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여름의 꽃게 / 요점정리 / 이순원
by 송화은율작자소개
이순원(1957- )
강원도 강릉 출생. 강원대 경영학과 졸업. 1985년 <강원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 1988년 <문학사상> 신춘문예에 <낮달>이 당선됨.
이해와 감상
80년대에 등단한 이순원은 과거의 한국 전쟁이라든가 요즘의 사회 문제를 주로 다루는 작가이다. 그가 작품 속에서 창조되는 인간형은, 겉으로 보아서는 약한 듯하지만 그 내부에 남다른 의지와 용기, 혹은 지혜를 감추고 있는 인간, 그럼으로써 궁극에 가서는 진실로 강한 자로 확인되는 인간이다. <낙타는 무릎이 약하다>의 빙 일병, <그 여름의 꽃게>의 미주, <소>의 배윤우 등등이 이 범주에 속하는 인간형이다.
또, 이순원은 스토리 전개에 있어서도 새로운 기법을 사용한다. 예를 들자면, <낮달>에서는 사진이나 신부의 강론 같은 장치를 이용하여 내용적 측면에서나 기법적 측면에서 참신한 효과를 드러낸다. 또, <그 여름의 꽃게>에서는 6 25 때 피난민 소녀를 주인공으로 등장시키는데, 보통 이런 주인공이 나오면 전개 과정도 뻔할 것이라는 일반의 예상을 뒤엎고, 흡사 옛날의 민담을 연상시키는 유쾌한 결구로 사건을 이끌어 감으로써 신선한 충격을 유발하고 있다.
이순원의 작품 전체를 놓고 볼 때, 기법상에는 새로움을 추구하고 있으며, 인물 유형에 있어서는 약한 듯하면서도 우리가 신뢰할 만한, 진실로 강한 인간을 창조하고 있다.
줄거리
뜨겁고 진력 나는 여름, 할아버지는 마을로 들어오는 자루뫼 고개를 가득 메운 피난민 행렬을 바라보면서 잔뜩 이맛살을 찌푸리고 있다. 난리가 터졌다는 소문과 함께 동네엔 무수히 많은 피난민들이 몰려왔다. 그들은 처마밑 혹은 헛간, 심지어 동구 밖 상여막까지 몸뚱이 하나만 은신할 장소면 아무 곳에서나 피난 보따리와 더불어 난리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할아버지는 날마다 서성대는 피난민들이 귀찮아서 아예 대문 빗장을 몇 개 더 만들어 달았다. 빨갱이를 잡는다는 명목 아래 조직된 치안대 대장이 나의 아버지였고, 할아버지는 안방에 앉아서 치안 대장 권세를 누렸다.
우리집은 그 너른 논밭과 과수원도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피난민들의 손에 의해 일구어져 가는데도 고마워 하기는커녕 할아버지는 자루뫼 고개에 철조망을 치고 싶은 심정으로 그들을 대한다. 아무튼 평소에 평판이 나빴던 할아버지는 평판이 더욱 나빠지고 동네 사람들은 할아버지를 욕하는 뒷말에다 '병신 자식' 삼촌을 으레 후렴처럼 입에 올렸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할아버지 앞에서는 대놓고 이야기를 할 수 없었다. 왜냐 하면 할아버지는 무엇보다도 삼촌이 동네 사람들 입질에 오르는 걸 병적으로 싫어했기 때문이다.
삼촌은 어릴 때 소아마비를 앓아 열 일곱이 되도록 목발 없이는 문지방조차 넘지를 못한다. 이런 삼촌을 보며 할아버지 못지 않게 안타까워하는 분은 할머니였다. 그래서인지 할머니의 눈 언저리엔 눈물이 마를 날이 없었다.
나는 동네 아이들과 어울려 내에서 다슬기를 잡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묘한 눈빛을 한 계집애가 웃음을 흘리며 나타나더니 우리가 잡은 다슬기를 몽땅 가져 가곤 했다. 그날도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다슬기를 잡고 있었는데 삼촌이 나타났다. 아이들은 늘상 그러하듯이 삼촌을 놀렸다. 그때 계집애가 나서더니 단호히 아이들을 꾸짖었다. 그후, 미주라 불리우는 이 계집애와 그의 아비는 우리 집에서 살게 된다. 그제서야 나는 계집애가 내에서 흘렸던 웃음이 이런 기회를 잡기 위한 음모의 웃음이었음을 알게 되었다.
시간이 흘러서 전쟁은 상황이 바뀌고 보다 남쪽에서 내려온 피난민들은 북진하는 군인을 쫓아 마을을 떠나게 된다. 그리고 미주와 삼촌은 마을에 주둔해 있는 양코배기 부대에서 먹을 것을 잔뜩 얻어 온다. 이럴 때면 할아버지, 할머니는 삼촌이 많이 달라졌다며 좋아하신다.
어느 날 삼촌은 미주에게 장가들겠다고 말하자 할아버지, 할머니는 쾌히 승낙했다. 또한 할머니는 큰며느리인 어머니에게조차 주지 않았던 금가락지를 미주에게 건네 주었다. 그런데 어느 날 미주의 아버지는 미주의 작은 아버지가 장터에 나타났다고 말하더니 미주와 삼촌의 잔칫날을 잡고는 세간을 챙겨 가지고 미주와 함께 미주의 작은 아버지를 방문하러 간다며 나간 채 영영 돌아오지 않게 된다.
집안에는 목발을 내던진 채 울부짖는 삼촌의 짐승 같은 울음 소리와 가락지가 없어진 손으로 이마를 짚은 채 동구 밖을 하염없이 바라보는 할머니의 한숨 소리만 남게 되었다. 어린 나의 머리 속엔 빈 소라 껍질 속에서 살다가 몸이 커지면 더 큰 집으로 옮겨 사는 꽃게 이야기를 하던 미주의 냉랭한 목소리가 맴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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