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잔디- 김소월
by 송화은율금잔디 - 김소월
잔디
잔디
금잔디
심심 산천에 붙은 불은
가신 임 무덤 가에 금잔디
봄이 왓네, 봄빛이 왔네.
버드나무 끝에도 실가지에
봄빛이 왔네, 봄날이 왔네.
심신 산천에도 금잔디에.
(개벽 19호, 1922.1)
<감상의 길잡이>(1)
이 시는 1922년 1월 ‘개벽’지에 발표된 시로, 2연의 자유시이며, 전문 9행 25개 단어로 구성된 간결하고 아름다운 시다.
사랑하는 사람기리의 이별처럼 큰 슬픔은 없다. 이별의 운명을 고스란히 받아들여 평생을 가신 님 무덤이나 돌아보며 외롭게 살아가는 고귀한 사랑을 지닌 사람에게는 소생의 계절인 봄은 견딜 수 없는 계절일 것이다. 깨끗하고 뜨겁고 아름다운 사랑을 태우고 먼저 간 님에 대한 애틋한 감정을 자아내는 이 시의 주제는 이별의 슬픔이라 하겠다.
<감상의 길잡이>(2)
임을 잃은 비극적 정한(情恨)이 봄의 생동감과 어울림으로써 한층 더 슬픔을 느끼게 하는 이 시는 보여 주고 들려 주는, 이른바 ‘노래하는 시’의 전형으로서 ‘잔디 / 잔디 / 금잔디’와 같은 리듬을 위한 특별한 배려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죽어 돌아오지 못하는 임과 해마다 임의 무덤가에 돋아나는 금잔디를 대비시키는 방법을 통해 임에 대한 그리움을 간절하게 나타냄으로써 임의 뜨거운 사랑의 불길처럼 피어난 금잔디로 인해 ‘무덤가’를 찾아온 봄이 더욱 원망스럽고, ‘가신 님’이 한층 더 그리워지게 되는 것이다. 또한 ‘봄이 왔네 / 봄빛이 왔네 / 봄날이 왔네’라는 점층적 표현은 봄이 왔음을 강조하는 한편, 임의 부재를 더욱 절실하게 나타낸다.
이렇듯 소월에게 있어서 임의 죽음은 부활을 예비하는 죽음도 아니고, 임의 떠남은 돌아올 것을 준비하게 하는 떠남도 아니다. 그러므로 소월은 임의 죽음 그 자체, 임의 떠남 그 자체를 노래함으로써 그의 임은 현재나 미래의 임이 아니라 항상 과거 속의 임으로만 존재할 뿐이다. 이 작품에서도 소월은 금잔디를 바라보며 과거 속의 임을 그리워하거나 돌아오지 못할 임을 체념으로 이겨내려는 몸부림만을 보여 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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