Which has its sounds, familiar, like the roar

Of trees and crack of branches, common things,

But nothing so like beating on a box.

A light he was to no one but himself

Where now he sat, concerned with he knew what,

A quiet light, and then not even that.

He consigned to the moon― such as she was,

So late-arising-to the broken moon,

As better than the sun in any case

For such a charge, his snow upon the roof,

His icicles along the wall to keep;

And slept. The log that shifted with a jolt

Once in the stove, disturbed him and he shifted,

And eased his heavy breathing, but still slept.

One aged man-one man- can't keep a house,

A farm, a countryside, or if he can.

It's thus he does it of a winter night.

노인의 겨울밤

문밖의 모든 것들이 텅 빈 방의 유리창에

몇 개의 별처럼 붙어있는 얇은 서리를 통해

은밀히 그를 들여다 보고 있었다.

그의 눈이 그 무서운 응시에 맞대응하지 않는 것은

눈가까이로 기울인 등불 때문이었다.

삐걱거리는 방으로 그를 데려온 것이 무엇인가를

기억하지 못하게 한 것은 바로 그의 노년이었다.

-그는 통주변에 둘러싸여 서 있었다― 그리고 바깥

어둠도 두렵게 만들었다. 밤은 흔히 나뭇가지가

부러지는 소리와 같은 친근한 소리를 내지만

궤짝을 두드리는 듯한 소리는 내지 않는다.

등불은 단지 그 자신이었다.

앉은 채로 자신만이 알고 있는 것을 걱정하며

비추어주는 말없는 등불,

그리고는 그 등불마저도 꺼졌다.

그는 언제나 늦게 뜨는 달이

이런 일에는 해보다 낮다고 여기며

지붕위의 눈과 담을 따라

매달린 고드름을 지키게 하며

잠이 들었다. 난로에서 장작이 타는 소리에

몸을 뒤척였지만 곧 그는 힘겨운 호흡을 하며

계속 잠을 잤다. 노인 혼자서 집과

농장과 한 지역을 지킬 순 없다.

지킬 수 있다 하더라도 그저 겨울밤을

이런 식으로 보내는 것 뿐.

작품 해제 :

 

이 시는 어둠을 주제로 냉혹하고 죽음과도 같은 삶의 광장에 외롭게 내 던져진 채 노쇠함과 곧 이어 사망이라는 순환의 인생경로를 밟아가는 한 인간의 모습이 실존적으로 잘 나타나고 있습니다.'겨울밤'과 '노인'의 메타포는 다 같이 죽음을 상징하는 객관적 상관물들이죠. 바깥의 짙은 어둠이 마치 저승사자인양 노인을 노려보는 듯한 상황은 노인이 직면하고 있는 내적인 상황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더우기 "궤짝을 두드리는 듯한 소리"는 노인이 무의식속에서 듣는 소리로 자기 자신의 관 두껑에 마지막 못질을 하는 소리로 연결되며 방 자체가 '관'으로 은유되고 있습니다. 결국 프로스트는 이 시를 통하여 현대인의 실존 모습을 그리고 있다 할 수 있는데 이렇게 철저히 고립되어 있는 노인의 상황이 바로 우리들의 실존 조건이 되고 있는 겁니다. 다시 말해서 생중사와 같은 상황속의 집 공간은 결국 냉혹한 삶의 광장이며 무기력한 노인은 바로 집이라는 덫에 빠진 우리 현대인들의 불확실한 실존의 모습인 것입니다. 하지만 노인은 그러한 한계상황하에서도 손에 등잔을 든다든지 지하실 바닥을 두드려 보는 일 등을 통해서 미약하나마 강한 실존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하겠습니다.

(출처 : http://www.koceli.com/celi/lecture3/freelecture/walking/walking031901.html)

 

Nothing Gold Can Stay

 

Nature's first green is gold,

Her hardest hue to hold.

Her early leaf's a flower;

But only so an hour.

Then leaf subsides to leaf.

So Eden sank to grief,

So dawn goes down to day.

Nothing gold can stay.

금빛은 오래가지 않는다

 

자연의 첫 푸름은 금빛

붙잡아두기 가장 어려운 빛깔.

자연의 첫 번째 잎사귀는 꽃.

하지만 한 시간은

피어있을까요.

에덴은 슬픔에 잠겨버렸고

새벽은 낮으로 퇴색하는 것.

금빛은 오래가지 못하는 것이지요.

