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문학창고

길 / 해설 / 김기림

by 송화은율
반응형

길 / 김기림

 

 

요점 정리

 

작자 : 김기림(金起林, 1908~?)

갈래 : 서정시, 자유시

성격 : 회상적, 애상적, 고백적

어조 : 그리움의 목소리

구성 :

 

1연

어머니를 여읜 소년 시절의 언덕길

2연

첫사랑과의 만남과 이별의 길

3연

노을에 자줏빛으로 젖어서 돌아오던 길

4연

그리움과 쓸쓸함에 몸서리치던 시절의 추억

5연

돌아오지 않는 사람과 돌아오지 않는 추억을 기다림

주제 : 길 위에 어린 추억에 대한 그리움, 길에 얽힌 추억과 과거에 대한 깊은 애상감

특징 : 산문적 진술과 회상적 어조로 화자의 정서를 담담하게 그려 냄.

시간의 흐름과 함께 공간의 이동이라는 시상 전개 방식이 쓰임.

출전 : [조광(朝光)](1936. 3.) 

 

 

내용 연구

 

나의 소년 시절은 은(銀)빛 바다가 엿보이는 그 긴 언덕길을 어머니[그리움의 대상]의 상여(喪輿)[죽음 / 소중하게 여기던 존재의 소멸을 암시]와 함께 꼬부라져 돌아갔다.

 

내 첫사랑[그리움의 대상]도 그 길[상실감을 느끼게 하는 공간] 위에서 조약돌처럼 집었다가 조약돌처럼 잃어버렸다.[만났다가 이별함 / 회자정리(會者定離)]

 

그래서 나는 푸른 하늘빛에 혼자 때 없이 그 길[화자가 소년이었을 때 죽은 어머니를 보낸 길일뿐만 아니라 자신의 첫사랑을 잃은 길]을 넘어 강(江)가로 내려갔다가도 노을[화자에게 외로움과 쓸쓸함을 느끼게 하는 대상]에 함북 젖어서[화자의 그리움을 공감각적으로 형상화 – 시각의 촉각화] 돌아오곤 했다.

 

그 강(江)가[사랑하는 대상을 잃어버린 화자가 상실감으로 인해 하루 종일 방황하는 공간. 또한 강가는 앞선 ‘혼자 때 없이’란 표현에서도 알 수 있는 것처럼 외로움의 공간]에는 봄이, 여름이, 가을이, 겨울이 나의 나이와 함께 여러 번 다녀갔다.[시간의 흐름]

 

가마귀도 날아가고 두루미도 떠나간 다음에는 누런 모래 둔[모래 둔덕은 두두룩하게 언덕진 곳으로 실재의 공간]과 그리고 어두운 내 마음[돌아올 수 없는 대상에 대한 그리움과 쓸쓸함]이 남아서 몸서리쳤다. 그런 날은 항용 감기[상실에 대한 마음의 상처, 아픔]를 만나서 돌아와 앓았다.[날아간 가마귀’, ‘떠나간 두루미’, ‘남겨진 누런 모래둔’은 화자의 시적 상황( = 사랑하는 사람들과 이별함)과 호응하는 표현으로 ‘떠나간 가마귀와 두루미’는 어머니와 첫사랑에, ‘남겨진 모래둔’은 화자에 각각 대응된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어두운 내 마음’이란 사랑하는 사람들에 대한 그리움, 이별로 인한 외로움과 슬픔으로 ‘어두운 내 마음이 남아서 몸서리쳤다’란 표현을 통해 ‘강가’라는 공간은 화자가 이별로 인한 상실감과 외로움이 매우 크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음.]

