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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유화(山有花)- 김소월

by 송화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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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유화(山有花) - 김소월

 

 

산에는 꽃 피네

꽃이 피네

* 봄 여름 없이

꽃이 피네

 

산에

산에

피는 꽃은

저만치 혼자서 피어 있네.

 

산에서 우는 작은 새여,

꽃이 좋아

산에서

사노라네

 

산에는 꽃 지네

꽃이 지네.

갈 봄 여름 없이

꽃이 지네.

(영대3(1924), 시집 '진달래꽃',1925)

* : 가을


 

<핵심 정리>

 

감상의 초점

이 시는 1923개벽’ 10월호에 발표된 시로 4연으로 구성된 자유시로써 소월의 󰡔진달래꽃󰡕과 더불어 그의 대표작으로 손꼽을 만하다. 쉽고 간결한 가락, 소박하고 친근한 구어체, 보편적인 정감을 순수한 모국어와 전통적인 3음보의 가락에 담아 표현함으로써 폭 넓은 전달성을 획득하게 된 것이다.

 

작가는 이 시에서 순수하고 아름답고 외롭게 살아가는 자신을 산유화를 통해 객관적으로 묘사한 것이다. 이 시를 통하여 우리는 진실된 소월의 인간상을 엿볼 수 있다.

 

인간사가 전혀 배합되지 않는 듯하면서도 고도의 상징성과 시인의 존재 의식이 면밀히 담겨 있음을 유의하면서 가락에 맞추어 암송해 보자.

 

성격 : 민요적, 전통적, 관조적, 낭만적

시상 전개 : 탄생고독사멸

구성 : 1: 자연의 순환

2: 고독한 자아의 운명적인 모습

3: 고독을 긍정하는 운명에의 모습

4: 자연의 운행과 순환

제재 : 빼앗긴 국토

주제 : 현실 극복의 의지

 

 

<연구문제>

 

1. 저만치 혼자서 피어 있는 꽃이 어떤 점에서 화자의 정서와 비슷한가 설명해 보라.

여러 꽃들이 떠나서 저만치 혼자서 피어 있는 꽃이, 사람들을 멀리하고 혼자서 산 속에 살고 싶어하는 화자의 고독한 정서와 일치한다.

 

2. ‘봄 여름 가을 없이를 계절상의 순서를 무시해 가면서까지 갈 봄 여름 없이라고 한 까닭은 무엇인가 설명해 보라.

운율상의 고려 때문

 

3. 시적 화자의 모습이 투영되어 있는 시어를 찾아 쓰라.

 

4. 이 시에 나타난 화자의 심경을 60자 정도로 쓰라.

화자는 인간의 실존적 고독을 느끼기 때문에 자연과 합일되고 싶어하나 그러지 못하는 데에서 안타까워 한다.

 

 

< 감상의 길잡이 1 >

이 시의 제1연과 제4연은 계절의 변화에 따라 꽃이 피고 지는 단순한 사실과 시의 배경을 제시하고 있을 뿐, 시 해석상의 특별한 단서를 보여 주지는 않는다.

 

잘 살펴보면, 2,3연에 사용된 낱말 가운데는 단순히 객관적인 자연물이나 자연 현상을 표시하는 것과 시인의 주관적인 감정을 표시하는 것이 있음을 알 수 있다. ‘’, ‘’, ‘피다’, ‘살다는 전자를 대표하는 낱말들이고, ‘저만치 혼자서좋아는 후자를 대표하는 낱말들이다.

 

서정시가 객관 세계의 어떤 대상을 통해서 얻어진 시인의 감흥의 표현이라 할 때, 우리는 대상을 바라보는 시인의 태도가 어떤 것인가를 먼저 알아야 한다. 대상을 바라보는 시인의 태도는 무엇보다 꽃이 저만치 혼자서피어 있다는 표현과 작은 새가 꽃이 좋아산에서 산다는 표현에서 단적으로 드러난다.

 

그러면 꽃이 저만치 혼자서피어 있다는 것은 어떻게 이해해야 될까? 논자에 따라서는 소월이 저만치라고 지적한 거리는 인간과 청산과의 거리인 것이며, 이 말은 다시 인간의 자연 혹은 신에 대한 향수의 거리라고 해석하기도 한다.

