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문학창고

한용운 시집144 / 사랑의 끝판

by 송화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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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끝판 


네 네, 가요, 지금 곧 가요. 

에그, 등불을 켜러다가 초를 거꾸로 꽂았습니다그려. 

저를 어쩌나, 저 사람들이 흉보겠네. 

님이여, 나는 이렇게 바쁩니다. 님은 나를 게으르다고 꾸짖습니다. 

에그, 저것 좀 보아,'바쁜 것이 게으른 것이다.'하시네. 

내가 님의 꾸지람을 듣기로 무엇이 싫겠습니까. 

다만 님의 거문고줄이 완급(緩急)을 잃을까 저어합니다. 

님이여, 하늘도 없는 바다를 거쳐서, 느릅나무 그늘을 지워버리는 것은 

달빛이 아니라 새는 빛입니다. 

홰를 탄 닭은 날개를 움직입니다. 

마구에 매인 말은 굽을 칩니다. 

네 네, 가요, 이제 곧 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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