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과 관련된 시 모음
by 송화은율꽃 : 김춘수 시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되었다. //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香氣)에 알맞은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
<후략>
* 감상 : 사물로서의 ‘꽃’에 대한 이름과 그 의미에 대한 관계의 고찰을 바탕으로 철학적 접근 을 통해 시적 의미를 형상화한 작품이다.
* 성격 : 관념적, 형이상학적, 존재론적, 주지적
* 어조 : 대상에 대한 갈망적 어조.
* 표현상의 특징
· 창조적 상징 : 시 전체가 하나의 상징적 의미를 띰.
· 내용의 점층적 확대 : ‘나’에서 ‘너’로, 너에서 ‘우리’로 관계가 확대됨
* 구성
· 제1연 : 무의미한 존재(인식 전)
· 제2연 : 의미있는 존재(인식 후)
· 제3연 : ‘나’의 확인 받고 싶은 존재
· 제4연 : 관계의 확산
- 각 연의 시상 응집 : 몸짓, 꽃, 꽃, 무엇 / 눈짓
* 주제 : 존재의 본질 구현에 대한 소망
* 출전 : [현대문학](1952), [부다페스트에서의 소녀의 죽음](1959)
<꽃>, 연작시의 꽃
내가 꽃을 소재로 하여 50년대 연작시를 한동안 쓴 데 대해서는 R.M. 릴케 류의 존재론적 경향에 관심이 있었던 듯 하다. 6·25 동란이 아직 그 결말을 짓지 못하고 있을 때다. 나는 마산 중학(6년제)의 교사로 일을 보고 있었다. 교사(校舍)를 군(郡)에 내주고 판자집인 임시교사에서 수업을 하고 사무를 보고 할 때다. 방과 후에 어둑어둑해질 나는 뭣 때문에 그랬는지 그 판자집 교무실에 혼자 앉아 있었다. 저만치 무슨 꽃일까 꽃이 두어 송이 유리컵에 담겨 책상머리에 놓여 있다. 그걸 나는 한참동안 인상깊게 바라보고 있었다. 어둠이 밀려오는 분위기 속에서 꽃들의 빛깔이 더욱 선명해지는 듯했다. 그 빛깔이 눈송이처럼 희다. 이런 일이 있은 하룬다 이틀 뒤에 나는 <꽃>이란 시를 쓰게 되었다. 힘들이지 않고 시가 쓰여졌다.
꽃 : 박두진 시
이는 먼
해와 달의 속삭임
비밀한 울음 //
한 번만의 어느 날의
아픈 피흘림 //
먼 별에서 별에로의
길섶 위에 떨궈진
다시는 못 돌이킬
엇갈림의 핏방울 //
꺼질 듯
보드라운
황홀한 한 떨기의
아름다운 정적(靜寂) //
펼치면 일렁이는
사랑의
호심(湖心)아 //
(하략)
* 성격 : 서정적, 관조적, 비유적
* 어조 : 은근하고 차근차근한 어조
* 표현상의 특징 : 은유법의 구사
* 주제 : 자연의 신비와 생명의 아름다움
* 출전 : 시집 [거미와 성좌](1962)
‘꽃’ = (보조관념) 속삭임, 울음, 피 흘림, 핏망울, 정적, 호심 등
꽃 : 이육사 시
동방은 하늘도 다 끝나고
비 한 방울 내리잖는 그 때에도
오히려 꽃은 빨갛게 피지 않는가.
내 목숨을 꾸며 쉬임 없는 날이여. //
북쪽 툰드라에도 찬 새벽은
눈 속 깊이 꽃 맹아리가 옴자거려
제비떼 까맣게 날아오길 기다리나니
마침내 저버리지 못할 약속이여. //
한 바다 복판 용솟음치는 곳
바람결따라 타오르는 꽃 성(城)에는
나비처럼 취하는 회상의 무리들아
오늘 내 여기서 너를 불러 보노라. //
* 감상 : 불모의 땅에서 끈질긴 목숨을 유지하며 ‘개화(開花)’를 통해 삶의 의지를 실현하고 있 다. 미래지향적이라는 점에서 작품 <광야>와 유사하다.
* 어조 : 남성적, 의지적
* 시상의 전개 : 점층적, 각연은 선경 ⇨ 후정
* 구성
· 제1연 : 극한 상황 속의 새 생명의 탄생 : 극한 상황 속, 독립을 위한 끊임없는노력
- ‘동방’ : 삶의 터전인 한반도
· 제2연 : 새 생명 탄생을 위해 참고 견딤
- 제비떼 : ‘광복’의 미래 소망
- ‘저버리지 못한 약속 : 조국의 밝은 미래를 찾기 위한 자신의 희생 다짐
· 제3연 : 새 생명 탄생의 기쁨
- ‘꽃 성’ : 광복의 날
- ‘나비’ : 광복의 환희를 누리는 우리 민족
* 주제 : 새 생명 탄생의 기대와 의지 (조국 광복에 대한 신념과 의지)
* 출전 : [육사시집](1946)
이육사 <광야>와의 공통점
1) 꽃피움 자기희생(속죄양 의식)
2) 제3연 마지막 행 4, 5연의 미래 기대, 확신
꽃과 언어 : 문덕수 시
언어는
꽃잎에 닿자 한 마리 나비가
된다. //
언어는
소리와 뜻이 찢긴 깃발처럼
펄럭이다가
쓰러진다. //
꽃의 둘레에서
밀물처럼 밀려오는 언어가
불꽃처럼 타다간
꺼져도 //
<후략>
* 감상 : 1955년 유치환 시인의 추천으로 등단한 문덕수는 ‘모더니즘’의 시 세계를 지향해 왔 다. 서로 이질적인 이미지를 병치시켜 그 이미지의 상호 충돌에 의해 의미의 충격을 주는 것이 그의 주요 기법이다. 이러한 시 작법은 작가의 세계관, 주제 의식이 작품 전면에 노출 되지 않는다는 것을 말한다. 그런데도 독자의 상상력을 충분히 자극하여 넓은 의미의 영역 을 확보하고 있다.
