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전 / 껍데기는 가라 / 신동엽
by 송화은율껍데기는 가라 : 신동엽 시
껍데기는 가라.
사월도 알맹이만 남고
껍데기는 가라. //
껍데기는 가라.
동학년(東學年) 곰나루의, 그 아우성만 살고
껍데기는 가라. //
그리하여, 다시
껍데기는 가라.
이곳에선, 두 가슴과 그곳까지 내논
아사달 아사녀가
중립(中立)의 초례청 앞에 서서
부끄럼 빛내며
맞절할지니 //
<후략>
* 감상 : 1960년대 불의, 부정부패와 독재체재라는 시대적 상황 앞에서 순수의 열정으로 이런 현실을 강하게 거부하고 있는 참여시이다. 현재 있는 것에 대한 강한 거부는 미래에 있어야 할 것, 즉 정의, 자유, 민주에 대한 강한 신념으로 표출된다.
* 성격 : 저항적, 직설적, 의지적
* 구성
· 제1연 : 남아야 할 4월 혁명의 정신
· 제2연 : 동학의 순수한 민중 정신
· 제3연 : 순수의 수호
· 제4연 : 순수의 갈망과 통일 조국의 염원
* 주제 : 순수한 삶이 보장되는 민주 사회에 대한 열망
이 땅의 순수, 순결한 존재 : ‘4월의 알맹이’, ‘동학년 곰나루’, ‘중립의 초례청 앞에 서서 맞 절하는 아사달 아사녀’, ‘향그러운 흙가슴’
◀대립되는 이미지▶ 껍데기 = 쇠붙이 (민족적 동일성, 인간다운 삶을 파괴하는 존재, 외세의 횡포)
현실 인식면에서의 이 시와 유사한 시
김수영 시 <푸른 하늘을>
신석정 시 <전아사(餞迓詞)>
: 현실을 개척해 가는 고독과 진리 수호의 결의가 공통적으로 나타남.
억압에의 거부
시인이 없어지기를 바라는 것은 ‘껍데기’이다. 그런데 이 껍데기가 무엇인지는 마지막 연의 ‘쇠붙이’ 말고는 구체적으로 설명되어 있지 않다. 단지 그와 상대적인 의미를 지니는 어휘를 통하여 추출할 수밖에 없다. 그것은 4월 혁명의 ‘알맹이’이며 동학혁명의 ‘아우성’이고, 혼례청에서 맞절하는 아사달과 아사녀의 ‘부끄러움’이거나 향그러운 ‘흙가슴’이라는 상징적 어휘로 나타나고 있다.
즉 시인이 표현하려는 것은 세월이 지남에 따라 4월 혁명을 통하여 보여 주었던 민주화의 열망이 점점 퇴색하여 가고, 동학 혁명의 민중적 열망도 이제는 소멸되어 가고 있는 현실적인 여건에 대한 안타까움이다. 아울러 부끄러움마저도 아름다웠던 원시인의 순수한 마음의 회복과 현실적으로 이런 원시적이고 자연적인 삶을 추구하는 순박한 마음을 억압하고 탄압하는 힘에 대한 거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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