출처 :http://www.koceli.com/celi/lecture3/freelecture/walking/walking030601.html

작품 해제 :

시인은 이 시를 통하여 우주는 지극히 변화무쌍한 본질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어느 것 하나도 멈추거나 정지해 있는 것은 없다는 것이지요. 그러므로 시인은 삶의 진리를 깨닫는 것을 이러한 변화를 인식하고 매 순간을 성실하게 채워야 한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피력해 주고 있습니다. 이 짤막한 시를 통하여 프로스트는 금이라는 메타포를 이용하여 아름다움이라는 것이 곧 사라져버릴 것이라는 것을 암시해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시의 분위기가 비극적이지 않은 것은 시인 자신이 이러한 현실, 즉 존재하는 것은 생성과 소멸의 과정을 겪는다는 것을 간파하고 있다는 것이고 그럼으로써 유한한 삶에 대한 수용의 자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일 겁니다.

Acquainted with the Night

 

I have been one acquainted with the night.

I have walked out in rain― abd back in rain.

I have outwalked the furthest city light.

 

I have looked down the saddest city lane.

I have passed by the watchman on his beat

And dropped my eyes, unwilling to explain.

 

I have stood still and stopped the sound of feet

When far away an interrupted cry

Came over houses from another street,

 

But not to call me back or say good-by;

And further still at an unearthly height

One luminary clock against the sky

 

Proclaimed the time was neither wrong nor right.

I have been one acquainted with the night.

밤을 잘 알고 있다

 

나는 밤을 잘 알고 있었다. 빗속을 걸어

나갔다가 빗속을 돌아오기도 했다.

나는 도시의 가장 멀리 보이는 불빛 너머까지도 가 보았다.

 

나는 가장 비참한 도시의 골목을 걸어 보았다.

그러다 순찰을 도는 순라꾼이라도 만나게 되면

해명하기가 싫어 시선을 떨구어 버렸다.

 

나는 멈추어서서 발소리를 죽이고 멀리 떨어진

또 다른 길에서 나는 소리가 집들을 넘어

오는 소리도 들었다.

 

그러나 그것은 나를 부르는 것도 잘 가라는

인사도 아니었다. 그리고 무척이나 높은 곳에

하늘을 배경으로 선 야광시계 하나가

 

정확한 시간을 말해 주지 않았다.

나는 밤을 잘 알고 있다.

작품 해제 :

이 시는 프로스트의 어둠을 소재로 한 대표적인 시들 중 하나로 외로움이나 죽음, 공포등으로 은유되는 밤을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시의 화자는 비오는 밤 길을 걸어 나갔다가 돌아 오면서 야경꾼도 만나고 후미진 골목길을 타고 넘어오는 소리를 듣기도 하지만 결국은 그런 모든 환경에서 소속감을 갖지 못하고 스스로 "나는 밤을 잘 알고 있다."라는 자위를 하며 끝을 맺고 있습니다. 즉 그것은 외연을 통해 인간 내면의 세계를 잘 나타내는 프로스트 시의 특성을 고려해 볼 때 결국은 화자 자신의 내면의 밤으로 연결이 가능합니다. 더불어 여기에서의 화자는 현대인이면 누구나가 체험하는 밤으로 은유되어진 현실속에서 정체성을 잃고 방황하는 우리들 자신의 모습과 직결되고 있는 것입니다.

(출처 : http://www.koceli.com/celi/lecture3/freelecture/walking/walking022601.html)

Once by the Pacific

 

The shattered water made a misty din.

Great waves looked over others coming in,

And thought of doing something to the shore

That water never did to land before.

The clouds were low and hairy in the skies,

Like locks blown forward in the gleam of eyes.

You could not tell, and yet it looked as if

The shore was lucky in being backed by cliff,

The cliff in being backed by continent;

It looked as if a night of dark intent

Was coming, and not only a night, an age.

Someone had better be prepared for rage.

There would be more than ocean-water broken

Before God's last Put out the Light was spoken.

언젠가 태평양에서

 

흩어지는 물결은 뽀얗게 포말을 그려 내었다.

집채 만한 파도가 밀려오는 파도를 바라보며

여태까지 물이 뭍에 가해본 적이 없는

엄청난 일을 해볼까 생각하였다.

하늘엔 낮게 드리워진 털구름,

번뜩이는 눈위로 흘러내린 머리칼처럼

벼랑이 해안을 받쳐주고

대륙이 해안을 받쳐주고 있음이

아무래도 다행스러워 보였다.

