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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주론 / 해설 / 마키아벨리

by 송화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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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키아벨리 '군주론'

 

 

이진우 계명대 철학과 교수

 

`목적은 수단을 정당화한다'는 말을 모르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목적을 위해서는 그것이 아무리 폭력적이고 비인간적이라고 할지라도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는 뜻으로 이해되고 있는 이 말은 마키아벨리의 정치 이론을 충분히 설명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그러나 상식은 그 이면을 알지 못하면 항상 표면적 지식에 지나지 않는다이 말을 구성하는 중요한 낱말은 두 말 할 나위 없이 `목적' `수단'이다만약 목적이 여기서 개인의 단순한 사적인 이익을 말한다면이 말은 목적 달성에 기여하는 것이라면 권세와 모략과 중상 등 비도덕적 방법이 허용된다는 권모술수론을 핵심적으로 보여준다

 

그러나 마키아벨리가 말하는 목적은 국가질서이다15세기 이탈리아는 다섯의 도시국가로 나뉘어져 동맹과 전쟁반목과 갈등을 거듭하는 극도의 혼란상태에 처해 있었다이러한 정치적 무질서에 종지부를 찍기 위해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강력한 국가였다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은 정치의 영역에서 정치적 공동체의 확고부동한 토대즉 국가를 구축할 수 있는 정치기술을 서술하고 있는 근대의 고전이다우리가 오늘날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국가는 사실 근대의 산물이다국가는 사회의 악이라고 할 수 있는 전쟁과 갈등을 극복하고 평화를 정착시킬 수 있는 질서로서 발전된 것이다이런 점에서 보면 `군주론'은 사실 최초의 국가론이다

 

마키아벨리는 국가를 세울 수 있기 위해서는 우선 시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한다그것은 하늘로부터 땅이상으로부터 현실이성으로부터 권력으로의 방향 전환을 의미한다삶과 현실을 바라보는 개념의 체계를 패러다임이라고 한다면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은 고대와 중세의 이성 중심적 또는 신 중심적 패러다임으로부터 권력 중심적 또는 인간 중심적 패러다임으로 바뀌는 전환점이라고 할 수 있다예컨대 마키아벨리는 도덕적 설교와 예언을 통해 신국을 건설하려고 시도한 사보나롤라의 도덕정치를 평가하면서 󰡒장미의 화환만으로는 혁명할 수 없다󰡓고 잘라 말한다오늘날 우리는 비폭력적 민주운동을 종종 장미의 혁명으로 비유하지만사회의 질서가 어지러운 상태에서 권력과 폭력을 배제한 순전한 도덕정치는 오히려 혼란만을 가중시킬 뿐이라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마키아벨리는 국가를 신에 의해 주어진 것으로 보지 않고 인간에 의해 만들어져야 할 것으로 파악한다인간이 국가를 구성한다는 이 단순한 진리는 당시만 하더라도 컬럼버스의 달걀처럼 획기적인 것이었다국가가 인간의 손으로 빚어져야 할 예술작품과 같은 것이라면국가를 건설하고 구축하는 데는 일종의 정치적 기술과 예술이 필연적으로 요청된다그것은 바로 현실의 논리를 올바로 읽어내는 기술이다마키아벨리는 이렇게 말한다.󰡒있는 그대로의 삶과 있어야 할 삶 사이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그러므로 당위적으로 있어야 할 것만을 바라보고 현실에서 일어나는 일을 주시하지 않는 사람은 자신의 실존을 보존하기보다는 오히려 파괴할 것이다󰡓 우리의 현실을 지배하는 원리가 권력이라는 사실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군주론'은 권력을 획득하고 보존하고 확대하는 방법과 기술을 다룬다는 점에서 권력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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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를 하늘로부터 땅으로 끌어내린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은 오늘날 우리에게도 여전히 의미 있는 세 가지 문제점을 함축하고 있다첫째국가와 정치는 `인간은 근본적으로 악하다'는 전제조건에 기초하고 있다항상 선만을 바라는 인간은 선하지 않은 많은 사람들 가운데서 필연적으로 멸망할 수밖에 없는 까닭에 자기보존을 위해서는 도덕법칙에 따라 행위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우리가 이러한 현실 논리를 받아 들인다면공동생활을 위해 우리가 지켜야 할 규칙은 어떤 것인가? 둘째권력과 국가의 문제는 도덕의 문제를 넘어선다정치적 수단은 본래 도덕적 가치와는 상관이 없기 때문에 국가질서를 확립하고자 하는 군주는 가능한 모든 수단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그런데 중상 모략 살인 전쟁과 같은 비도덕적 수단을 요청하는 목적이 과연 신성하다고 할 수 있을까? 셋째군주는 질서를 확립하기 위한 절대적 권력을 가진 지배자이다만약 어떤 상태가 질서이며 또 무엇이 정당한가를 결정할 수 있는 사람이 군주라고 한다면일반 국민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으며 어떻게 정치에 참여할 수 있는가? 정치와 인간의 본성정치와 도덕정치인과 절대권력에 관한 세 가지 물음을 가지고 읽으면`군주론'은 인간 자신에 관한 문제를 항상 새롭게 제기하는 고전으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마키아벨리(1469~1527)는 피렌체를 당시 서양문화의 중심지로 발전시켰던 로렌초 메디치가 지배하고 있었던 시기에 태어나서 메디치의 죽음과 더불어 시작된 이탈리아의 정치적 위기를 온몸으로 경험하고 사유한 정치사상가이다그가 자신의 친구에게 보낸 편지에서 󰡒국가에 관해서만 논하고자 한다󰡓고 밝혔듯이 그의 저서는 모두 국가 정치와 연관되어 있다대표적인 저서로는 `군주론'(1513)`디스코르시'`정치와 국가지배에 관한 논고'(1531) 외에 `피렌체사'(1525) 등이 있다마키아벨리는 1527년 신성동맹의 패배로 메디치가 물러나고 공화제가 복원되었을 때 메디치의 동조자라는 이유로 관직에서 쫓겨나지만 그는 전생애에 걸쳐 공화주의자로 남아 있었다`군주론'이 국가질서의 확립에 초점을 맞춘 실천적 공화주의자의 권력이론이라면 `디스코르시'는 질서가 확립된 이후에 시민 자유의 보장에 관심을 기울인 이론적 공화주의자의 정치이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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