 

그러나 저만치를 시인과 자연과의 정서적인 거리로 이해하는 것은 타당할까? 무엇보다 제3연이 그러한 해석을 거부한다. ‘는 시인의 분신과도 같은 존재이다. 그런데 그 새는 꽃이 좋아산에서 살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저만치는 시인과 꽃과의 거리라기보다는 산에 피어 있는 꽃들 사이의 거리를 나타내는 말로 이해되어야 한다.

 

여러 꽃들을 떠나서 저만치 혼자서피어 있는 꽃은 시인의 고독한 운명을 발견케 하는 매개물이지 자연 그 자체는 아니다. 그런데 그 외로움의 길은 자신이 좋아선택한 것이다.

 

그러므로 저만치 혼자서라는 위치 측정은 타인과의 세계에서 자신을 스스로 소외시키고, 인생을 정면에서 대결하며 살지 못하게 하여 항상 수동적인 자세로 살게 만든다. 그것은 숙명론으로 이해될 수 있다. 그는 저만치 혼자서피었다 지는 꽃에서 자신 또는 인간이 어차피 고독하게 태어났다가 죽는 존재라는 사실을 보고 있는 것이 아닐까.

 

 

< 감상의 길잡이 >

이 작품은 꽃을 통하여 이 세상 모든 곳에 가득 차 있는 근원적 외로움을 노래하고 있다. 하지만 작품의 겉모습은 그러한 의미를 쉽게 드러내지 않고 매우 단순하여 보인다. 첫 연과 마지막 연은 형태가 거의 같은데, 앞에서는 가을여름 없이 꽃이 핀다고 하고, 뒤에서는 또 꽃이 진다고 한다. 산에 꽃이 피고 지는 것이 범상한 일이듯이 그것을 노래하는 이 부분의 말씨 또한 평범하여 보인다. 그러나 이 평범함 속에는 만만치 않은 의미가 들어 있다.

 

그 실마리는 둘째 연과 셋째 연에 나타난다. 특히, 둘째 연이 주목된다. 여기서 김소월은 산에 피는 꽃이 `저만치 혼자서' 피어 있다고 한다. 이 때 `저만치'란 대체 무엇과 무엇 사이의 거리일까? 어떤 해석자는 작중 인물 `'와 꽃 사이의 거리, 즉 인간과 자연 사이의 거리를 뜻하는 것이라고 풀이하였다. 그렇게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해석만으로는 그 다음에 있는 `혼자서'라는 말이 불분명하다. `혼자서'란 주위에 벗삼을 만한 누가 없을 때 쓸 수 있는 말이다. 그러므로 이 시에서 꽃이 `저만치 혼자서' 있다는 것은 그것을 바라보는 `'와 거리가 있음을 뜻하는 동시에 그 꽃이 다른 꽃으로부터도 떨어져서 외로이 있음을 의미한다. 이 작품에서 `'만이 아니라 `저만치 혼자서' 피어 있는 꽃도 외로운 것이라고 시인은 보고 있다.

 

이와 같은 외로움은 셋째 연의 새에게서 다시 나타난다. `산에서 우는 작은 새'는 꽃이 좋아서 산에 산다고 한다. 그러나 둘째 연에서 보았듯이 꽃은 `저만치 혼자서' 피어 있는 외로운 존재이다. 그러니 새도 외롭지 않을 수 없다. 새는 꽃을 좋아하지만 그것은 마치 메아리 없는 외침처럼 저 혼자만의 마음에서 그렇게 하는 것일 따름이다. 그런 뜻에서 작은 새는 `'와 마찬가지의 외로움을 가진 존재이다.

 

이렇게 꽃도 새도 사람도 외로운 세계에서도 모든 사물은 주어진 삶을 살아가지 않을 수 없다. 이 세상 안에서 모든 사람, 모든 사물이 다 외로운 대로 쓸쓸하게 살아가야 한다는 것은 거부할 수 없는 숙명과도 같은 것이다. 이것이 이 작품에 깃들이어 있는 은밀한 주제이다. [해설: 김흥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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