악의로 가득찬 밤이, 아니 밤뿐 만이 아니라

한 시대가 다가오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러한 흉폭함을 준비하는 것이 낫다.

'불을 끄라'는 신의 마지막 말이 있기 전에

부서지는 파도 이상의 것이 있을 것이다.

작품 해제 :

이 시는 프로스트 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자연의 폭력성을 다룬 작품에 속하는 것입니다. 이 시의 배경은 시인이 어린 시절을 보냈던 샌프란시스코의 금문교(Golden Gate Bridge)로 이 곳에서 프로스트는 자신의 부모와, 상실되고 회생이 불가능한 듯한 인간 세상에 대해 번민에 빠졌었습니다. 시인은 자연을 항상 인간과 교감하며 그 속에서 어우러질 수 있는 실체로 그리지 않았습니다. 이 시에서도 자연의 폭력적인 주체를 태평양의 거대한 파도와 지금 당장이라도 온통 대지를 휘감아 버릴 듯한 기세인 낮게 드리워진 구름과 서서히 엄습해오는 어둠의 삼 박자를 통합한 메타포로 그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자연의 폭력성 앞에서 인간은 좌절하기 보단 실존의 상황을 바로 인식하고 그러한 불확실한 세상하에서 정체성을 회복하려는 끊임없는 노력을 하는 것입니다.

(출처 : http://www.koceli.com/celi/lecture3/freelecture/walking/walking022101.html)

Desert Places

Snow falling and night falling fast. oh. fast

In a field I looked into going fast,

And the ground almost covered smooth in snow,

But a few weeds and stubble showing last.

 

The woods around it have― it is theirs.

All animals are smothered in their lairs.

I am too absent-spirited to count;

The loneliness includes me unawares.

 

And lonely as it is, that loneliness

Wii be more lonely ere it will be less―

A blanker whiteness of benighted snow

With no expression, nothing to express.

 

They cannot scare me with their empty spaces

Between stars― on stars where no human races is.

I have it in me so much nearer home

To scare myself with my own desert places.

황량한 곳

눈이 내린다. 밤이 내리고 있다. 빠르게, 아! 빠르게

들판을 지나며 들여다 보니

땅은 거의 눈으로 포근히 덮혀

몇몇 잡초와 그루터기만이 남았다.

 

주변의 숲들만이 들을 지킨다―들판은 숲의 몫이다.

모든 동물들은 제각기 그들의 보금자리로 찾아 들었다.

너무나 마음이 텅 비어 헤아릴 수 조차 없다.

고독이 나를 부지불식간에 휘감아 버렸으니.

 

그리고 고독하지만, 그 고독은

더욱 고독해져야 사그러 들 것이니―

밤에 휩싸인 눈의 텅 빈 백색

표정도 없고, 표현할 것도 없다.

 

별과 별사이의 텅 빈 공간들―

인간들이 없는 별들의 공간은 두렵지 않다.

내게 훨씬 더 절실한 두려움은

나 자신의 적막한 장소들이다.

작품 해제 :

이 시는 프로스트의 '공포'와 관련된 시를 언급할 때 자주 인용되는 것으로 배경은 눈이 거침없이 쏟아지고 있는 밤, 숲 속을 지나며 화자는 눈으로 온통 뒤덮여 잡초들과 그루터기만이 남은 풍경을 바라보며 고독감에 사로 잡히고 있습니다. 여기에서 황량한 곳은 화자에게 고독을 불러 일으키는 시적 공간의 메타포로 텅 빈 주변 풍경은 곧 그의 내적 자각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즉 시인은 온통 눈으로 덮혀 있어 더욱 황량하게만 느껴지는 주변 풍경을 통해 화자를 이러한 극단적인 고독감속에서 그 죽음과도 같은 고독의 두려운 출처가 바로 인간의 내부임을 파악하게 합니다. 마지막 연에서 화자는 밤하늘에 반짝이는 별과 별 사이의 공간보다 인간 마음속의 외로움이 더 크다는 말을 합니다. 그것은 별과 별사이의 실제 거리는 엄청나겠지만 그 곳엔 사람이 살지 않기에 외로움도 없는 것이죠. 그래서 화자는 더욱 자신의 마음속에 자리잡은 그 "황량한 공간"을 의식하고는 두려워하는 것입니다.

(출처 : http://www.koceli.com/celi/lecture3/freelecture/walking/walking022001.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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