꽃나무 : 이상 산문시
벌판한복판에꽃나무하나가있소.근처에는꽃나무가하나도없소.꽃나무는제가생각하는꽃나무를열심으로생각하는것처럼열심으로꽃을피워가지고섰소.꽃나무는제가생각하는꽃나무에게갈수없소.나는막달아났소.한꽃나무를위하여그러는것처럼나는참그런이상스런흉내를내었소.
꽃덤불 : 신석정 후기시
태양(太陽)을 의논(議論)하는 거룩한 이야기는
항상 태양(太陽)을 등진 곳에서만 비롯하였다. //
달빛이 흡사 비오듯 쏟아지는 밤에도
우리는 헐어진 성(城)터를 헤매이면서
언제 참으로 그 언제 우리 하늘에
오롯한 태양(太陽)을 모시겟느냐고
가슴을 쥐어 뜯으며 이야기하며 이야기하며
가슴을 쥐어 뜯지 않았느냐? //
그러는 동안에 영영 잃어버린 벗도 있다.
그러는 동안에 멀리 떠나버린 벗도 있다.
그러는 동안에 몸을 팔아버린 벗도 있다.
그러는 동안에 맘을 팔아버린 벗도 있다. //
그러는 동안에 드디어 서른 여섯 해가 지나갔다. //
<후략>
* 감상 : 8·15 광복은 유파를 초월하여 모든 시인에게 가슴 벅찬 기쁨이었다. 전원파 시인이었 던 신석정도 그 기쁨을 감출 수 없었다. 그러나 감추어진 슬픔도 있었다. 혼란한 시대상 그 것이었다.
* 어조 : 감회(感懷)에 젖은 회상(回想) 및 기원(祈願)
* 표현상의 특징 : 반복법의 사용
* 심상 : 비유적, 상징적
* 구성
· 제1연 : 일제 치하에서의 독립 운동(몸부림)
- 태양 : 조국의 밝은 미래, 광복
- 태양을 등진 곳 : 일제 강점기의 조국의 모습
· 2연 : 독립을 위한 노력
- 헐어진 성 터 : 빼앗긴 조국
· 3연 : 애국 투사의 ①죽음, ②유랑, ③변절, ④전향에 대한 안타까움
· 4연 : 일제 식민지 36년 회고
· 5연 : 새로운 국가 건설에 대한 기대
- 달이 아직도 차거니 : 여전히 어두운 현실
* 주제 : 어둡고 고통스러웠던 과거를 돌이켜 보면서 광복된 조국의 기쁨과 새로운 민족 국가 수립 염원
* 출전 : [해방기념시집](1946), [신문학](1946) 수록
꽃을 위한 서시 : 김춘수 시
나는 시방 위험(危險)한 짐승이다.
나의 손이 닿으면 너는
미지(未知)의 까마득한 어둠이 된다. //
존재의 흔들리는 가지 끝에서
너는 이름도 없이 피었다 진다. //
눈시울에 젖어드는 이 무명(無明)의 어둠에
추억(追億)의 한 접시 불을 밝히고
나는 한밤내 운다. //
<후략>
* 감상 : 우리 나라 시사에서 보기드문 존재론(存在論)적 입장에서 사물의 본질을 추구하는 실 존주의적 시로서 그의 <꽃> 연작시 중의 한 편이다.
* 성격 : 관념적, 주지적, 상징적
* 어조 : 사색적, 열정적 어조
* 구성
· 제1~2연 : 인식의 부재 상태
- 1. 미지의 본질 세계
- 2. 존재 파악의 불확실성
· 제3~4연 : 인식에의 노력
· 제5연 : 인식 실패의 안타까움(극복 못한 본질의 세계)
* 주제 : 꽃의 참모습을 인식하지 못하는 안타까움(곧, 존재의 본질 인식에의 염원)
* 출전 : 시집 [꽃의 소묘](1959)
문제
1) 이 시에서 시인의 의식 세계가 응결되어 나타난 연은 ?
제5연
2) 이 작품에 나타난 ‘나’와 ‘너’의 관계는 ?
나 : 시적 자아, 존재의 본질에 대한 인식의 주체
너 : 꽃, 인식의 객체(대상)로서 존재의 본질적 의미
꽃잎 절귀 : 신석초 시
꽃잎이여 그대
다토아 피어
비 바람에 뒤설레며
가는 가냘픈 살갗이여. //
그대 눈길의
머언 여로(旅路)에
하늘과 구름
혼자 그리워
붉어져 가노니 //
<후략>
* 감상 : 이 작품 역시 조지훈의 <낙화>와 마찬가지로 짧은 순간에 피었다 지는 꽃의 아름다 움을 노래하고 있다.
* 주제 : 꽃의 생명에 대한 감탄
- 비교
조지훈 <낙화> : 소멸되어 가는 꽃에 대한 ‘슬픔’을 주조
<꽃잎 절귀> : 꽃의 생명을 ‘감탄스러운 어조’로 노래
: 꽃의 생애가 가냘프고 짧다 하더라도 꽃은 자신의 생명과 그리움을 마냥 붉게 태우는데, 이 것은 자신에게 주어진 운명을 받아들이면서 끝까지 삶에 충실하고자 하는 비극적 아름다움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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