 

할아버지도 언제 난 지를 모른다는 마을 밖 그 늙은 버드나무 밑[화자의 현재의 위치 / 과거와 현재를 연결해 추억을 만들어 내는 기능 / 늙은 버드나무 밑’은 화자가 현재 있는 시적 공간으로 이어지는 내용을 고려할 때 어머니와 첫사랑을 그리워하는 공간(=과거를 추억하는 공간)]에서 나는 지금도 돌아오지 않는 어머니, 돌아오지 않는 계집애, 돌아오지 않는 이야기[그리움의 대상]가 돌아올 것만 같아 멍하니 기다려 본다. 그러면 어느새 어둠[어둠을 의인화 / 화자를 위로하는 대상]이 기어와서 내 뺨의 얼룩[눈물 - 돌아올 수 없는 추억에 대한 애상]을 씻어준다.

 

언덕길

강가  

→ 

버드나무 밑

어머니→죽음

첫사랑→이별

 

상실감으로 인해 방황하는 공간

(위로의 공간이

못됨)

 

대상을 추억, 회상, 기다리는

공간

 

 

(상실감)

 

(외로움, 슬픔)

 

(그리움)

 

 

 

 

 

 

과거(과거형으로 기술) →

 현재(현재형으로 기술) →

 

이해와 감상

 

 이 시는 현재의 시점에서 ‘나’가 과거를 회상하는 형식을 통해 길 위에서 떠나보낸 소중한 대상들에 대한 그리움을 노래하고 있다. 이 시에서 ‘길’은 화자의 추억이 서린 공간으로, ‘이별과 상실, 기다림’의 상징적 의미를 띠고 있다. 이 시에서 제재로 사용한 ‘길’은 ‘떠나보내는 길’이다. 그 길에서 시적 화자는 자신의 삶을 반추하여 길 위로 여읜 사람들을 추억한다. 어머니, 첫사랑, 잃어버린 기억 등을 길 위로 떠나보낸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 시의 길은 이별의 길이고, 망각의 길이며, 상심의 길이다. 길을 통해 그들을 찾으려 떠나거나 추적하지 않는다. 다만 그 길의 초입에서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그런 면에서 이 시의 시적 화자는 수동적이고 소극적이다. 그런데 그것이 구체적인 생활 장소와 얽혀 있는 추억과 연결됨으로써 읽는 이의 공감을 갖게 하는 것이다. 여기서의 ‘길’은 ‘강’과 연결된다. 강이 계속해서 흐르는 것처럼 시적 화자는 언덕길 위에서 많은 것들을 떠나보낸다. 하지만 계속해서 떠나보내는 시적 화자가 오르내리는 길과 시적 화자를 오래 전부터 지켜보던 버드나무는 여전히 그 곳에 남아 있다. 이러한 것들이 자꾸만 과거를 현재로 불러오고, 추억의 감정을 만들어 낸다.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는 강과 버드나무인 것이다.

 

 

이해와 감상1

 

 이 시는 구체적인 생활 장소로서 길에 얽혀 있는 추억을 소재로 하고 있다. 강물이 계속해서 흐르는 것처럼 '나'는 언덕길 위에서 많은 것들을 떠나보낸다. 시적 화자는 강물을 통해 어머니의 죽음, 첫사랑, 그리고 강가를 배회했던 일 등을 떠올린다. 하지만 계속해서 떠나보내는 '나'와 내가 오르내리는 '길'과 그런 나를 오래 전부터 지켜보던 '버드나무'는 여전히 여기에 남아 있다. 버드나무는 마치 강물의 이야기를 모두 알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데 이러한 것들이 자꾸만 과거를 현재로 불러오고, 추억의 감정을 만들어 낸다. 추억을 만들어 내는 것은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는 강과 버드나무인 것이다.

 

 시인이 이렇게 과거의 추억을 회상하는 것은 궁극적으로 시인에게 현재와 미래라는 시간이 열려있기 때문이다. 지나간 시간에 대한 슬픔과 상처를 끌어안는 행위는 현재라는 시간 속에 놓인 시인의 몫이다.  

 

 

 


 

반응형

블로그의 정보

국어문학창고

송화은율

활동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