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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시(詩) 3 / 양왕용

by 송화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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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시(詩) 3 / 양왕용

 

 

시를 어떻게 이야기할 수 있을까. 스스로에 의하여 창조된 시의 면면을 남에게 이야기하기란 쉬운 일은 아니다. 양왕용의 「나의 시 3」은 시의 상징적인 힘을 빌어 자신의 시에 대하여 술회한 작품이다.


 이 작품에서 `시'는 `할아버지의 기침소리'에 묻어 나오는 소금기와 같은 것으로 술회된다. 할아버지가 누려온 삶의 이력에는 안주의 편안함으로 등재할만한 것이 없다. 공간적으로는 시장의 복판과 바다에 이르기까지, 시간적으로는 새벽의 떠남과 저녁이 되어서야 사립문에 도달하는 귀가에 이르기까지 할아버지의 삶은 한군데 있지 못하는 `바람'과 떠돌음 그리고 삶의 고단함이 배인 것이다.

 

그러한 삶의 내력과 시를 동일시하는 부분으로 미루어 볼 때 시인의 시에는 미려(美麗)한 수식어보다는 고단하고 사연 많은 떠돌이 삶에서 오는 삶의 진솔한 감정과 향토의 내음이 물씬 배어있을 것이라는 사실을 짐작할 수 있다. 또는 시인이 애써 시에 담고자 하는 바가 그러한 생활 감정이었다고 이해할 수 있다. `나의 시'는 책에서 배우거나 멀리서 구해온 것이 아니라 `할아버지의 등짐 속에서 나온 건어물처럼' 감정의 군더더기라는 물기를 바싹 말려버린 견고한 응결체이며 생활주변에서 익숙하게 보아온 것들로 구성된다.

 

그렇다고 해서 `나의 시'가 현재적 삶의 경험에만 몰두하는 것은 아니다. 할아버지가 `나직나직 지난날을 회고'하듯 `동학란'이라는 역사적 경험 속에서 `번쩍이는 바람'을 감추고 있기도 하다. 역사적 경험과 그 현재적 시화(詩化)이라는 점을 시인은 놓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시의 세계는 광대무변하다. 그 시의 공간에서 무엇을 담아내며 독자는 무엇을 읽어낼지는 참으로 막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나의 시」는 그 광대한 시의 반경에서, 시의 한 자락이 개인의 체험적 진실이 우러나는 삶의 경험으로 빚어진다는 사실을 드러내는 시라고 할 수 있다. [해설: 유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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